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여기에 없었다
안드레아 바츠 지음, 이나경 옮김 / 모모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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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을 함께 하지는 않았지만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친구 에밀리와 크리스틴은 칠레 여행 중 예기치 않은 일로 살인을 저지르고 만다.
크리스틴이 함께 시간을 보낸 남자가 폭력을 행사하려고 하자 자신을 방어하다 우발적으로 사건은 일어나고 목격자가 없다고 판단한 둘은 시체를 암매장하고 각자 자신들의 직장이 있는 호주와 미국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에밀리는 작년 캄보디아 여행에서 벌어진 또 다른 살인을 떠올리며 괴로워하다 크리스틴 역시 힘들어 할거라 생각하며 연락하지만 크리스틴은 별 반응 없이 사건의 언급을 피하려고 한다.
이제 막 애런과 교제 시작한 에밀리는 연거푸 일어난 사건에 힘들어하며 정신과 상담까지 받게 된다.
그러던 중 크리스틴은 호주에서 갑자기 귀국하게 되고 에밀리의 일상에 더 깊숙하게 관여하게 된다.

집하고 멀리 떨어진 여행지에서 누구보다 즐겁고 자유롭게 여행을 즐기던 두 여성은 두 건의 살인 사건을 저지르지만 첫번째 캄보디아의 살인은 누구의 의심도 사지않고 넘어간다.
하지만 두번째 저지른 살인 사건은 시체가 발견되고 희생자 부모의 끈질긴 노력으로 점점 수사 범위가 좁혀오기 시작하자 끈끈한 우정의 두 여성도 서로를 의심하게되고 믿지 못하게 된다.

소설은 에밀리의 입장에서 서술되고 있다.
언제나 나(에밀리)보다 적극적이고 야무진 크리스틴은 학창시절 시원찮은 남자 친구들과의 안전이별을 도왔고 사건이 일어난 후엔 약해진 멘탈을 다잡을 수 있게 지켜준다.
하지만 두번 째 사건이 일어난 후에는 정신과 상담은 물론 새로운 남자 친구가 생기면서 크리스틴의
무덤덤함을 의심하기 시작하고 그녀의 과거를 캐기 시작한다.

소설을 읽는내내 에밀리의 의심에 동조하게 된다.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함께 의심하게 되고 크리스틴에게 끌려가는 듯한 에밀리의 행동이 답답하게 보이기도 한다.
그리고 크리스틴의 과거와 마주하게 되면서 과연 무엇이 진실인지 종잡을 수 없게 된다.
크리스틴이 에밀리를 조정하려 한 것인지 진짜 친구를 걱정해서 한 행동이었는지 확신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진짜 크리스틴은 어린 시절부터 친분을 이용해 다른 사람을 조정한 것일까?
혹시 에밀리의 입장에서 모든 이야기를 이해하고 있는 건 아닐까?
여행지에서 첫번째 살인도 에밀리가 스스로를 변호하는 입장에서 하는 이야기를 그대로 믿고 진정으로 친구를 걱정했던 크리스틴의 진심을 의심한 것은 아니였는지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진짜 에밀리를 조정하려했다면 크리스틴은 과연 호주로 떠나는게 가능했을까 싶기도 하다.

에밀리의 전남자 친구들은 기억보다 더 형편없는 인간들이었고 점점 수사망이 좁혀오자 공범인 에밀리의 행동에 불안을 느낀 크리스틴이 여행지까지 따라온 것은 아닌지 더 이상 진실을 말할 수 없는 크리스틴의 입장에서 자꾸만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 문장을 다시 읽으며 에밀리의 여행이 아름답게 끝나지 않을 것 같아 모골이 송연해진다.
넷플릭스 영화화가 확정이라니 혹시 진짜 악인을 에밀리로 그리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오드림서포터즈로 출판사에게 제공받은 책입니다.
즐겁게 읽고 느낌은 소심껏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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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엔 마진이 얼마나 남을까 - 작가정신 35주년 기념 에세이
김사과 외 지음 / 작가정신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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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 언제부터 인지 기억할 수는 없지만 누가 취미가 뭐냐고 물으면 언제나 독서라고 했다.
본디 동적인 것보다는 정적인 걸 좋아했고 밖에 나가는 것보다 집이 제일 편안한 장소다 보니 시간이 날때 집안에서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게 독서다.
어려서 부터 할머니가 해주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듣고 자란 탓인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장르는 소설이다.

인터넷 서점의 서재가 생기고 다른 사람의 리뷰를 보며 나의 독서가 과연 옳은 가 오랫동안 고민했던 적이 있었다.
다양한 책을 읽으며 지식을 쌓아가는 사람들을 보며 주야장천 소설만 읽는 책 읽기를 계속해가도 되나 싶어서 였다.
그러다 기회가 돼 인문학 수업을 들으며 독서를 하는 이유에 대한 글을 쓸 기회가 있었다.
그 글을 쓰며 과연 내가 책을 읽는 이유가 뭔가 깊게 생각해 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나는 대단한 지식을 얻기위해서도 아니고 재테크를 잘 하기 위해서도 아니고 나의 생활습관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키고 싶어서 하는 독서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나의 독서는 오직 즐거움,재미를 위한 오락임을 깨닫고 소설만 편독하는 나를 인정하기로 마음 먹으면서 책 읽기가 휠씬 행복해졌다.

연배도 다 다르고 등단 시기도 다 다른 23인의 소설가가 작가정신 35주년을 기념에 소설에 관한 에세이를 선보였다.
어떻게 글을 쓰기 시작했고 어떤 방식으로 창작을 하고 어떤 마음으로 소설을 완성할 지 늘 궁금했던 독자의 궁금증을 조금은 해소해 준다.
우리나라 작가들은 대부분 등단이라는 큰 관문을 지나 소설가라는 타이틀을 가질 수 있는 구조다.
등단했다고 해서 모두 책을 출간하는 것도 아니고 혹여 소설을 계속 쓰고 있어도 그 것만으로 생계를 유지할 수 없어 많은 작가들이 다른 일을 겸업하고 있다고 알고 있다.

15년이 지나서야 매일 여섯 시간의 고정적인 작업 시간을 확보했다는 김이설 작가님의 이야기와 첫 책이 출간된 것을 축하하며 정지돈 작가가 아버지와 나눈 이야기는 그들이 어떤 노력을 했고 어떤 대우를 받았는지 감히 짐작하게 한다.

📚아버지는 나의 첫 책이 출간된 걸 축하하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그래, 고생했다.그럼 이제 일을 해야지.”
“아빠, 이게 제가 한 일의 결과잖아요.”
“그치.근데 내 말은 직업을 구하라는 거야.”
“소설가가 제 직업이잖아요.”
“그치.근데 내 말은 진짜 직업을 구하라고.” (P138)

임현 작가님의 “결국 소설이 써지지 않을 때 할 수 있는 일이란 소설을 쓰는 것 외엔 아무것도 없다.”(p99)는 글을 읽으며 창작의 고통이 얼마나 큰지 그대로 전해졌다.

📚작가가 되는 일과 작가로 사는 일에는 선명한 틈이 있고 그 지점을 잘 들여다보지 않으면 안 된다고 나는 생각한다.작가로 살아가는 데 없어서도 안 되고 잃어버려서도 안 되는 게 한 가지 있다. 어떤 일이 있어도 문학을 좋아할 것. 무엇이 와도 그 마음을 훼손당하지 말 것.(p150)조경란 작가

81년에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김수철 소설가의 글을 읽으며 40년 넘게 소설을 써 온 작가 역시 글을 쓰기 위해 얼마나 고뇌하는 지 글을 읽는 내내 그대로 전해져 울컥했다.

나의 책 읽기의 9할은 소설이다.
책을 받으면 제목을 시작으로 띠지,책날개,뒷면 등 글자는 한 자도 빼놓지 않고 읽으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될 수 있으면 완독하려고 노력한다.
소설가를 흔히 무에서 유를 창조해 내는 분들이라고 하는 데 그렇게 노력하는 작가들의 수고를 생각한다면 어찌 허투루 읽을 수 있겠는가?
2만원이 못 되는 돈만 지불하면(요즘은 도서관도서와 서평도서가 대부분을 차지해 죄송스럽기도 하지만) 어디든 데려가는 소설 읽기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고 우리나라 작가의 책을 더 많이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책을 덮었다.


🎁작가정신에서 서평이벤트에 당첨되어 읽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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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한 괴담하우스
사와무라 이치 지음, 남소현 옮김 / 북플라자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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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기담이 들어있다는 이유로 빌려온 책이다.
읽으려고 보니 작가가 “사와무라 이치”다.
작가의 다른 이야기 <보기왕이 온다>,<즈우노메 인형>을 재미있게 읽은 터라 살짝 기대감도 올라왔다.

소설은 모두 7편의 단편소설로 이루어졌다.
소설에서는 여러 이름으로 불리지만 억울한 사람의 소원을 들어주고 가해자에게 빠져나갈 수 없는 공포를 배달하는 “공포술사’가 등장한다.
특히 일곱 번째 이야기 공포술사는 취재기에 해당돼 이야기의 신빙성과 완성도를 높여 준다.

📚누군가를 무섭게 만들어 주세요.
두려움에 덜덜 덜게 해 주세요.
공포와 전율로 숨통을 끊어 놓아 주세요.(p185)

형의 복수를 위해 나선 동생, 딸과 단 둘이 살며 사이비 종교에 빠진 엄마, 그리고 친구들의 따돌림으로 죽은 아들,괴담 하우스의 무시무시한 괴담 자리, 꿈을 이루지 못한 남자의 파멸,그리고 자신이 어떤 잘못을 저지른지조차 모르고 자신을 잃어버린 남자까지 잘못을 저지를 사람들은 모두 공포에 떨다 파멸하고 만다.

소설을 읽다보면 “인간이 제일 무섭다”는 말이 새삼 진리처럼 느껴진다.
그래도 공포술사의 공포가 먹히는 인간은 양심이라는 게 있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 우리 인생에서 만나는 인간 중에는 양심자체가 없는 악인이 실재하니 그들이 그 어떤 공포술사보다 더 무서운 존재가 아닌가 싶다.

그냥 벼룩시장에서 막 집어온 물건이 알고 보니 값비싼 보물이어서 깜짝 놀랐다는 이야기처럼 작가도 내용도 모르고 집어온 책이 단순한 공포물이 아니었다.
인간의 내면 깊숙이 숨겨진 일말의 양심을 건드리는 트리거가 작동해 스스로 몰락하는 인간의 이야기를 읽으며 나도 모르게 혹시 지었을지도 모른 나의 죄를 돌아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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쇳밥일지 - 청년공, 펜을 들다
천현우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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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주위 사람 모두가 정규직에 고임금을 받는 건 아니겠지만 특별한 사이가 아니고서는 자신의 근무조건을 이야기하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노동 관련 이야기는 뉴스에서 듣는 게 대부분이다.
오늘 아침 뉴스에도 서울 지하철 파업과 화물 연대 파업 뉴스가 있지만 시민의 불편을 중심으로 이야기하지 왜 파업을 할 수 밖에 없는 지 노동자의 입장을 대변하는 뉴스는 찾아보기가 어렵다.

1990년 생 천현우 , 청년공의 목소리는 뉴스에서는 듣기 어려운 노동자의 현장 이야기를 직접 들을 수 있다.
친부모에게 모두 외면 당하고 피한방울 섞이지 않는 양어머니와 어렵게 살며 일찍 돈이 벌고 싶어 공고를 다니고 전문대에 들어가고 많은 공장을 옮겨 다니지만 열약한 환경의 비정규직에 최저임금을 받으며 희망없이 살아간다.
거기다 양어머니의 빚까지 갚아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리게 된다.
그러다 우연히 용접을 접하게 되고 자격증을 따게 되지만 그의 근무조건은 별반 달라지지 않는다.

글을 읽는 내내 나는 너무나 노동 현장을 모르고 있었다는 생각을 했다.
왜 더 열심히 살지 않느냐고 감히 청년들에게 말할 수 있을까?
한달 내내 목숨을 걸고 일하지만 최저임금에 가까운 금액과 언제 짤릴 줄 모르는 비정규직, 거기다 동일 노동이지만 대우와 임금이 다른 하청노동자들의 삶은 그들을 헤아리지 못했던 나를 부끄럽게 했다.
흙수저로 때어나 200만원 남짓의 월급으로 집 사고 차 사고 결혼하고 자식 낳고 사는 것은 꿈도 못 꿀 일이다.

한정된 밥그릇 수를 어떻게 하냐고 잘난 놈이 차지하는 건 당연한게 아니냐고 한다면 그들에게 다시 물어보고 싶다.
어떤 사람은 부모 잘 만나 자기가 평생 다 먹지도 못할 밥그릇을 앞에 두고 있지 않느냐고 줄 세우는 사회에서 누군가는 맨 앞에 또 누군가는 맨 뒤에 서는 건 당연하지만 맨 앞과 뒤가 하늘과 땅 차이일 까닭은 없지 않느냐고 묻고 싶다.
우선 굶고 있는 이웃의 밥 그릇을 하나 만들어 주는 게 정치고 우리 인간이 당연히 해야 하는 일 아니냐고 말하고 싶다.

천현우 청년공은 우연히 찾아온 행운(계속 글을 써왔지만 그에게 찾아온 것이 일상적인 게 아니다보니 죄송스럽지만 행운이라 해 두겠다.)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낼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어떤 형태로든 노동하지 않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마는 우리는 목소리를 내는 노동자를 보며 과격하다거나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것은 우리의 일이고 우리 자식들의 일이라는 것을 모두가 기억한다면 내 밥 그릇의 밥을 조금은 덜어주는 사회가 되지 않을까 싶다.
오늘 날씨가 갑자기 추워졌다.
모든 노동자들이 이 추위를 지나 행복한 봄을 맞이할 수 있기를 감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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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름다운 할머니
심윤경 지음 / 사계절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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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름다운 할머니 고야실.
1901년에 태어나 1988년 9월 춥지도 덥지도 않은 날 그렇게 눈을 감으셨다.
감히 이 세상에서 나를 가장 아끼고 사랑하셨던 분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분이다.

내가 기억하는 우리 할머니는 세상에서 가장 착하고 다정한 분이셨다.
엄마보다 더 좋았던 할머니는 소리를 높인 적도 나쁘고 거친 말을 한 적이 한 번도 없으셨다.
나는 작가의 할머니 이야기에서 우리 할머니를 기억하고 싶어 이 책을 골랐다.

에세이는 내 예상을 빗나간 내용이었지만 할머니를 추억하기에는 충분했다.
작가는 할머니가 자신에게 넘치도록 베푼 사랑을 자신의 아이 꿀짱아를 기르며 힘들때마다 기억해내고 큰 힘을 얻으며 육아의 어려움을 헤쳐나간다.

📚꿀짱아에게 함께 사는 할머니가 없다는 것, 그것이 의미하는 거대한 빈 구멍을 내가 인식하는 날이었다. 아이들에게는 무턱대고 믿어주고 기특하게 여겨주는 누군가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예전에는 그런 존재들이 함께 살았는데 이제는 함께 살지 않는다. 내 딸에게 꼭 필요한 어떤 것이 없다면, 내가 그 존재가 되어야 한다. 나는 꿀짱아의 엄마지만, 절반은 할머니가 되어야 함을 깨달았다.(p162)

이 에세이는 할머니를 기억하고 싶은 분들은 물론 지금 아이를 키우고 있는 분들에게 권하고 싶다.
어떤 육아서를 읽을 때보다 명확한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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