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깨비와 범벅 장수 옛날옛적에 4
한병호 그림, 이상교 글 / 국민서관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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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책꽂이에는 두 권의 [도깨비와 범벅장수]가 있다.
같은 출판사에서 나왔고, 그림을 그린 분은 도깨비그림으로 유명하신 한병호 님으로 똑 같다.
다르다면 글을 쓰신 분이 이경애 님과 이상교 님이 시다는 거다.
몇 년 전부터 꾸준히 우리 아이들에게 사랑 받고 있는 책이 같은 제목으로 출간된다고 했을 때는 판형이나 살짝 바꿔 나오겠지 싶었다.
하지만 새로 나온 책을 읽고 난 뒤 처음으로 한말은 "와! 더 재미있네!" 다.
하긴 확실히 책이 진화를 했다.
전에는 보통의 그림책처럼 하드커버로 된 책이었는데
책표지도 한지를 사용해 더 고급스러워 졌고 책도 길고 날씬해 졌다..
글씨체도 흔히 볼 수 없었던 궁서체로 쓰여있고, 글도 세로쓰기로 되어 있어 신선하다.
책을 열 때도 다른 책들과는 다르게 왼편에서부터 볼 수 있게 만들어 졌다.
그림도 전에 그림보다 좀 더 부드러워져 무서운 도깨비보다는 불쌍하고 가엾은 도깨비로 잘 표현되어 있다.
할머니에게 직접 이야기를 듣는 듯한 입말의 글들이라 읽어주기도 좋고 아이들이 들으면서도 더 재미있어 한다.
우리나라 옛이야기에 많이 등장하는 도깨비는 험상궂게 생겼어도 고약하거나 이유 없이 사람을 놀래 키거나 괴롭히지 않는다.
항상 어리숙하지만 은혜를 입으면 꼭 갚을 줄 아는 순박한 존재들인데 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도깨비들도 마찬가지다.
도깨비들은 가난한 범벅장수의 호박범벅을 금돈, 은돈으로 값을 치르고 먹는다.
하지만 큰 요행보다는 착실하게 농사나 지으며 살고 싶은 범벅장수 때문에 도깨비들은 더 이상 호박범벅을 맛 볼 수 없게 된다.
하지만 그 달큰한 인간의 음식에 맛들였으니 도깨비들은 날마다 범벅을 그리워하게 된다.
가여운 도깨비들은 범벅장수가 더 이상 농사를 지을 수 없게 하기 위해  방해공작을 펼치지만 영리한 농부가 당하고 있지만은 않는 다.
논밭에 가득 쌓인 돌멩이를 보고는 잘 되었다고 능청을 부리니 어리석은 도깨비들은 아차 싶어 개똥을 잔뜩 뿌려준다.
그 개똥이 거름이 되어 농사는 어찌나 잘 되던지... 농부가 다시 범벅장수 되기는 물 건너간 듯 싶어 다급해진 도깨비들은 농부에 땅에 말뚝을 막아 기를 쓰며 끌고 가려한다.
농사 잘 되는 땅이 얼마나 원망스러웠으면 앞뒤 가리지도 않고 그렇게 어리석은 짓을 했을까 싶어 도깨비가 가엾다.
도깨비 방망이가 없다는 둥, 범벅장수가 범벅을 팔러 다닐 때는 가을이었는데 도깨비들이 범벅장수를 기다릴 때는 추운 겨울이라는 둥 그림을 보며 아이들은 재잘거린다.
전에는 도깨비의 어리석음만을 이야기하던 아이들인데 추운 겨울 거적 하나에 의지에 벌벌 떨고 있는 도깨비 모습에서  측은지심이라도 생겼는지  안 하던 소리를 한다.
"범벅장수 아저씨, 나쁘다. 도깨비 덕분에 부자가 됐는데, 호박범벅 좀 만들어 주지."
"근데 도깨비도 바보다. 금돈 은돈도 나오게 하고, 돌멩이도 나오게 하고, 똥도 나오게 하는 재주로 호박범벅 만들면 되잖아."
이 책을 읽을 때면 꼭 나머지 다른 한 권도 가져와 함께 읽는 다.
어른이 보기에는 같은 이야기의 그림책으로 생각되지만 아이들에게는 전혀 다른 느낌의 이야기로 다가오는 모양이다.
혹 전에 출판되었던 책하고 다르면 얼마나 다르겠어 라는 생각에 읽어보기를 포기하신 분들이 있다면  이 연사 힘차게 외치고 싶다.
일단 한번 읽어보시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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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다래끼 팔아요 국시꼬랭이 동네 9
신민재 그림, 이춘희 글, 임재해 감수 / 사파리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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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을 읽다보면 아이들보다 어른이 더 열광하는 책들이 있다.
<언어세상>에서 나온 국시꼬랭이 동네 시리즈가 그 중 하나이다.
작고 보잘 것 없이 보여서 지나쳐버렸던 문화를 찾아내어 옛 아이들과 오늘의 아이들을 하나로 이어주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싶어하는 책인 만큼 읽고 나면 부모와 아이들이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어른들은 어린 시절 추억이 떠올라 미소짓게 되고 아이는 아이대로 부모의 어린 시절을 들여다보며 좋아한다.
특히 [눈 다래끼 팔아요]는 고향 생각에 젖어 여러 번 보게 된다.
귀여운 여자아이의 이야기다 보니 기교를 부리지 않고 그린 그림이 아기자기하고 볼거리도 많다.
금방이라도 졸졸거리며 흐를 것 같은 개울가 풍경이라든가 좁은 나무 마루며, 꽃밭에 핀 해바라기, 과꽃이 내 고향 마을 그대로여서 더 정답고 반갑다.
동구 밖 느티나무 아래에 온 마을 사람들이 나와 사진 찍기를 기다리는 모습에서도 지나간 시절을 떠오르게 한다.
지금이야 눈 다래끼 난 아이들이 흔하지 않지만 우리 어린 시절에 흔했던 질병이었다.
병원도 약방도 귀했던 시절 한번 난 눈 다래끼는 다 나을 때까지는 아이들에 놀림감이 되었었다.
순옥이도 눈 다래끼 때문에  개구쟁이 남수에게 놀림을 당하고 모처럼 마을에 찾아 온 사진사에게 사진을 찍을 수도 없게 된다.
지금이야 휴대전화에 까지 카메라가 붙어 있어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찍을 수 있는 게 사진이지만 그 시절 특별한 날이 아니면 찍을 수 없었던 사진을 다래끼 때문에  찍을 기회를 놓친 순옥이는 울면서 집으로 온다.
할머니는 손녀의 속상한 마음을 알아채고는 "할미가 눈 다래끼 낫게 해 줄 테니 울지 마라." 하신다.
쪼글쪼글 주름진 할머니는 손녀를 위해 민간에서 쓰이는 여러 가지 방법을 쓰신다.
어린 손녀가 놀래기라도 할까봐 "얼레빗에도 다래끼 나나?", "물고기 눈에도 다래끼 나나?"하시며 아이에 마음을 안심시키고는 다래끼 난 곳의 속눈썹을 쑥 뽑는 다.
그리고 그 속눈썹을 삼거리에 가서  팔고 오라고 하신다.
나도 연세 많으신  할머니가 계셨는데, 그 당시 할머니는 이 세상에서 최고의 의사고 해결사였다.
배앓이라도 하면 할머니가 쓱 만져주셨는데 신기하게도 그 아픔이 잠잠해졌다.
또 아무리 큰 잘못을 했어도 할머니 치마폭만 잡고 있으면 이 세상에 무서울 게 없었다.
무서운 우리 엄마도 할머니 앞에서는 순한 양이 되었으니 할머니 나에게 든든한 보디가드였다.
순옥이에게도 할머니는 그러했으리라.
손녀가 찍고 싶어하는 사진을 꼭 찍어주고 싶어 사진사에게 특별히 부탁하셨을 할머니 마음이 전해져 와 돌아가신 지 오래된 우리 할머니가 그리워진다.
항상 지나간 것이 아름답게 느껴지는 건 다시는 되돌릴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나도 다래끼가 나면 할머니를 먼저 찾았고, 할머니는 덧나지 않게 만지지 말 것을 당부 또 당부하셨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어느 정도 지나면 눈썹을 뽑아 주셨다.
뽑은 눈썹을 돌멩이 사이에 넣어서 골목길에 놓아두고 오라고 하셨는데, 그럴 때면 난 그 돌멩이를 우리 식구나 내 친구가 차게 될까봐 가슴을 졸였다.
아마도 꼭 다른 사람이 그 돌멩이를 차서 다래끼가 옮아가길 바라는 마음보다는 우리 조상들의 특유의 해학이 숨어 있었던 듯 싶다.
정월 대보름이면 더위를 팔았던 것처럼.
이제는 눈 다래끼 난 나를 놀렸던 친구도 없고, 빨래하던 개울가의 물도 다 말라 버렸지만 잊고 지냈던 추억만은 새록새록 살아난다.
지금은 그림책 속과 너무나 달라진 내 고향이지만 마음만은 어린 시절 내가 되어 먼지 폴폴 나는 골목을 달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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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게 거짓말 같을 때
공선옥 지음 / 당대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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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는 게 거짓말 같을 때>를 읽기 전까지는 저자인 공선옥을 몰랐다.
책을 읽으면서 얼기미에 배추를 건져 확독에 물 고추를 갈아 김치를 담그고, 학교 갈 때면 먼지 폴폴 나는 신작로를 아이들과 줄지어가고, 학교 끝나고 도시락 뚜껑에 잔디 씨를 훑어야했던 나와 비슷한 시대를 살았던 그이가 궁금해졌다.
시골 농부에  딸로 태어나 70년대 새마을 운동을 보고 자랐고, 농촌의 참 모습이 점점 사라져 가는 것을 보며 살고 있는 작가가 언니 같고, 나 같다는 생각이 든다.

며칠후면 5.18민주화운동기념일이 다가온다.
도청분수대 앞에는 무대가 설치될 것이고 사람들은 그 날에 슬픔을 함께 느끼며 시대의 변화에 가슴 벅차할 것이다.
내 기억 속에 80년 오월은 마을 앞 신작로에는 차한대 다니지 않았고 어른들은 목소리를 죽이며 광주에 난리가 났다고들 수군거렸다.
한때는 광주사태라고 불리던 그 날에 진실이 밝혀지고 숨어서 이야기하지 않아도 돼는 날이 되었지만 여전히 몸과 마음이 병든 이들이 남아 있고 억울함이 남아있는 광주의 이야기는 지금도 끝나지 않은 현실이다.
내가 어린 시절 제일 이해하기 힘들었던 것은 공부 잘하고 똑똑해서 시골에서 어렵게 대학을 보내 놓으면 하나같이 공부는 안하고 모두 데모 현장으로 간다는 것이었다.
등골 빠지게 일만 하는 부모에 심정을 안다면 어찌 저렇게 변할 수 있나하는 생각에 어른들 말대로 모두 대학만 가면 빨간 물이 저절로 드는 줄 알았다.
그때는  눈과 귀를 막는 세상이었으니 뭐가 그르고 오른 지 판단할 수 있는 기회마저 박탈당하고 살았으니 그렇게 생각했던 것도 어쩔 수 없었다고 말하지만 눈 ,귀 다 뜨고 있는 지금도 나는 복잡하고, 어렵고, 참기 힘든 현실에 한발 짝 물러나 보고 있는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지금 일어나는 모든 일들은 내 마음이 힘든 것을 핑계로 한발자국 떨어져 보고 있다.
나는 어쩜 스스로 눈 막고, 귀 막는 세월을 살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오직 나에게 직접 해당사항이 있는 이야기에는 벌떼처럼 흥분하면서 나와는 떨어져있는 이웃에게는 눈길 한번 주지 않았다.
내 조카 또래의 아이들인 미순이, 효순이에 죽음보다는 월드컵의 열기에 휩싸였고, 천성산의 도룡뇽 때문에 단식하는 지율 스님을 보면서도 피 같은 세금을 먼저 생각했고, 머나먼 이라크에서 죽어간 우리 젊은이 김선일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그의 가족사를 더 궁금해했다.
살아도 사는 게 아닌 내 이웃을 가까이에 두고 있으면서도 한번도 돌아보지 않고, 내 집 울타리에 내 가족에게만 온 정신을 쏟고 있었다.
급식비를 못내 학교 급식에서 제외된 아이들에 이야기를 읽으면서도 TV에서 나오는 맛난 음식에 먼저 눈을 돌렸다.
나도 분명 미원으로 맛을 내고, 고기라고는 명절 때와 모심고 탈곡하던 날 품앗이 일꾼들 밥상에 올랐던 김칫국 속 돼지고기 몇 점이 전부이던 시절을 살았으면서도 그 시절을 잊고 살았다.
아직도 그 어렵던 시절처럼 살고 있는 내 이웃에게 등 돌리고 살았었다.
세상사는 게 모두 참말로 즐겁고 행복하게 살수는 없겠지만 내 앞에 놓인 행복만을 끌어안고 있지 말고 내 등뒤에 서럽게 울고 있는 이에게 눈 돌리는 법을 이 책을 읽으며 배웠다.

<한 해의 맨 마지막 계절의 겨울이다. 그리고 한 해의 맨 처음의 계절 또한 겨울이다. 겨울 속에는 그렇듯 마지막과 처음이 함께 있다.
한 해의 마지막인 이 계절에. 우리는 한 해의 처음을 시작할 수 있는 것이다. 할아버지가 절망 속에서 희망을 키우듯이 말이다. 할아버지에게 절망은 희망의 다른 말이듯이, 모든 마지막은 모든 처음의 다른 말인지도 모른다.>

봄이다.
너무 눈부셔 서러운 계절이다.
그래도 봄을 느끼고 살아가는 이는 행복할 것이다.
사는 게 너무 팍팍해 계절이 오는지 가는지도 모르는 이도 세상에는 많은 데.
아무도 눈 가리고, 귀 막지 않은 이 시대에 스스로 눈, 귀 막는 어리석음을 저지르고 있는 내 모습을 보며 이 계절이 더 서러워진다.
살아가면서 거짓말만이 전부 넘치는 세상은 아닐 것이다.
나는 내 이웃을 향해 눈 맞추며 그래도 언젠가는 참말처럼 사는 날이 꼭 있을 거라는 희망을 이야기해주고 싶다.
봄이 영 안 올 것 같았던 겨울이 지난 뒤. 분명 봄이 온 것처럼 언제인가는 오늘 거짓말 같은 날들을 웃으면서 이야기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고.......
옛날 서럽던 시절을 지금은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이야기하고 있는 우리처럼 언제인가는 오늘을 추억하는 날이 틀림없이 올 거라는 희망에 끈만은 놓치지 말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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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에 온 손님 그림책 보물창고 5
모디캐이 저스타인 글 그림,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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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자신이 어디에서 왔는 지, 그리고 생명이 다해서 죽으면 그 다음에는 어떻게 되는 지 수없이 질문하고 답을 얻으려고 한다.
이 이야기는 티벳의 어느 산골 평범한 나무꾼의 이야기이다.
티벳은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달라이라마의 나라이고 불교국가이다.
그래서 우리가 갖고 있는 의문에 불교의 윤회사상을 통해 그 답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그 답을 알려주는 분은 누구라고 칭해지지 않고 다만 목소리의 울림이라 불교가 아닌 다른 종교를 믿는 다거나, 무신론자인 독자들도 거부감 없이 읽을 수 있어 좋다.
특히 종교가 없는 우리 가족에게 가장 어려운 종류의 책이 바로 종교적인 색채가 진한 이야기들인데 이 책은 아이들에게 따로 윤회사상을 설명할 필요가 없어 참 편안하게 읽을 수 있었다.

높디높은 티벳 고원, 어느 깊은 골짜기, 작디작은 마을에 연날리기를 좋아하는 소년은 밤마다 밤하늘을 쳐다보며 더 넓은 세상을 꿈꾸지만 자라서 나무꾼이 되고 결혼을 하고, 가족을 돌보느라 꿈을 이루지 못하고 생을 마감하고 만다.
그는 죽어서 어두운 듯하면서도 아주 밝은 장소에 도착하고 목소리의 물음에 천국이 아닌 또 다른 생명으로 태어나는 길을 선택하게 된다.
나무꾼의 눈앞에 펼쳐지는 우주의 소용돌이 속에서 그는 자신을 향해 노래하는 바람개비 모양의 은하계를 선택하게 된다.
그리고 태양계, 지구, 인류, 나라, 부모를 선택하고, 마지막으로 성별까지 선택하여 다시금 높디높은 티벳 고원, 어느 깊은 골짜기, 작디작은 마을에 연날리기를 좋아하는 소녀로 태어나게 된다.

전문가가 아닌 나에게 책 고르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책 고르기 기준을 다름대로 정하는 데, 믿을 수 있는 출판사나 유명한 작가를 우선 순위에 두고 고른다.
이 책은 2004년 <쌍둥이 빌딩 사이를 걸어간 남자>로 칼데콧 상의 영광을 안은 [모디캐이 저스타인]의  작품이다.
가끔은 유명한 상을 받은 책이라 할지라도 실패하는 경우가 있는 데 이 책은 작가의 이름 값을 톡톡히 하는 책이다.
보통의 그림책보다 작은 크기지만 그 속에 담긴 이야기는 크기를 가늠할 수 없는 벅참으로 다가온다.
그림도 현생은 액자형의 그림으로 오밀조밀하고 내세의 모습은 웅장하고 장엄해서 우리가 우주에 한가운데 있는 듯 싶다.
아들 둘을 키우다보면 예쁘고 좋은 날도 있지만 내가 무엇 때문에 이 애들을 낳아 이 고생을 하나라는 생각을 가끔 하게 된다.
결혼해서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리던 아이였지만 처음 대면했을 때의 그 기쁨을 잊고 아이에 마음을 후비는 미운 소리를 하기도 하고, 엄마에 기분에 따라 아이들을 고약스럽게 대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처음 아이를 안았을 때의 기쁨이 되살아나는 듯 했다.
저 우주 끝에서 우리의 은하계의 초대를 받고, 태양계의 손짓에 따라 푸른 지구별을 그리고 황인종을 선택하고,  아리랑 춤을 추는 우리나라에 이 내세울 것  없는 부모에 초대에 기꺼이 응해 준 내 아이들이 고맙고도 고마웠다.
세상사는 게 힘들 때면 나는 왜 이 나라, 이 땅에 농부에 딸로 태어나 이렇게 힘들게 사는 가 싶어 누군 지도 모르는 그 분을 향해 원망도 했었다.
나를 기쁘게 초대해준 부모님에 대한 기억도 잊어버리고, 그 분들의 초대에 기쁜 마음으로 찾아왔던 것도 잊고 살았었다.
내가 이 땅에, 이 자리에 있을 수 있는 것은 천국의 자리를 택하지 않고, 인류가 아닌 다른 것을 택하지도 않았기 때문이지 우연이 아니였던 것이다.

{나무꾼은 모든 어머니와 아버지들로부터 한껏 넘쳐  흐르는 사랑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들은 한결같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두 팔을 벌리고는 나무꾼에게 소리쳤어요.
"얘야, 이리 오렴! 어서 우리 아이가 되렴!"
그때 나무꾼은 자신의 마음을 울리는 한 아버지의 미소를 보았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마음을 편안하고 따뜻하게 어루만지는 한 어머니의 미소도 보았습니다.
"바로 저 분들이 나의 부모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나의 사랑하는 부모에게 소원해지고 나의 귀여운 아이들에게 미운 마음이 생길 때면 나를 초대해준 부모님에 사랑과  좋은 부모가 될 수 있는 자신감에 아이들을 초대했던 나를 기억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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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랑 둘이서 동화 보물창고 6
마를리스 바르델리 글, 롤란드 탈만 그림, 김서정 옮김 / 보물창고 / 2005년 4월
평점 :
절판


사랑하는 아들아!
엄마가 요번에 아주 근사한 책을 읽었단다.
새책이 오면 항상 너에게 읽어주는 걸로 엄마에 책읽기를 대신 했는데 <아빠랑 둘이서> 라는 이 책은 엄마가 먼저 읽어보았어.
네 또래의 귀여운 소녀가 수줍은 듯한 미소로 들꽃 한 포기를 들고 서 있는 그림의 표지부터 엄마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더구나.
이 아이의 이름은 '메를레' 라고 하는 데 프랑스어로 지빠귀라는 뜻이래..
<이름은 소원을 담는 그릇이에요>라고 메를레 엄마가 말했듯이 사람들의 이름 속에는 소원이 담겨 있단다.
물론 너의 이름 속에도 엄마, 아빠의 소원이 담겨 있지.
그런데 메를레는 아직은 지빠귀처럼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지 못한대.
대신에 다른 많은 것을 잘 할 수 있다는 구나.
메를레는 그림을 잘 그리고, 비가 오는 날에는 아주 멋진 시를 지을 수 있단다.
더 놀라운 것은 글씨를 아직 쓰지 못하지만 시를 머릿속에 넣어두는 법을 알고 있어.
그리고 메를레는 아빠의 기분을 살필 줄도 안단다.
아빠가 우울한 날이면 차를 만들어 드리기도 하고 그림을 그릴만한 풍경을 찾아보기도 하지.
메를레는 화가인 아빠와 살고 있고, 엄마는 천사가 되었다는 구나.
엄마는 아빠와 단둘이서 살아도 메를레가 항상 밝은 아인 것 같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어.
메를레가 살고 있는 집은 자동차 집이야.
어디든지 갈 수 있는 집이라니 생각만 해도 멋지지 않니?
어느 날은 꽃이 가득 핀 들판에서 잠을 잘 수도 있고, 또 어떤 날은 바닷가에서 떠오르는 해를 보며 아침을 맞을 수도 있잖아.
하지만 불편한 점도 있을 거야.
우선 친구를 사귈 수 없을 거고 학교에도 다닐 수 없을 거야.
그래서 메를레의 아빠도 메를레를 학교에 보내기 위해 홀러루프 마을에 정착하게 된단다.
처음 간 학교에서 새 친구들도 만나게 되고 알파벳도 배우게 돼지.
메를레는 A를 배우면서 멋진 알파벳 A 이야기를 만들지만 선생님은 "A는 그냥 알파벳일 뿐이야. 그 이상은 아니란다"라고 말씀하신 단다.
엄마는 이 부분을 읽으며 엄마가 너에게 했던 행동들이 떠올랐어.
네가 엄마가 묻는 말에 엉뚱한 대답을 하면 자세히 들어보지도 않고 네 말을 막곤 했는데 그것이 옳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더구나.
또 음악시간에는 선생님이 메를레를 향해 음악에 소질도 없고 고집불통이라고 말씀하시지.
하지만 메를레는 선생님께 아주 멋진 말을 한단다.
<선생님은 제 안에 뭐가 있는지 모르세요. 그건 저만 알아요. 제 안에서 무슨 소리가 울리는지 저는 알아요. 다른 사람은 아무도 못 들어요. 제 목소리가 엉뚱한 소리로 만들어 버리니까요. 하지만 제 곡조가 얼마나 예쁜지 선생님이 아신다면 아마 놀라실 거예요.>
엄마도 남이 하는 말에는 마음 상하고 슬퍼하지만 진실로 내 마음속에서 울려오는 소리는 잊고 살았는데 엄마는 어린 메를레에게서 큰 것을 배웠단다.
아직은 내 속에서 울려 나오는 소리를 듣는 연습을 많이 해야겠지만 마음 소리에 진정으로 귀가 열리게 된다면  우리 가족을 얼마나 사랑하는 지 더 잘 알게 될 거고 더불어 너희에게도 좀 더 자상한 엄마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또 다른 사람에 마음에서 울리는 소리에도 귀 기울일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메를레는 아주 작은 것에도 마음을 쓸 줄 안단다.
메를레를 놀래주려고 책상 위에 풀어놓은 작은 거미를 조심스럽게 다룰 줄도 알고 꽃밭을 망친다고 뽑으라고 한 민들레도 사랑할 줄 알지.
언제인가 네가 새로 나온 무당벌레를 발로 밟았다고 했을 때 엄마하고 많은 이야기를 했었지?
넌 밤에 그 무당벌레 식구들이 널 쫓아오는 꿈도 꾸었고 다시는 작은 벌레도 죽이지 않겠다고 엄마에게 다짐했던 기억이 나더구나.
아들아!
메를레에게는 정말 특별한 재주가 있더구나.
또래가 아닌 사람과도 친구가 되는 법을 알고 있단다.
트랙터를 몰고 다니는 야콥 아저씨와 친구가 되고, 노래를 잘하는 마르가레트 할머니에게는 노래를 배우기도 한단다.
특히 해젤바르트 할아버지에게는 음악을 작곡하는 법을 배우기도 하지.
어느 날 아빠와 메를레는 바다를 그려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고 실천에 옮길 계획들을 세운 단다.
해젤바르트 할아버지가 더 이상 먼 길을 돌아다니시지 않게 다리를 놓고 헤르베르트네 방의 그림도 다 완성해 준단다.
그리고 다리가 완성되고 잔치가 열리는 날 조용히 마을을 떠나 바다를 향한단다.
엄마는 오래도록 메를레가 여러 사람들과 어울려 훌러루프 마을에 살기를 바랬는데 이 부녀는 정말 자유로운 사람들인 것 같다.
엄마는 아무리 가고 싶어도 현실을 살피느라 바다를 그리워만 했을 텐데.
지금쯤 메를레는 어떤 사람이 되어 있을까?
노래를 잘 부르게 되지는 않았더라도 분명 자기 마음속에서 들리는 소리를 음악으로 나타낼 수 있는 사람으로 행복하게 살고 있을 것 같다.
이제 너랑 이 책을 다시 읽어보겠지?
우리 아들은 어떤 생각을 하며 이 이야기를 들을까 궁금해진다.
메를레는 어른들 기준의 착한 아이가 되어서 학교 생활을 할 때 선생님께서
"네가 이제야 조금 철이 들었구나"라고 하신 말씀에 대답했던 말이 가슴을 무겁게 하더구나.
"철이 든다는 게 더 이상 기쁘지 않다는 말이라면, 선생님 말씀이 맞아요"
엄마도 너에게 엄마 기준에 철들기를 강요해서 혹시 널 슬프게 하지는 안았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메를레 아빠처럼 자유롭게 살지는 못하겠지만 네가 마음속에서 울리는 진실된 소리를 듣고 진정으로 네가 원하는 길을 갈 때는 너에게 힘이 되어 주는 엄마가 될 거야.
우리 아들도 너에게서 들려오는 따뜻한 마음에 소리를 듣는 다면 메를레처럼 다른 사람의 마음도 헤아릴 줄 아는 사람으로 성장하리라 믿는다.
언제까지나 행복한 사람으로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하며 살수 있기를 엄마는 소원한다.
아들아!
엄마는 메를레 덕분에 파란 하늘을 자주 쳐다보고 봄꽃들을 유심히 보는 버릇이 생겼단다.
너도 엄마처럼 메를레 이야기를 읽으며 행복한 봄을 보냈으면 좋겠다.
사랑한다.아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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