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아 풀아 애기똥풀아 - 식물편, 생태 동시 그림책 푸른책들 동시그림책 3
정지용 외 지음, 신형건 엮음, 양상용 그림 / 푸른책들 / 2006년 8월
평점 :
절판


 

생태 동시 그림책 동물편인 <‘똥’자 들어간 벌레들아>를 재미있게 봤던 터라 기다리고 기다렸었는데 두 번째 식물편인 “풀아 풀아 애기똥풀아”가 드디어 출간되었다.

동시집은 한번에 끝까지 읽기 어렵다는 선입견을 깨준 전작과 마찬가지로 잔잔한 동시에 어울리는 강렬하지 않은 색채와 여백의 미를 살린 그림이 어느 시골길 모퉁이를 돌면 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 들풀 같아 편안하고 화려하지 않아 좋다.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을 회돌아 나가고’ 로 시작하는 향수의 작가 정지용을 시작으로 학창시절 머리가 아프게 외웠던 청록파 시인 박목월과 김용택, 손동연등 과거와 현재를 연결해주는 열한분의 시인이 우리 산천에 흔하디 흔한 식물을 사랑 가득한 목소리로 노래하고 있다.


모두 열여섯 편의 시는 꽃샘추위로 아직은 봄을 실감하기 어려운 개울가 ‘버들강아지’ 모자의 속삭임을 시작으로 무서리 내리는 가을에 철모르고 피어있는 ‘호박꽃’까지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게 해준다.

봄이 되면 어딜 가든 흔하게 볼 수 있는 제비꽃, 민들레꽃과 함께 추운 겨울 딸네를 찾아가다 꽃이 되었다는 슬픈 전설의 할미꽃은 돌아가신지 20년 가까이 된 할머니와 곱던 얼굴이 이젠 주름투성이  할머니가 된 엄마를 몹시도 그립게 한다.

‘해바라기 씨’를 참새 눈 숨기고 담모롱이에 도닥도닥 심고 언제 싹이 날까 자꾸자꾸 들여다보던 내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

쑤욱 나와, 쑤욱 자란 쑥도, 할머니 똥풀꽃이 되어 버린 애기똥풀도 노란 얼굴을 내민다.

너무 흔해 이름도 ‘개망초꽃’인 너도 그립다.

내가 알고 있던 슬프고도 슬픈 며느리밥풀꽃은 사실은 흥부 아저씨 뺨 때린 놀부네 밥주걱이었단다.

우리 아이들처럼 천방지축인 ‘강아지풀’, 꽉 잡고 놓아주지 않던 ‘도깨비바늘’, 가을이면 더 의젓하던 ‘밤나무’도 반갑기만 하다.


동시집을 처음 만난 건 계속되는 불볕더위가 사람의 혼을 빼앗다 천둥번개와 함께 한차례 소나기를 뿌려준 날이었다.

무료한 오후를 보내고 있던 아이들 앞에서 목청껏 시 한편을 읽었더니 슬금슬금 다가와 앉는다.

고개를 기웃거려 제목을 보고, 그림을 살피더니 저희도 읽겠단다.

모처럼 엄마가 무작정 읽어주거나 소리 내지 않고 눈으로만 읽던 시가 아닌 엄마는 아들들을 위해 형제는 엄마와 동생, 그리고 형을 위해 자신의 가장 멋들어진 목소리로 시를 낭송했다.

낯익은 이름들이 나오면 친구를 만난 듯 반가워하고 언젠가 산에 올랐다 내려오는 길에 도깨비바늘이 저희들 바지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아 걸음을 멈추고 때어냈던 일을 떠올리며 깔깔거린다.

‘분꽃과 하늘’을 읽으면서는 뚜따뚜따 손나팔을 불기도 하고 토끼 똥 같던 씨앗이야기엔 얼굴이 벌게지게 웃는다.

동시는 어렵고 재미없다는 고정관념을 떨쳐버리는 시들 덕분에 오후한때 아이들과 나는 각자의 기억을 꺼내느라 꽤 오랜 시간이 걸린 끝에 책장을 덮을 수 있었다.


마지막의 ‘더 알고 싶어요!’는 말 그대로 더 알고 싶은 독자를 위한 보너스 같은 페이지다.

친근한 시와 그에 어울리는 그림을 보는 것도 즐겁고 덤으로 얻는 지식 하나도 놓칠게 없다.

이번에도 역시 아이들은 시인의 존재는 염두에 두지 않는다.

그저 뭐 하나라도 더 건지고 싶은 엄마 욕심에 자꾸 차례로 넘어가 시인의 이름을 살피고 시인의 다른 시들을 인터넷에서 찾는 수고를 했다.

아이들은 시의 느낌만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즐거워하는 데  습관처럼 시를 공부하는 나를 발견했다.

길가의 무더기로 자란 쑥을 보며 시인 손동연을 생각해 내느라 머리를 굴리는 엄마와 달리 아이들은 입을 모은다.


많이 나와도 쑤욱 나왔다, 쑥.

쬐금 나와도 쑤욱 나왔다, 쑥.

빨리 자라도 쑤욱 자란다, 쑥.

늦게 자라도 쑤욱 자란다, 쑥. <손동연의 ‘쑥’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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