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니의 빵 국민서관 그림동화 61
오브리 데이비스 지음, 듀산 페트릭 그림, 강석란 옮김 / 국민서관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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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책을 펼치기 전 습관적으로 보는 작가의 이름에서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이 들었다.

바로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 시작한 작은 사랑의 실천이 세상을 따뜻하게 만들었던 <단추스프>작가의 작품이다.

추운 겨울 어느 누구도 자비를 베풀지 않는 마을에 기적을 선사한 거지의 가슴 따뜻한 이야기를 읽었던지라 또 하나의 기적 같은 이야기를 기대하며 읽어나갔다.


마을에서 가장 맛있는 베이글을 만드는 베니 할아버지는 자신의 빵을 사가는 사람들이 고마워하는 소리를 듣고 감사해야 할 사람은 하느님이라는 말을 한다.

하느님에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었던 베니는 교회의 “거룩한 상자”에 빵을 넣어두기 시작한다.

손자가 가져간 빵을 어떻게 하는 지 궁금해 하던 할아버지는 교회까지 따라 오게 되고 빵은 가난한 아저씨가 가져가는 것을 보게 된다.

하느님이 빵을 드시는 걸로 믿고 있던 베니는 실망하지만 자신도 모르게 가난한 아저씨를 도운 것이 세상을 더 좋게 만들었다는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빵을 별로 안 좋아하다보니 베이글을 먹어 본적은 없다.

하지만 책을 읽는 내내 겉은 바삭바삭하고 속은 부드럽다는 베이글이 먹고 싶어졌다.

우리가 씹는 껌 한 통 값인 500원이면 기아에 허덕이는 아이들을 살릴 수 있다는 광고를 본 적이 있다.

무심히 씹고 버리는 껌 한통 값이 누군가를 살릴 수도 있다는 현실이 답답하면서도 선뜻 500원을 내놓을 생각은 못했었다.

사실 누군가를 도와준다는 것을 너무 어렵고 크게만 생각했는데 할아버지와 베니의 대화 속에서 작은 해답을 얻을 수 있었다.


            “넌 배고픈 사람에게 베이글을 주었지?”

            할아버지가 물었어요.

            “네!”베니가 대답했어요.

            “그리고 그 사람은 다른 사람을 도와주겠다고 약속했지?”

            “네”베니가 고개를 끄덕였어요.

            “그렇다면 베니야. 네가 세상을 조금 더 좋게 만든 거야”


베니는 언제까지나 계속해서 성스러운 상자에 빵을 넣어둘 것이고 누군가는 그 빵 때문에 삶에 희망을 얻을 것이다.

또 베니의 빵을 먹었던 가난한 아저씨는 자신보다 더 어려운 이웃을 도울 것이다.

그렇게 사랑은 소리 없이 누군가에게로 전달되고 그 사랑은 눈 덩이처럼 불어 세상을 밝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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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잠 자니? - 동식물의 겨울나기 어린이 산살림 5
도토리 기획, 문병두 그림 / 보리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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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책에서 가끔씩 볼 수 있는 부분 펼침이 아닌 전체를 병풍처럼 펼쳐 볼 수 있는 책은 처음 본 순간 참 특히 하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이제 1학년과 3학년이 되는 아들들은 처음 책이 도착하면 먼저 자신의 몫의 책을 고르고 의식을 치르듯이 속지에 이름을 적는 다.

나중에는 같이 보는 게 대부분이지만 처음엔 철저하게 내 책, 네 책 구분 짓는 아들들이 이 책에 속지에는 작은 아이의 이름을 적어 넣었다.

아이는 거실 바닥에 길게 펼쳐보며 겨울잠 자는 동물 친구들이야기를 읽기도 하고 뒤집어서는 숨은 있는 작은  동물들을 찾아본다.

처음엔 거들떠보지 않던 큰 아이가 어느새 동생 곁에 붙어서 겨울 잠자는 동물들에 대해 아는 척을 하고 서로 먼저 찾으려고 소란을 피우기도 한다.

꽁꽁 언 땅속과 물속에서 쿨쿨 자고 있는 동식물의 겨울나기를 들여다보면 아무리 추워도 언젠가는 오는 따뜻한 봄에는 모두 힘찬 모습으로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먼저 말했듯이 이 책은 병풍처럼 쫙 펼쳐보는 책이다.

그러니 이 책에 맛을 제대로 느끼려면 바른 자세로 점잖게 책상에 앉아 절대로 볼 수 없는 책이다.

처음 그림을 펼치면 크고 넓은 겨울 세상을 만날 수 있다.

썩은 나무 둥치의 곤충들 세상과 흰 눈 속을 먹이를 찾아 헤매는 노루, 고라니도 보이고 먹이를 찾아 자맥질하는 철새들도 보인다.

겨울 추위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씽씽 썰매도 타고, 연도 날리는 우리 아이들의 모습도 보인다.

딱히 앞뒤를 구별 지을 수는 없지만 일곱 폭의 그림은 우리가 잘 아는 짐승들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춥고 긴 겨울이 오기 전에 먹이를 잔뜩 먹어 두고, 털갈이도 하는 동물들은 가끔씩 깨어나 먹이를 먹는 다람쥐를 비롯해 고슴도치며 오소리를 만날 수 있다.

다음 장에는 변온동물인 파충류와 양서류가 등장한다.

털이 있는 짐승들은 겨울잠을 자다가도 가끔 깨어나기도 하지만 뱀이나 개구리 등은 한 번도 깨지 않는다고 한다.

겨울잠과는 거리가 멀 것 같은 물속 동물들도 강물이 얼어붙는 겨울이 오면 물풀 사이나 진흙 속이나 돌 틈에 들어가서 겨울잠을 자기도 한단다.

그리고 겨울이면 먼 곳에서 찾아오는 겨울 철새들과 우리나라의 텃새들도 소개된다.

때로는 좋은 음악을 선사하기도 하지만 시끄럽고 징그러운 벌레들도  겨울잠을 잔다.

사마귀나 하늘소나 메뚜기처럼 알로 겨울을 나기도 하고, 주머니나방 애벌레처럼 번데기로 추위를 이기기도 하고, 달팽이나 무당벌레는 어른벌레인 채로 추운 겨울을 보내기도 한다.

뭐 겨울잠을 자는 게 동물들뿐이겠는가?

겨울이 오면 잎을 다 떨어뜨린 나무들과 누렇게 마른 풀들도 제 나름대로 겨울을 이기고 있다.

나무들은 보송보송한 겨울눈을 숨기고 있다 봄이 오는 소리에 잎과 꽃으로 세상에 나올 것이고 냉이나 달맞이꽃도 땅바닥에 잎을 펼치고 봄을 기다린다.

물론 딱딱한 씨앗으로 겨울을 나는 식물들도 많다.


아이들에게 읽히기 어려운 책 중 하나가 자연관찰 책인데 재미없다는 선입견을 깬 과감한 디자인이 아이들의 마음을 단번에 잡는다.

아이들은 며칠째 이 책을 펼쳐 놓고 있다.

작은 애에게 읽어주기에도 편하게 입말의 글들은 책을 읽어 준다기보다 엄마가 이야기해주는 느낌이라 더 좋다.

거기다 큰애는 뭔가 부족했던지 안 보던 도감들도 꺼내 와서 보곤 한다.

아무것도 없을 것 같은 쌓인 눈 아래에도 끈질긴 생명이 꿈틀거리고 자심만의 방법으로 겨울을 보내는 동식물들을 보며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을 해본다.

생명의 기운을 간직하고 차가운 땅속, 얼음물 속에서 봄을 기다리는 생명들의 위대함을 절절히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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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주머니랑 그네랑 신나는 명절 이야기 (양장) - 명절 옛 물건으로 만나는 우리 문화 2
햇살과나무꾼 지음, 조은희 그림 / 해와나무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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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의 명절은 말 그대로 축제였다.

특히나 설은 한해를 시작하는 첫날로 온 나라가 들썩였었다.

자가용은 꿈도 못 꾸고 입석이어도 행복했던 기차, 콩나물시루 같았던 버스가 교통편의 대부분이던 시절이었지만 내 고향 내 부모형제를 볼 수 있다는 생각에 몇 시간의 고통은 즐거움으로 받아들였다.

고향에서는 언제 도착할지 모르는 식구를 기다리느라 목이 빠졌고 설 며칠 전부터 온 집안은 먹을거리가 넘쳤다.

먼저 술항아리는 아랫목에 일찌감치 자리를 잡았고, 쑥떡에 찍어 먹을 엿 고고, 유과 만들고, 뽑아 온 가래떡은 꾸덕꾸덕 굳으면 아버지까지 합세해서 밤늦도록  썰곤 하셨다.

마지막으로 여자들은 식혜며 전을 부치고 힘 좋은 남자들은 찰떡이며 쑥떡을 떡메로 치는 걸로 음식 장만은 대충 마무리되었다.

김 모락모락 나는 떡에 고소한 콩고물 묻혀 내놓으면 다디단 엿에 꼭 찍어 입에 넣으면  달착지근하게 착 감기는 맛이 꿀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달큰하고 정감 있는 맛이었다.

하지만 요즘의 설은 음식도 단출해 전이나 부치고, 나물 몇 가지해서 그저 떡국이나 한 그릇 먹고 세배 드리는 걸로 끝이다.

며느리 된 입장으로 지금처럼 간소해진 명절이 좋기만 하지만 마음 한 구석엔 소중한 것을 자꾸 놓쳐버린 느낌이 드는 걸 보면 그 시절 그 북적거림이야 말로 사람 사는 참맛이 아니었나 싶다.


농경사회였던 우리나라는 계절의 변화에 맞추어 쉬고 즐기는 명절이 잘 발달되어 왔다.

설날을 시작으로 입춘을 지나 새해에 처음으로 보름달이 뜨는 정월 대보름을 비롯해 사시사철 일이 힘들고 지칠 때마다 한숨 돌릴 수 있는 휴식의 한마당으로 명절을 즐겼으니 그 또한 조상들의 지혜와 슬기였다.

이제는 도시화라는 이름으로 더 이상 챙기지 않는 명절이야기는 어른에게는 추억을 아이들에게는 새로운 지식을 전달해 준다.

<복주머니랑 그네랑 신나는 명절이야기>는 제목에서 느낄 수 있듯이 우리 고유의 명절이야기를 손때 묻은 옛 물건들을 통해 설명하고 있다.

이야기마당과 정보마당, 배움마당,  익힘마당으로 이루어져 단순한 지식이 나열이 아닌 옛 정취를 함께 느낄 수 있다.

떡 욕심 많은 부부가 떡 하나 때문에 눈뜨고 도둑맞은 이야기로 이야기마당을 열어 놓는다.

다음으로 정보마당에서는 복주머니, 색동옷과 떡판과 떡메를 비롯해 야광귀를 혼란스럽게 했던 체에 이르기까지 지금은 낯 설기만한 물건들은 통해 설에 뜻과 전해 내려오는 놀이를 설명하고 있다.

봄을 알리는 입춘을 지나 지금은 쇠는 사람이 드문 정원대보름의 풍습도 어린 시절 기억을 새롭게 떠오르게 한다.

온 동네 장정들이 나서서 하던 줄다리기며 연날리기, 널뛰기도 재미있지만 무엇보다 기억에 남는 건 달집태우기이다.

새벽녘에 할머니는 오곡밥에 묵은 나물로 따로 상을 봐서는 우물가, 장독대, 외양간에도 한상씩 차려 놓았고, 아버지는 마당 한가운데 커다란 달집을 만들어 불은 부치셨다.

거기에 생대를 넣어두어 불이 붙기 시작하면 온 집안이 떠나갈 듯 대 튀는 소리가 펑펑 귀청을 흔들었다.

그렇게 큰 소리가 나야 잡귀가 물러간다고 항상 보름쯤이면 아무리 추워도 아버지는 대나무를 준비하셨다.

거기에 무병무탈 하려면 나이만큼 불을 넘어야 한다는 말씀에 오빠나 언니는 불길이 잦아들면 풀쩍풀쩍 잘도 넘었지만 동생과 나는 아버지가 안아서 넘겨주시곤 하셨다.

이제는 나 혼자서도 자신 있게 넘을 수 있는 데 더 이상 달집도 없고 다리 밟기도 없는 보름을 보내곤 한다.

지금은 조상님께 성묘 하는 날로 알고 있는 한식은 조선시대에는 조정에서 새 불을 일으켜 백성들에게 나누어주는 날이었다고 한다.

강남 같던 제비가 돌아온다는 삼월삼짇날에는 무쇠 솥뚜껑에 화전을 부쳐 먹으며 아름다운 봄날을 만끽했고, 4월이면 초파일이 기다리고 있고, 오월이면 여름 농사 시작할 힘을 북돋아주는 단오가 기다리고 있었다.

찌는 듯 한 더위에 지칠 때쯤이면 펄펄 끓는 국물로 더위를 물리치던 삼복이 있었다.

견우와 직녀의 애절한 사랑이야기로 더 많이 기억되는 칠월칠석도 북두칠성에 제사를 지내고 성균관에서는 칠석맞이 특별과거를 치루기도 했다.

음력 8월이면 수확을 앞두고 큰 잔치를 벌이던 추석에는 송편을 만들어 먹고 달을 보며 풍년을 기원했다.

동지는 새해 채비를 하며 책력을 선물하고 악귀를 물리친다는 붉은 팥으로 팥죽을 끓여 먹었다.

배움마당에서는 “24절기란 무엇일까?” “명절에는 왜 떡을 해 먹었을까?”등 우리가 궁금해 할 만 한 명절에 궁금증을 짧은 질문과 답변으로 친절하게 해소해 준다.

마지막으로 익힘마당에서는 옛날물건과 요즘물건을 알기 쉽게 비교해 주기도 했다.


일가친척이 모여 명절을 쇠기보다는 여행을 가는 가족도 많아졌고, 자식들이 고향을 찾는 것보다 부모가 자식을 찾아가는 경우도 흔해졌다.

그래서인지 명절이면 고샅마다 몰려다니던 아이들의 모습도 찾아 볼 수 없고, 온 동네가 떠들썩하던 놀이판 소리도 들을 수 없다.

명절이 아니라도 마음만 먹으면 쉬 오고 갈수 있는 고향이고, 친척보다는 우리 식구끼리 지내는 게 익숙하다보니 아이들도 북적거리는 명절을 힘들어한다.

머지않아 우리의 다른 명절처럼 세배하고 떡국 먹는 설도, 송편 빚고 달 보며 소원 빌던 추석도 책에서나 볼 수 있는 명절로 전락해 버리는 게 아닐까 걱정이 된다.

자주 만나지 못했던 가족을 만나 즐겁고 행복해 한다면 좀 힘들고 어려워도 일 년에 한두 번하는 고생이 결코 헛되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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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비안 나이트 - 클래식 도서관 01
호스트 퀸네만 지음, 배수아 옮김, 마리오 그라소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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ㅂ출판사의 10권으로 번역출간 된 아라비안나이트를 접했던 건 지금으로부터 십년이 훨씬 넘은 일인 것 같다

완역본이라는 사실에 겁도 없이 권당 400페이지가 넘었고 활자도 지금보다 훨씬 작았던 그 책을 읽기 시작했다.

램프의 요정 지니가 등장하던 <알라딘의 마법의 램프>나 열려라 참깨를 외치던 <알리바바와 사십 명의 도둑>을 기대하고 읽기 시작하던 책은 놀라움과 낯 뜨거움의 연속이었다.

그 보기에도 민망한 그림과 외설스러운 내용에 혹시나 누가 볼까 두려워 다른 사람이 있을 때는 읽지도 못하고 집에서만 읽었었다.

지금 다시 읽어보면 대수롭지 않은 이야기인데도 그 시절에는 뭐가 그리 부끄럽고 쑥스러웠는지.......

사실 그 책들은 다 읽지 못하고 우리 집 책꽂이 한 면을 차지하고 있다.

숨어서 읽던 책은 세헤르반처럼 천 하루 동안 이야기를 듣는 게 아닌 그 이야기를 읽는 것이 지루하고 어려워 10권 모두를 읽는 걸 중도에 포기했었다.


아라비아나이트는 이슬람교를 칭송하는 내용과 권선징악을 다루고 있는 게 대부분이지만 이야기가 시작된 계기는 참으로 잔인하다.

세헤르반의 광기에서 살아남기 위해 시작된 세헤라자데의 이야기는 천일야화로 이어지게 되니 자신의 목숨뿐만이 아니라  나라 안 모든 여인들의 목숨이 자신의 이야기에 달려 있었으니 그녀에게 매일 밤은 피를 말리는 시간들이지 않았을까?

우리가 읽고 있는 아라비아나이트는 디즈니 만화나 앞뒤 다 잘린 단행본으로 나와 본디 천일야화 시작 배경은 빼고 각각의 이야기로 읽혀지는 것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 책은 작가인 호스트 퀸네만의 말처럼 4,857페이지에 달하는 원본을 요약해 놓은 가족 모두를 위한 책이다.

이국적인 풍경과 괴물들이 가득한 그림, 두께에 비해 가볍고 예쁜 옷을 입은 듯한 책은 잡는 순간부터 단박에 마음을 빼앗는다.

우리에게 익숙한 <뱃사람 신밧드>등의 모험이야기를 비롯해 <아지즈와 아지자> 같은 슬픔 사랑이야기 그리고 재미있는 동물이야기, 지혜로운 소년의 이야기도 포함되어 있다.

특히 “소년 재판관”이야기는 이웃의 재물을 훔쳐낸 사내의 잘못을 재판한 소년을 칭찬하는 위대한 왕 칼리프 알 라시드를 보며 작은 아이에 말에도 귀기우리는 이야말로 진정한 영웅이 아닌가 싶었다.

끝없이 욕심을 부리다 비둘기에 꾀에 넘어간 고슴도치 이야기는 이솝우화에 자주 등장하던 동물들의 이야기를 읽는 듯 하다.

그리고  중동의 어느 한 나라가 배경인줄 알았던 <알라딘과 마법의 램프>의 주인공인 알라딘은 중국의 소년이었다는 새로운 사실도 알게 되었다.


꼭 아이들에게 아라비안나이트를 읽혀야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본디 어른을 위한 책인데 그중에 가려 뽑아 아이들이 읽어도 될만한 이야기를 각색한 이야기가 대부분인데 필독서처럼 굳이 익힐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이가 그림책을 읽기에는 너무 자라 버렸고 완역본을 읽기에는 아직 어린 친구들을 위해서는 안성맞춤인 것 같다.

신나는 모험과 사랑과 지혜가 담겨 있는 한 권의 책을 가족 모두가 읽고 함께 이야기 나눌 수 있다면 그 것만으로도 이 책은 그 가치를 충분히 하고도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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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이집트의 비밀 미라 어린이 디스커버리 10
필립 스틸 지음, 이충호 옮김 / 시공주니어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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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들은 방학이라고 해 봤자 예전의 어린이들처럼 친척집을 가는 것도 아니고,  특별한 숙제가 있는 것도 아니고, 학원을 여러 곳 다니는 것도 아니기에 거의 집에서 하루 종일 빈둥거리고 있다.

TV좀 그만 보라고 하면 슬그머니 컴퓨터 앞에 앉아 있고 그것도 못하게 하면 으레 하는 말인 심심해를 연발한다.

책 좀 읽으라는 말에 책장 앞에서 한참 머뭇거리다가 읽을 게 없다는 말로 속을 뒤집어 논다.

될 수 있으면 침착하고 차분한 어조로 이것도 재미있고 저것도 재미있다고 하지만 이 건 이래서 재미없을 것 같고 저 건 저래서 재미없을 것 같다는 말로 엄마의 한계를 시험하려 든다.

그러던 그 녀석이 요즘 달라졌다.

입에 달고 살던 심심해 대신 “엄마, 그 것 알아요?”라는 질문으로 곤란하게 만든다.

바로 시공주니어의 ‘어린이 디스커버리’ 때문이다.

자연 과학, 지구 과학, 우주 과학, 세계사, 고고학 등의 다채로운 분야의 기초 지식을 담은 이 시리즈는 지식을 쌓게 하려는 의도로 나온 책들의 단점을 보완한 책이다.

책을 권하는 입장에서는 최대한 많이 읽어주기를 바라는 게 지식 책이지만  그 책을 읽는 독자인 어린이는 딱딱하고 어렵고 재미없는 게 바로 지식 책이다.

그런데 이 시리즈는 사실적인 생생한 그림과 아이가 혼자 읽기에도 적당한 크기에 글자와 짧으면서도 명확한 설명으로 이해하기 쉽게 구성되어 있다.

특히 뒷면에 나오는 <용어 설명>은 본문에 나오는 어려운 단어를 풀이해 주어 따로 다른 책을 참고하지 않아도 될 만큼 친절하게 설명해 준다.


우리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이야기는 10번째 권인 <고대 이집트의 비밀 미라>이다.

“수천 년 전에 죽은 어떤 사람의 비밀 무덤 속에 들어간다고 상상해 보세요.”라고 시작되는 첫 페이지를 읽는 순간 책을 읽는다는 느낌보다는 신기한 파라오의 무덤을 탐험하는 기분을 들게 한다.

으스스하고 신기한 무덤 속을 촛불하나에 의지에 떠나는 모험은 죽은 사람이 사후 세계에서 살아가기 위해 썩지 않은 몸이 필요했기에 미라로 만들었다는 설명으로부터 시작해 고대 이집트인들의 사회생활까지 자세하게 설명해 준다.

태양신 라, 죽음과 부활의 신 오시리스, 장래의 신이자 미라를 만드는 사람들의 신인 아누비스등의 익숙한 이름의 이집트 신들을 만나는 보는 것도 재미있다.

으스스하고 오싹하기만 한 미라 만드는 과정과 장례식 행렬의 세밀한 표현은 현장에 함께 있는 듯하다.

우리나라에는 관을 나르는 상여가 있다면 오시리스를 만나기 위해 물을 건너가는 여행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이집트인들이 미라를 모형 배에 실어 옮겼다는 사실도 새로웠다.

미라를 넣는 관의 변천과정과 무덤 속의 부장품들의 대한 이야기는 이집트인들이 사후 세계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했는지도 알게 해 준다.

오늘날  과학자들의 의해 미라에서 떼어낸 작은 조직세포로부터 미라의 가족과 친척은 물론 어떤 병에 걸렸는지까지 알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도굴꾼이나 연구라는 이름으로 무덤을 파헤치는 과학자들의 모습에서는 왠지 모를 씁쓸함을 느끼기도 했다.

진정으로 사후세계를 믿었던 고대 이집트인들의 입장에서 본다면 도굴꾼이나 과학자 두 부류 모두 자신들의 믿음을 송두리째 무너뜨리는 파괴자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막연하기만 했던 이집트의 매장 풍습을 아이 눈높이에서 설명해 준 것 같아 고고학의 기초를 세운 계기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글을 제대로 못 읽는 아이에게 가장 읽어주기 힘든 책은 지식을 전달해 주는 책이다.

한 페이지를 채 읽기도 전부에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질문을 받아주다 보면 아이도 지치고 읽어주는 어른도 치솟아 오르는 짜증쯤은 감수하고 읽기를 시도해야 한다.

하지만 이 책은 딱딱한 설명글이 아니라서 읽어주기에도 편하고 자세하고 쉬운 설명 때문에 받아들이는 아이도 한결 편안해 한다.

그래서인지 아직은 읽어주는 걸 좋아하는 둘째도 곧잘 이 시리즈를 골라온다.
사실 이 책 한권을 통해 고대 이집트의 미라와 이집트의 사회상을 모두 접하는 데는 어느 정도의 한계가 있다.

그렇다고 해서 처음부터 아이에게 어려운 고고학 책을 안겨줄 수는 더더욱 없을 것이다.

처음 시작하는 고고학의 입문서정도로 생각하면 좋을 것이다.

아이에게 학습을 강요하지 않으면서도 읽다보면 저절로 지식이 쌓이기를 바란다면 주저 없이 권해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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