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지키는 생명의 수호천사 - 우리 식탁 지키기 프로젝트 4
조영선 지음, 이영호 그림 / 애니북스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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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슈퍼사이즈 미’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통해 감독은 한 달 내내 하루 세끼를 패스트푸드만을 먹으며 자신의 변화하는 몸을 전 세계에 보여주었다.

몸무게가 일주일에 5Kg이 늘고 무기력과 우울증까지 호소해가며 온몸으로 패스트푸드의 폐해를 역설했었다.

무모하기만한 그의 노력 덕에 사람들은 패스트푸드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됐다.

이렇게 분명히 몸에 해로운 인스턴트음식이나 패스트푸드의 폐해를 아무리 이야기해도  스스로 느끼고 멀리하지 않으면 소용없는 일이다.


우리 식탁 지키기 프로제트 4번째 이야기 ‘지구를 지키는 생명의 수호천사’는 우리 농산물의 소중함을 아이들이 좋아하는 만화를 통해 역설하고 있다.

어느 날 지구에 찾아온 뿌루꾸 종족은 싼 가격의 패스트푸드로 어린이들의 입맛을 사로잡게 된다.

아이들은 야채와 채소는 멀리하고 뿌루꾸 종족이 파는 햄버거만을 먹게 되고 그 결과 아이들의 건강은 날로 악화되어 간다.


하지만 과일과 채소라면 가리는 것 없이 좋아하는 초등학교 4학년 두돌이만은 뿌루꾸 종족의 마수에서 벗어나게 되고, 그런 두돌이 앞에 땅의 정령 뽀로미가 나타나게 된다.

그리고 농산물의 정령들이 힘을 모을 수 있는 6색 마법 배지를 받게 된다.

이 배지로 농산물 고유의 색깔인 빨강(리코펜), 하양(알리신),보라(폴리로노이드), 녹색(리페놀), 노랑(카로틴), 검정(안토시아닌)의 6가지 에너지를 다 채워 농산물 수호천사를 불러내게 되고 인간들의 건강을 해쳐 지구를 정복하려는 목표를 가진 외계인 뿌루꾸 종족을 물리치게 된다.


아이들에게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뭐냐고 물으면 대부분은 피자, 햄버거, 통닭, 콜라 등을 열거한다.

어른인 나도 그런 음식이 댕기는데 패스트푸드에서만 느끼는 독특한 맛은 이미 아이들 입맛을 길들여 놓아 유혹에게 벗어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아이들에게 아무리 패스트푸드의 해악과 우리 농산물의 좋은 점을 이야기해도 쉽게 받아들이기는 어려울 것이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만화다보니 처음부터 끝까지 아주 재미있게 읽을 수 있어 좋다.

거기다 개구쟁이지만 착하고 용감한 또래인  두돌이와 뿌루꾸 종족의 두목 콜테롤과 지저분한대다 어리석기까지 한 부하들의 대결은 아이들을 열광하게 한다.  

‘피가 되고 살이 되는 농산물 이야기’에서는 만화의 흐름을 끊지 않으면서도 패스트푸드에 나쁜 점과 우리 농산물의 좋은 점을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색깔 채소들에 함유된 영양소를 조목조목 설명해 준다.

그래서 아이들이 멀리하는 채소와 과일을 많이 먹어야 하는 지 아이 스스로 느끼게 해 준다.


사실 아이들이 이 한권의 책으로 패스트푸드를 멀리하고 갑자기 야채를 잘 먹는 것까진 바라진 않는다.

엄마가 항상 좋은 식재료를 염두하고 두고 시장에 가는 것처럼 아이들 또한 가급적 패스트푸드를 멀리하는 계기가 된다면 이 책에서 큰 수확은 얻은 것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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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인간 로봇 테마 사이언스 1
김선희 지음, 최상훈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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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어린 시절 만화영화 속 주인공들이다.

멋진 태권도 품새로 적을 물리치던 로보트 태권V, 무쇠팔 무쇠주먹의 마징가 Z, 강하지만 귀여운 아톰 등 언제나 정의에 편에 서 악당을 물리치던 로봇들을 실제로 존재하는 영웅으로 착각하곤 했다.

이렇게 공상 과학 소설이나 만화에 등장하던 로봇은 현재 가정과 공장, 공공시설 등 거의 모든 곳에서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다.


테마 사이언스 시리즈의 첫 번째 권인 ‘제 2의 인간 로봇’은 우리 생활에 깊숙하게 자리하고 있는 로봇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신화와 공상 과학, 만화영화 속 로봇부터 시작해 현재 눈부시게 발전한 로봇의 모습과 미래의 로봇을 쉬운 설명 글로 저학년도 쉽게 이해하도록 설명해 주고 있다.

본문의 구성은 신화 속 크레타 섬을 지키는 청동거인 탈로스에서 시작해 미래에 등장할 사람보다 똑똑한 로봇 이야기까지 32편의 이야기가 시간 순으로 펼쳐져 이해하기 쉽다.

또한 이야기 끝 Tip를 통해 재미있는 읽을거리와 풍부한 정보를 제공해 주고 있다.


현재 사용하는 로봇이라는 이름의 유래는 1920년 체코슬로바키아의 유명한 극작가 카렐 차페크가 자신의 희곡 에서 강제 노동을 뜻하는 로보타(robota)에서 따온 로봇(robot)을 처음으로 사용하면서라고 한다.

또한 미국의 SF 작가인 아사모프는 자신의 소설 <나는 로봇>에서 로봇의 법을 명시했다고도 한다.

이렇듯 상상력의 산물이었던 로봇은 연구에 연구를 거듭해 가며 날로 발전해 갔다.

초기에 자동인형이나 텔레복스를 시작으로 인간이 하기 힘든 일을 대신하는 공장의 일꾼이 되고, 현재는 우리 가까이에서 사용되는 애완동물을 비롯해 인간과 로봇의 결합한 사이보그까지 등장했다.


내가 만화영화 속 로봇에 매료됐던 나이의 우리 아이들은 작동이 가능한 로봇장난감을 갖고 놀고 있다.

그래서인지 아이들은 그저 로봇이 만화속이나 장난감 같은 허구가 아닌 실제 로봇을 발전시켜야 할 과학의 한분야로 보고 있고 실제로 로봇을 연구하는 과학자를 꿈꾸고 있다.

처음으로 우리나라에서 로봇 축구 대회가 열렸고, 우리 기술로 개발된 가정교사 로봇인 아이로비가 존재하고 있다.

먼 이야기가 아닌 우리 생활 속 로봇 이야기를 읽으며 아이들의 꿈이 영글어 가는 걸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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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로봇이 발전을 거듭해 인간을 지배하는 세상이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 아시모프가 연구에 연구를 거듭해 가며 만든 로봇 법이 있다.

1950년 <나는 로봇>이라는 소설에서 밝힌 로봇의 3가지 원칙과 나중에 보완한 제0조항은 작가의 상상력과 함께 미래의 실제로 일어날지도 모르는 로봇의 반란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게 했다.


제1원칙, 로봇은 사람에게 해를 끼쳐서는 안 되며 위험에 처해 있는 사람을 그대로 두고 봐서도 안 된다.

제2원칙, 로봇은 사람의 명령에 반드시 복종해야 한다. 하지만 제1원칙에 어긋날 때는 따르지 않아도 된다.

제3원칙, 로봇은 제1원칙과 제2원칙에 어긋나지 않는 한 자기 자신을 보호해야만 한다.

제0원칙, 로봇은 인류에 해를 끼쳐서는 안 되며 위험한 상황에 사람을 내버려 둬서도 안 된다.


영화 속 반란을 일으켰던 로봇과 그들을 제압하는 로봇은 이 원칙을 따르느냐 안 다르냐에 따라 적이 된 것이었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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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 속의 바다 - 2004년 뉴베리 아너 상 수상작 청소년문학 보물창고 12
케빈 헹크스 지음, 임문성 옮김 / 보물창고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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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장을 덮으며 나의 열두 살 여름방학을 기억하려 애썼다.

80년대 초반의 시골 여자애가 꿈꾸었던 방학은 서울 나들이 아님 황순원의 소나기에 등장하는 소년과 소녀의 사랑이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여름방학이면 ‘여름 손님은 호랑이보다 더 무섭다’는 옛 말씀을 철저히 따르셨던 엄마 덕분에 서울은 꿈도 못 꿨고, 마을이 집성촌이니 친척집에 놀러온 얼굴 하얀 서울 애는 나에게도 친척이었으니 소나기에 등장하는 첫사랑은 그저 소설 속 이야기일 뿐이었다.


열두 살 마사의 여름방학은 예정된 여행과 친구의 죽음 뒤 뜻밖에 받게 되는 쪽지 한 장, 그리고 첫사랑이라고 믿었던 아이에 대한 배심감등의 이야기가 낯선 풍경과 함께 어린 시절 누구나 한번쯤 꿈꾸었을 여름방학을 독자들에게 선사해 주었다.

어느 날, 마사는 기억나는 거라곤 ‘조용하고 눈에 잘 띄지 않았으며 좀처럼 다른 사람과 눈을 마주치지 못하던 외톨이 소녀, 학교 복도에서도 사물함 쪽으로 바짝 붙어서 조용하게 걸어 다니던 아이’인 올리브 바스토우의 죽음 뒤 그 아이의 일기장 안에 있던 쪽지를 아이의 엄마를 통해 전해 받게 된다.

쪽지는 대서양이나 태평양 같은 넓은 바다를 가고 싶고, 마사와 마찬가지로 작가 되고 싶은 올리브의 꿈과 여름방학엔 마사와 친구가 되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여행에 들뜬 기분은 올리브의 쪽지로 인해 묘한 감정으로 변하게 되지만 아무 일 없는 것처럼 대서양에 있는 갓비 할머니 댁으로 가족 여행을 가게 된다.

그곳에서 지미에게 느꼈던 사랑과 그 사랑이 거짓이었음을 알았을 때 느끼는 배신감에 절망하기도 하지만 또 다른 친구 테이트의 도움으로 위기를 넘기기도 한다.

죽음을 관조한 듯 한 갓비 할머니와의 서두르지 않고 기다려주는 대화는 마사를 스스로 생각하게하고 훌쩍 자라게 한다. 

마사는 올리브의 엄마를 위해 담아온 병 속의 올리브의 바다를 비우며 사춘기 소녀의 불안과 자기 안에 있던 가족의 미움까지도 비우게 된다.


마사의 여름방학 이야기는 어린 시절 내가 꿈꾸었던 방학과 앞으로 우리 아이가 맞게 될 사춘기의 방학을 동시에 맛본 듯하다.

마사의 이야기를 읽으며 앞으로 사춘기를 맞게 될 우리 아이들에게 과연 내가 갓비 할머니 같은 길라잡이가 되어줄 수 있을까하는 걱정이 앞선다.

아직 어리게만 보이는 3학년 아들도 가끔 엄마에게 대들기도 하고 엄마는 알 것 없다는 투의 말을 종종 하기도 한다.

지금이야 혼내는 걸로 간단하게 아들을 제압하지만 더 나이가 들어 사춘기를 겪게 될 때를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해 온다.

항상 빠르게 생각하고 빠르게 대답하는 게 옳은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내게 갓비 할머니의 천천히 들어주는 기다림에 지혜는 새로운 정답을 제시해 준다.


마사가 할머니에게 가족이 다 싫다고 말한 것은 몸은 훌쩍 자랐지만 아직 부모의 사랑과 관심을 받고 싶은 마음에서 오는 괴리감 때문이었을 것이다.

마사는 올리브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첫사랑에 배신을 이겨내고, 갓비 할머니의 도움으로 몸만큼 마음도 자랄 수 있었다.

인생을 살다보면 죽음의 그림자와 가족간의 갈등, 방향을 잘 못 잡은 사랑 등 수많은 난관이 기다릴 것이다.

마사가 여름방학동안 훌쩍 자란 것처럼 부디 우리 아이들도 몸과 마음을 함께 키워가며 앞으로 닥칠 사춘기라는 폭풍을 무사히 지나가길 바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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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없는 그림책 동화 보물창고 14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지음, 원유미 그림, 이옥용 옮김 / 보물창고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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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데르센의 동화 한두 편 읽지 않고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나 역시 어린 시절 언제, 어떤 경로였는지 기억할 수는 없지만 인어공주, 성냥팔이 소녀, 미운 오리 새끼, 외다리 병정 이야기 등을 읽었고, 사반세기가 지난 지금 우리 아이들 역시 그의 동화를 즐겨 읽고 있다.

하기야 작년이 안데르센 탄생 200주년이었으니 그가 쓴 동화의 생명이 언제까지 인지 아무도 예측할 수는 없을 것이다.


흔히 읽을 수 있었던 그의 다른 동화와는 달리 길어야 서너 페이지를 넘기지 않는 짧은 이야기 모음인 <그림 없는 그림책>은 이야기 하나, 하나가 깊은 생각거리와 마음의 울림을 선사해 주었다.

낯선 도시로 이사와 외롭고 쓸쓸한 날들을 보내고 있는 화가의 창가에 고향에서 늘 보던 낯익은 얼굴인 달이 찾아와 매일 저녁, 달이 본 세상이야기를 들려주겠다는 약속과 함께 이야기는 시작된다.


달의 이야기 속에는 많은 인물이 등장한다.

그중 가장 사랑스러운 주인공들은 역시 어린아이들이다.

암탉을 괴롭힌 걸 사과하고 싶어 하는 소녀와 태어날 동생을 기다리는 사랑스러운 오누이와 새 옷을 입고 세상에 어느 누구보다 기뻐하는 네 살배기 여자아이이야기는 사랑스럽기만 하다.

개구쟁이 오빠들 때문에 키다리 나무에 걸린 인형을 보며 다리에 빨간색 헝겊을 묶은 오리를 보고 웃었던 걸 죄라고 생각하는 아이가 인형에게 물었던 “너도 동물들 보고 웃었니?”라는 말은 부지불식간에 수많은 죄를 저지르는 어른중 하나인 나를 뜨끔하게 하기도 했다. 


처음으로 굴뚝 꼭대기까지 올라온 굴뚝 청소하는 어린 남자 아이 이야기는 힘겹기만 한 생활 속 작은 것에도 행복을 찾는 아이의 능력에 고개가 숙여졌다.

뭐니 뭐니 해도 가장 사랑스러운 아이는 잠자리에 들어 주기도문을 외우는 여자 아이의 이야기였다.

“빵 위에 버터도 듬뿍 발라 주세요.”라는 말은 저절로 입가에 미소를 짓게 해 주었다.


하지만 우리 인생사가 이렇게 어린아이들처럼 꾸밈없고 긍정적이고 행복하지만은 않은 것이기에 추운 그린란드의 어느 텐트 안에서 병들어 죽음을 맞는 이의 이야기는 누구에게도 피해갈 수 없는 이야기기에 여러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기도 했다.

사랑하는 여인을 잃은 슬픔 속에서도 무대에 서야하는 어릿광대의 이야기는 가슴이 찡해 오기만 한다.

‘동화의 아버지 안데르센’의 동화들은 마음 한구석 아련한 연민이나 슬픔, 기쁨, 쓸쓸함을 오랫동안 남겨 둔다.

하지만 그의 동화를 수없이 읽었지만 안데르센의 일생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다.

해설-‘안데르센의 동화 세계’를 읽으며 그의 불우한 일생과 달이 화가에게 들려주었던 이야기들은 42년 동안의 해외여행을 통해 안데르센이 보고 들었던 이야기를 달의 입을 빌어 들려주었음을 알 수 있었다.


“위대한 천재적인 화가나 시인, 작곡가는 마음만 먹으면 달이 해 준 얘기를 듣고 훨씬 더 많은 걸 창조해 낼 수 있다.”는 화가의 말은 창 너머로 떠있던 달을 무심히만 보아오던 내게 잔뜩 힘이 들어갔던 일상의 무게를 잠시 내려놓으라는 충고쯤으로 들렸다.

원래 서른세 편의 이야기 중 어린이들이 읽기에 좋을 만한 작품 열일곱 편만을 골라 엮은 책은 어린이뿐만 아니라 세파에 시달리는 어른에게도 한 박자 쉬어가는 서두르지 않는 평온한 일상을 선사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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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아 풀아 애기똥풀아 - 식물편, 생태 동시 그림책 푸른책들 동시그림책 3
정지용 외 지음, 신형건 엮음, 양상용 그림 / 푸른책들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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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 동시 그림책 동물편인 <‘똥’자 들어간 벌레들아>를 재미있게 봤던 터라 기다리고 기다렸었는데 두 번째 식물편인 “풀아 풀아 애기똥풀아”가 드디어 출간되었다.

동시집은 한번에 끝까지 읽기 어렵다는 선입견을 깨준 전작과 마찬가지로 잔잔한 동시에 어울리는 강렬하지 않은 색채와 여백의 미를 살린 그림이 어느 시골길 모퉁이를 돌면 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 들풀 같아 편안하고 화려하지 않아 좋다.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을 회돌아 나가고’ 로 시작하는 향수의 작가 정지용을 시작으로 학창시절 머리가 아프게 외웠던 청록파 시인 박목월과 김용택, 손동연등 과거와 현재를 연결해주는 열한분의 시인이 우리 산천에 흔하디 흔한 식물을 사랑 가득한 목소리로 노래하고 있다.


모두 열여섯 편의 시는 꽃샘추위로 아직은 봄을 실감하기 어려운 개울가 ‘버들강아지’ 모자의 속삭임을 시작으로 무서리 내리는 가을에 철모르고 피어있는 ‘호박꽃’까지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게 해준다.

봄이 되면 어딜 가든 흔하게 볼 수 있는 제비꽃, 민들레꽃과 함께 추운 겨울 딸네를 찾아가다 꽃이 되었다는 슬픈 전설의 할미꽃은 돌아가신지 20년 가까이 된 할머니와 곱던 얼굴이 이젠 주름투성이  할머니가 된 엄마를 몹시도 그립게 한다.

‘해바라기 씨’를 참새 눈 숨기고 담모롱이에 도닥도닥 심고 언제 싹이 날까 자꾸자꾸 들여다보던 내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

쑤욱 나와, 쑤욱 자란 쑥도, 할머니 똥풀꽃이 되어 버린 애기똥풀도 노란 얼굴을 내민다.

너무 흔해 이름도 ‘개망초꽃’인 너도 그립다.

내가 알고 있던 슬프고도 슬픈 며느리밥풀꽃은 사실은 흥부 아저씨 뺨 때린 놀부네 밥주걱이었단다.

우리 아이들처럼 천방지축인 ‘강아지풀’, 꽉 잡고 놓아주지 않던 ‘도깨비바늘’, 가을이면 더 의젓하던 ‘밤나무’도 반갑기만 하다.


동시집을 처음 만난 건 계속되는 불볕더위가 사람의 혼을 빼앗다 천둥번개와 함께 한차례 소나기를 뿌려준 날이었다.

무료한 오후를 보내고 있던 아이들 앞에서 목청껏 시 한편을 읽었더니 슬금슬금 다가와 앉는다.

고개를 기웃거려 제목을 보고, 그림을 살피더니 저희도 읽겠단다.

모처럼 엄마가 무작정 읽어주거나 소리 내지 않고 눈으로만 읽던 시가 아닌 엄마는 아들들을 위해 형제는 엄마와 동생, 그리고 형을 위해 자신의 가장 멋들어진 목소리로 시를 낭송했다.

낯익은 이름들이 나오면 친구를 만난 듯 반가워하고 언젠가 산에 올랐다 내려오는 길에 도깨비바늘이 저희들 바지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아 걸음을 멈추고 때어냈던 일을 떠올리며 깔깔거린다.

‘분꽃과 하늘’을 읽으면서는 뚜따뚜따 손나팔을 불기도 하고 토끼 똥 같던 씨앗이야기엔 얼굴이 벌게지게 웃는다.

동시는 어렵고 재미없다는 고정관념을 떨쳐버리는 시들 덕분에 오후한때 아이들과 나는 각자의 기억을 꺼내느라 꽤 오랜 시간이 걸린 끝에 책장을 덮을 수 있었다.


마지막의 ‘더 알고 싶어요!’는 말 그대로 더 알고 싶은 독자를 위한 보너스 같은 페이지다.

친근한 시와 그에 어울리는 그림을 보는 것도 즐겁고 덤으로 얻는 지식 하나도 놓칠게 없다.

이번에도 역시 아이들은 시인의 존재는 염두에 두지 않는다.

그저 뭐 하나라도 더 건지고 싶은 엄마 욕심에 자꾸 차례로 넘어가 시인의 이름을 살피고 시인의 다른 시들을 인터넷에서 찾는 수고를 했다.

아이들은 시의 느낌만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즐거워하는 데  습관처럼 시를 공부하는 나를 발견했다.

길가의 무더기로 자란 쑥을 보며 시인 손동연을 생각해 내느라 머리를 굴리는 엄마와 달리 아이들은 입을 모은다.


많이 나와도 쑤욱 나왔다, 쑥.

쬐금 나와도 쑤욱 나왔다, 쑥.

빨리 자라도 쑤욱 자란다, 쑥.

늦게 자라도 쑤욱 자란다, 쑥. <손동연의 ‘쑥’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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