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내내 토요일>이면 얼마나 좋을까요?초판 1쇄가 발행된 지 23년이 지났는데 절판되지 않고 여전히 출간되고 있다는 건 재미가 보장된 소설이라는 방증이겠지요.저는 2007년에 친구에게 생일 선물로 받은 책인데 이제야 읽었습니다. “일요일엔 일광욕을 하고, 월요일에 월간지 기자인 친구가 월요병이라 월차 휴가를 냈다면서 오고, 화요일에 화분을 깨뜨리고, 수요일에 수도꼭지가 고장 나고, 목요일에 목이 몹시 아프고, 금요일에는 금일 휴무였다!” (p11)로트콜 부인 집에 세 들어 사는 타셴비어 씨는 토요일 아침 자신도 모르는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어요.산책을 나간 타셴비어 씨는 사람들에 둘런 쌓인 사람도 아니고 동물도 아닌 모습을 한 누군가를 보게 됩니다.타셴비어 씨가 그 녀석의 이름을 “토요”라고 말하는 순간 토요는 타셴비어 씨를 아빠라고 부르며 집으로 따라갑니다.초등학교 3~4학년 이상 권장하는 동화는 큰 글자 크기와 간혹 나오는 그림이 있어 많은 글밥에 부담을 느끼는 어린이도 편하게 읽을 수 있습니다.토요의 행동은 “삐삐 롱스타킹”을 떠오르게 할 만큼 엉뚱하고 발칙하기까지 합니다.큰 소리로 끊임없이 노래를 부르고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행동하지만 타셴비어 씨를 사랑하는 것이 느껴지기도 합니다.엉뚱하게만 보이는 토요는 아이들의 마음을 대변하고 있습니다.강압적인 명령보다 언제나 ‘~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하게 하고 학교에서는 ”난 내가 노래하고 싶을 때 노래할 거예요. 노래 부르기 싫으면 안 부르고. 그게 맞는 거잖아요. 그게 내 마음에 드는 거니까”(p126)라고 말합니다.’옮긴이의 말‘ 번역가는 번역에 어려움을 이야기합니다.번역가님은 힘드셨겠지만 독일어 원본이 궁금해지는 말장난과 상황마다 즉석에서 만들어내는 시는 이야기를 더 풍부하고 즐겁게 해 줍니다.거기다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변하는 타셴비어 씨의 모습은 뭉클해지기도 합니다.매일매일을 토요일로 만들어주는 토요를 만나 신나게 놀고 싶어지게 하는 이야기입니다.
아들들이 그림책을 볼 나이를 훌쩍 지났지만 어린 시절 그림책 없이 자란 탓인지 지금도 그림책이 좋습니다.심오한 뜻을 담은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도 좋지만 어린이 대상의 귀여운 그림책도 좋습니다.이번에 재미난 숨은 그림 찾기 책을 출간하신 이주희 작가님은 서로 닮은 곳 하나 없는 너와 내가 만나 보내는 하루하루를 그린 #안녕오리배 를 통해서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신간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한글 자음 14개를 알려주는 그림책입니다.그림책을 펼쳐보면 앞면지에는 자음이 차례로 그려진 그림 사이에 노란 비옷을 입은 어이가 돋보기를 들고 관찰하는 모습이 그려져 있습니다.뒷면지에는 본문의 “찾아보세요!”의 정답이 있습니다.그림책은 한글의 자음을 익히기에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모음 수와 같은 14장의 그림에서 각각 7개의 숨은 그림을 찾아야 하니 그림책을 보다 보면 단어 98개를 알 수 있습니다.그림책의 가장 큰 장점은 아이들이 숨은 그림을 찾으면서 한글을 알아가는 것이겠지만 숨은 그림 찾기가 아닌 일반 그림책으로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는 점입니다.“구름 속에서 빗방울들이 쏴아아 쏟아져요.놀이터의 친구들이 모두 집으로 가 버렸어요.다른 친구들을 만나 볼까요?라랄랄라 다 같이 신나게 모험을 떠나요.”놀이터에서 함께 놀던 친구들은 비가 오자 모두 집으로 가버리고 혼자 남은 친구는 다른 친구들과 신나는 모험을 떠납니다.친구의 모험길에 함께 하는 것도 충분히 즐겁습니다.그림책이 정말 귀여워 주위에 막 선물해 주고 싶은 마음이 생깁니다.한글을 아직 모르는 아이는 물론 글자를 잘 읽는 아이에게도 선물해 주고 싶어 집니다.글자를 익히기에도 좋고 집중해서 숨어있는 그림을 찾는 것도 즐거울 것 같아 얼른 선물해 주고 싶은 그림책입니다.
<소설 보다>는 문학과지성사에서 1년에 네 권씩 출간하는 시리즈로 올 초에 처음 알게 된 시리즈다.작년 2024년 여름호에는 올해 이상문학상 대상에 선정된 예소연 작가의 <그 개와 혁명>과 우수상을 수상한 서장원 작가의 <리틀 프라이드>가 실려있다.두 편은 이미 이상문학상 수상집을 통해 읽었고 함윤이 작가의 <천사들(가제)>는 처음 읽은 작품이다.<그 개와 혁명>과 <천사들(가제)> , 두 작품 모두 상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예소연 작가가 과거 운동권이었던 아버지의 장례식장의 모습을 슬프기보다는 유쾌하게 그렸다면 함윤이 작가는 장례식이 있는 부산으로 가는 기차에서 주인공이 망자와 함께 하는 꿈속 이야기가 중심이다.죽음은 끝이기에 슬프다.소설 속 주인공들은 큰 소리로 우는 것이 아닌 각자 다른 방법으로 죽은 이들을 애도한다.지인들에게 아버지의 유언을 전달하는 딸도 있고 빠른 교통편이 아닌 느린 무궁화호를 타고 가며 친구를 기억하며 느리게 장례식장에 가는 주인공도 있다.어떤 방식으로 죽음을 받아들이고 애도하는지는 각자에 몫이지만 만약 내가 떠나는 사람이라면 예소연 작가 방식으로 이별하고 싶다.작가들의 인터뷰를 통해 작가가 작품에서 말하고자 애썼던 부분을 아는 것도 재미있지만 미처 작가도 생각하지 못한 부분을 읽어내 질문하는 인터뷰어의 질문도 재미있다.
오빠는 위층, 여동생은 아래층, 남매는 사이좋게 이층 침대를 나눠 쓰고 있습니다.그런데 동생은 자꾸만 오빠가 자는 이층이 탐이 납니다.동생이 어렵게 “나도 위층에서 자고 싶어.” 라고 말하자 “위층은 엄청 위험해. 너는 아직 안 돼.”라고 오빠는 단칼에 거절합니다.오빠는 왜 이층이 위험하다고 했을까요?쉽게 잠이 들지 않는 밤, 오빠와 동생은 이층 침대를 타고 환상의 모험을 떠납니다.유령 나라에 가서 유령을 놀라게 해주기도 하고 어느 날은 침대가 나무 위에 집이 되어 정글 속 동물들을 만나기도 합니다.매일 밤 남매의 이층 침대는 아이들을 모험의 나라로 데려다줍니다.대부분의 아이들은 이층 침대에 대한 로망이 있습니다.그림책은 아이들의 마음을 잘 살피는 것은 물론 위아래층에 누운 남매가 잠들기 전 나누는 대화를 다정하게 그리고 있습니다.책장을 넘길 때마다 펼쳐지는 모험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들로 가득 채워집니다.아이들이 펼치는 무궁무진한 모험과 오빠를 향한 따뜻한 마음이 느껴져 행복합니다.어른이 읽어도 아이들의 모험을 따라가다 보면 발바닥이 간질거리는 데 아이들은 어떤 기분이 들지 궁금해지네요.아마도 유령이 등장하는 장면에서 이불깃을 꼭 쥐고 숨을 죽이고 쑥쑥 커지는 침대를 보며 눈이 휘둥그레질 것 같네요.소란스러워지기는 하겠지만 잠자리에 읽어주기에 아주 좋을 것 같습니다.
오랜만에 고른 위픽 시리즈다.요즘 핫한 젊은 작가 중 한 분, 성해나라는 이름만 믿고 읽기 시작한다.건축학과 4학년인 재서는 의심이 많고 조심스러운 성격으로 교수에게 “숙제”라는 평가를 받는다.반면 응용수학과에서 전과한 이본은 같은 교수에게 “귀감”이라는 말을 듣는다.그런 이본과 재서는 한 학기 수업 내내 등고선만 그리게 한다는 악명을 듣는 문교수의 서머스쿨에 참여하게 된다.경주 변두리의 이백 년 된 고택 개축을 위해 조사차 현장에 나간 둘은 서로 다른 성격 탓에 어울리지 못하고 시간만 흐른다.교수가 지시한 바를 따르려는 재서와 더 편리한 방법을 택하려는 이본은 의뢰인의 의견과 달리 ‘개축‘이 아닌 ’재건‘으로 의견을 모은다.그런 둘에게 문교수는 경주를 둘러볼 것을 제안하고 둘은 한여름의 경주를 샅샅이 살피며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모습을 제대로 보게 된다.전혀 다른 성격의 같은 과 학생인 이본과 재서의 이야기는 재서의 입을 통해 전해지고 재서는 자신의 장점을 찾기보다 이본과 비교하며 자신의 약점에 몰두하며 힘들어한다.오랜 세월 사랑받아온 도시 경주의 고택에 살면서도 주민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모녀와 고택의 의미를 찾지 못했던 이본과 재서는 닮은 듯하다.어려움이 닥치자 고택에 살던 그들은 그동안 오해했던 주민들의 진심을 알게 되고 재서와 이본 역시 경주를 제대로 본 후 왜 고택을 개축해야 하는지 알게 된다.단점이었던 고택의 불편했던 점들이 어느 순간 보존해야 하는 것으로 달리 보이듯 조심성 많은 재서의 성격이 천천히 그려지는 등고선만큼 편안하게 느껴진다.천양지차 다른 성격의 이본과 재서가 마주 잡은 손을 쉬 놓지 않을 것 같아 기분 좋아진다.그나저나 여름날의 경주에 가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