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세상은 멸망할 텐데
공현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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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도서는 문학과지성사에서 선물 받았습니다.>

<어차피 세상은 멸망한 텐데>라는 절망적인 제목의 소설집은 제 15 회 젊은작가상 수상 작가인 공현진의 첫 소설집이다.
모두 8편의 단편이 실린 소설집은 우리 주변의 누군가의 이야기에서부터 시작해 지구에 마지막 남은 인간 ’하나’의 기록으로 끝맺음한다.

결혼이주여성 ‘녹‘과 이혼하고 아이를 혼자 키우고 있는 시간강사 ’나‘의 이야기 <녹>은 아이의 죽음이 두 사람만의 잘못이라고 말할 수 없기에 더 마음이 아프다.
모순과 타협하지 못하는 세상 무해한 주호 씨와 희주 씨의 일상이 <어차피 세상은 멸망할 텐데>라는 절망보다는 ‘살고 싶다는 충동에 절실하게 시달(p54)’리며 지금처럼 흘러가기를 바란다.

마음이 따듯해지는 <선자 씨의 기적의 공부법>을 읽으며 지금쯤은 선자 씨가 훌륭한 요양보호사로 대상자들을 돌보며 행복하게 살고 있을 것이라 믿음을 갖게 된다.
가장 마음을 아프게 한 <우리는 숲>의 가영과 미영 자매의 이야기가 소설 속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니라 더 슬프다.

소설 속 인물들은 각자의 외로움과 슬픔과 어려움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마지막 이야기인 <모두가 사라진 이후에-3인칭의 세계> 속 ‘하나‘는 지구에 혼자 남은 인간이다.
그렇게 혼자 남은 하나도 차를 마시고 산책을 하고 자신의 남은 날을 기록한다.

’사람들이 죽은 이후의 세상이 얼마나 조용하고 평화롭고 안전하고 고독하고 아름답고 무서운지. 소란스럽고 외롭고 소름끼치고 사랑스러운지’ (p274) ’하나’는 말하지만 나는 어차피 세상이 멸망한다면 살아가는 동안은 혼자가 아닌 여러 사람들과 이 세상을 살아가고 싶다.
자신의 슬픔에 매몰돼 누군가의 삶을 송두리째 흔드는 <권능>의 이모보다는 5만 5천 원짜리가 아닌 3만 원짜리 꽃다발을 선자 씨에게 선물하는 진아처럼 딱 적당한 거리를 두고 지내고 싶다.

처음 알게 된 작가의 소설은 인터넷 서점의 관심 저자의 출간 알림을 할 정도로 꽤나 큰 울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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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어 보면 알지 - 호랑수박의 전설 웅진 모두의 그림책 74
이지은 지음 / 웅진주니어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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푹푹 찌는 더운 날, ‘수박 한 입만‘ 생각에 눈이 둥그레진 동물들이 무엇에 홀린 듯 수박을 찾아 나섭니다.
그토록 찾아 헤매던 수박을 덩치 큰 눈호랑이가 풀숲에서 가장 먼저 발견했습니다.

“난 수박이 아니야.
날 먹으면 큰일이 벌어진다.”

“먹어 보면 알지.”

눈호랑이가 수박을 한 입 와사삭 먹는 순간 둥글둥글 수박이 돼버립니다.
동물 친구들에게 먹힐까 두려워 숨어 있던 호랑수박을 찾은 동물들은 아무리 사정해도 한 입 먹어 보겠다고 달려듭니다.
그 순간 어디서 나타났는지 알 수 없는 팥할멈이 번개처럼 수박을 낚아채서 사라집니다.

욕심 많은 눈호랑이 덕분에 생겨난 ”팥빙수의 전설“을 시작으로 한 이지은 작가의 전설 시리즈 네 번째 그림책입니다.
딱 요즘 같은 날씨에 팥할멈이 들려주는 그날 밤의 이야기는 으스스해 더위를 잊게 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그날의 숨겨진 진실까지 궁금하게 합니다.
읽어주기에도 아이 스스로 읽기에도 적당한 길이의 재미난 글은 물론 풍부한 동물들의 표정을 보는 것도 즐겁습니다.

특히나 무엇에 홀린 듯 수박을 외치는 동물들의 비밀은 ‘그날 밤 이야기‘를 동물들의 증언을 통해 들어도 제대로 알 수 없습니다.
한 번도 수박을 먹어 본 적 없는 지렁이에 증언도 다들 수박, 수박 하니까 따라갔다는 곰의 말도 그날의 진실을 오리무중에 빠지게 합니다.

힌트라면 ’작가의 말‘속에 그날 밤의 비밀의 정답이 있지않을까 싶네요.
굳이 <태양 왕 수바: 수박의 전설>을 보지 않아도 재미있지만 먼저 보면 더 재미있는 <먹어보면 알지>입니다.
다시 한번 느끼지만 그림책의 시작은 표지부터 시작해 면지 곳곳까지 모든 것이 이야기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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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리끼리 사이언스 앤드 앤솔러지
권혜영 외 지음 / &(앤드)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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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도서는 넥서스 출판사에서 진행한 이벤트에 당첨돼 제공받았습니다.>

‘끼리끼리‘라는 표현은 유착이나 편파적인 관점에선 부정어지만, 공통된 신념과 가치를 지닌 이들에게 적용해 보면 결속의 의미를 지닌 긍정어임이 분명한 것 같다.
_윤회(당한) 자들, 성해나의 작가의 말 중에서

그를 제대로 알려면 주위 사람을 보라는 말이 있듯이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과 닮은 사람들과 어울린다.
소설 속 ’끼리끼리’는 친구라고는 할 수 없지만 비슷한 성격이나 환경, 목표를 가진 이들이 느슨하게 관계 맺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권혜영 작가의 <럼콕을 마시는 보통 사람들> 속 등장인물들은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일반적으로 흔하게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니다.
입양아인 ’한나‘는 아빠만 둘인 게이 커플 부모를 두고 있고 유학생 ‘솔‘은 자신을 낳은 엄마를 포함 엄마만 둘인 가정에서 성장한다.
특별해 보이는 가정에서 사는 둘이지만 페스티벌을 즐기고 보통 사람들처럼 고민하고 부딪히며 살아간다.

성해나 작가의 <윤회 (당한) 자들> 은 윤회를 믿는 사람들 속에 잠입한 다큐멘터리 감독이 만난 사람들의 모습이 팍팍한 현실을 어떻게든 돌파하고 싶어하는 몸부림 같아 입맛을 쓰게 한다.
성해령 작가의 경제적이고 현실적인 제목의 <임장> 속 여성들의 작은 연대가 가슴 뭉클하게 다가온다.

마지막으로 한지수 작가의 <목소리들>에서 ’나’는 동료 ’홍’의 미투 사건의 증인으로 서는 걸 막기 위해 힘쓴 상사인 가해자에 의해 프랑스에 가게 된다.
미투의 피해자도 가해자인도 아닌 방관자인 ‘나‘를 통해 누구든지 억울한 가해자가 될 수도 있고 죽고 싶은 피해자가 될 수도 있는 현실을 무섭게 그리고 있다.

요즘 가장 핫한 젊은 작가 다섯 명이 “끼리끼리 문화의 기쁨과 슬픔……아름다운 결속 그리고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존재들의 아픔에 관한 이야기”를 쓰고 있다.
특히 특별한 사건이 없는 나날을 특별하게 쓰는 이주란 작가의 <산책>은 오랫동안 함께 했던 연인 ’우진’과의 이별과 멀지도 그렇다고 가깝지도 않은 ‘무은‘과의 관계가 일상적이라 좋다.
문득문득 떠올리게 되는 기억들이 평범해서 좋았고 그를 잊기 위해 죽도록 노력하지 않아 평온함까지 느껴진다.

어찌보면 사람들은 그렇게 모였다가 흩어지고 그 후 영영 만나지 못할 수도 있고 엉뚱한 곳에서 재회하기도 하고 또 전혀 새로운 누군가와 끼리끼리 모이기도 한다.
소설은 ‘끼리끼리’라는 단어에 들어있는 배타와 함께 연대까지를 품은 이야기는 현대인들이 꿈꾸는 질기지 않는 결속을 담고 있어 끈적이지 않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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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어 이빨 문지아이들
안나 볼츠 지음, 나현진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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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 아무 걱정과 고민 없이 사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싶습니다.
“상어 이빨”이라는 색다른 제목의 동화 속 아이들 역시 각자의 고민을 안고 자전거 여행을 시작합니다.

네덜란드의 엥크하위전에서 시작해 에이설 강을 한 바퀴 도는 360킬로미터에 달하는 거리를 하루 만에 자전거를 타고 달릴 계획을 세운 애틀랜타는 출발하고 얼마 되지 않아 집을 나온 핀레이를 만납니다.

엄마가 아픈 애틀랜타는 엄마의 치료경과를 듣게 되는 내일을 마냥 앉아서 기다릴 수 없었습니다.
어쩜 계획대로 자전거 여행을 완주하면 엄마가 건강을 되찾았다는 진단 결과를 얻게 될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했습니다.

핀레이는 엄마와의 사이가 점점 멀어지는 것 같아 예전처럼 장난을 칩니다.
하지만 그 장난으로 엄마는 무지무지 화를 내며 핀레이를 낳은 일을 후회한다는 말을 뱉고 맙니다.
아빠 없이 엄마와 단둘이 사는 핀레이를 큰 충격을 받고 집을 나온 것입니다.

행운을 가져다주는 판레이 엄마의 ’상어 이빨’은 아이들에게 어떤 행운을 가져다주게 될지 기대하며 동화를 읽게 됩니다.
두 아이가 갖고 있는 고민은 어른에게도 크고 무겁게 느껴집니다.

어떤 고민은 누군가에게 고민을 털어놓는 순간 해결 방법을 찾게 되거나 쉽게 해결되기도 합니다.
애틀랜타와 핀레이의 고민 역시 추위를 뚫고 자전거를 타는 동안 연해지고 함께 대화를 하는 동안 해결 방법을 찾게 됩니다.

도저히 성공할 수 없는 계획을 세운 애틀랜타의 무모함이 엄마가 건강해지기를 바라는 간절함과 닿아있어 마음이 뭉클해집니다.
세상은 혼자보다는 둘이 함께 할 때 기운이 난다는 사실을 두 아이에서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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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스의 개선
모리미 토미히코 지음, 권영주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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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도서는 채성모의손에잡히는독서를 통해 진행된 이벤트에 당첨돼 내친구의서재 출판사에서 제공받았습니다.>

빅토리아 시대 교토의 데라마치 거리 221B의 셜록 홈스는 “겉으로는 아무리 하찮아 보여도 이면에 어떤 범죄가 숨어 있을지 모른다.”(p36)는 지론을 갖고 일하던 탐정이다.
하지만 ‘붉은 머리 연맹 사건’을 해결하는 데 실패하면서 슬럼프에 빠지고 현재는 집안에만 틀어 박혀있다.

메리와 결혼 후 시모가모에 진료소를 연 그의 친구이자 기록자인 왓슨은 두문불출하는 홈즈의 하숙집을 찾아가 그의 상태를 살핀다.
설상가상으로 하숙집 위층에 사는 모리어티 교수와 갈등을 일으키고 아이린 애들러는 길 건너에 탐정 사무소를 열어 승승장구한다.

소설은 셜록 홈스의 명성이 혼자만의 힘이 아닌 독자의 입맛에 맞게 사건을 기록하는 자신의 지분도 상당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왓슨의 시선으로 진행된다.
왓슨은 홈스의 활약할 때만 존재가 빛을 발하는 위치에 있기에 어떻게 해서든 홈스를 슬럼프에서 벗어나게 하기 위해 노력한다.

영매를 찾아가기도 하고 혹시 홈스가 과거에 해결하지 못한 사건의 트라우마로 슬럼프를 겪고 있는지 조사에 들어가게 된다.
그리고 12년 전 유력한 가문 머스그레이브 가의 딸이 집안에서 사라진 사건을 해결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 집 안의 있는 ’동쪽의 동쪽 방‘의 비밀을 파헤치기 위해 노력한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탐정으로 손꼽히는 ”셜록 홈스“는 그를 창조해 낸 ‘아서 코난 도일’보다 유명한 이름이다.
코난 도일은 홈스가 너무 유명해진 나머지 자신이 쓴 다른 소설은 인정받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자 홈스를 죽음에 이르게 하기까지 한다.

작가는 기존 소설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이세계의 홈스를 등장시켜 명탐정이 아닌 좌절한 인간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의 재기를 돕기 위해 발 벗고 나선 인물들의 활약을 보여줌으로써 소설 속 인물들에게 각각의 개성과 생명력을 불어넣어 준다.

“셜록 홈스“의 등장인물들이 런던이 아닌 빅토리아 시대 교토에 살고 있다는 설정이지만 코난 도일의 원작을 모르는 독자라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이야기다.
만약 셜록 홈스를 읽은 독자라면 이세계 교토에 살고 있는 등장인물들이 원작과 어떻게 다른 지 비교해 가며 읽을 수 있어 훨씬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홈스를 구하기 위해 ‘동쪽의 동쪽 방’을 들어가는 왓슨의 활약과 함께 이세계라는 게 본인이 어떤 자리에 있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작가의 기발함에 박수를 보내게 된다.
그나저나 1권 “주홍색 연구”에서 멈춘 셜록 홈스를 만나러 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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