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세요 타세요
홍진숙 지음, 강근영 그림 / 여우고개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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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걸음마를 하기시작하고 제 의지대로 몸을 움직일수 있게 되면 뭐든 혼자하고 싶어한다.

머리를 못 찾아 낑낑거리고 우스운 꼴을 연출하기도 하지만 기어이 옷을 입겠다고 나서고 시간에 쫓겨 바빠 죽겠는 엄마와는 상관없이 신발도 제가 신겠다고 떼를 쓴다.

약하고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안 될 것 같은 어린아이도 제 생각과 제 의지대로 행동하고 싶어 한다.


여기 이제 막 걸음마에 자신이 생긴 귀엽고 볼이 발그레한 통통한 여자 아이가 있다.

빨간 기차의 기관사가 되어 연둣빛 풀밭을 지나 어딘가로 달려간다.

아이는 차례로 삽, 양동이, 깃발 형제를 태우고 마지막으로 또래의 남자아이를 태우고 달린다.

어두운 굴을 만나 무서워하기도 하지만 무사히 지나 모래놀이를 하는 아이들이 훨씬 의젓해지고 훌쩍 자란 듯도 하다.


원색의 색감과 아이들에게 익숙한 그림도구인 크레파스(오일 파스텔)를 이용한 그림이 친근하다.

단순히 혼자 기차를 타고 노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자신이 직접 기관사가 되고, 친구들을 태우고, 좋아하는 모래 놀이를 즐겁게 하는 모습은 능동적인 아이들의 특징을 잘 집어낸 듯하다.

“칙칙폭폭 칙칙폭폭” 열심히 달리는 기차에 아이를 쫓는 엄마의 마음을 싣고 달리고 싶다.


**요즘은 하도 좋은 유아 대상의 책들이 많이 나와 다시 아이를 키우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힛~~화창한 토요일오후인데도 남편도 나가고, 아들들도 친구 생일파티에 가고  혼자 집지키고 있자니 드는 쓸데없는 생각이다.

그래도 “엄마, 엄마”하며 내 눈길, 내 손길을 필요로 했던 아가적 아들들이 그립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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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진실 한 조각 그림책 보물창고 14
더글라스 우드 지음, 존 J 무스 그림, 최지현 옮김 / 보물창고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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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아름다운 땅이 있었습니다.

로 시작하는 이야기는 지금의 우리를 돌아보게 하고  깊은 생각에 빠지게 한다.


아득하고도 아름다운 이 땅에 진실은 길게 꼬리를 그리며 떨어지다 두 조각이 나고 만다.

한 조각은 불빛을 내뿜으며 밤하늘 어딘가로 사라져버리고 다른 한 조각은 땅 위로 떨어진다.

땅에 떨어진 진실조각은 동물들의 수집품이 되기도 하지만  한쪽은 부서져 너무 날카롭고,  점점 그 아름다운 빛을 잃어갈 뿐만 아니라 조각난 진실의 달콤함 끝에는 쓴 맛만 남는다는 사실에 동물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난다.

하지만  인간은 “당신은 소중합니다.”라고 적힌 진실조각을 보며 자랑스럽고 행복해한다.

진실조각을 본 모든 이들은 그 것을 소중히 간직하고, 그 힘을 믿기 시작하며 이 진실을 모르는 사람들이 두려워지고, 그들에게 화가 나기도 한다.

그리고 다른 생명체나 다른 사람들이 점점 쓸모없게 느껴지고, 다른 어떤 것에서 귀기우리거나 눈을 놀리지 않는다.

사람들은 조각난 진실을 차지하기위해 수많은 전쟁을 일으키고, 그로인해 아름다운 땅에 모든 것들은 괴로워하고 고통스러워 한다.


어떤 책은 글의 길이에 상관없이 생각을 실타래처럼 엉키게 하고 꼬리에 꼬리를 물게 하기도 하는 데 60쪽이 채 안돼는 이야기는 깊은 생각에 빠져들게 했다.

온전하지도 않고, 동물들조차 거들떠보지 않는 조각난 진실에 눈이 어두워 자신을 포함해 모두에게 고통을 주는 인간의 모습에서 지금 우리들의 모습이 비춰진다.

다행스럽게도 작은 소녀가 지혜로운 거북을 찾아가 나머지 진실 조각을 찾는다는 이야기는 해피 엔딩으로  끝을 맺지만 지금 우리가 사는 시대는 이야기 속 어디쯤일까?

모두에게 고통을 주는 진실조각을 안고 피 흘리며 괴로워하고 있고, 지혜로운 소녀도 거북도 등장하지 않은 막막하기만 한 그때가 아닐까 싶다.

 

누구나 “당신은 소중합니다.”라는 진실조각을 만난다면 그 달콤함에 혹 할 것이다.

이 세상 무엇보다 소중한 나. 얼마나 가슴 설레고 멋진 말인가?

하지만 바꾸어 말하면 이 세상사람 하나하나 소중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는 진실이 숨어 있는 데 그저 내편한 대로 해석해 나만 소중하다는 정의를 내려버린다.

태초에 아름답기만 하던 이 땅에 너는 아니고 나만 소중하다는 조각난 진실만을 안고 사는 사람들이 많아졌기에 자연은 아파하고, 이 땅의 생명체들은 시들어 간 것인데.........

조각난 진실 조각을 맞추는 데 공을 세운 이는 아직 어리고 약해보이는 소녀와 인간의 눈에는 한낮 미물에 불과한 거북이다.

한껏 자신을 드러내고 뽐내는 영웅이 아닌 작고 보잘 것 없기까지 한 이들이 맞춘 조각이기에 더 빛을 발한 건 아니었나 싶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도 진실의 조각을 맞춰 나갈 이들은 작은 목소리를 가진 힘없고 약한 민중이 아닐까?


“다른 얼굴을 한 사람,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을 만나서 그들의 말에 귀 기울일 때, 조각난 진실과 삶은 치유될 수 있다. 비로소 사람들은 모든 생명체가 중요하다는 것, 세상은 우리 모두를 위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거북의 말이 가슴을 더 파고드는 까닭은 나보다 가난하다는 이유로, 우리 민족이 아니라는 이유로 나와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무시하고 고개 돌렸던 우리들의 모습을 꾸짖기 때문이다.

모든 것에는 마땅히 존중되어야 할 권리가 분명하게 있다.

하지만 우리들은 어리석게도 조각난 진실 조각을 가슴에 품고 다른 이들을 상처내고 있다.

“당신은 소중합니다. 그들 역시 소중합니다.”라는 진실의 완전한 모습을 알게 되고, 가슴에 새긴다면 이 땅에서도 나무가 사다리처럼 별을 향해 올라가고, 강물은 거울처럼 반짝이는 아름다운 광경을 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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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미잠이 (CD 3장 + 피아노 악보집)
류형선 지음 / 보림큐비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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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사실을 아는 순간 우리 부부는 아이를 위해 특별한 일들을 했다.

태어날 아기를 위해 세우는 거창한 계획에서부터 시작해 매일 매일을 편안하고 즐겁게 보내려고 노력했고, 먹는 것, 입는 것, 보는 것, 듣는 것에도 더 많은 신경을 썼다.

특히 태교에 관한 책을 읽으며 실천하려고 노력했고, 아이에게 좋다는 건 내가 싫은 것이더라도 참고 억지로라도 했다.

그중 내가 가장 힘들었던 건 클래식 음악 듣기였었다.

평소에 음악이라고는 라디오에서 나오는 대중가요 듣기가 다였던 사람이 갑자기 숙제처럼 듣기 시작하던 클래식은 즐거움보다는 괴롭고 힘든 고역이었다.

그렇게 때어날 아기를 위해 참을 인(忍)자를 써가며 듣는 음악은 오래가지 못하고 나중엔 엄마가 즐거워야 뱃속 아기도 즐겁다는 게 진리라며 위안을 삼았다.


대부분의 산모들은 우리 정서에 맞는 음악이 아닌 서양의 클래식으로 태교를 하고, 아이가 태어나면 외국 곡의 자장가를 불러주고 틀어주고 한다.

거기다 아이가 자라면 창의력에 좋다는 음악을 위주로 하는 놀이 프로그램에 참가하기도 한다.

뭐 엄마 취향이 클래식 쪽이면 별 문제가 없겠지만 편안하고 예부터 들어오던 우리 음악을 찾는 엄마라면 적당한 음반을 만나기는 쉽지가 않다.

그렇게 우리 것을 열심히 찾는 엄마들에게 단비 같은 멋진 음반이 나왔다.

아이가 엄마 뱃속에 10개월 동안 지내면서 들을 수 있는 ‘국악태교’와 ‘전래 자장가’ 그리고 갓 난 아기 때부터 놀이와 함께 들을 수 있는 ‘전래 영아 놀이노래’로 이루어진 세장의 음반과 피아노 악보로 이루어진 <자미잠이>가 바로 그것이다.


태동이 시작되면 가슴 뭉클해지고 진짜 아이가 뱃속에서 자라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실감하며 쑥스럽기만 하던 태담이 즐거움으로 바뀐다.

아빠 목소리를 들려주고, 조곤조곤 동화를 읽어주는 것과 함께 “아가 아가 우리 아가 엄마 아빠 보고파도 서두르면 아니된다. 꽉꽉 채워 나오너라. 좋은 길 더듬어 단 한번에 나오렴. 두 팔 벌려 안아주마. 밤낮으로 품어주마”하는 국악태교음악을 가만히 부르다보면 탄생할 아이가 더 소중해지고 기다림에 가슴 벅찰 것이다.

어린 시절 끝도 없이 이어지는 할머니의 자장가를 듣고 잠든 탓인지 전래 자장가를 듣다보면 아이들보다 내가 먼저 눈이 감기고 만다.

이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었던 손녀의 앞날이 환한 탄탄대로로 뻗어나가길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했던 할머니의 소망을 담은 자장가는 지금도 내 귓가에 맴돈다.

무엇보다 반가운 음반은 바로 영아 놀이노래였다.

나를 데리고 놀던 아버지 모습은 기억할 수 없지만 아직도 애기 같은 딸내미가 낳은 외손자들을 안고 “들강달강”하시던 아버지의 모습은 몇 년이 지난 지금도 눈에 선하다.

‘쭈까쭈까’부터 시작해 아이가 자라면서 ‘잼잼잼잼’‘곤지곤지’로 발전해가는 노래를 들으며 우리 조상들의 ??유아놀이에 감탄해본다.


‘전래’는 계속 진행 중임을 나타낸다.

예로부터 지금까지 전해오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계속 우리 아이들에게로  전해져야 할 우리들만의 것이기에 더 소중할 것이다.

영영 잊혀질 뻔한 노래들이 새 생명을 얻어 음반으로 재탄생되고, 악보로 잘 정리된 걸 보며 너무 늦지 않은 것에 감사하고 뿌듯하다.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건 어려워진 우리 노래들이기에 그 빛이 더 빛나는 것 같다.

불행스럽게도 우리 아이들은 너무 많이 자라 국악태교를 불러줄 수도 없고, ‘꼬내꼬내’를 해줄 수도 없게 돼버렸다.

그래도 이 음반들을 자꾸 쓰다듬고 듣게 되는 것 전래의 끝이 우리가 아님을 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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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캣 WH.소스 브라이트닝 에센셜 팩트 파운데이션 - 12g
러브캣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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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종


택배를 받아보고 깜짝 놀랐네요. 물건이 잘못 온 줄 알고.....

사전 한권과 풋 크림 그리고 파운데이션을 구입했는데 튼튼한 상자 안에는 뽁뽁이로 잘 포장된 풋 크림이 들어있었고, 책도 그 옆에 가지런히 들어있었고 바로 고 옆엔 네모난 정체를 알 수 없는 상자가 들어 있더라구요.

이게 뭔가 하고 열어봤더니 바로 파운데이션이었습니다.


얇은 핑크빛이 도는 상자 안에 역시나 핑크빛의 거울느낌의 용기 밑에는 여유분의 퍼프가 가지런히 놓여있었답니다.

조심스럽게 화장품 용기를 열면 큼지막한 거울과 12g의 내용물이 들어있는 칸과 퍼프가 들어 있는 칸이 따로 분리되어 있는 데 화장품 위에는 얇은 비닐이 아닌 튼튼한 뚜껑이 따로 달려 있어 깔끔한 느낌이 납니다.


러브캣 WH.소스 브라이트닝 에센셜 팩트 파운데이션이라는 외우기도 힘든 긴 이름이 붙은 제품은 처음 열어 보았을 때 뭐랄까 보송한 느낌이 전혀 없는 유분기가 가득한 느낌이라 먼저 놀라고 퍼프에 묻혔을 때는 파운데이션을 짜 놓은 듯해서 한 번 더 놀랐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몇 십 분씩 투자하는 화장에 비하면 화장이라고 할 수도 없는 화장을 하고 다니는 데 이것 잘 못 발랐다간 뭉치고 얼룩덜룩 해지는 거 아닌 가  했지요.

그래도 이왕 산 것 한번 시도는 해보자하고 토닥토닥 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퍼프를 얼굴에 두드리는 순간 파운데이션 선이 생기더군요.


후회하고 땅을 쳐도 이미 늦은 일 지울 수도 없고 어찌할지 막막해서 한번 원 없이 두드려나 보자하고 토닥거리기 시작했습니다.

그 순간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 선명하던 선을 온데 간 데 없고 놀라운 밀착력과 화사해진 얼굴에 놀라움은 배가 되더군요.

천연 토코페롤과 스쿠알린이 함유되어 고보습을 장시간 유지시켜 준다는 데 빈말이 아니었습니다.

그 촉촉함이 유분의 번들거림과는 전혀 다른 자연스러움이라 더더욱 맘에 듭니다.

오렌지향이 난다고 하는 데 진하지 않습니다.

진한 향을 싫어하는 데 여름용으로 아주 좋을 것 같습니다.

오랜 시간이 지나도 번들거림이 없어 다시 바를 필요도 없고 가벼운 느낌이 오래가네요.

맑고 산뜻하고 촉촉한 얼굴로 올 여름은 보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참 전 23호를 쓰고 있는 데요...제 얼굴빛이 조금 노란기가 있는 데 아주 잘 맞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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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을 사랑하는 아이들아 (반양장) - 초등학교 국어교과서 수록도서 책읽는 가족 4
윤동주 지음, 신형건 엮음, 조경주 그림 / 푸른책들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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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 시인하면 먼저 떠오르는 게 두가지 있다.

친정집 마루 기둥에 걸려있는 ‘서시’가 적혀있는 시화액자가 그 하나고, 83년도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았던 노랗게 변해버린 <윤동주.김영랑의 명시>라는 제목의 시집이 다른 하나다.

액자는 고등학교 때 가장 친했던 친구가 생일 선물로 줬던 것인데, 버리고 없애는 것에 서투른 친정 부모님 덕에 아직도 건재하게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때는 생일 선물로 연예인 브로마이드 못지않게 인기 있던 품목 중 하나가 시와 그림이 있던 액자였던 기억이 난다.

쓸쓸한 사내의 뒷모습이 그려진 그림위로 잔득 멋을 부려 쓴 서시를 읽다보면 어느새 그림속의 그 사내가 되어 덩달아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워했었다.

중3때 받았던 시집은 내가 나이가 들어버린 만큼 누렇고 볼품없이 변해버렸지만 시 구절을 읽다보면 매양 그 시절로 돌아가게 한다.


이렇듯 내 기억 속의 윤동주 시인은 저항이나 민족 시인보다는 학창 시절 내가 느꼈던 고독과 사랑을 먼저 떠오르게 한다.

국어 시간에 줄 그어가며 시를 느끼기 전에 해부해야 직성이 풀리는 교육을 받고 자라왔지만 내 기억 속의 시인은 슬프고도 여린 소년의 모습으로 남아있다.

시인이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 씩 불러보았듯이 유난히 어둡고 쌀쌀한 밤이면 별 하나에 정다운 이름 하나씩 불러보기도 했었다.

이렇게 아스라한 추억속의 시인이 다시 깨어나 내 아이가 읽는 동시집으로 만날 수 있게 되어 반가운 마음에 덥석 손에 쥐었다.


일제 강점기에 그 억울하고 슬픈 마음을 고스란히 시에 담았다고 배웠던 시인은 어린이들을 위한 동시도 여러 편 남겼다는 사실을 새롭게 알았다.

아무리 어두운 시절이었지만 희망이었던 아이들은 쑥쑥 자랐고, 그 아이들이 아무 걱정 없이 자라기를 빌었을 시인의 마음을 곳곳에서 느낄 수 있다.

손가락에 침 발라/쏘옥, 쏙, 쏙/장에 가는 엄마 내다보려/문풍지를/쏘옥, 쏙, 쏙

아침에 햇빛이 반짝

손가락에 침 발라/쏘옥, 쏙, 쏙/장에 가신 엄마 돌아오나/문풍지를/쏘옥, 쏙, 쏙

저녁에 바람이 솔솔   <햇빛.바람/ 전문>

요 개구쟁이 녀석들 엄마 돌아오시면 맛난 것 들어있는 장바구니 열어보기 전에 볼기짝 먼저 맞을 것 같다.


암울한 시대가 아니었다면 어떤 시인보다 맑고 깨끗한 마음으로 세상을 노래했을 시인이었기에 더 가슴을 파고드는 것 같다.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 만난 우물 속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갔다가 다시 생각하니 한없이 가여워 몇 번이나 도로 돌아오기를 반복하는 시인을 보며 그 시대의 우리 조상들의 약한 모습이 우물 속에 들어있어 시인의 발길을 잡았던 건 아닐까?


별을 사랑하는 아이들을 다정히 부르는 시인의 목소리에 귀기우리고 있으면 마음은 내 아이들 마냥 신나고 즐거워졌다.

시라면 먼저 고개를 돌리는 아이들이지만 엄마의 학창시절을 흔들었던 시인의 이야기를 들려준 뒤 하나하나 읽어가는 시는 다른 맛을 내는 모양이다.

민족 시인인 걸 몰라도 좋고, 알면 더 좋은 것이기에 시를 읽어 가는 마음이 가볍고 좋아진다.

아이는 자꾸만 묻는 다.

“엄마, 요 시도 옛날에 읽어 봤어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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