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9년 은일당 사건 기록 - 사라진 페도라의 행방 부크크오리지널 3
무경 지음 / 부크크오리지널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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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유학을 마치고 경성으로 돌아온 에드가 오라는 모던 보이는 변변한 직업도 없이 결혼한 형 집에 얹혀 살다 하숙집 은일당에 머물게 된다.
그저 모던 보이라는 자존심 하나로 거들먹거리던 어느날 함께 술을 마신 친구가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하게 되고 우연히 패도라를 찾아 친구 집을 찾았던 에드가 오는 범인으로 몰려 경찰에 체포된다.

한편 또 다른 사건 현장에 에드가 오의 잃어버린 패도라가 발견되고 다행히 취조를 받던 중 풀려나게 된다.

도끼라는 같은 범행도구로 벌어진 살인 사건은 동일인의 범행으로 인식되어 수사가 진행된다.
한편 에드가 오는 스스로 탐정이라 말하며 사건 해결을 위해 종횡무진 경성거리를 헤맨다.

탐정이야기라면 이야기 중 무수한 떡밥을 던지다 마지막에 주인공이 멋있게 등장해 범인 앞에서 그 떡밥들을 회수하는 데서 묘미를 느낄 수 있다.
독자는 과연 내가 예상했던 범인이 맞았는가 맞춰보는 것도 재미있지만 무심코 지나쳤던 등장인물들의 대사나 행동이 폭죽터지듯 터지며 범인을 꼼짝 못하게 할때의 통쾌함때문에 탐정 소설을 읽는다.

지금처럼 과학이 발달하기전을 배경으로 한 탐정소설은 과학수사를 해 눈에 보이는 증거물을 제시할 수도 없고 이야기의 진행 속도도 느리게 진행되기 마련이다.
그러다보면 억지스럽기도 하고 동의하지 못한 추적과정이나 뜬금없는 추측으로 헛웃음이 나오게도 한다.

하지만 은일당 사건기록은 1929년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그렇게 억지스럽지 않다.
생각만큼 총명하지 못한 탐정과 생각보다 훨씬 매서운 눈과 지혜를 가진 이가 등장해 사건을 해결하지만 뜬금없거나 부자연스럽지 않다.

신문을 그렇게나 정독하고 차분하고 조용하게 사물을 보는 이가 사건을 해결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 아닌가 싶다.
허당미 넘치는 에드가 오의 젠체하는 모습이 밉지 않으니 주인공으로서 매력은 충분한 것 같다.

2권에서는 과연 선화가 어떤 활약을 할지 그리고 연주와 선화 사이에는 어떤 비밀이 있고 선화의 아버지는 등장하는지 1권이 흘린 떡밥을 회수하러 가야 겠다.
그리고 2권에서는 에드가 오라는 모던 보이가 이름값을 할 지도 궁금하다.

*출판사에서 선물 받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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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들리와 그레이스
수잔 레드펀 지음, 이진 옮김 / 밝은세상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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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닥적이고 야비한 남편과 상사를 피해 도망친 두 여자와 열 네살,여덟 살,사개월의 아이들의 여정은 과연 어떨까?

대외적으로는 성공한 사업가지만 가정에서는 폭군이었던 남편 프랭크를 피해 딸과 조카를 데리고 집을 떠날 계획을 세운 하들리는 남편의 사무실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고 돈을 훔치기 위해 숨어든 직원 그레이스를 만나게 된다.

그레이스 역시 약속을 지키지 않은 사장 프랭크와 남편때문에 빈털터리가 된 상태다.
생각보다 많은 돈을 훔친 그녀들은 프랭크를 피해 도망치게 되고 어느 새 FBI까지 그들을 쫒는다.

작가 노트에서 작가 스스로 영화 ‘델마와루이스’에서 소설의 영감을 얻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알고 있기에 읽는 내내 가슴이 조마조마했다.

한편의 로드무비를 보고 난 기분이다.
폭군인 남편을 피해 도망치는 과정에서 고상한 가정주부인 하들리는 다리를 다치게 되고 도무지 공통점이 없는 초보 엄마 그레이스와 연대한다.
무조건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을 도와주는 단순한 관계가 아닌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는 두 여자의 모습에 공감할 수 있었다.

특히나 조금은 다루기 어려운 아이 스키퍼를 대하는 등장인물들의 모습은 진짜 사랑이 충만하다는 게 어떤 것인지 정답을 제시한 것 같아 읽는 내내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특별히 고민하거나 걱정하지 않고 신나는 모험 영화 한 편 보고 난 기분이다.

*밝은세상 출판사에서 선물 받아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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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마지막 기차역
무라세 다케시 지음, 김지연 옮김 / 모모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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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이 슬픈 이유는 다시는 그 사람을 볼 수 없다는 것이다.
피를 나눈 형제자매도 얼굴을 안 보고 살기도 하고 나를 낳아준 부모와 척을 지고 살기도 한다.
안 보고 못 보는 것은 같지만 거기에 죽음이 자리 잡으면 ‘영원히’라는 사실이 끼어들면서 마음 아프고 안타깝고 그립고 슬프다.

3월의 어느 봄날
급행 열차가 절벽 아래로 추락해 127명의 승객 중 68명의 사망한다.
불시에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은 이들이 비탄에 빠져 슬퍼하던 어느 날 믿을 수 없는 소문이 나돌기 시작한다.
사고 역에서 가장 가까운 역에 가면 유령이 나타나 사고 당일 열차에 탑승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게 도와준다는 것이다.
단 네 가지 규칙을 지켜야 된다는 조건이 있다.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죽음이지만 한 순간의 사고에 의한 것이라면 남겨진 사람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긴 시간을 건너 드디어 사랑의 결실을 맺게 된 예비 신랑의 죽음, 자신의 삶이 힘들다는 핑계로 멀리 했던 아버지의 죽음, 여린 중학생의 가슴을 가득 채웠던 첫사랑 누나의 죽음, 그리고 제대로 슬퍼할 수도 없고 울지도 못하는 사고 열차의 기관사의 죽음까지 모두 가슴 절절하다.

짐작되는 내용이지만 등장하는 인물들의 사연이 마음을 가득 채운다.
누군가를 잃은 사람에게 흔히 하는 말인 ‘힘내라, 그래도 산 사람은 살아진다. 너무 슬퍼하지 마라’하는 말을 소설로 읽으니 진부한 대사가 진부하게 들리지않는 드라마를 한 편 본 느낌이다.
즐겨 봐 온 일본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 같은 대목이 나오기도 하지만 유치하진 않다.
이 더운 여름 악인이 나오지 않는 순한 맛의 가슴 절절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면 한 번 읽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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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내상자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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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물이 좋은 이유는 출간일이 언제든지 괴리감 없이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
어차피 옛날 이야기인데 1996년에 쓴 작품을 26년이 지나 오늘 읽는다해도 아무 상관없으니 그게 시대물의 최대 장점이다.
만약 26년 전 그 시대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 이제사 신간인 척 나왔는데 모르고 읽었다면 출판사에 대한 배신감은 대단할 것이다.
하지만 미미여사님의 미야베월드2막은 언제 읽어도 좋으니 인내상자가 1996년 작품임을 알게 된 순간에도 작가와 출판사에 대한 애정이 식지 않았다.

인내상자는 8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다른 사람에게는 말할 수 없는 비밀’을 마음속에 단단히 봉인해 두고 살아가는 이들에 관한 소설(p238)들이다.
물론 미미여사의 다른 책들처럼 재미있다.
자세한 내용을 말하는 게 필요 없을 만큼 [편집자 후기]가 논문급이다.
그래서 편집자님이 미처하지 못한 마지막 이야기 ‘스나무라 간척지’에 대해 한 마디 하고 싶다.
나이가 들어가면 별것도 아닌 것에도 가슴이 찌르르 해 오는 데 엄마의 첫사랑을 이해하고 이치타로의 물음에 답하지 못했던 자신을 탓하지만 여전히 엄마에게는 아무말도 하지않는 오하루의 마음이 이해 되어 코가 갑자기 맹맹해졌다.

농담으로 아들에게 한 이야기중 하나가 엄마 죽기전에 미미여사의 필생의 과업으로 삼은 ‘미시마야 시리즈’가 완성되면 좋겠다고 해서 원성을 들은 적이 있다.
진짜 농담이 아니라 작가님이 건강하셔서 시리즈를 완성해 주시고 나 역시 건강해서 완독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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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53회 나오키상 수상작
히가시야마 아키라 지음, 민경욱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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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3대 문학상을 동시에 석권한 전대미문의 걸작”이라는 띠지를 보고 고른 책이다.
대만의 70년대를 살아가는 고등학생의 이야기는 재미있다.
부잡하고 불량스럽기도 한 주인공이 고등학생인 70년 대에 부터 대만 주민의 중국 방문이 해금된 80년대 말까지의 이야기로 끝맺음된 소설이다.

대만의 역사는 우리와 비슷하다면 비슷한 역사를 갖고 있는 나라이다.
일본의 식민지배를 받았고 중국 본토의 공산당과 대만으로 내몰린 국민당의 전쟁이 있었다.

주인공 예치우성은 중국 본토에서 이주해 온 대가족과 함께 사는 대만 태생 고등학생이다.
본토 공산당을 토벌한 것을 자랑으로 여기는 할아버지는 4명의 자식 중 양아들인 위우원을 특별히 아낀다.
그런 할아버지가 어느 날 살해 당하는 사건이 발생하고 할아버지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예치우성은 범인이 찾기 위해 노력하지만 도통 범인은 잡히지 않는다.

소설은 추리/미스터리소설로 구분되어 있다.
할아버지의 살인사건이 중심이 되어 대만과 중국과의 관계를 다룬 이야기와 손자 예치우성의 방황과 사랑을 다룬 성장소설의 두 축으로 진행된다.
그 시절의 껄렁한 삼춘과 불량스러운 친구들과 어울리고 설익은 첫사랑을 하는 주인공의 이야기는 새롭거나 신기하지는 않다.
하지만 거기에 역사적 배경이 어울리면서 특별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본토에서 내몰린 이주자들은 여전히 공산당을 저주하고 자신들이 전쟁 중 벌인 살인을 자랑으로 여기기도 한다.
하지만 할아버지가 아무도 모르게 보관한 사진 한 장의 의미는 자신의 양아들이 누구인지 알면서도 가장 사랑했던 것이 할아버지의 만의 반성이 아니었을까 싶다.

1968년에 대만 태생인 작가는 다섯 살까지 타이베이에서 지낸후 아홉 살 때 일본으로 왔다는 특이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만약 우리나라에서 9살까지 산 어떤 일본 작가가 우리나라 남자 고등학생을 주인공으로 7~80년대의 이야기를 쓴다면 어떻게 읽힐까 잠시 생각해 보았다.
거기다 주인공의 할아버지가 북한과 싸우고 항일운동을 한 사람이었다면.
분명 재미있고 새로운 사실을 알게 해 주는 소설이지만 사건의 한 켠을 차지하고 있었던 일본의 잘못을 쏙 빼놓고 중국 공산당과 국민당의 이야기로 풀어간 것 같아 역시 팔은 안으로 굽는다 싶다.
그래서 반성하지 않는 그들이 밉고 섭섭하기도 하다.


*다시 검색해 보니 작가는 일본에 오래 살았지만 일본에 귀화하지 않고 여전히 타이완 국적을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나는 작가가 일본에서 활동 중이라는 이유만으로 일본인으로 생각했다.
미안하고 죄송스럽다. 특히 할아버지가 산둥성 출신 항일 투시라고 한다.
작가를 일본인이라 착각하고 쓴 리뷰라 더 죄송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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