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을 사랑하는 아이들아 (반양장) - 초등학교 국어교과서 수록도서 책읽는 가족 4
윤동주 지음, 신형건 엮음, 조경주 그림 / 푸른책들 / 2006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윤동주 시인하면 먼저 떠오르는 게 두가지 있다.

친정집 마루 기둥에 걸려있는 ‘서시’가 적혀있는 시화액자가 그 하나고, 83년도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았던 노랗게 변해버린 <윤동주.김영랑의 명시>라는 제목의 시집이 다른 하나다.

액자는 고등학교 때 가장 친했던 친구가 생일 선물로 줬던 것인데, 버리고 없애는 것에 서투른 친정 부모님 덕에 아직도 건재하게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때는 생일 선물로 연예인 브로마이드 못지않게 인기 있던 품목 중 하나가 시와 그림이 있던 액자였던 기억이 난다.

쓸쓸한 사내의 뒷모습이 그려진 그림위로 잔득 멋을 부려 쓴 서시를 읽다보면 어느새 그림속의 그 사내가 되어 덩달아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워했었다.

중3때 받았던 시집은 내가 나이가 들어버린 만큼 누렇고 볼품없이 변해버렸지만 시 구절을 읽다보면 매양 그 시절로 돌아가게 한다.


이렇듯 내 기억 속의 윤동주 시인은 저항이나 민족 시인보다는 학창 시절 내가 느꼈던 고독과 사랑을 먼저 떠오르게 한다.

국어 시간에 줄 그어가며 시를 느끼기 전에 해부해야 직성이 풀리는 교육을 받고 자라왔지만 내 기억 속의 시인은 슬프고도 여린 소년의 모습으로 남아있다.

시인이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 씩 불러보았듯이 유난히 어둡고 쌀쌀한 밤이면 별 하나에 정다운 이름 하나씩 불러보기도 했었다.

이렇게 아스라한 추억속의 시인이 다시 깨어나 내 아이가 읽는 동시집으로 만날 수 있게 되어 반가운 마음에 덥석 손에 쥐었다.


일제 강점기에 그 억울하고 슬픈 마음을 고스란히 시에 담았다고 배웠던 시인은 어린이들을 위한 동시도 여러 편 남겼다는 사실을 새롭게 알았다.

아무리 어두운 시절이었지만 희망이었던 아이들은 쑥쑥 자랐고, 그 아이들이 아무 걱정 없이 자라기를 빌었을 시인의 마음을 곳곳에서 느낄 수 있다.

손가락에 침 발라/쏘옥, 쏙, 쏙/장에 가는 엄마 내다보려/문풍지를/쏘옥, 쏙, 쏙

아침에 햇빛이 반짝

손가락에 침 발라/쏘옥, 쏙, 쏙/장에 가신 엄마 돌아오나/문풍지를/쏘옥, 쏙, 쏙

저녁에 바람이 솔솔   <햇빛.바람/ 전문>

요 개구쟁이 녀석들 엄마 돌아오시면 맛난 것 들어있는 장바구니 열어보기 전에 볼기짝 먼저 맞을 것 같다.


암울한 시대가 아니었다면 어떤 시인보다 맑고 깨끗한 마음으로 세상을 노래했을 시인이었기에 더 가슴을 파고드는 것 같다.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 만난 우물 속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갔다가 다시 생각하니 한없이 가여워 몇 번이나 도로 돌아오기를 반복하는 시인을 보며 그 시대의 우리 조상들의 약한 모습이 우물 속에 들어있어 시인의 발길을 잡았던 건 아닐까?


별을 사랑하는 아이들을 다정히 부르는 시인의 목소리에 귀기우리고 있으면 마음은 내 아이들 마냥 신나고 즐거워졌다.

시라면 먼저 고개를 돌리는 아이들이지만 엄마의 학창시절을 흔들었던 시인의 이야기를 들려준 뒤 하나하나 읽어가는 시는 다른 맛을 내는 모양이다.

민족 시인인 걸 몰라도 좋고, 알면 더 좋은 것이기에 시를 읽어 가는 마음이 가볍고 좋아진다.

아이는 자꾸만 묻는 다.

“엄마, 요 시도 옛날에 읽어 봤어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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