랑과 나의 사막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43
천선란 지음 / 현대문학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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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지 않은 소설을 읽고 “그리움”에 대해 오래 생각한다.

49세기 지구는 전쟁으로 모든 것을 잃게 되고 바다와 사막만 존재하는 행성이 된다.
그곳 사막에 사는 랑과 로봇 고고는 서로에게 모두고 전부다.

기능이 정지된 고고를 다시 깨운 랑의 죽음 뒤 고고는 존재의 목적마저 사라져 버리지만 랑이 가고 싶어 했던 ‘과거로 가는 땅’을 찾아 길을 떠난다.
마음이 없을 것 같은 로봇 고고는 매 시간 랑을 그리워하며 그에 대한 기억을 재생한다.

고고를 따라 가는 길은 모래에 푹푹 빠지고 폭풍이 몰아치지만 마음만은 따스해진다.
분명 편하고 안전한 선택을 할 수 있었지만 위험을 무릅쓰고 랑이 존재하는 곳으로 가고 싶어하는 것이야 말로 진심으로 사랑하는 마음임은 애써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천선란 작가의 소설은 분명 디스토피아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마음 한 구석에 촛불처럼 희망 하나, 따스한 마음 하나를 가질 수 있어 책을 덮고 나서도 그 여운이 오래 남는다.
인간이면서 인간의 마음을 잊고 사는 사람들에게 이 소설을 꼭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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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기억 지우개 - 지워지지 않을 오늘의 행복을 당신에게
이정현 지음 / 떠오름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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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오랜만에 남편이랑 작은아들과 함께 밖에서 점심을 먹었습니다.
시험 기간이라 아들이 카페로 공부하러 간다기에 각자 제 갈길로 갔습니다.
저는 다음 일정까지 시간이 어중간해 도서관에 들러 시간을 보낼 생각이었는데 휴무일이라는 팻말이 기다리고 있더군요.
이럴 줄 알았으면 커피라도 한 잔하고 헤어질 것 했습니다.

아들이 보내준 쿠폰으로 산 커피 한 잔을 앞에 두고 혹시나 몰라 가방에 넣어두었던 책을 꺼내읽었습니다.
젊은 작가의 글은 아직 맛이 덜찬 과일처럼 시큼하기도 하고 떫기도 합니다.
그리고 솔직하기도 합니다.
사계절을 지내며 쓴 작가의 이야기는 사랑을 주로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 안에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가득합니다.

작가는 애써서 찾지 않으면 보이지도 않는 전단지 스티커를 보면서 자신을 필요로 해 찾는 누군가를 이야기합니다.
모든 것을 허투루 보지않고 그냥 지나치지 않는 눈을 가진 작가는 홀로 세워진 자전거에서도 계절을 잊고 피어난 장미 한 송이에서도 누군가를 떠올리고 인생을 생각합니다.
글을 읽으며 고개를 들어 카페밖 풍경을 봅니다.
도심 속에 있는 카페라 별 볼 것 없는 풍경이지만 겨울의 어디쯤에 와 있는 나무와 사람들의 발걸음이 예사로 보이지 않았습니다.

카페를 나오며 눈길을 낮추며 계절을 잊은 꽃 몇 송이를 찾았습니다.
삭막하게 보이던 세상이 조금은 색을 품고 있는 것 같아 쪼그리고 앉아 사진을 찍었습니다.
문득 내 인생에서 스쳐 지나갔던 인연이 그리워지기도 했습니다.
먼저 마음을 쓰는 게 손해라고 생각했던 시절을 지나니 온 마음을 다해 베푸는 좋은 사람이고 싶어집니다.
작가는 나보다 훨씬 어린 나인데 살아가는 방법을 알아가기 위해 노력하고 실천하는 모습이 참으로 보기 좋습니다.

🎁따듯한 젊은 작가의 글을 읽을 기회를 주신 떠오름 출판사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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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국
도노 하루카 지음, 김지영 옮김 / 시월이일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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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소설을 읽고 오랫동안 생각했다.
요스케는 인생의 파국을 맞을 만큼 나쁜 사람이었을까?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모교에서 후배들을 지도하고 자기 관리도 철저하다.
여자 친구도 있고 친구들과 주변인들과도 별문제가 없다.
특별한 즐거움이나 변화가 없는 그 또래들의 비슷한 생활을 하는 요스케는 새로운 여자친구인 아카리와 환승 연애를 시작하며 일상에 균열이 생긴다.

실제로 요스케 같은 젊은이를 만난다면 자기 관리를 철저히 하고 목표가 확실하고 여자 친구에게도 친절하고 다정한 남자로 보일 것이다.
어쩌면 요스케는 어디에서나 만날 수 있는 그런 특별하지 않는 사람이다.
요스케는 공무원이 되기 위해 공부를 하고 시험을 보지만 뚜렷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냥 또래들과 비슷한 가치관과 생각을 하고 사는 젊은이라고 할수 있다.

그러나 소설을 읽는내내 마음 한 켠이 불안하고 뒤숭숭했다.
아마도 비슷한 나이의 아들들이 있어서 더더욱 그랬던 것 같다.
또한 현재를 사는 청년들이 안고 있는 불안과 암울함이 그대로 전해져서인지도 모르겠다.
아들들 앞에서 “라떼는”는 시전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지만 나도 모르게 남편과 이야기 할때는 “요즘 애들”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고 만다.

예전에 비해 경제적으로는 풍요로워졌지만 젊음은 언제나 불안하고 불투명한 것이다.
지나고 보니 그때가 좋았고 뭐든 할 수 있는 나이라고 하지만 그 때를 지나는 그들의 마음이 어떨지를 감히 짐작할 수도 없다.
소설의 마지막 문장을 읽으며 비로소 편안하지는 요스케의 모습이 인생의 끝에 다다른 이의 모습같아 마음이 아프다.
많은 청년들이 젊음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사는 현실을 어떤 긴 소설보다 잘 그린 것 같다.

🎁좋은 책 읽을 기회를 주신 시월이일 출판사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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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들처럼 - 진화생물학으로 밝혀내는 늙지 않음의 과학
스티븐 어스태드 지음, 김성훈 옮김 / 윌북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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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인 스티븐 어스태드는 노화를 진화생물학적으로 분석하는 생물학자이자 노화학자다.
사실 노화를 학문으로 연구하는 노화학이 생소해서인지 40년 가까이 한 분야에서 연구한 저자의 이름이 생소하다.

저서는 자연에서 그리고 실험실에서 오래사는 생물들을 비교 소개하며 장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모두 4부로 이루어진 책은 하늘,땅, 바다에서 오래 사는 동물들과 인간의 장수에 대해 설명한다.

어떤 분야에 중점을 두고 연구하냐에 따라 대부분 실험실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분야가 있는 반면 동물의 일생을 연구하는 노화학은 연구의 상당부분을 자연에서 직접 관찰하는 학문이다.

인간이 기르는 동물이 아닌 자연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의 나이를 가늠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아무리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동물들도 자연 상태의 동물이라면 정확한 생년월일을 아는 것은 몹시도 어려운 일이다.

그래도 사는 곳이 한정된 동물은 관찰하기가 용이하겠지만 자유롭게 하늘을 날고 수만킬로를 이동하는 새의 경우는 아무리 표식을 해 둔다고 해고 한 개체를 일생에 여러 번 만나기는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렵다.

거북은 장수하는 동물이라고 다 알고 있지만 사람보다 더 오래 사는 거북은 인간이 동물의 장수에 관심을 가진 기간이 짧은 탓에 200년을 살았다는 거북의 장수를 보증해 줄 어떤 자료도 남아있지 않다.

물 속을 자유롭게 헤엄치는 어류는 비늘,이석,뼈로 된 지느러미 기조로 나이를 확인할 수 있다고 한다.
대부분의 조개의 경우 껍질의 나이테로 나이를 짐작할 수 있고 상어의 경우 특이하게도 척추의 나이테로 연령을 측정할 수 있다니 신기하다.

저자는 동물들이 장수하는 이유를 연구하고 인간의 장수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요소를 찾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나 인간은 현재도 포유류 중 장수 지수가 높은 종이다.

탁 트인 공간을 날아다니며 먹이를 구하고 짝짓기를 하는 수명이 짧은 곤충의 삶과 개미나 흰개미 여왕처럼 단 한 번의 비행 후 일생동안 어두운 지하 땅굴에서 알을 낳으며 오래 사는 삶 중 어떤 삶을 선택 하겠냐 묻는다면 당연히 전자다.

안타깝게도 수 많은 동물들을 관찰하고 연구하지만 장수의 비밀을 풀지 못한다.
그래도 여전히 장수하는 동물을 통해 건강한 인간의 삶을 연구하는 그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땅굴 속에서 오래사는 것보다는 자유롭게 햇빛 속을 걸으며 건강하고 즐겁게 사는 현재의 삶이 장수보다 더 값진게 아닌가 감히 말해 본다.

🎁좋은 책 보내주신 윌북 출판사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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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중괴담 스토리콜렉터 104
미쓰다 신조 지음, 현정수 옮김 / 북로드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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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이해 못할 현상이나 이상한 것을 본 적이없다.
그래서인지 괴담이나 기담은 웬만해서는 무섭지 않다.
내가 가장 무서워하는 소설은 사람들 사이에 일어나는 범죄를 소재로 한 이야기다.

우중괴담은 작가의 소설 중 처음으로 읽은 책이다.
소설 속 <나>는 미쓰다 신조 자신으로 호러미스터리 작가인 나를 찾아와 직접 경험한 괴이한 이야기를 전해주는 것을 소개하는 식으로 전개된다.

소설은 단순히 전해 들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데 그치지않고 이야기를 전해 준 사람의 비밀을 지켜주는 듯 가명을 쓰고 실제 지명이 나오고 사진이 등장하고 작가의 진짜 작품들을 적절하게 소개하며 괴담이 사실임을 은연 중 강조하고 있다.

모두 다섯 편의 이야기는 정말 어딘가에서 실제 벌어지고 누군가 직접 경험한 일인 듯하다.
가장 무서웠던 이야기는 ‘모 시설의 야간 경비’다.
실제로 어두운 광배회의 십계원을 헤메는 기분이 들어 가슴이 조마조마했다.

나머지 이야기들은 어딘가에서 읽은 적이 있는 것 같은 기시감이 들기도 했다.
액댐을 하기 위해 지정된 장소에 약속된 기간동안 규칙을 지키며 머물러야 하는 데 변수가 생겨 어려움을 겪게 된다는 이야기는 ‘은거의 집’에서 읽을 수 있었고 죽음을 가져오는 존재를 이야기하는 ‘부르러 오는 것’ 역시 어디선가 들었던 이야기 같다.
그렇지만 어디서 들은 것 같은 새로울 게 없는 소재의 이야기는 이야기소개 방식때문인지 실화를 듣는 기분이 들게도 한다.

옛날부터 전해져 오는 금기는 모두 고루한 이야기가 돼 버렸지만 깊이 들여다보면 현실에서 꼭 지켜야 될 약속이나 미리 조심해야 할 내용을 담고 있다.
괴담 역시 일상생활에서 쉬 일어나는 일은 아니지만 약속을 지키지않았거나 악하게 산다면 그 끝은 좋지 않다고 경고하기 위해 존재하는 이야기들이다.
그래서 두렵고 공포에 떨면서도 기담과 괴담을 찾아읽는 게 아닌가싶다.
머지않아 작가의 다른 책들도 찾아 읽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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