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을 잡아라 밤이랑 달이랑 9
노인경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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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한국에서 가장 즐거운 책 대상”의 영예를 차지한 <밤이랑 달이랑>시리즈 아홉 번째 이야기입니다.
태권도를 다녀온 듯한 달이가 별이와 함께 사용하는 방에 들어선 순간 깜짝 놀랍니다.
도둑이라도 들었는지 방은 엉망진창이네요.

달이는 혼자 놀고 있는 밤이에게 물어봅니다.

“너 내 물건 만졌어?
아니.
내 물건 던졌지?
아니.
그럼 누가 내 바이올린 활을 부러뜨렸을까?
몰라.
그래? 그럼 도둑이 그랬구나.
그…그런 것 같아.“

도둑을 잡는 방법은 하나, 달이는 탐정이 되고 밤이는 조수가 돼 조사를 시작합니다.
그런데 탐정이 되어 범인을 추리하는 과정이 엉뚱하게 흘러갑니다.
달이의 매서운 눈빛과 날카로운 질문에 밤이의 대답은 어째 범인의 자백처럼 들립니다.
천진난만한 남매의 도둑 찾기는 아이다움을 잃지 않는 밤이 덕분에 범인이 드러나는 순간 웃음이 터집니다.

동글동글하고 귀여운 시리즈의 그림과 다른 느낌의 그림은 난장판이 된 방의 느낌을 제대로 살려줍니다.
특히 면지에 그려진 도둑 후보들(?)의 몽타주 속 숨어있는 범인의 모습을 찾는 순간 작가가 전하고 싶었던 유쾌함이 그대로 전해집니다.

엉뚱하지만 가장 아이다운 밤이의 대답을 듣다 보면 누나를 기다리며 혼자 심심하게 놀았을 밤이의 오랜 기다림이 느껴집니다.
만약 내가 달이였다고 해도 꽉 안아주는 것 말고 다른 벌을 줄 수 없을 듯합니다.
그리고 초판 한정 ‘특대형 독후활동지’를 아이와 함께 하다 보면 아이 스스로 탐정이 된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요.

<본 도서는 문학동네에서 진행한 서평이벤트에 당첨되어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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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에게
안녕달 지음 / 창비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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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개나리가 흐드러지게 핀 봄날 학교 앞에서 할머니가 나눠준 별을 아이는 떨어뜨릴까 봐 조심조심 두 손에 쥐고 집으로 갑니다.
작고 소중한 별을 본 엄마는 별은 달빛을 받으면 보름달만큼 크게 자란다고 알려줍니다.

아이는 매일 달빛 밝은 곳으로 별 산책을 시켜주기 시작합니다.
시간이 지나 아이가 자라는 것처럼 별도 점점 자라 늘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냅니다.
아이는 취직을 해 집을 떠나지만 별은 조용해진 집에서 엄마의 곁을 지켜줍니다.

<별에게>는 ‘안녕달‘작가의 창작 10주년을 빛내주는 그림책입니다.
저는 #수박수영장 이나 #겨울이불 처럼 귀엽고 상상력이 풍부한 그림책도 좋아하지만 보고 나면 콧날이 시끈해지는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 #눈물 을 가장 좋아합니다.

<별에게>는 모든 세대가 즐길 수 있는 그림책입니다.
아무리 산책을 시켜도 별을 보름달만큼 키울 수 없다는 사실을 아는 나이의 저는 별에게 소중한 아이의 모습을 겹쳐봅니다.

별 같은 아이가 내 품에 뛰어든 순간 세상의 어떤 보물보다 소중하고 반짝이는 존재였습니다.
아이와 함께 하면 무서운 것도 힘든 것도 이겨낼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보름달처럼 크게 자라 엄마의 손길이 더 이상 필요 없게 돼 버렸지만 언제나 밝은 빛으로 엄마를 비춰줄 것을 믿기에 함께하지 못해도 마음이 따듯해집니다.

“네가 와서 집이 참 환해졌지.
우리한테 와 줘서 고마워”

구름 한 점 없는 밤하늘과 빛나는 별빛이 가득한 따듯한 그림책은 우리 곁을 밝혀준 존재들을 생각하게 합니다.
늘 함께 할 수는 없지만 우리를 행복하게 해 줬던 모두에게 고마운 마음과 큰 사랑을 전합니다.


<본 도서는 창비 출판사 서평단에 선정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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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를 지키다
장바티스트 앙드레아 지음, 정혜용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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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여든두 살의 늙은 석공이 죽음의 문턱에서 사경을 헤매며 전 생애를 파노라마처럼 보여주는 이야기다.
가난한 석수장이였던 아버지가 전쟁 중 사망하자 왜소증을 안고 태어난 아이 미모는 엄마와 헤어져 석공인 알베르토에게 맡겨진다.

알베르토의 도제가 된 미모는 온갖 구박과 학대를 견디며 생활하던 중 이탈리아의 명문가인 오르시니 가문으로 일을 하러 가게 되고 그곳에서 지적이고 영특한 소녀 비올라를 만난다.
비올라는 미모에게 자신의 생각을 차분히 설명하는 한편 아버지의 서재에서 책을 훔쳐 빌려주며 지식을 쌓는데 도움을 준다.

누구보다 자유롭고 싶었던 비올라는 하늘을 날기 위해 글라이더 만들기에 몰두하고 미모 역시 최고의 조각가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비올라의 생일에 약혼식 일정이 발표되자 글라이더를 타고 하늘 높이 날아오른 그녀는 큰 부상으로 병원에 입원하게 되고 미모 역시 마을을 떠나 피렌체의 석공장에 팔려간다.

소설은 죽음을 앞둔 미모가 자신의 생을 되짚어가는 이야기와 미모가 만든 걸작 피에타의 숨겨진 비밀을 파헤쳐가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서로를 영혼의 형제로 여긴 비올라와 미모의 관계를 통해 그 시대의 문제점과 전쟁의 폐해를 알아가게 한다.

왜소증이라는 신체적 장애를 가진 석공과 20세기초의 여성은 사회에서 제대로 인정받거나 대접받지 못한 대표적인 사회적 약자들이다.
다행히 석공인 미모는 뛰어난 실력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받지만 누구보다 뛰어났던 여성 비올라는 자신의 의지대로 삶을 살아가지 못한다.

미모와 비올라는 남녀 간의 세속적인 사랑을 뛰어넘는 관계로 비올라는 미모의 내면을 강하게 단련시키며 무솔리니의 파시즘 치하에서도 살아남는다.
특히 나치가 유대인을 학살하던 시기에 왕립 아카데미 회원이 되는 자격이 주어진 미모가 내린 결정은 통쾌함을 넘어 전율을 느끼게 한다.

만약 미모의 삶에 비올라가 없었다면 그는 별다른 생각 없이 돌을 잘 다루는 석공으로 살아갈 수도 있었을 것이다.
비올라 역시 미모가 없었다면 부유한 결혼생활에 안주하며 편안한 삶을 살았을 수도 있다.
그러나 둘은 함께 했고 최고의 예술을 꽃피울 수 있었고 끝까지 날아오르는 것을 포기하지 않았다.

600페이지가 넘는 소설은 한 인간의 삶을 관통하는 예술과 함께 지고지순한 사랑으로 그 시대를 이겨내고 살았던 이들에게 보내는 헌사이다.
단순히 미모와 비올라의 삶을 따라가는 여정이 아닌 미모가 조각한 피에타의 비밀과 마지막 반전은 놀라움과 감동을 준다.

작가의 이력을 살펴보니 “소설가이자 영화감독 및 시나리오 작가”로 소개되어 있다.
불우한 어린 시절과 진흙탕 같은 인생에서 미모를 건져낸 비올라의 천진함과 영특함, 그리고 화려하게 꽃을 피우는 미모의 예술성, 그에 따른 성공과 여주인공의 불행은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하다는 관용적 표현을 적확하게 적용하며 진행된다.

실존했던 그 시대의 중요인물들과 미모와의 접점은 영화 ‘포레스트 검프’의 장면장면을 떠오르게 한다.
특히 미모와 검프 모두 사회에서 멸시받고 인정받지 못한 존재들이라 더더욱 그렇다.
묵직하지만 그렇다고 어렵지 않은 좋은 소설을 만나 행복하고 작가의 다른 소설들도 궁금해진다.

<본 도서는 열린책들에서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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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정생 문학 그림책 8
권정생 지음, 김병하 그림 / 창비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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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시골에서도 기업형 축사가 아닌 소 한 두 마리 키우는 집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하지만 예전에 소는 농사지을 때 꼭 필요한 존재여서 소가 없는 집은 농사철이 되면 이웃에서 소를 포함해서 사람을 사 논밭을 갈았지요.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큰 사랑을 품고 살아가는 소처럼” 모든 것을 베풀고 가신 권정생 선생님이 글을 쓰고 김병하 작가님이 그림을 그린 <소>입니다.
그림책은 소가 꼭 필요하던 시절 “소”의 시점으로 소의 일생을 되돌아보는 그림책입니다.

”이슬에 멱 감은 풀잎.
소는 그 풀을 먹고 배가 둥둥 부른다.
참으로 편하다.
소는 그래서 바보 같다.“

코뚜레를 뚫고 멍에를 멘 소가 무거운 달구지에 짐을 가득 싣고 갑니다.
제 몸보다 작은 훨씬 작은 아이가 고삐를 잡아도 소는 아이 뜻대로 따라가고 주인이 회초리로 엉덩이를 때리며 밭갈이를 재촉해도 묵묵히 일을 합니다.

주인이 여러 번 바뀌고 제 새끼랑 사는 건 꿈도 꿀 수 없지만 누구도 원망하지 않습니다.
한없이 평화로웠던 농촌 풍경 속 소는 제 할 일을 하다 늙고 병들지만 마지막까지 자신의 소임을 다하려 합니다.

소를 부리는 인간의 목소리가 아닌 모든 것을 주는 소에 목소리로 듣는 소의 일생은 모든 것을 다 주고도 더 주고 싶어 하는 부모 같습니다.
따스한 그림과 함께 읽는 선생님의 글은 더 좋은 것만 갖으려 하고 더 높이만 오르려 하는 저를 돌아보게 합니다.

“세상의 모든 것을 귀하게 여길 줄 아는 진정한 마음 부자가 되기를 바랍니다.”
_소설가 정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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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앵무새가 있는 방 위픽
이주혜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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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살 터울의 쌍둥이 같은 엄마와 이모는 같은 해, 같은 날, 각각 ’나‘와 ’연수’를 낳았다.
연수와 나는 태어난 날부터 외가 주변 친척들 사이에서 화제와 관심의 대상이었고 어른들은 둘을 비교하고 평가했다.
임용고시에 낙방해 학원 강사를 하는 나와는 다르게 좋은 성적이었지만 이모의 바람대로 약대에 간 연수는 이모가 정해준 남자와 약혼 후 미국으로 떠난다.

탄탄할 것 같던 연수의 인생은 약혼자의 폭력을 피해 귀국하면서 이모의 계획과는 다르게 어긋나기 시작한다.
어느 날 연수가 사라졌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나’는 연수와 마지막으로 함께 간 한탄강의 물윗길에서의 일을 떠올리게 된다.

짧은 소설은 이모의 소망과 소원을 이뤄주기 위해 착한 딸이 되어야 했던 연수의 이야기가 주가 돼 진행된다.
부모라는 이름으로 자식을 하나의 인격체로 대하지 못하고 소유물로 생각한 이모의 행동을 자신 있게 손가락질할 부모가 과연 몇이나 될까?

무심히 쌓고 지나쳤던 돌탑에 서린 소원의 무게를 알아챈 연수가 가엾고 오랜 시간 버지니아 울프의 <댈러웨이 부인>에 나오는 ’도자기 앵무새‘를 ‘중국 앵무새’로 오해해 의지하고 사랑했던 연수의 삶이 팍팍하게 느껴진다.
실체 없는 중국 앵무새를 놓아주고 깨진 도자기 앵무새가 되기를 선택한 연수가 한없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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