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혈귀 루디, 치과는 정말 싫어 시공주니어 문고 1단계 14
잉그리트 위베 글, 마리아 비스만 그림 / 시공주니어 / 200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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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나 어른이나 할 것 없이 가장 가기 싫은 곳을 꼽으라면 아마도 병원일 것이다.

특히 치과는 그 중에서도 최고로 가기 싫은 곳일 게다.

나 역시 치과는 죽기보다 싫어 진짜로 이가 너무 너무 아파 도저히 견딜 수 없을 때야 할 수 없이 가는 곳이다.

대기실에 앉아 있는 순간부터 목이 바짝바짝 마르고 순서가 되어 이름이 불려지고 길고 차가운 의자에 눕는 순간 손에 땀이 나고 눈을 뜨기 힘든 밝은 빛과 귀를 괴롭히는 기계음 소리는 아무리 자주 다녀도 익숙해지지 않는 다.

아이들에게만은 튼튼한 치아를 갖게 해주고 싶어  정기적으로 치과에 데리고 다니지만 그때마다 의자에 눕히기도 힘들고 눕혔다 쳐도 입 벌리게 하기가 어려워 살살 달래기도 하고 무섭게 협박도 한다.

이가 오복(五福)중 하나라고 하지만 정말 치과 가기는 괴롭다.


밤 12시면 학교 수업이 끝나고 아침이 밝아오면 잠을 자야 하는 흡혈귀 루디도 우리 인간만큼이나 치과를 무서워한다.

아침을 먹다 송곳니가 아파 딱딱한 아몬드를 제대로 먹을 수 없었던 루디는 학교에 가서도 이가 아파 수업에 집중할 수 없게 된다.

수업이 끝나고 친구 이기트의 삼촌인 치과의사 벤노 나뚤어 박사를 찾아간다.

하지만 처음 가본 치과는 순순히 치료를 받을 수 없을 만큼 무서웠다.

박쥐로 변해 위기를 모면해 보기도 하지만 나뚤어 박사 역시 박쥐로 변신하게 되고 둘은  아침이 오는 걸 알아채지 못하고  거꾸로 매달려 그네타기를 한다.

다행히 이기트의 도움으로 정신을 차린 환자와 의사는 무사히 치료를 마치고 평안한 밤(인간세계에서는 아침)을 맞이한다.


사실 이야기의 교훈(?)은 간단하다.

“이가 아프면 망설이지 말고 치과에 가자”이다.

하지만 그 것보다 더 흥미를 끄는 건 우리와는 너무 다른 흡혈귀의 생활이다.

우리가 저녁을 먹는 시간에 그들은 아침을 먹고, 우리가 곤하게 자는 시간에 흡혈귀는 학교에 간다.

우리가 우유 한잔으로 아침을 시작한다면 흡혈귀는 우유는 맹탕이어서 아무 맛도 안난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이 무서워하면서도 관심을 갖는 건 괴물이나 요괴, 귀신 등 우리 인간이 아닌 다른 생물이다.

흡혈귀 루디가 아닌 평범한 아이 루디가 등장해 이가 아파 아침을 못 먹고, 학교에서 공부도 제대로 할 수 없고, 쉬는 시간에도 놀 수 없고, 좋아하는 아이스크림도 먹을 수 없었다면  너무 평범한 일상이라 주의를 끌지 못했을 것이다.

혐오스러운 피가 나오고, 아이들이 볼 수 없는 새벽이면 활동을 하는 흡혈귀의 이야기가 새롭기만 하다.

나와 다른 흡혈귀도 이가 아프면 힘들어하고 치과를 두려워한다는 것이 흥미와 더불어 더 큰 무게의 가르침을 던져 주는 것 같다.

그리고 누구든 이가 아플 때는 치과에 가서 치료 받는 것 말고는 다른 어떤 방법도 통하지 않는 다는 걸 스스로 깨우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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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 II 로마 이야기 1 - 로마의 탄생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
토마스 불핀치 원작, 정명숙 글, 조재호 그림, 허승일 감수 / 가나출판사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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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로마 신화>의 2부 격인 로마 이야기가 만화로 탄생했다.

1400년 동안 유럽을 지배한 대제국인 로마를 모르고서는 유럽 문화를 이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단순한 로마의 역사가 아닌 시간 여행이라는 SF적 요소를 가미에 흥미를 끈다.

스케이트보드를 즐기는 가람이 앞에 황금 늑대가 나타나고 그를 계기로 닥터 제로와 함께 로마로의 시간 여행을 하게 된다.


알바 롱가의 공주와 전쟁의 신 마르스 사이에 태어난 쌍둥이 로물루스와 레무스는 아물리우스왕의 의해 죽을 뻔 하지만 늑대의 의해 목숨을 구하게 된다.

양치기의 자식으로 자란 두 쌍둥이는 훗날 자신들을 죽음의 위기로 몰아넣었던 아물리우스왕을 물리치고 새로운 나라를 세우게 된다.

그러나 하늘에 태양이 둘 일수는 없듯이 로물루스의 손에 레무스는 죽게 되고 로물루스는 로마를 세우게 된다.

로물루스왕은 왕위의 세습이 아닌 선출로 뽑을 것을 건의하고 민회와 원로원과 함께 강한 로마를 만들어 가기 시작한다.

사비니족의 여인들과의 강제결혼으로 로마는 사비니족과 대대적인 전쟁을 치루지만 여인들의 지혜로 평화로운 시대를 맞게 된다.

로믈루스왕이 죽고 새로운 왕의 탄생을 기약하며 1권의 이야기는 끝을 맺는 다

처음엔 왕이 되기를 거부했던 누마왕 이야기와 헝클어진 역사를 바로 잡고 가람이가 무사히 현대로 돌아올 수 있을 지 기대가 된다.


“로마의 역사를 이해하기 쉽고, 무엇보다도 특히 재미있고 정확하게 그려, 여러분의 삶을 지혜롭고 활기차게 하는 데 크게 기여하리라 확신합니다.”라는 감수를 맞으신 허승일님의 여는 말씀 그대로 처음 시작한 마음 계획한 대로 끝까지 유지하여 재미있고 정확한 로마 이야기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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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씨구 절씨구 풍년이 왔네 - 제1권 홍성찬 할아버지와 함께 떠나는 민속.풍물화 기행 1
원동은 지음 / 재미마주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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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결코 서두르지 않고 시류에 편승하지 않는 자신만의 고유한 색깔을 띤 재미마주출판사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출판사중 하나이다.

그런 재미마주에서 새로운 책이 나왔다.

바로 우리나라 1세대 일러스트레이터인 홍성찬 할아버지와 함께 떠나는 민속.풍물화 기행 시리즈의 첫 번째 이야기인 “얼씨구 절씨구 풍년이 왔네”이다.

옛 시골 마을의 정취와 너무도 잘 어울리는 수묵화는 화려한 그림에 익숙해져 있는 나에게 포근한 고향의 정취를 그대로 느끼게 해 준다.


70년대 농촌은 동네에 텔레비전이라고는 한두 대가 전부였고, 김일의 레슬링 경기나  박찬희의 권투중계도 전부 온 동네사람들이 한꺼번에 모여 봤던 기억이 있다.

가을이면 새로 이엉을 얻은 노란 초가지붕과 회색의 슬레이트 지붕이 공존하던 시대였었고, 새벽종이 울리면 너도 나도 일어나 새마을을 가꾸던 시절이었다.

사실 책은 내가 때어나기 훨씬 전의 농촌모습을 담고 있지만 읽는 내내 내가 살던 시절에 어른들이 옷만 다르게 입고 등장한 느낌을 받았다.


농사를 제일로 치던 시절 조상님들은 일 년을 태양의 움직임에 따라 정한 24절기에 맞추어 하루하루를 생활해 나가셨다.

설 쇠고 처음 맞는 절기인 입춘을 시작으로 겨울동안 잘 먹인 황소로 쟁기질을 하는 걸로 한해 농사일을 시작하셨다.

한 겨울 밟아주던 보리는 겨우 내내 보리 국으로 입맛을 돋우었고 봄철 보릿고개를 무사히 넘길 수 있는 보물이었다.

일 잘하고 들꽃같이 튼실한 것을 제일로 쳤던 농촌의 아낙들도 길쌈 하랴, 장 담그랴, 누에 치랴, 한시도 쉴 짬이 없다.


음력 4월이면 부지깽이도 덤빈다는 바쁜 모내기철이 기다리고 있다.

지금이야 이양기가 있어 사람 손이 많이 필요치 않지만 그때는 온 동네가 들썩거리던 시절이었다.

일꾼들의 가족뿐만이 아니라 지나가던 길손까지 불러 새참을 먹었으니 그 때의 인심은 있고 없고 와는 상관이 없었던 듯하다.

내 어린 시절에도 품삯을 받고 일하는 게 아니라 모든 농사일은 품앗이로 이루어지는 게 많아서 모내기한 집에서 끼니를 해결하는 걸 당연하게 생각했었다.

돼지고기 숭덩숭덩 넣고 끓였던 김치 국이며 무 깔고 지졌던 매콤한 갈치조림 맛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칠십이 넘으셨던 할머니는 호미 한 자루 들고 밭으로 나가 매도, 매도 끝이 없던 김을 매시고는 저녁때면 허리가 꼬부랑해서 들어오셨다.

농사꾼들에게 잡초야 말로 타는 여름에 치러야 할 가장 큰 전쟁이었다.

그래도 아이들은 참외서리며 콩서리로 더위를 잊기도 했다.


가을이 오면 수확에 기쁨에 온 마을이 춤을 추었고 찬바람이 불기 전에 벼 타작이며 수수, 조, 콩, 옥수수등과 대추, 밤, 사과, 배 ,감등의 가을걷이로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농사일이 얼추 끝나면 아낙들은 김장 때문에 정신이 없었고, 온 집안 식구가 나서 새 창호지를 바르고, 구두질과 매흙질을 하며 겨울채비를 했었다.

지금이야 찾아볼 수 없는 초가집의 새 이엉을 얻고 나면 일  년 내내 일에 혹사한 몸을 쉴 만도 한데 기직자리 매기, 짚신 삼기, 새끼 꼬기로 내년을 기약했다.


책 속에는 쟁기나 똥 장군 같은 옛 농촌의 풍경만이 아니라  따로 개똥삼태기가 있어 첫 새벽에  개똥을  주우러 다녔다는 농부에 근면함을 엿볼 수 있는 재미난 이야기도 있다.

우리가 흔히 아는 “개똥도 약에 쓸려면 없다” 같은 속담을 비롯해 겉모양은 훌륭하고 속에 든 것이 형편없을 때 이르는 말인 “명주 자루에 개똥”이라는 재미있는 속담들도 보너스로 소개한다.

고루하고 재미없는 농업박물관 체험서 같은 책이 아닌 살아있는 조상의 모습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지금도 쟁기질 후 새참으로 내간 막걸리를 쭉 들이키시며 한없이 행복한 표정의 담배한대 때우시던 아버지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비가 안 와도 비가 내려도 밤 새 못 주무셨는데 지금은 수로가 생기고 물 걱정 없고 기계 때문에 일손 걱정 없는 농촌이다. 

하지만 그리운 건 누구네 자식이 서리 해 갔는지 짐작하시면서도 큰 소리 내지 않던 어른들이 살아계시던 농촌이다.

가을이면 빗물에 썩고 햇볕에 바란 이엉을 걷어내고, 동네 어른들이 힘을 모아 노랗고 따뜻한 새 이엉을 얻은 그런 일 년에 한 번씩 새로워지는 둥그런 초가집이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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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잡아!
이혜경 지음, 강근영 그림 / 여우고개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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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색 바탕에 밝은 빛에 쌓인 다섯 마리의 애벌레가 얼굴 가득 미소를 머금고 초록 나뭇잎을 덮고 잠들어 있는 표지가 이야기의 궁금증을 일으킨다.

조심스럽게 책장을 넘겨보면 면지가득 앵두를 든 애벌레들이 각기 다른 표정으로 다른 포즈를 잡고 즐거워하는 그림이 연둣빛 안에 싸여있다.


파릇파릇한 새싹이 가득한 화면에 작은 구멍 속에서 누군가 소곤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밀지 마, 밀지 마! 천천히, 천천히”

그 소리의 주인공은 세상 구경을 처음 나온 듯 한껏 들떠있는 볼이 발그레한 애벌레이다.

애벌레 친구 다섯이 손에 손을 잡고 풀밭에서 놀다 비를 만나 커다란 나뭇잎으로 우산을 삼는 다.

우산이 되었던 나뭇잎은 멋진 배가 되기도 한다.

나뭇잎은 튼튼한 보자기가 되어 작고 빨간 앵두를 넘치도록 담아 다시 굴속으로 들어간다. 따뜻한 보금자리로 돌아온 애벌레들에게 나뭇잎을 식탁이 되고 이불이 되기도 한다.

아하!! 표지의 애벌레들이 그렇게 행복한 표정이었던 건  바로 즐거운 하루를 보내고 따뜻한 집에 돌아와 맛있는 앵두를 배부르게 먹은 뒤라 그렇게 환한 미소를 머금고 잠들어 있었던 것이다.


비를 만나 당황한 표정, 나뭇잎 우산 속에서 안도 하는 모습 등 애벌레들의 각기 다른 표정들을 살펴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작고 약한 애벌레들이 집을 떠나 고생스럽기도 하고 위험하기도한 모험을 하지만 마지막에는 자신들의 아늑한 집으로 돌아오는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다음엔 어떤 일이 일어날까?”, “다음엔 나뭇잎으로 무얼 할까?” 라는 끝없는 상상을 하게 한다.


내일은 나뭇잎으로 뭘 할까?

라는 끝을 읽으며 아이와 함께 나뭇잎 한 장을 들고 다시 작은 굴 밖으로 나가 신나는 하루를 보내는 애벌레들의 다음 이야기를 만들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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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의 빵 국민서관 그림동화 61
오브리 데이비스 지음, 듀산 페트릭 그림, 강석란 옮김 / 국민서관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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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펼치기 전 습관적으로 보는 작가의 이름에서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이 들었다.

바로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 시작한 작은 사랑의 실천이 세상을 따뜻하게 만들었던 <단추스프>작가의 작품이다.

추운 겨울 어느 누구도 자비를 베풀지 않는 마을에 기적을 선사한 거지의 가슴 따뜻한 이야기를 읽었던지라 또 하나의 기적 같은 이야기를 기대하며 읽어나갔다.


마을에서 가장 맛있는 베이글을 만드는 베니 할아버지는 자신의 빵을 사가는 사람들이 고마워하는 소리를 듣고 감사해야 할 사람은 하느님이라는 말을 한다.

하느님에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었던 베니는 교회의 “거룩한 상자”에 빵을 넣어두기 시작한다.

손자가 가져간 빵을 어떻게 하는 지 궁금해 하던 할아버지는 교회까지 따라 오게 되고 빵은 가난한 아저씨가 가져가는 것을 보게 된다.

하느님이 빵을 드시는 걸로 믿고 있던 베니는 실망하지만 자신도 모르게 가난한 아저씨를 도운 것이 세상을 더 좋게 만들었다는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빵을 별로 안 좋아하다보니 베이글을 먹어 본적은 없다.

하지만 책을 읽는 내내 겉은 바삭바삭하고 속은 부드럽다는 베이글이 먹고 싶어졌다.

우리가 씹는 껌 한 통 값인 500원이면 기아에 허덕이는 아이들을 살릴 수 있다는 광고를 본 적이 있다.

무심히 씹고 버리는 껌 한통 값이 누군가를 살릴 수도 있다는 현실이 답답하면서도 선뜻 500원을 내놓을 생각은 못했었다.

사실 누군가를 도와준다는 것을 너무 어렵고 크게만 생각했는데 할아버지와 베니의 대화 속에서 작은 해답을 얻을 수 있었다.


            “넌 배고픈 사람에게 베이글을 주었지?”

            할아버지가 물었어요.

            “네!”베니가 대답했어요.

            “그리고 그 사람은 다른 사람을 도와주겠다고 약속했지?”

            “네”베니가 고개를 끄덕였어요.

            “그렇다면 베니야. 네가 세상을 조금 더 좋게 만든 거야”


베니는 언제까지나 계속해서 성스러운 상자에 빵을 넣어둘 것이고 누군가는 그 빵 때문에 삶에 희망을 얻을 것이다.

또 베니의 빵을 먹었던 가난한 아저씨는 자신보다 더 어려운 이웃을 도울 것이다.

그렇게 사랑은 소리 없이 누군가에게로 전달되고 그 사랑은 눈 덩이처럼 불어 세상을 밝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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