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2월에 나온 “블랙 쇼맨과 이름 없는 마을의 살인”의 뒤를 이어 2년 반만에 시리즈의 후속작 “블랙 쇼맨과 환상의 여자”가 출간되었다.잔작은 500페이지가 넘는 장편이었는데 이 번에 출간된 이야기는 모두 3편의 단편이 수록된 단편집이다.두 작품 모두 “트랩핸드”라는 작은 바의 마스터인 가미오 다케시가 전직 마술사라는 독특한 설정과 대단한 눈썰미, 그리고 흔들리지 않는 말솜씨로 사건을 해결해 나간다.전작이 살인 사건이라는 복잡하고 큰 사건을 중심으로 한 장편인데 반해 후속작은 한 건의 살인도 일어나지않는 소소하게 보이는 사건들 등장한다.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모두 여성이 등장하는 이야기는 시의적절한 소재들을 담아 읽는 재미를 배가시킨다.가미오의 조카 ‘마요’가 등장하는 첫 번째 이야기 <맨션의 여자>는 넓은 평수의 맨션 리노베이션을 의뢰받은 마요는 고객이 편안하게 상담할 곳을 원하자 삼촌이 운영하는 “트랩핸드”로 안내한다.상담을 할수록 고객에게서 이상한 점을 발견되고 큰 비밀에 다가가게 된다.<위기의 여자>는 트랩 핸드에서 첫 만남을 가진 남녀의 사이에서 이상함을 감지한 가미오가 위험에처한 여자를 구하게 된다.<환상의 여자>는 하루아침에 사랑하는 남자를 잃은 여자의 상실감과 그녀를 돕기위해 나선 친구와 주위 사람들의 고군분투를 볼 수 있다.우리나라에서 인기가 많은 일본 작가 중 한 분이다보니 작가의 책이 신간이 아닌 도서가 신간인 척 재출간되곤 한다.“블랙 쇼맨과 환상의 여자”는 전 세계 최초로 공개되는 진짜 히가시노 게이고의 최신작이다.소설은 분량이 작은 게 제일 큰 아쉬움이다.작가의 단편집 대부분이 대 여섯편이 실리는 데 세편 뿐이라 읽다만 것처럼 섭섭하다.이야기가 재미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현대 사회의 문제점을 담아내고 있다는 데 있다.부모의 방임 속에 상처 받은 여성과 엄마의 지나친 간섭에 힘들어하는 여성, 그리고 약물 투여에 의한 데이트 폭력까지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해도 수긍할 만한 일들이다.그리고 서로 이해하지 못하는 결혼생활을 계속 유지하는 게 옳은가라는 질문을 던져주는 이야기는 유부녀인 나에게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한다.현실에서는 검은 셔츠에 검은 조끼를 입은 마스터 가미오만 존재하지 않을 뿐 코로나바이러스가 존재하고 악인도 존재한다.작가의 다음 이야기에서는 부디 코로나바이러스 없고 악인도 사라지고 아니 (악인이 사라지면 소설을 쓸 수가 없겠네.)악인은 그 죗값을 톡톡히 치르는 상쾌한 이야기를 기대해보겠다.다음 번에는 더 긴 이야기 기대하겠습니다.🎁 본 도서는 RHK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읽은 도서입니다.
독서 좀 한다는 독자라면 그의 작품을 읽지않았더라도 <버지니아 울프>라는 이름은 기억할 것이다.나는 그의 책을 읽으려고 여러 번 시도했고 번번히 실패했다.기한이 정해지면 읽을 수 있을까 해서 도서관에서 대출도 해 보고 시간 제약을 받지않고 찬찬히 읽으면 성공할까 싶어 구입도 해 봤지만 성공하지 못했다.그러다보니 울프는 꼭 한 번 읽어보고 싶은 데 끝까지 완독하지 못한 작가로 언젠가는 꼭 한 권이라도 읽고 싶었던 작가였다.“블루&그린”은 완성되지 않은 습작 포함 모두 18편의 단편이 실려있는 단편집으로 처음 완독한 작가의 작품으로 기록할 수 있게 됐다.역시 난해한 작품들이 다수 포함된 탓에 읽기가 수월하지는 않았지만 길지 않은 덕에 끝까지 완독할 수 있었다.아무래도 기존에 읽어오던 다른 작가의 단편처럼 줄거리를 이야기 할 수 있는 단편들이 잘 읽히고 기억에 남는다.영국 최초의 여성 대학을 묘사한 ‘밖에서 본 여자 대학”과 “본드 가의 댈러웨이 부인”은 그 시대를 살아간 여성들의 모습을 들여다 볼 수 있다.“프라임 양”은 짧은 글이지만 그 시대를 살아간 누구보다 강한 여성을 만나게 된다.결혼한 사람이라면 그것도 결혼 생활을 긴 시간 유지해 온 사람이라면 공감하며 읽을 수 있는 “라핀과 라피노바”는 시간의 흐름으로 변하는 사랑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보는 안목이 없고 물건의 의미를 찾지 못한다면 단지 쓰레기일 뿐이라고 말하는 “단단한 물체들”도 재미있다.📚울프는 의식의 흐름 기법으로 인간 내면을 섬세하고 흥미롭게 그려내는 데 성공해 제임스 조이스, 마르셀 프루스트,T.S. 엘리엇 등의 작가들과 더불어 모더니즘 문학의 최고봉으로 손꼽힌다. (손현주 교수의 작품 해설 중,p247~248)블루&그린을 읽기전 검색을 통해 울프에 대해 읽었고 유튜브 여러 편을 보며 그녀의 생과 작품 해설을 들었다.1882년 런던의 중상류층 가정에서 태어나 정규교육은 받지 못했지만 아버지 덕분에 저명한 문인들과 교류할 수 있었다.하지만 어머니의 죽음 후 정신질환을 앓게 되고 세계2차대전이 한창이던 1941년 든든한 자원군인 남편을 두고 우즈 강가로 나가 돌아오지 않는다.20세기를 대표하는 영문학의 거장, 모더니즘 문학에서 가장 중요한 작가, 페미니즘 작가 등 그녀 이름 앞에 붙는 여러 수식어들이다.분명 그의 소설은 읽기가 수월한 이야기는 아니다.만약 울프의 이야기에 도전해 보고 싶다면 “블루&그린” 뒤에 손현주 교수의 해설 <버지니아 울프:장면 만들기의 마술사>를 먼저 읽어보기를 권한다.물론 끝까지가 아니라 단편의 내용을 요약 부분 앞까지 읽고 단편집을 읽는다면 작가의 글 쓰기에 대해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이고 편안한 마음으로 소설에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더퀘스트 출판사에서 보내주신 도서로 솔직한 감상을 적었습니다.
한 번 본 것은 절대 잊지않는다는 “초인식자”는 전 세계 인구의 1%에 해당한다고 한다.초인식자 케이트는 경찰과 공조해 수많은 범인 검거에 도움을 주지만 큰 교통 사고로 모든 걸 잃고 만다.오랜 연인 제이크와의 결별 후 일어난 교통 사고로 더 이상 그림을 그릴 수 없게 되고 얼굴을 기억하는 능력 또한 사라진다.다행이라면 건강이 회복되면서 능력은 점점 되살아나고 곁에는 케이트를 누구보다 사랑하고 아끼는 남자 친구 롭이 함께 한다는 것이다.지나치리만큼 견고한 방범 시설을 갖춘 롭에 시골 집에 머물고 있던 케이트는 주말을 맞아 찾아온 롭이 갑자기 전혀 다른 사람처럼 낯설고 두렵게 느껴진다.회사에 급한 일이 생겨 롭은 런던으로 떠나고 케이트는 수영를 하다 물에 빠져 죽을 고비를 넘긴다.공포에 떨던 케이트는 가장 친한 친구 벡스를 불러 함께 지내게 되고 케이트를 걱정하며 찾아온 이웃주민은 마을에서 롭의 차량을 봤다는 이야기를 하고 롭과 통화 중 집 주위를 지나가는 제트기 소리가 수화기에서도 들리자 큰 혼란에 휩싸이게 된다.600페이지가 넘는 소설은 사건이 일어나고 해결되는 일주일간의 숨막히는 시간과 모든 사건이 마무리된 한 달 후의 이야기다.초인식자 케이트와 헤어진 남자 친구 제이크, 그리고 케이트가 참여했던 초인식자팀의 책임자였던 경찰 사일러스가 주인공이 되어 각 장의 이야기를 이끌어간다.“도플갱어”가 찾아와 자신의 모든 것을 뺏어갈지도 모른다는 공포를 갖고 있는 남자 친구의 이야기를 들은 후 남자 친구가 다른 사람처럼 보이자 케이트는 롭의 도플갱어가 찾아와 롭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 않나하는 공포에 시달린다.하지만 친구는 정신 질환의 일종으로 가까운 사람, 배우자나 친구가 사기꾼이나 도플갱어로 대체됐다고 믿는 카그라스증후군이라 의심하며 케이트의 말을 믿지 않는다.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젊고 부유하며 모든 일에 열정적이고 물심양면으로 지지하고 자신의 안전보다는 연인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여기고 건강을 회복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온 마음을 다해 사랑하던 남자가 한 순간 타인으로 느껴지는 공포는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다.주위 사람들은 네가 너무 예민해지고 아직 건강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아서라고 가볍게 여기는 데 정작 본인은 연인이 곁에 오는 순간 공포에 떨게 된다.주인공의 예민함과 건강하지 못함으로 치부되던 공포의 실체를 만나게 되는 순간 독자들은 주인공이 느끼는 공포를 함께 느끼게 된다.과학의 발전과 한 사람의 광기가 어떤 결과를 초래할 지 소설은 현실에서는 만나기 어렵지만 실제 존재하는 초인식자, 도플갱어,카그라스증후군을 이야기의 소재로 삼아 몰입감을 배가 시킨다.평탄하지못한 가정사를 갖고 있는 형사와 연인을 배신한 남자, 다혈질의 여자 등 주위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등장인물들의 사연과 쉽게 접하기 어려운 소재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지만 작가의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힘이 남달라 현실감있게 다가온다.인간의 악함과 공포가 책을 읽는 내내 모두를 의심하게 하지만 결국 우리를 살리는 것은 우정과 사랑이라는 진부함을 얻고 또 동의하며 책을 덮게 된다.🎁소미미디어 소미랑2기 활동 중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프리다 칼로의 그림은 편안한 마음으로 감상하기가 쉽지않다.멕시코 최고의 아티스트로 추앙받고 있지만 사고로 인해 겪은 육제적인 고통과 남편 디에고 리베라와의 평탄하지 않은 결혼 생활을 알고 있기에 더더욱 그렇다.👩🎨”예술가들이 태어나서 성장한 집,그들이 방문했거나 여행한 도시는 모두 ‘아틀리에’였다. 그들이 머물렀던 곳, 그리고 그 곳에서 탄생한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작가의 아틀리에 시리즈 설명 글) 작가의 아틀리에 시리즈 다섯 번째 ‘프리다 칼로’의 이야기 역시 그녀가 태어났고 많은 시간을 보냈고 현재는 박물관이 된 코요아칸의 푸른집으로 부터 시작한다.저서는 그녀의 탄생부터 학창시절, 큰 교통 사고, 디에고와의 결혼 생활과 그녀가 방문했던 도시와 그 곳에서 만났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시간 순으로 진행된다.<나의 조부모, 나의 부모, 그리고 나>, <뿌리>,<유모와 나>는 독일인 아버지와 멕시코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원주민 유모의 젖을 먹고 자란 그녀의 정체성을 근거를 엿볼 수 있는 그림들이다.의사를 꿈 꿨던 그녀는 큰 사고로 여러 번의 수술과 장애를 안고 살아가게 되면서 자신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표현해 참혹함과 섬뜩함을 느끼게 하기도 한다.프리다와의 결혼이 세 번째 결혼이었던 디에고는 결혼 후에도 여전히 정착하지 못하고 여러 여성과 관계를 맺고 프리다 역시 다른 연인들을 만난다.프리다와 디에고의 이혼과 재결합은 보통 사람들의 눈으로 이해하기는 어렵지만 남녀사이가 아닌 서로 이해하고 존경하는 두 예술가의 결합이라는 점에서는 이해가 되기도 한다.이미 봤던 그림들과 새롭게 보게 된 그림들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그녀와 관계된 인물들의 이야기와 사진들은 그 시절을 이해할 수 있게 한다.육체적 고통 속에서 수 없이 많은 불륜을 저지르는 남편을 참아낸 순종적인 여자가 아니라 적극적이고 활동적인 그녀의 모습을 알게 돼 기쁘다.먼 길을 돌아 마침내 푸른 집으로 돌아와 자신의 침대 위에서 숨은 거둔 그녀가 부디 평안하기를 바란다.그녀의 일기장 마지막에 적힌 “이 여행이 즐겁기를-그리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게 되기를.”이란 문구가 처음엔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은 그녀의 바람처럼 읽히다 어느 순간 후회없이 열심히 최선을 다한 이가 남길 수 있는 말이라는 생각에 숙연해 진다.🎁도서는 서평이벤트에 당첨되어 출판사에서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