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다 다이어리 - 나에게 말하지 않는 단어들
베로니크 풀랭 지음, 권선영 옮김 / 애플북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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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다”가 영화 프로그램에 소개될때 여주인공 이름이 코다인줄 알았다.

📰코다(CODA)는 농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청인 자녀를 의미하는 ‘Children of deaf adult’의 약자입니다.

내가 아닌 타인을 이해한다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그것도 존재에 대해 잘 알지못하고 생각해 본 적이 없는 타인이라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코다 다이어리는 2022년 아카데미에서 3관왕을 차지한 코다의 원작이다.
작가의 자전적 소설은 농인 부모를 둔 청인 아이가 겪어야 했던 일상의 불편은 물론 농인 부모를 보는 자녀의 애잔한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소설은 한 시간 남짓이면 읽을 수 있는 짧은 분량이다.
하지만 책을 덮고 책 읽은 시간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을 생각하게 한다.

주인공은 농인인 부모를 부끄러워하면서도 그들을 사랑하기에 삶의 곳곳에서 이율배반적인 행동을 하기도 한다.
목소리가 아닌 소리를 내는 부모를 보며 농인이 벙어리가 아니라는 사실이 안타깝다(p74)고 말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부모를 사랑하지 않는 건 아니다.

📚아빠는 농인 아이를 갖고 싶었다고 말했다.하지만 나는 아빠를 충분히 이해한다. 나 같아도 그랬을 거라고 말할 정도로 아빠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했다. 내가 만약 농인이었다면 아빠와 나는 더 쉽게 소통했을 것이다. 아빠는 내 학업이나 진로 고민에 대해서도 도움을 줄 수 있었을 것이다.미래를 같이 계획하고 응원해 주었을 것이다. 내게 “나도 그 길을 걸어왔어.괜찮아” 라고 말해줄 수 있었을 것이다. 나와 많은 것을 공유할 수 있었을 것이다.(p136)

이 짧은 소설로 그들을 다 이해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들의 존재에 한 발짝 다가갈 수 있었고 그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알았다는 것에 큰 의의를 두고 싶다.
소설은 90년대 막 농인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는 시점에서 끝난다.
그로부터 30여 년이 지난 대한민국에서의 농인의 위치는 과연 어떤가 생각해 보게 된다.

일상생활에서 나는 한 번도 수어를 사용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분명 우리 사회에도 수어로 소통하는 이들이 있을 텐데 tv에서가 아닌 실생활에 한 번도 보지 못했다는 건 그들이 밖으로 안 나오거나 나온다고해도 밖에서는 수어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말이 된다.
만약 내 눈 앞에 수어로 대화하는 이가 있다면 나는 그들을 다시 돌아보지않을 자신이 있는가 생각해 보게 된다.
기회가 된다면 영화도 꼭 보고 싶다.

🎁애플북스에서 진행한 서평이벤트에 당첨되어 받은 책입니다.
좋은 책 보내주신 애플북스(비전비엔피)께 감사드리고 필사를 해도 좋을 만큼 마음을 울리는 문장이 많았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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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추리문학상 황금펜상 수상작품집 : 2022 제16회 나비클럽 소설선
김세화 외 지음 / 나비클럽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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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추리문학상은 1985년에 제정되어 35년간 한국 추리 문학의 성장을 견인해왔으며, 특히 2007년부터 단편 부분인 ‘황금펜상’을 신설하여 최고의 추리적 재미와 소설적 완성도를 보여준 작품을 선정하여 수상한다.(책날개에서)

나름 장르문학을 좋아하고 읽기도 많이 읽지만 실상 우리나라 작가의 추리문학은 거의 읽지않았다.
그러다보니 당연히 추리문학상의 존재도 몰랐고 순수문학을 하는 작가들만 등단을 거쳐 작가라는 이름이 부여된다고 알고 있었다.

2022년 16회 황금펜상 수상작품집은 수상작인 김세화 작가의 ‘그날, 무대 위에서’와 우수작 6편이 수록되어 있다.
비슷한 문화권인 일본의 추리소설을 읽을때면 그래도 이해가 되는 부분이 있지만 미국과 서방국가에서 출간되는 장르소설은 이질감을 느끼기 쉬운데 우리나라 작가의 작품을 읽으며 가장 흥미로웠던 점은 실제 우리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건 사고를 떠오르게 한다는 점이었다.

김세화 작가의 ‘그날, 무대 위에서’는 소극장에서 일어난 자살 사건과 그 사건에 숨겨진 인간 군상들의 이야기는 실제 뉴스에서 본 적 있는 인간관계를 떠오르게 한다.
물론 이야기의 결말은 우리가 생각했던 보편적인 관계가 아닌 반전을 선사해서 뒤통수를 친다.

한새마 작가의 ‘마더 머더 쇼크’는 산후우울증이라는 소재에 악인을 등장시켜 독자를 혼란스럽게 한다.
이 소설이 무서웠던 이유는 범죄사실보다 너무나 사실적인 산후우울증 증상이었는데 작가가 직접 겪은 상황이었다니 눈앞이 아득하다.
박상민 작가의 ‘무고한 표적’은 뉴스에 등장하는 범죄자에 대한 속시원한 응징을 보이고 있지만 그 뒷맛이 개운하지 않다.

김 유철 작가의 ‘산’은 임진왜란이라는 시대를 배경으로 한 두 남자이야기가 보통의 추리 소설과 거리가 있지만 읽고나면 가슴이 뭉클해진다.
홍정기 작가의 ‘무구한 살의’는 사건이 모두 해결되고 범인이 잡히지만 꼬마가 어떤 어른으로 성장할 지 예측할 수 없어 마음이 무겁다.

정혁용 작가의 ‘나쓰메 소세키를 읽는 소녀’는 자신을 찾아가는 남자의 말랑말랑한 이야기가 보통의 추리소설과 결이 다르지만 신비한 소녀와 남자의 관계를 추적해가는 게 흥미롭다.
박소해 작가의 ‘겨울이 없는 나라’는 형사가 등장하는 전통적인 경찰소설이다.
제주도 겨울 날씨의 특성을 잘 살린 소설은 한편으로 끝내기에는 서운하다 했더니 연작 소설 중 한 편이라고 한다.

소설 뒤에 수록된 ‘작가의 말’에는 감사의 말은 물론 소설의 시작점이 된 사연을 필두로 소설에서 하고 싶었던 내용을 이야기하고 앞으로 다짐을 들을 수 있어 소설 내용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한 작가가 쓴 작품집에서도 전혀 다른 문체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는데 모두 다른 7편의 소설가의 작품집은 그야말로 종합선물세트였다.
분명 내 취향이 아닌 소설도 있었지만 7편 모두 불복이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이 한 권의 책으로 우리나라 장르소설을 현재를 다 알 수는 없지만 묵묵히 최선을 다하고 계신 작가님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더 많은 관심을 보내리라 다짐해 본다.


🎁나비클럽 출판사에서 진행한 서평이벤트에 당첨되어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좋은 책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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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의 호시절
이강 지음 / 북드림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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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예술은 무겁거나 진지한 것이 아니라 일상적인 삶에서 볼 수 있는 사소한 것이다. 서랍, 이불장,찬장, 신발장,……소리 없이 언제나 그 자리에 있을 줄 알았고 하찮았던 것의 소중함을 깨닫는 순간이다. 삶의 중요한 순간에 언제나 함께하던 일상들이 나에게는 힘의 원천이었던 것이다.(p10)

책의 제목을 보는 순간 나의 호시절이 언제였던가 생각하게 된다.
10리나 떨어진 국민학교는 비오는 날을 빼고는 걸어서 다녔고 주전부리라고 해야 고구마, 감자, 옥수수가 다던 시절이였지만 생각해 보면 근심걱정없이 모두의 사랑을 받았던 그 시절이 나의 호시절이 아니었나 싶다.

너무 오래전이라 다 잊고 있던 어린시절이 작가의 글과 그림을 보는 순간 어제의 일처럼 펼쳐진다.
비슷한 연배의 작가가 오곡리 할머니 댁에서 보낸 어린 시절은 나의 어린 시절 모습 그대로라 나를 ‘금강리’ 우리 마을, 우리 집, 우리 할머니 곁으로 데려다 준다.
이른 새벽이면 작두로 썬 짚에 콩 꼬투리랑 쌀뜨물을 넣고 쌀겨를 뿌려 소 죽을 끓이던 아버지의 모습은 물론 특유의 냄새까지 기억하게 해 준다.

지금 이맘때면 마당에 내려앉던 참새를 잡기위해 큰 소쿠리로 덫을 만들어 놀았고 아궁이에 고구마를 구워서 입이 새까매진 줄도 모르고 군고구마를 먹었다.
설이 얼마남지 않으면 엄마는 추운 것도 불사하고 이불 빨래를 했고 저녁에는 할머니랑 마주 앉아 다듬이질을 할때면 그 소리를 자장가 삼아 까무룩 잠이 들곤 했다.
엿을 고고, 유과를 만들고 밤이 깊은 줄도 모르고 아버지까지 합세해 가래떡을 썰면 진짜 설이 얼마남지 않은게 실감나고 엄마가 장날에 어떤 옷을 사다줄까 오빠, 언니가 서울에서 뭘 사올까 기대하곤 했다.

여전히 시골집은 그대로지만 그 안에 살던 사람들은 엄마만 남겨두고 모두 떠났다.
명절이 다가와도 그 왁자지껄함이나 설레는 기대감이 없고 더 이상 즐겁지가 않고 우리 아이들이 기억하는 외갓집도 도시 우리집과 별 다를 것 없는 곳이 되버렸다.
그래도 언제나 그리운 곳이 바로 내 고향집, 우리집이다.
의자가 필요없는 낮은 책상과 아버지가 만들어 준 작은 책꽂이,벽에 걸어둔 옷을 가렸던 색색의 꽃이 수 놓아진 광목 광목 천까지 손에 잡힐 듯 그려지는 내 방이 더욱 그리워진다.

내 호시절이 사무치게 그리울 때 누군가와 그 시절을 이야기하고 싶을 때 작가의 색동이불 그림을 들여다보고 엄마의 밥상 그림을 들여다볼 것이다.
할머니의 자손들이 할머니를 찾아오던 우리집이 그리울 때면 작가의 할머니집의 추억을 읽을 생각이다.
까맣게 잊고 있던 어린 시절로 나를 데려다 준 작가님게 감사드린다.

🎁좋은 책 읽게 해 주신 북드림출판사께 감사드립니다.
출판사에서 제공 받아 읽은 책이지만 솔직한 느낌을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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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23-01-09 1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추억여행으로 안내하는 그림책이군요?^^
 
자본주의의 적
정지아 지음 / 창비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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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작가의 추천이 없었다면 읽지 않았을 아버지의 해방일지는 전라도 입말의 정겨움과 사상가가 아닌 다정한 아버지의 모습을 볼 수 있어 몇 해 전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에 콧날이 찡해졌던 소설이다.

이번에 읽은 “자본주의의 적”은 아버지의 해방일지보다 앞서 나온 단편집으로 기존에 발표된 작품을 한데 묶은 작품집이다.
전라도 입말과 아버지의 해방일지와 결이 비슷한 작가의 자전적 소설을 포함 모두 9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표제작인 자본주의의 적은 무기력하게 보이는 방현남의 이야기에서 미친듯이 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천천히 살아도 큰일나지 않음으로 일러준다.
자꾸만 발뒤꿈치를 보게 되는 계급의 완성은 평생을 을로 산 주인공의 모습이 자꾸만 가슴에 박혀 훌쩍거렸다.
문학박사정지아의집 과 검은방 우리는어디까지알까 는 아버지의 해방일지의 예고편을 보는 듯하다.

여러 말을 쓰려다 자꾸 지우게 된다.
나의 어떤 글도 소설 뒤에 실린 정홍수 님의 해설 “빛과 어둠의 원무 너머”를 당연히 넘어 설수 없기에 이만 멈추려 한다.
그리고 아버지의 해방일지를 재미있게 읽은 독자라면 일독하시기 권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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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의 왕 - 정보라 소설집
정보라 지음 / 아작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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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가지로 멋진 책이다.
보통 띠지는 가로로 책 표지 아래에 위치해 있는데 ‘여자들의 왕’의 띠지는 세로에 끼워져 있고 문구 또한 앗쌀하다.

전통적 상상의 중심이동,
화끈한 여자들의 권력투쟁!
정보라 작가의 여성주의 소설집

3편의 연작 소설과 4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소설집은 여성들이 사건에 중심에 서 있고 그 사건의 주인공은 여성들이다.
자발적으로 성에 들어간 여성은 용감하고 불을 뿜는 용은 악명에 어울리지않는 심성을 갖고 있다.

언제나 장군이 남성에게 통용되는 호칭이었다면 소설 속 왕을 위해 목숨을 바친 장군은 여성이다.
남자는 여자를 보좌하고 여자는 왕이 되기 위해 그의 어머니를 밟고 일어선다.
남성의 성과로 전해지던 이야기가 소설 속에서는 심박하게 여성들의 업적으로 그려진다.

정보라 작가 특유의 그로데스크한 설정에 거부감이 없다면 대단한 여성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소설이다.
어쩌다보니 구입 후 한참의 시간이 지나 읽게 됐다.
더 빨리 읽었더라면 여름,가을을 더 용감한 여성으로 살았을텐데 지금이라도 용감해지자!

📚이 책은 나오기도 전부터 “남자를 죽이는 여자들 이야기”라는 오해를 받게 되었는데, 치열하게 살아가는 여자들의 이야기로 읽어주시면 좋겠다.여자들도 상상의 주인공이자 중심이 될 권리가 있다.그리고 전통적인 상상의 중심을 여성으로 옮기면 이야기가 훨씬 더 재미있어진다. 독자 여러분께서도 재미있는 경험이었으면 좋겠다.
✍️ 작가의 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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