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습기 다이어트 위픽
김청귤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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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지만 강한 이야기의 힘을 보여주는 위픽 시리즈의 1월 신간 <제습기 다이어트>다.
수능까지 치룬 고3 선아는 어느 날 제습기를 틀어두고 잠든 사이 미라로 변한다.
모델을 닮은 날씬한 몸매에 창백한 피부, 늘 다이어트를 강요받던 선아는 뼈와 살만 남은 미라 상태가 된다.

그리고 미라가 된 후 겪게 되는 주변 사람들이 선아를 대하는 변화는 놀랍다.
엄마는 백화점 쇼핑에 선아를 자랑스럽게 데려가고 명절에도 선아를 앞세워 큰엄마의 기를 죽인다.
선아는 먹지도 마시지도 못하고 살아있어도 살아 있다고 할 수 없는 상태의 몰골이지만 어느 누구 하나 걱정하지 않는다.

대학 입학 후에도 주위 사람들은 호기심과 부러움으로 선아를 대할 뿐 진심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선아의 상태는 점점 미라화돼가고 학교마저 가지 않게 되지만 엄마조차도 선아의 상태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나 역시 날씬했던 몸매를 아들 둘과 세월에 바꾼터라 시시때때로 다이어트를 생각하며 살고 있다.
특히나 오랜만에 만난 지인이 몸매 지적이라도 하는 날이면 기분이 상해 하루 종일 우울하기도 하다.
병원에서도 특별한 진단을 내리지 않았는데도 사회는 건강한 몸이 아닌 마른 몸을 강요하고 있다.

타인의 평가를 생각하지 말라는 말을 가슴에 새기며 살다가도 누군가의 눈으로 내 몸을 불편하게 본다.
내 몸의 주인은 나, 건강을 위한 다이어트는 필요하지만 과한 다이어트로 미라가 되는 것보다는 이렇게 사는 게 낫단 생각하면서도 제습기 다이어트를 꿈꾸는 것까지는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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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코니에 선 남자 마르틴 베크 시리즈 3
마이 셰발.페르 발뢰 지음, 김명남 옮김 / 엘릭시르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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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소설인 ‘마르틴 베크’ 시리즈의 세 번째 이야기다.
첫 번째인 <로재나>는 미국인 여행객 ‘로재나’ 살해의 범인을 찾는 과정을 그렸고 두 번째 <연기처럼 사라진 남자>는 헝가리에서 실종된 스웨덴 기자를 찾는 이야기다.

마이 셰발과 페르 발뢰가 공동 집필한 마르틴 베크 시리즈는 형사인 마르틴 베크를 중심으로 동료 형사들이 함께 범인을 잡는 이야기다.
여전히 주인공인 마르틴은 순탄치 못한 부부 생활을 유지하고 있고 경찰 생활은 누구보다 열심히 하고 있다.

스톡홀롬의 평화로운 공원에서 어느 날부터인가 노상 강도가 극성을 부린다.
곳곳에 경찰 인력을 배치하고 경비를 강화해도 강도는 경찰의 동선을 알고 있는 듯 경찰을 따돌리고노약자를 상대로 금품을 갈취하고 폭행하는 사건이 연이어 발생한다.

거기다 공원에서 혼자 놀던 어린 여자 아이가 실종되고, 그 뒤 시신으로 발견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경찰은 사건에 많은 인력을 동원해 총력을 기울이지만 경찰을 비웃듯 또 다른 여자 아이가 실종되고 손쓸 새도 없이 아이는 사체로 발견된다.

경찰은 두 살인사건을 동일범의 소행으로 결론 짓고 목격자를 찾기 위한 수사를 시작한다.
한 편 애인의 변심에 화가 나서 한 신고로 노상 강도는 잡히고 강도가 여아 살인 사건의 목격자임이 밝혀져 사건 해결에 기미가 보이기 시작한다.

1960년을 배경인 소설이지만 소설 속 벌어지는 사건은 현재도 여전히 일어나는 일이기에 더 몰입하며 읽었다.
자신보다 약한 상대를 골라 강도 사건을 벌이고 어린 아이를 상대로 성범죄를 일으키는 악마의 모습을 보며 범인에 대한 악의와 희생자에 대한 연민으로 읽는 내내 괴로웠다.

소설 속 형사들은 여타의 경찰 소설이나 탐정 소설에 나온 주인공들과 다르게 특출난 추리력이나 체력으로 범인을 제압하는 형사가 아닌 지극히 평범한 형사들이다.
실수도 하고 잘못된 판단으로 범인이 아닌 사람을 붙잡고 시간을 끌다 진범을 엉뚱한 팀이 잡기도 한다.

경찰이 범죄가 일어나기 전이지만 만약 노부인의 신고를 묵살하지 않았다면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화가 치민다.
하지만 사건이 일어난 후 범인에 대한 단서를 잡기 위해 경찰이 어린 아이들을 찾아갔을 때 부모의 반응과 경찰의 신문 방법은 대단히 놀라웠다.

대부분의 우리나라 부모였다면 자신의 아이가 사건에 대해 다시 기억하는 걸 극구 사양했을텐데 3살 아이에게 질문하는 것까지 허용하며 범인을 잡는 데 도움을 주는 모습은 한편으로 부러웠다.
특히 경찰은 사건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사건 전에 아이들이 목격했던 걸 조심스럽게 질문하는 점이 인상적이다.
현재는 미성년자를 상대로한 목격자 질문이나 사건에 대한 질문에 대한 규정이 있겠지만 60년대라는 시대를 감안하더라도 눈에 띄는 장면이다.

매번 범죄 소설을 읽고 난 후 범인이 밝혀진 순간 드는 생각은 비슷한 것 같다.
범인을 옹호할 생각은 추호도 없지만 사회보장이 조금만 더 현실적이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것이다.
하긴 아무리 국가가 나서서 보호한다고 해도 그럴 xx들은 그러는 게 현실이니 마음이 더 아프지만 말이다.


<마르틴 베크 시리즈 정주행 이벤트에 당첨되어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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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어 있는 집 비룡소의 그림동화 328
마틴 워델 지음, 안젤라 배럿 그림, 이상희 옮김 / 비룡소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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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쓴 마틴 워델 작가는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을 수상한 작가로 영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어린이책 작가 중 한 명이라고 합니다.
쓸쓸해 보이는 나무 인형이 그려진 표지를 열면 면지 가득 영국의 찻잔에서 많이 본 문향의 그림이 가득 그려져 있네요.

오솔길 아래 작은 집에 사는 브루노 할아버지는 너무 쓸쓸해 친구 삼을 나무 인형을 만들었습니다.
메이지, 랠프, 위너커라고 이름도 지어주고 인형을 창턱에 올려두고 마당에서 채소를 가꾸며 인형에게 말을 건네기도 했지요.

어느 날 브루노 할아버지는 집을 떠나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고 제멋대로 자란 풀은 오솔길을 뒤덮고 사람이 살지 않은 집은 낡아가고 풀과 나무들이 잠식해 갔습니다.
그리고 세 인형은 온몸이 먼지투성이가 되고 브루노 할아버지의 작은 집은 푸른 덤불 속으로 숨은 집이 됩니다.

숨은 집의 시간은 느리게 느리게 흐르고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집은 점점 잊혀지고 사라져갑니다.
안젤라 배럿 작가의 그림은 이야기만큼이나 세월의 흔적을 닮아 있습니다.
브루노 할아버지의 단조로운 삶을 닮은 연한 빛의 그림은 할아버지가 떠나고 난 후에는 그 빛마저 사라진 어둡고 쓸쓸한 빛으로 가득합니다.

그리고 젊은 부부와 아이가 집을 찾아오자 색과 빛은 놀라울 정도로 따듯하고 환해집니다.
그림만 보고 있어도 창턱에 앉아 있는 인형의 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함께 살아갈 완벽한 가족이 생겨 인형들이 얼마나 행복해하는 지 인형의 표정만으로도 고스란히 느껴집니다.

오래전 다른 출판사에서 출간된 그림책을 봤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잊고 있었는데 이번에 새로 발간되어 다시 읽어봅니다.
오랫동안 덤불 속에 숨어 있던 집을 찾아낸 가족처럼 잊고 읽던 그림책을 다시 보며 따듯한 마음과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비룡소 출판사의 서평 이벤트에 당첨되어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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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FF 스위치를 끄다 정원 그림책
사비에르 살로모 지음 / 봄의정원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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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 한포기 나무 한 그루 없는 황량한 길을 낡은 옷을 입은 아이가 엘크를 타고 흙먼지를 일으키며 걸오는 강렬한 표지의 <OFF 스위치를 끄다>는 글자가 없는 그림책입니다.
어디서 왔는지도 모르는 아이와 엘크는 길도 없고 살아있는 것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곳을 걸어 갑니다.

아이는 검은 하늘과 똑같은 연기를 뿜어내는 커다란 굴뚝 앞에 다다라 빨간 문을 열고 들어갑니다.
그 곳에는 복잡한 기계만이 가득할 뿐 아무도 보이지않습니다.
아이는 곧장 빨간 스위치 앞으로 다가가 스위치를 내립니다.
그리고 아무도 없는 그 곳에서 엘크와 잠이 듭니다.

아이가 잠든 사이 어디서 시작된지 모를 나무 덩쿨이 자라기 시작하고 깊은 잠에서 깨어났을 때는 온통 초록빛 나무들이 가득했습니다.
아이는 다시 엘크를 타고 새로 생긴 숲을 지나 또 다른 굴뚝을 찾아 떠납니다.

글자 없는 그림책이니 검은 연기를 뿜는 그 곳을 원자력 발전소로 볼 수도 있고 화석연료를 태우는 발전소로 볼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쉴새 없이 가동되는 공장 굴뚝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어떤 이름을 붙여도 그 곳이 자연을 파괴하고 지구의 온도를 높이는 역할을 하는 그런 곳일 겁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탈원전을 목표로 했다 대통령이 바뀌면서 정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수출로 먹고 사는 우리나라에서 RE100을 모르면 또 어떤가라고 말하는 정치인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원자력은 싼 에너지 공급원처럼 보이지만 그만큼 많은 위험과 문제를 안고 있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당장의 이익을 위해 위험을 감수하고 있지요.

글자 없는 그림책이지만 휙휙 넘길 수가 없었습니다.
그림 속 아이가 우리 아이들의 미래가 되지않게 하기 위해서 우리가 어떤 준비를 해야하고 어떤 일들을 실천해야 하는 지 오래 오래 생각하게 됩니다.
하늘 끝까지 닿은 굴뚝에서 뿜어져 나오는 연기가 그림책 속 허구가 아닌 현실의 이야기라 더 무섭고 두렵습니다.
부디 우리 아이들이 스위치를 내리기 위해 먼 길을 헤메지 않기만을 바라며 그 것은 우리의 노력 여하에 따른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겠습니다.


<채성모의 손의 잡히는 독서에서 진행한 서평 이벤트에 당첨되어 봄의 정원 출판사에서 제공 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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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똥 민들레 그림책 1
권정생 글, 정승각 그림 / 길벗어린이 / 199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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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정생 선생님이 글을 쓰고 정승각 선생님이 그림을 그린 강아지똥은 1996년 출간된 뒤로 꾸준히 사랑 받아온 스터디셀러 그림책입니다.
강아지똥은 그림책뿐만 아니라 애니메이션과 뮤지컬로 제작돼 사랑받았습니다.
저희 집에도 2004년 가족 여행에서 돌아오는 길에 들른 마트 서적 코너에서 작은 아이가 고른 강아지똥이 있는데 오랜 기간 잠자리책으로 읽어줬던 기억이 있습니다.

돌이네 흰둥이가 골몰길 담 밑 구석에 눈 강아지똥은 누구에게도 환영받지 못하는 하찮은 존재입니다.
날아가던 참새도 더럽다고 하고 어미닭도 아무것도 없는 찌꺼기뿐이라고 하며 그냥 가버립니다.
추운 겨울이 지나고 보슬보슬 봄비가 내리던 날 파란 민들레 싹을 만난 강아지똥은 자신의 쓸모를 알게 됩니다.
그것은 노란 민들레 꽃을 피우기 위해 꼭 필요한 거름이 되는 일이었어요.

그림책은 세상에 아무리 하찮고 보잘 것 없는 존재도 꼭 필요로 하는 곳이 있다는 걸 알려줍니다.
그리고 필요한 존재가 되기 위해서는 자신을 희생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만약 강아지똥이 자신을 더러운 개똥이라고 절망하고 마음의 문을 닫아 걸었다면 어떤 변화도 없이 그저 개똥으로 사라져버렸을 겁니다.
하지만 강아지똥은 자신이 사라져버릴지도 모르는 순간 용기를 내 민들레를 껴안았기에 민들레 꽃을 피울 수 있었고 민들레와 함께 할 수 있었습니다.

오랜만에 읽은 그림책은 여전히 큰 울림으로 다가옵니다.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선하게 살다가신 권정생 선생님이 삶과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았지만 자신을 녹여 민들레 꽃을 피운 강아지똥의 이야기가 서로 닮아 더 마음이 따듯해집니다.

<길벗어린이 서포터즈 벗뜨리1기 활동 중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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