고등학생인 다케시는 자신의 왼손에 얼마 전 사고로 죽은 쌍둥이 형이 깃든 것처럼 목소리가 들려오고 어느때는 왼손을 제어할 수 없게 된다.병원에서는 ‘에일리언 핸드 신드롬’이라는 진단을 내리게 되고 부모는 정신병원에 강제로 입원시킬 계획을 세운다.다케시는 입원을 피하기 위해 자전거를 타고 도쿄로 도망친다.늦은 밤 도착한 강변에 텐트를 친 다케시는 한 밤 중 수풀 속에서 피투성이 남자를 발견하게 되고 얼떨결에 시체에 손을 대게 된다.그 장면을 노숙자가 보게 되고 범인으로 몰릴 위기에 처하자 긴 도피길에 오른다.왼손에 깃든 형 가이토와 함께 진범을 찾기위해 나선 형제는 ‘사파이어’라는 마약이 살인 사건에 관련됐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마약 조직에 침투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현직 의사라는 이력의 작가는 “에일리언 핸드 신드롬’이라는 특이한 병명을 이야기의 소재로 삼고 있다.처음 읽으면서 작가가 창작한 병명인가 싶어 검색해 보니 실재 존재하는 질병이었다.소설은 고등학생이 해결하기에는 어려운 마약 판매 조직과 마약 제조자를 쫓는 과정이 등장하지만 다케시가 유망한 권투선수였다는 사실과 차분하고 이성적인 형 가이토와 공조한다는 설정이 설득력있게 다가온다.다케시는 도피 내내 자신때문에 형이 죽었다는 죄책감과 미안함을 갖고 있으면서도 형의 의식이 자신의 몸을 독차지할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휩싸이기도 하고 형이 영영 사라져버릴까 두려워하지도 한다.혼자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 앞에 형제는 협력하고 때로는 적대시하면서도 끝내는 형제의 행복을 위해 마지막 큰 결심을 하게 된다.주인공의 고등학생이라는 나이 설정이 불편하기도 하지만 요즘 크게 문제가 되는 마약 문제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어 그 위험성을 느끼게 한다.똑같은 모습의 쌍둥이 형제의 우애와 사건 뒤 한층 성숙해진 주인공의 모습에 안도하면서도 어딘가에서 여전히 다른 이름으로 ‘사파이어’가 유통될 수도 있다는 사실이 공포스럽고 청소년들이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사회가 아니라 미안해지는 소설이다.🎁소미미디어의 서포터즈 소미랑2기 활동 중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천선란’이란 이름만으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서평단에 신청했다.문학 웹진 LIM은 등단 여부도 장르도 구애받지 않는 젊은 작가들을 위한 새로운 연재 플랫폼으로 웹진에 연재한 작품 중 일부를 엮어 일 년에 두 권 출간하는 데 림:쿠쉬룩은 젊은 작가 단편집 림 시리즈의 첫 번째 권이다.림:쿠쉬룩에는 일곱 명의 작가가 쓴 일곱 가지 이야기가 실려 있다.젊은 작가들이 쓴 소설은 sf로 분류할 수 있는 세 편의 이야기와 학창 시절을 떠오르게 하는 세 편의 이야기, 그리고 동화 인어 공주를 변주한 이야기가 들어있다.‘마음에 날개 따윈 없어서’는 자율 주행 AI 차량이 상용화된 어느 날 교통사고가 일어나고 보험 회사 조사원인 ‘나’는 사고 조사에 나서고 스스로 ‘연화’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인격AI가 인간의 사랑에 관여하다 일으킨 사고임을 밝혀낸다.머지 않은 미래 어느날 인공지능 기술이 인간의 생활을 편리하게 해주는 존재가 아니라 그들에 의해 우리 인간이 조종당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머리가 쭈뼜거린다.‘돌아오지 않는다’는 오염된 지구를 떠나 화성으로 이주한 지구인들의 이야기로 환경과 떠나온 곳의 그리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쿠쉬룩’은 마인드 업로딩 시스템에서 ‘증발’한 언니를 찾아나선 ‘엘린’의 이야기로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언니의 뒷모습에서 작은 위안을 얻어본다.‘영의 존재’의 ‘영’이 ‘나’의 결혼 소식을 듣고 찾아오는 마음과 한 번도 떠난 적 없이 ‘영’으로 살 수 밖에 없었던 고단한 삶이 느껴져 마음이 아프다. ‘하나 빼기’는 처음엔 풋풋한 아이들의 이야기가 비밀을 공유하는 순간 분열이 일어나고 굳건하게 보인 관계는 뒤틀린다.‘이십 프로’는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친구가 아닌 경쟁자가 되어 살아가는 아이들의 이야기다.‘멀리서 인어의 반향은’은 우리가 알고 있는 인어 공주의 다른 이야기다.인어 공주는 적극적이고 왕자는 주어진 자리를 버거워한다.요즘 화두가 되고 있는 정치적 올바름을 떠오르게 하지만 지나치지 않아 읽는 즐거움을 선사한다.소설은 과거와 미래 그리고 미지의 세계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현재 우리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아이들은 제대로 보호 받지 못하고 가난때문에 학업을 포기하고 힘없는 누군가를 적으로 만들기도 하고 지구는 병들어 간다.이렇게 절망뿐인 우리에게도 인어공주와 왕자가 그랬던 것처럼 다른 존재에게도 손을 내미는 세상이 도래할 수 있다는 작은 희망 하나를 건져본다.www.webzinelim.com벌써부터 림의 두번 째 이야기가 기다려진다.🎁열림원 출판사 서평단에 당첨되어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시바는 그렇게까지 완벽하게 미남은 아니다. 양쪽 크기가 다른 쌍꺼풀 속 눈동자와 지나치게 육감적인 입술이 언밸런스하게 배치되어 있다. 그 절묘한 위화감과 여인의 춤처럼 부드럽게 변하는 표정이 다소 섬뜩할 정도의 섹시함을 풍긴다. 게다가 항상 꽃 속의 꿀 같은 향기가 감돌고,묘하게 달콤한 목소리도 고막을 자극한다.나미코시 도쿠지로(일본의 전설적인 지압 전문가)는 아니지만 누르기만 하면 페로몬이 샘물처럼 솟구칠 것만 같은 남자다. (p29~30)고령자 맨션의 1층에 자리한 텐더니스 모지항 고가네무라점은 팬클럽이 있을 정도로 매력적인 점장 시바와 여러 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평범해 보이는 편의점이지만 그 곳을 오가는 손님과 직원들의 이야기는 편의점의 물건만큼이나 많은 사연을 간직하고 있다.소설은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편의점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인기만점의 점장 시바를 비롯해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이자 고등학생 아들을 둔 엄마이자 만화를 그리는 미쓰리 씨, 편의점의 단골 ‘무엇이든 맨’ 쓰기 씨, 모지항의 괴짜 빨강 할아버지 쇼헤이 등 특별한 인물들이 등장한다.텐더니스 고가네무라점을 중심으로 한 연작소설은 매 이야기의 주인공들이 각자의 목소리로 이야기하지만 서로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인물들이다.만화를 그리는 엄마 이야기와 그런 엄마를 이해 못하고 엄마의 불륜을 의심했던 아들은 엄마의 꿈을 이해하고 응원하게 된다.그리고 자신의 꿈을 포기하고 실의에 빠져 고향으로 돌아간 남자는 ‘무엇이든 맨’ 쓰기 씨와 미쓰리의 도움으로 진짜 자신이 원하는 일을 시작하게 된다.소설 속 등장인물 대부분 착하다.악인이라고 해 봐야 친구를 은근히 왕따시키고 조정하려드는 여학생정도이다.정년 퇴직을 하고 나이가 들고 꿈을 포기하고 직장을 그만두고 부모가 이혼을 하고 할머니랑 살아도 씩씩하고 행복하다.그들은 서로를 이해하고 이야기끝에는 서로의 오해를 풀고 행복해진다.과연 이런 세상이 있을까 싶다가도 다음엔 어떤 사연이 펼쳐질까 책을 덮을 수가 없다.오랜만에 읽어보는 말랑말랑하고 달콤한 이야기는 이미 2권이 출간되었다니 얼른 번역되길 기대해 본다.페로몬을 꽃가루처럼 흩날리는 시바가 있을 것 같아 소설을 읽는 중간 중간 모지항을 검색해 보았다.화려하지 않은 더 친밀한 도시었다.2편에서는 시바 형제와 빨간 할아버지의 이야기가 더 많이 등장하길 기대하며 ‘주에루’의 새로운 이야기와 건의왕 ‘니세코’의 정체가 드러날지 기대해 본다.🎁간만에 제대로 힐링되는 행복한 이야기에 흠뻑 빠질 수 있었습니다.좋은 책 보내주신 모모출판사 감사합니다.
지금은 어떻게 달라졌는지 모르겠지만 우리 아이들이 태권도를 배울때는 초등학교 입학전에 다니기 시작해 중학교 올라가면 학업때문에 도저히 시간을 뺄 수 없어 자연히 그만두는 게 태권도였다.그런 태권도를 40이 넘은 아줌마가 배우러 다닌다니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은 아니다.작가는 ‘우리나라에서 자살 사별자를 가장 많이,깊게 만나는 임상심리학박사이자 임상심리전문가‘다.글을 읽기전엔 얼마나 정신적으로 힘들었으면 적지않은 나이에 육체를 혹사시키는 태권도를 배우기 시작했을까 싶었다.40을 지나 50을 향해 가는 저자는 우량한 아이로 태어나 평생을 우량하게 살고 계신다.수많은 운동을 거쳐 마침내 태권도에 정착한 작가가 친구따라 강남가듯 배우기 시작한 태권도를 얼마나 사랑하는 지 글을 읽는내내 느낄 수 있었다.📚두 번째 수련에 갔을 때 블랙벨트의 유단자가 다가와 웃으면서 “저도 흰 띠부터 시작했어요”라며 환영해주었다.(p59)누구든 어떤 분야의 일정한 경지에 오른 사람도 햇병아리 시절, 처음은 있었고 그 시절을 잘 견디고 노력했기에 지금에 위치에 있는 것이라는 인생의 정답을 “저도 흰 띠부터 시작했어요”라는 말에서 찾게 된다.‘예쁜 발이 아니라 건강하고 강한 발’(p200)을 만들고 싶어 돌본다는 말에 크게 공감했다.젊었을때는 날씬해지기 위해 운동을 했다면 지금은 건강하기 위해 운동을 하는 것처럼 남에게 보이기 위한 발이 아닌 내 몸을 오롯이 지탱하는 ‘나의 발’의 건강을 위한다는 마음이 어떤 의미인지 이 나이가 돼 보니 알것 같다.작가님의 따라 당장 태권도 도장에 등록하지는 않겠지만 배우는데는 늦은 나이가 없다는 것을 새삼 느끼며 부디 작가님의 바람대로 검정 띠를 두번 휘감아 길게 늘어뜨릴 수 있기를 응원한다.🎁한겨레출판 하니포터6기 활동 중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원형으로 배치된 거대한 돌, 환상열석에서 잔인한 살인 사건이 연달아 일어난다.피해자의 신체는 심하게 훼손된 체 불 탔고 언론에선 범인을 ‘이멀레이션 맨’이라고 칭한다.앞의 두 사건에 참여하지 않았던 중범죄분석섹션의 틸리 브래드쇼가 세번째 피해자의 사체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피해자의 몸에 “워싱턴 포”라는 이름과 숫자 “5”가 새겨진 사실을 발견한다.수사국은 불미스러운 일로 정직상태인 “워싱턴 포”가 다섯 번째 희생자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업무에 복귀시킨다.사건 현장 가까운 호텔에 수사 본부가 꾸려지고 포, 브래드쇼, 플린과 현지 경찰이자 포의 오랜 친구 리드가 함께 한다.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형사는 단독으로 수사활동을 하지 않고 항상 동료와 함께 한다.“퍼핏 쇼” 역시 전혀 다른 성격의 콤비가 등장하는 수사물이다. 살인범의 권리와 피해자의 권리 앞에서 한치의 망설임도 없는 탓에 경찰이라면 하지말아야 할 일을 저지르기도 하지만 뛰어난 수사 실력을 갖춘 중년의 수사관인 ‘포’와 천재적인 재능을 타고 났지만 세상 물정을 모르는 온실 속 화초같은 천재 분석관 ‘브레드쇼’는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며 큰 사건을 해결해 나간다.소설의 배경이 되는 장소는 작가가 살고 있는 영국 북서부의 컴브리아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 범죄가 일어나는 장소를 눈에 그리듯 묘사하고 있다.복잡한 듯 보이던 수사는 포가 중심이 되어 범인에게 서서히 다가가게 되고 왜 이런 범죄가 일어났는가 밝혀지는 순간 범인을 동정하게 된다.돈과 추악한 욕망이 결합된 범죄는 오랜 시간 준비한 복수로 단죄되지만 그 역시 통쾌하기보다 지금도 어딘가에서 착취당하는 약자들이 존재하는 현실이 생각나 가슴이 답답해 진다.퍼핏쇼는 우리말로 풀이하면 꼭두각시놀음인데 소설을 끝까지 읽는다면 제목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다.그리고 대부분의 독자는 꼭두각시 조종자의 안전을 기원하게 될 것이다.오랜만에 무시무시한 연쇄살인마가 등장하는 소설을 읽었다.잔인하고 거칠지만 그 비극의 진실에 다가갈수록 범인을 동조하게 된다.포와 프레드쇼의 수사 과정은 스펙터클하고 앞으로 둘 사이의 관계의 진전을 기대하게 된다.이미 5편까지 시리즈가 출간되었다고 하니 부디 그들의 뒷이야기를 계속 읽을 수 있기를 바라본다.🎁위즈덤하우스 출판사 사전서평단에 선정되어 제공받은 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