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꿈은 날아 차 - 작심삼일 다이어터에서 중년의 핵주먹으로! 20년 차 심리학자의 태권도 수련기
고선규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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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어떻게 달라졌는지 모르겠지만 우리 아이들이 태권도를 배울때는 초등학교 입학전에 다니기 시작해 중학교 올라가면 학업때문에 도저히 시간을 뺄 수 없어 자연히 그만두는 게 태권도였다.
그런 태권도를 40이 넘은 아줌마가 배우러 다닌다니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은 아니다.

작가는 ‘우리나라에서 자살 사별자를 가장 많이,깊게 만나는 임상심리학박사이자 임상심리전문가‘다.
글을 읽기전엔 얼마나 정신적으로 힘들었으면 적지않은 나이에 육체를 혹사시키는 태권도를 배우기 시작했을까 싶었다.

40을 지나 50을 향해 가는 저자는 우량한 아이로 태어나 평생을 우량하게 살고 계신다.
수많은 운동을 거쳐 마침내 태권도에 정착한 작가가 친구따라 강남가듯 배우기 시작한 태권도를 얼마나 사랑하는 지 글을 읽는내내 느낄 수 있었다.

📚두 번째 수련에 갔을 때 블랙벨트의 유단자가 다가와 웃으면서 “저도 흰 띠부터 시작했어요”라며 환영해주었다.(p59)

누구든 어떤 분야의 일정한 경지에 오른 사람도 햇병아리 시절, 처음은 있었고 그 시절을 잘 견디고 노력했기에 지금에 위치에 있는 것이라는 인생의 정답을 “저도 흰 띠부터 시작했어요”라는 말에서 찾게 된다.

‘예쁜 발이 아니라 건강하고 강한 발’(p200)을 만들고 싶어 돌본다는 말에 크게 공감했다.
젊었을때는 날씬해지기 위해 운동을 했다면 지금은 건강하기 위해 운동을 하는 것처럼 남에게 보이기 위한 발이 아닌 내 몸을 오롯이 지탱하는 ‘나의 발’의 건강을 위한다는 마음이 어떤 의미인지 이 나이가 돼 보니 알것 같다.

작가님의 따라 당장 태권도 도장에 등록하지는 않겠지만 배우는데는 늦은 나이가 없다는 것을 새삼 느끼며 부디 작가님의 바람대로 검정 띠를 두번 휘감아 길게 늘어뜨릴 수 있기를 응원한다.

🎁한겨레출판 하니포터6기 활동 중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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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핏 쇼 워싱턴 포
M. W. 크레이븐 지음, 김해온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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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형으로 배치된 거대한 돌, 환상열석에서 잔인한 살인 사건이 연달아 일어난다.
피해자의 신체는 심하게 훼손된 체 불 탔고 언론에선 범인을 ‘이멀레이션 맨’이라고 칭한다.
앞의 두 사건에 참여하지 않았던 중범죄분석섹션의 틸리 브래드쇼가 세번째 피해자의 사체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피해자의 몸에 “워싱턴 포”라는 이름과 숫자 “5”가 새겨진 사실을 발견한다.
수사국은 불미스러운 일로 정직상태인 “워싱턴 포”가 다섯 번째 희생자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업무에 복귀시킨다.

사건 현장 가까운 호텔에 수사 본부가 꾸려지고 포, 브래드쇼, 플린과 현지 경찰이자 포의 오랜 친구 리드가 함께 한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형사는 단독으로 수사활동을 하지 않고 항상 동료와 함께 한다.
“퍼핏 쇼” 역시 전혀 다른 성격의 콤비가 등장하는 수사물이다.

살인범의 권리와 피해자의 권리 앞에서 한치의 망설임도 없는 탓에 경찰이라면 하지말아야 할 일을 저지르기도 하지만 뛰어난 수사 실력을 갖춘 중년의 수사관인 ‘포’와 천재적인 재능을 타고 났지만 세상 물정을 모르는 온실 속 화초같은 천재 분석관 ‘브레드쇼’는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며 큰 사건을 해결해 나간다.

소설의 배경이 되는 장소는 작가가 살고 있는 영국 북서부의 컴브리아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 범죄가 일어나는 장소를 눈에 그리듯 묘사하고 있다.
복잡한 듯 보이던 수사는 포가 중심이 되어 범인에게 서서히 다가가게 되고 왜 이런 범죄가 일어났는가 밝혀지는 순간 범인을 동정하게 된다.

돈과 추악한 욕망이 결합된 범죄는 오랜 시간 준비한 복수로 단죄되지만 그 역시 통쾌하기보다 지금도 어딘가에서 착취당하는 약자들이 존재하는 현실이 생각나 가슴이 답답해 진다.
퍼핏쇼는 우리말로 풀이하면 꼭두각시놀음인데 소설을 끝까지 읽는다면 제목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독자는 꼭두각시 조종자의 안전을 기원하게 될 것이다.

오랜만에 무시무시한 연쇄살인마가 등장하는 소설을 읽었다.
잔인하고 거칠지만 그 비극의 진실에 다가갈수록 범인을 동조하게 된다.
포와 프레드쇼의 수사 과정은 스펙터클하고 앞으로 둘 사이의 관계의 진전을 기대하게 된다.
이미 5편까지 시리즈가 출간되었다고 하니 부디 그들의 뒷이야기를 계속 읽을 수 있기를 바라본다.

🎁위즈덤하우스 출판사 사전서평단에 선정되어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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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꿈 웅진 세계그림책 241
밀랴 프라흐만 지음, 최진영 옮김 / 웅진주니어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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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동굴 속,
나뭇잎 침대 위에서
곰과 두더지가 아주 곤히,
서로의 옆에 몸을 누이고 자고 있어요.

그런데 곰이 깜짝 놀라 잠에서 깨어나 꿈 속에서 본 벌을 찾아나섰어요.
곰은 벌과 함께 아름다운 꽃을 찾아가고 나무를 찾아가고 숲을 찾아갑니다.
그리고 꿈에 보았던 초록빛 들판에서 벌과 함께 행복했습니다.
바람이 조금씩 서늘해지기 시작하자 곰은 문득 두더지가 그리워졌습니다.
함께 추운 겨울을 보낸 친구 곰이 무작정 꿈을 찾아 떠난 후 남은 두더지는 어떤 선택을 했을까요?

큰 판형의 그림책은 양쪽 페이지를 활용한 그림으로 사계절의 풍경을 담고 있습니다.
그림 속에서 덩치 큰 곰과 함께 하는 작은 벌을 찾아보는 것도 즐겁네요.
파스텔톤의 따뜻한 색감은 곰과 벌이 지나는 봄의 초록빛 들판, 여름의 노란 꽃밭,가을의 낙엽, 그리고 눈 덮힌 겨울 들판을 넓게 보여주어 눈을 시원하게 합니다.

꿈을 찾아 떠나는 그림 속에는 벌과 곰만 등장합니다.
그러나 크게 눈을 뜨고 살펴보면 곰의 곁에는 늘 두더지가 있었다는 걸 알 수 있어요.
두더지의 모습은 보이지않지만 두더지가 지내는 굴은 늘 곰의 주위에 있었습니다.
곰은 벌과 함께 꿈을 찾아 떠나며 두더지를 잊었지만 두더지는 늘 곰을 지켜보고 응원하고 있었습니다.
다시 두더지를 찾아왔을때도 두더지는 곰이 더 큰 꿈을 꿀 수 있게 더 큰 동굴을 준비해 두었습니다.

진짜 친구는 바로 두더지처럼 묵묵히 지켜보고 돌아오면 언제나 반겨주는 존재입니다.
언제나 친구의 안위를 걱정하고 친구가 행복하길 바라고 지치고 힘들어져 돌아왔을때 아무말없이 받아주는 친구가 진짜 친구입니다.
지금 쯤 겨울잠에서 깬 곰과 두더지는 초록빛 들판에서 함께 꿈을 찾고 있을 것 같습니다.


🎁웅진주니어 출판사에서 따뜻한 그림책을 보내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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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은 안전을 배달하지 않는다 - 배달 사고로 읽는 한국형 플랫폼노동
박정훈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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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일상에서 가장 많이 대면하는 플랫폼 노동자는 배달 노동자일 것있다.
주소를 찍고 주문하면 어디든지 1시간 이내로 도착하는 그들은 우리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이지만 소음 유발과 신호 위반을 일삼는 사람들이라는 좋지 않은 이미지를 동시에 갖고 있다.

저자는 배달노동자들의 노동조합 ‘라이더유니온’의 초대 위원장이자 7년 차 배달라이더이다.
현재도 배달라이더로 활동하는 저자의 글은 배달현장의 어려움과 배달라이더들이 교통법규를 위반하며 목숨을 담보로 도로를 달릴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생생한 목소리로 이야기한다.

1장은 저자가 초보 시절 당한 사고를 바탕으로 초보 노동자들의 사고 상황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사고가 나 병원에 입원했을 경우 발생하는 손해때문에 제대로 치료도 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의 현실이 마음 아프다.
2장은 면허 확인 없이도 동네배달대행사에서 근무하는 행태의 문제점을 다루며 배달노동자를 위한 법의 부재를 자세히 다룬다.

3장은 배달앱의 알고리즘이 노동자를 어떤 위험으로 몰고 있는 지 설명하고 있다.
4장은 음식점 점주와 고객,플랫폼 회사 사이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는 배달노동자들의 실상을 자세히 다루고 있다.
5장은 좀 더 구체적인 법 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마지막은 배달라이더를 위한 산재보험에 대해 설명하고 있어 배달노동자에게 실제적인 도움이 될만하다.

배달한 음식을 손님에게 전달한 뒤 바로 타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한참을 잡고 있는 배달라이더와 아파트 단지에서도 속도를 줄이지않고 심야의 정적을 깨고 달리는 오토바이를 보며 눈살은 찌뿌렸지만 왜 그럴 수 밖에 없는 지는 깊이 생각해 보지 못했다.
뉴스에 나오는 갑질 사건을 보며 잠깐 흥분하다 잊어버리곤 했는데 일반인들에게 가십거리로 소비되는 일들이 배달노동자에겐 <산재>라는 말을 읽는 순간 마음이 묵직하다.

우리의 일상에 가장 가깝게 자리한 배달노동자이지만 한 번도 제대로 그들의 근로조건이나 근로환경을 알려고 하지 않았다.
가족과 행복하게 살기위해 열심히 일하는 누구도 목숨을 담보하는 위험을 감수한 노동을 할 수는 없다.
그들이 왜 그런 위험을 감수하며 일 할 수 밖에 없는 지 생각해 보고 근본적인 문제에 접근해 법적인 안전장치를 해주고 일한만큼 수입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을 우리 모두 고민해봐야 할 일이다.



🎁한겨레출판사 하니포터6기로 활동 중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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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거미 질 때 샌디에이고에서 로스앤젤레스로 운전하며 소형 디지털 녹음기에 구술한, 막연히 LA/운전 시들이라고 생각하는 작품들의 모음 - 정지돈 첫 번째 연작소설집
정지돈 지음 / 작가정신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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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돈 작가를 처음 안 건 그의 저서가 아닌 편집자K라는 유튜브 채널에서였다.
작가와 함께 서점에서 책을 소개하고 구입하는 내용인데 자신이 좋아하는 책을 설명할 때의 열정과 사고 싶은 책을 고를때의 소년같은 모습이 대조적이라 인상 깊게 봤다.
하지만 조곤조곤 설명하며 고른 책들이 내 취향과는 멀어 저런 작가, 저런 책도 있구나하고 잊고 있었는데 드디어 작가의 책을 읽게 됐다.

단숨에 외울 수 없는 긴 제목의 연작소설집은 제목만큼이나 난해한 내용이다.
사실 한 번 도전했다 너무 어려워 책을 덮을 수 밖에 없었다.
혹시 다른 독자들은 어떻게 읽었나 궁금해 서평도 읽어보고 <대화 정지돈x안은별>편을 읽으면 더 이해하기 쉬울까 싶어 먼저 읽어보기도 했다.
그리고도 도저히 안되겠다싶어 처음부터 다시 읽기 시작했다.

평소 읽어왔던 소설은 읽은 후 줄거리를 말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었다.
연작소설이라는 이름을 달고 나온 소설집이지만 내 수준으로는 도저히 정리할 수 없는 소설은 논픽션과 픽션의 어느 중간쯤으로 정의내릴 수 있을 듯하다.
모두 네 편의 연작단편과 한 편의 에세이 그리고 안은별님의 글과 두 분의 대화로 이루어진 책은 제목만큼 독특하다.

네 편의 소설 속에 공통으로 화자인 <나>와 파트너인 <엠>이 등장한다.
제목대로라면 샌디에이고나 로스앤젤레스가 배경일 듯하지만 소설은 파리와 서울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파리에 머물며 소설을 쓸 계획인 <나>와 영화를 만들기로 결정한 <엠>이 등장하는 ‘땅거미 질 때 샌디에이고에서…….’는 다수의 영화 이야기가 등장한다.
첫 편만이 아니라 모든 이야기에서 작가는 많은 예술가들의 이야기를 소설에 등장시킨다.

처음엔 보통의 소설처럼 이야기의 줄거리를 찾고자 노력한 탓에 좌절했고 두 번째 시도에서는 이야기를 그대로 따라가며 읽는 방식을 택했다.
존재했던 작가들의 실제 이야기와 <나>와 <엠>, <지수 커플>과 <미치 미치>등의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를 별개로 읽는 순간 속도가 붙었다.
작가의 의도와 다르게 읽는 방법일 수도 있지만 책을 읽는 건 독자의 몫이니 작가님도 이해하시리라 믿는다.

소설 속에서 설명되는 작가들의 이야기는 그 내용만으로 충분히 매력적이다.
매 소설 끝에 정리된 참고도서들을 보면 작가가 한 편의 이야기를 어떤 마음으로 썼을지 감히 짐작해보게 된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만약 작품 속에 소개된 작가들의 이야기를 더 많이 알았다면 휠씬 더 풍성한 책읽기가 됐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작가가 의도한 독서는 아니었을지라도 나의 무지를 원망하고 작가의 수고와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작가정신 서평단 이벤트에 당첨되어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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