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미잠이 (CD 3장 + 피아노 악보집)
류형선 지음 / 보림큐비 / 2006년 4월
평점 :
절판


 

임신 사실을 아는 순간 우리 부부는 아이를 위해 특별한 일들을 했다.

태어날 아기를 위해 세우는 거창한 계획에서부터 시작해 매일 매일을 편안하고 즐겁게 보내려고 노력했고, 먹는 것, 입는 것, 보는 것, 듣는 것에도 더 많은 신경을 썼다.

특히 태교에 관한 책을 읽으며 실천하려고 노력했고, 아이에게 좋다는 건 내가 싫은 것이더라도 참고 억지로라도 했다.

그중 내가 가장 힘들었던 건 클래식 음악 듣기였었다.

평소에 음악이라고는 라디오에서 나오는 대중가요 듣기가 다였던 사람이 갑자기 숙제처럼 듣기 시작하던 클래식은 즐거움보다는 괴롭고 힘든 고역이었다.

그렇게 때어날 아기를 위해 참을 인(忍)자를 써가며 듣는 음악은 오래가지 못하고 나중엔 엄마가 즐거워야 뱃속 아기도 즐겁다는 게 진리라며 위안을 삼았다.


대부분의 산모들은 우리 정서에 맞는 음악이 아닌 서양의 클래식으로 태교를 하고, 아이가 태어나면 외국 곡의 자장가를 불러주고 틀어주고 한다.

거기다 아이가 자라면 창의력에 좋다는 음악을 위주로 하는 놀이 프로그램에 참가하기도 한다.

뭐 엄마 취향이 클래식 쪽이면 별 문제가 없겠지만 편안하고 예부터 들어오던 우리 음악을 찾는 엄마라면 적당한 음반을 만나기는 쉽지가 않다.

그렇게 우리 것을 열심히 찾는 엄마들에게 단비 같은 멋진 음반이 나왔다.

아이가 엄마 뱃속에 10개월 동안 지내면서 들을 수 있는 ‘국악태교’와 ‘전래 자장가’ 그리고 갓 난 아기 때부터 놀이와 함께 들을 수 있는 ‘전래 영아 놀이노래’로 이루어진 세장의 음반과 피아노 악보로 이루어진 <자미잠이>가 바로 그것이다.


태동이 시작되면 가슴 뭉클해지고 진짜 아이가 뱃속에서 자라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실감하며 쑥스럽기만 하던 태담이 즐거움으로 바뀐다.

아빠 목소리를 들려주고, 조곤조곤 동화를 읽어주는 것과 함께 “아가 아가 우리 아가 엄마 아빠 보고파도 서두르면 아니된다. 꽉꽉 채워 나오너라. 좋은 길 더듬어 단 한번에 나오렴. 두 팔 벌려 안아주마. 밤낮으로 품어주마”하는 국악태교음악을 가만히 부르다보면 탄생할 아이가 더 소중해지고 기다림에 가슴 벅찰 것이다.

어린 시절 끝도 없이 이어지는 할머니의 자장가를 듣고 잠든 탓인지 전래 자장가를 듣다보면 아이들보다 내가 먼저 눈이 감기고 만다.

이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었던 손녀의 앞날이 환한 탄탄대로로 뻗어나가길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했던 할머니의 소망을 담은 자장가는 지금도 내 귓가에 맴돈다.

무엇보다 반가운 음반은 바로 영아 놀이노래였다.

나를 데리고 놀던 아버지 모습은 기억할 수 없지만 아직도 애기 같은 딸내미가 낳은 외손자들을 안고 “들강달강”하시던 아버지의 모습은 몇 년이 지난 지금도 눈에 선하다.

‘쭈까쭈까’부터 시작해 아이가 자라면서 ‘잼잼잼잼’‘곤지곤지’로 발전해가는 노래를 들으며 우리 조상들의 ??유아놀이에 감탄해본다.


‘전래’는 계속 진행 중임을 나타낸다.

예로부터 지금까지 전해오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계속 우리 아이들에게로  전해져야 할 우리들만의 것이기에 더 소중할 것이다.

영영 잊혀질 뻔한 노래들이 새 생명을 얻어 음반으로 재탄생되고, 악보로 잘 정리된 걸 보며 너무 늦지 않은 것에 감사하고 뿌듯하다.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건 어려워진 우리 노래들이기에 그 빛이 더 빛나는 것 같다.

불행스럽게도 우리 아이들은 너무 많이 자라 국악태교를 불러줄 수도 없고, ‘꼬내꼬내’를 해줄 수도 없게 돼버렸다.

그래도 이 음반들을 자꾸 쓰다듬고 듣게 되는 것 전래의 끝이 우리가 아님을 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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