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도서는 리드비 출판사 서평 이벤트에 당첨돼 제공받았습니다.>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정년이 보장된 회사에 다니는 서른두 살의 독신남 쇼세이는 <손을 얹을 뿐 힘을 주지 않는다>라는 인생의 모토를 갖고 있다.회사에서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맡기도 하고 동료들의 인생 상담을 해주기도 하지만 실상은 자신이 몸담은 공동체에 전혀 어울리지 못하고 있다.소설의 화자는 지금까지 읽은 어떤 소설에서도 등장한 적 없는 존재인 ‘나‘가 여러 생명체를 옮겨 다닌 끝에 현재 수컷 인간 개체인 다쓰야 쇼세이의 몸 안에서 그를 관찰하고 기록하는 이야기다. 공공장소에서 읽기에는 당혹스러운 제목의 소설 <생식기>는 생물의 생식을 담당하는 기관인 생식기(生殖器)가 아닌 작가가 만든 신조어로 ‘생식(生殖)의 기록(記)’을 뜻하는 생식기(生殖記)이다.소설은 사회인이라면 응당 힘쓰는 ‘확대, 발전, 성장’과는 거리가 먼 쇼세이가 회사 생활을 하며 겪는 일과 동료와의 관계, 그리고 쇼세이 자신이 안고 있는 고민을 ‘나‘를 통해 들여다보게 한다.특히 [생산성이 없는] 이에게 [세금을 쓰는 건 문제가 있다]라는 국회의원의 입을 통해 전달된 문장은 꽤 충격적으로 다가온다.우리도 노골적으로 말하지는 않지만, 은연중에 [생산성이 없는] 이들에게 셀 수 없는 상처와 그보다 더한 혐오를 일삼고 있는 게 현실이기에 더더욱 심각하게 느껴진다.어떤 꿈도 야망도 없고 세상의 성장과 발전에 조금도 아바지하지 않는 무해하기까지 한 쇼세이의 일상을 보며 우리는 다르다는 이유로 그들에게 어떤 눈길을 던지는지 생각해 보게 된다.쇼세이의 몸 안에 있지만 그의 생각이나 행동에 어떤 영향도 끼치지 않는 ‘나‘라는 존재가 설명하는 상황의 엉뚱함과 여러 생명체를 옮겨 다니며 쌓은 경험은 무거운 주제의 소설에 활기를 준다.소설은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누군가에게는 당연하지 않을 수 있다는 간단한 사실을 망각하고 있었음을 깨우쳐준다.전작인 #정욕(正欲)에서 느꼈던 주인공들에 대한 안타까움은 덜하지만, 누구에게도 자신의 진짜 모습을 내보이지 않는 쇼세이를 보며 그를 고립시킨 게 사회가 아니었을까 생각하게 된다.그래도 시간을 보내기 위한 일을 찾고 자신만의 행복을 찾은 쇼세이를 보며 모두가 가는 길은 아니지만 자신의 길을 뚜벅뚜벅 걷는 그에게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