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미국의 대표적인 사실주의 화가인 에드워드 호퍼의 어린 시절부터 위대한 화가가 되기까지의 여정을 그린 그림책입니다.그림에 대해 전문적인 지식이나 조예가 없는 문외한이더라도 특색있는 화풍 때문에 단번에 화가의 이름을 떠올릴 수 있는 그림이 몇몇 있는데 호퍼의 그림도 그중 하나입니다.어린 시절부터 필통 뚜껑에 큰 글씨로 “에드워드 호퍼는 화가가 될 것이다.”라고 써 놓을 정도로 화가가 되는 것을 꿈꾸었던 소년은 열심히 그림을 그렸습니다.친구들이 놀 때도 그림을 그렸던 호퍼는 아름다운 자연을 그대로 그릴 수 없어서 자신은 언제나 보이는 대로 다 그릴 수 있게 될지 궁금했습니다.미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화가 중 한 명인 에드워드 호퍼의 일생을 다룬 그림책은 호퍼의 대표적인 네 개의 작품을 모티브로 사용한 장면을 넣어 화가에게 한층 가깝게 다가가게 합니다.호퍼의 그림을 본 적이 있는 독자라면 그림책의 그림이 왠지 호퍼의 그림과 비슷하다고 생각하게 됩니다.그것은 그림을 그린 웬델 마이너가 자신만의 스타일을 간직한 채 호퍼의 작품 느낌을 살려내려 한 의도 때문입니다.이 그림책은 에드워드 호퍼에 대해 잘 모르는 어린이 독자에게 “자신을 굳게 믿고, 조용히, 끈기 있게, 계속, 자신만의 시각을 발전“ 시켜 그림을 그린 위대한 화가를 만나는 시작점이 될 것입니다.그림책을 다 읽은 후 호퍼의 그림을 더 찾아본다면 화가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입니다.
<본 도서는 창비에서 진행한 이벤트에 당첨돼 제공받았습니다.>‘루이스 새커‘에게 미국 어린이문학 최고 영예인 뉴베리상을 안겼던 <구덩이>는 억울한 누명을 쓴 소년이 소년원에 갇혀 영문도 모른 채 끝없이 구덩이를 파는 이야기이다.신작 <호랑이성의 마법사>는 철저하게 계층이 나눠진 르네상스 시대의 아름다운 두 젊은이의 사랑과 그들을 돕는 마법사가 함께하는 긴 여정을 그린 판타지 소설이다.에스콰베타 왕국의 궁전 마법사 아나톨은 재무장관의 명령으로 검은 모래를 금으로 바꾸는 방법을 찾기 위해 연구에 매진한다.그러던 중 십이 년 전에 약조된 에스콰베타의 툴리아 공주와 옥사타니아의 달림플 왕자의 결혼식을 앞두고 공주가 왕실의 견습 필경사 피토와 사랑에 빠지면서 결혼을 완강히 거부한다.재정 상태가 어려운 왕국이 선택한 정략결혼이기에 어떻게 해서든지 공주의 마음을 돌리기위해 노력하는 한편 필경사 피토를 지하 감옥에 가둔다.왕은 피토를 처형할 계획을 세우고 아나톨에게는 툴리아 공주를 순종하게 할 물약을 만들 것을 명령한다.왕의 계획을 알게 된 공주는 피토를 구해 달라는 부탁을 하고 아나톨은 공주와 피토를 동시에 구하는 방법은 서로 사랑한다는 기억을 잊어버리게 하는 물약을 만드는 것만이 최선이라고 생각한다.실험은 수차례 실패를 거듭하며 피토는 죽을 고비를 넘기지만 지하 감옥에서 피토와 아나톨의 우정은 깊어 간다.자신을 오백 년 전 호랑이성의 위대한 마법사 아나톨이라고 칭하는 미국인 관광객이 성을 돌아보며 1523년의 호랑이성을 회상하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가이드보다 성의 이모저모를 더 상세하게 알고 있는 그의 정체가 궁금해질 즈음 그가 밝히는 오백 년 전의 생생한 경험은 몰임감 있게 소설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거듭 실패하는 물약 제조 과정과 촉박하게 다가오는 결혼식 날짜는 가슴을 조마조마하게 하고 달림플 왕자와 아나톨의 악연이 밝혀지는 순간 복수를 응원하게 된다.어렵게 왕국을 벗어나지만 순탄하지 않은 도피 과정은 겨울 추위가 느껴질 만큼 고약스럽지만 용감하고 당차게 자신의 길을 개척해 가는 진취적인 공주의 모습은 더없이 사랑스럽다.아동용 동화로 구분된 소설이지만 어른이 읽어도 충분히 흥미롭다.특히 툴리아 공주의 까탈스럽지만 어려움 앞에서는 누구보다 당당하게 헤쳐나가는 모습은 전형적인 공주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라 더 흥미롭다.소설 다 읽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 소설의 처음을 다시 읽어보면 판타지지만 소설의 아귀가 얼마나 잘 맞는지 알게 돼 더 재미있다.
출간된 지 십 년이 넘은 작가의 소설집 #비행운 을 읽으며 비행운(非幸運)의 연속인 등장인물들이 십여 년이 지난 현재는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궁금했다.2019년과 2024년도 발표된 소설 속 인물 중에는 홈 파티에 참석하고 해외로 한 달살이를 떠나는 이들도 있지만 아쉽게도 누군가는 여전히 주거 불안에 떨고 돌봄 문제로 경력이 단절되기도 한다.<홈 파티> 속 호스트인 ‘계산이 정확하신’ 오대표보다는 초대받았지만, 물 위에 기름처럼 제대로 섞이지 못하는 이연과 <숲속 작은 집>의 남편 ‘지호’처럼 세상을 꼬지 않고 천진하게만 보지 못하는 ’나‘가 이해되고 <좋은 이웃> 의 ’나’처럼 기회를 잡지 못한 쪽에 가까운 까닭에 시우네를 마냥 축하하지 못하는 ‘나‘의 심정이 어떤 것에서 기인한 것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7편의 소설 속 인물들은 세상을 열심히는 살지만 쉽고 편하게는 살지 못하고 있다.세상을 살아가는 데 팍팍한 이들에게 가만히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라고 묻는 듯한 마지막 이야기 <빗방울처럼>은 그래도 살아가라고 말해 줘서 첫 소설을 읽을 때의 마음보다는 단단하게 힘을 얻을 수 있었다.얼마 전 우연히 오래 전 방영됐던 방송 프로의 쇼츠를 본 적이 있다.아이들에게 부자지만 바쁜 부모님과 가난하지만 가정적인 부모님 중 어떤 부모님을 선택하냐는 질문에 쇼츠에 나온 아이들은 모두 부자 부모를 선택했다.적잖이 충격적이었고 그게 현실이라 더 슬프기도 했다.소설 속 인물들의 문제도 부자였다면 생기지 않았을까 반문하며 그렇다면 그들은 다른 문제로 고민했을 거라고 생각하다가 위안 삼을 게 그것밖에 없나 싶어 참 한심하다 싶기도 한다.세상의 문제를 제대로 꼬집는 작가의 소설은 선명했고 내 마음속에도 분명 들어있는 감정이라 공감하며 읽었다.앞으로도 계속 찾아 읽을 작가 중 한 분이다.
‘갈레드 데 루아‘, 왕의 과자라는 이름의 파이는 프랑스의 전통적인 과자라고 합니다.1월 중이면 어느 날에나 먹는 파이 속에 페브라고 불리는 작은 도자기 장식품을 넣어 그것이 들어있는 조각을 고른 사람은 종이로 만든 금관을 쓰고 왕이나 여왕이 되어 1년 동안의 행복을 약속받는 풍습이 있다고 합니다.파티시에 블랑 씨는 아몬드 크림이 담뿍 든 파이 속 도자기 인형 밀리에게 말을 건넵니다.“잘 가렴. 너는 또 누구를 행복하게 해 주려나.”자신의 본분을 몰랐던 밀리는 누구를 행복하게 해 주는지 알 수 없어 깜짝 놀랐어요.그리고 블랑 씨의 파이를 무척 좋아하는 아델 씨가 찾아왔습니다.파이 상자를 건네받은 아델 씨의 표정이 어두워지는 걸 보니 걱정거리가 있는 모양입니다.친구가 감기에 걸려서 나을 때까지 친구의 딸아이를 데리고 있기로 했는데 아이가 너무 시무룩해 걱정이라고 하네요.블랑 씨가 페브를 아이가 뽑았으면 좋겠다고 말하자 밀리는 가슴이 올랑올랑 뛰기 시작합니다.달콤한 파이 향이 느껴지는 그림책은 프랑스의 새해 풍습을 알려주고 파이 속에 든 페브인 밀리의 고운 마음을 전해줍니다.거기다 소중한 페브를 양보하는 아이의 마음은 물론 행복한 결말을 맞는 이야기의 끝은 추운 겨울을 따듯하게 해 줍니다.행복한 표정의 아이가 그려진 표지를 다시 봅니다.어떤 행복은 자신의 욕심만 채우는 것보다 다른 이에게 양보했을 때 더 커질 수 있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습니다.추운 겨울에 더 어울리는 따듯한 그림책입니다.
<본 도서는 비채 서포터즈 활동 중 제공받았습니다.>서포터즈 활동으로 도서를 보내주기 전 보낸 메일을 읽으며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을 새롭게 단장한 소설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책날개에 안내된 <전설의 하드보일드 미스터리 탐정 사와자키 시리즈>라는 문구와 소개된 책들을 보고 아차 싶은 마음이 컸다.믿고 읽는 출판사의 도서라 무턱대고 욕심낸 게 아닌가 후회하기도 했고, 초반에는 사와자키 탐정을 전혀 모르는 상태이기에 집중하기 어려워 새로운 이름이 나올 때마다 소개된 등장인물을 들여다보느라 바빴지만, 어느 순간 다음 일정이 있다는 게 아쉬울 만큼 이야기에 빠져들었다.사백 일 만에 도쿄로 돌아온 ‘와타나베 탐정사무소’의 사와자키는 의뢰인을 대신해 자신을 기다리는 노숙자를 만나게 된다.노숙자에게 전달받은 다른 사람의 명함에 적힌 ‘우오즈미’의 연락처로 전화하지만, 통화는 되지 않고 명함 주인이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진다.사와자키는 의뢰인인 우오즈미를 만나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 어렵게 그를 만나지만 사건을 의뢰하지 않겠다는 말을 듣게 된다. 탐정 사무소에서 돌아가던 우오즈미가 괴한에게 습격당하는 일이 발생하고 의식을 잃기 전 십일 년 전 자살한 누나의 사인을 다시 조사해 줄 것을 의뢰한다.소설은 십일 년 전 우오즈미의 고등학교 시절 벌어진 승부조작 사건과 누나 죽음의 관련성을 찾아가는 이야기이다.1990년도가 배경이라 지금처럼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DNA가 수사에 중요한 단서가 되지 않았고, 공공장소에서도 흡연이 용인되던 시기였다.거기다 자동응답기가 아닌 자동응답서비스가 이용되던 아날로그적인 시기라 지금의 수사 환경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그렇지만 사실을 모두 이야기하지 않을 뿐 거짓말하지 않는다는 사와자키의 조사 과정은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작은 단서와 상대와 나누는 대화 속에서 진실에 다가가는 모습과 적당한 선을 지키며 조사하고 나설 때와 물러설 때를 아는 모습에서 감정 따위 드러내지 않는 냉철함을 돋보이게 한다.거기다 사와자키를 습격한 괴한들과의 격투는 손에 땀을 쥐게 하고 적대관계에 있는 폭력단과의 케미는 다소 무거워질 수 있는 소설에 숨통을 열어주는 역할을 한다.특히 노숙자인 마스다와의 마지막 대화는 인생을 달관한 듯해 더욱 쓸쓸하게 느껴진다.후기를 대신하는 짤막한 토막소설 <세기말 범죄사정-죽음의 늪에서> 일어나는 범죄는 현재진행형으로 지금도 어딘가에 진행되는 범죄를 닮아서 그의 선견지명에 감탄하게 된다.비채 덕분에 사와자키를 알게 됐으니 우선 #그리고밤은되살아난다 를 읽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