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 않는다는 말
김연수 지음 / 마음의숲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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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 않는다는 말>은 소설가 김연수가 달리기를 주제로 지금을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에세이다. 뜬금없이 이 책을 왜 집어들었더라. 어디선가 스치듯 본 어느 문장 때문에, ‘지지 않는다는 말’이라는 제목 때문에, 그리고 달리기 때문에.

우울하고 무기력하고 더 이상 아무것도 못하겠을 때, 내가 나로 살아가는 것에 자신이 없어질 때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과거의 나라면 침대에 쓰러지듯 눕거나 아무 생각 없이 영화관 또는 공연장으로 향했겠지만 요즘 나는 일단 밖으로 나간다. 자꾸만 안으로 파고들기만 하는 마음을 어떻게 할 수 없으니 몸이라도 바꿔보기로 했다. 이 책의 저자처럼 달리는 것은 아니고 힘이 빠질 때까지 걷는다. 육신의 피로가 정신의 우울을 이길때까지. 이 책을 읽고 나니 다소 가학적인 면이 없지 않았던 걷기를 달리기로 바꿔볼까 싶다.

여름에 좀 더 어울리는 책이다. 책을 읽을수록 누군가가 햇살을 받으며 무아지경의 상태로 달리고 있는 모습이 계속해서 생각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달리는 그 모습이 저자인가 싶지만 책을 덮을 즈음엔 내 마음 속의 나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 책이 달리기를 주제로 하고있다고 해서 ‘모두 달립시다! 달려야만 합니다!’라고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굳이 말하자면 ‘지금을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 달리기를 함께 언급하고 있는 것에 가깝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달리는 것과 지금을 살아간다는 것은 동의어다. 현재에 집중하고 싶다면 달려봐야 한다는 말이다. ‘아무에게도 이기지 않았건만, 누구에게도 지지 않은’ 달리기를, 삶을 위해서. 나는 내 삶이라는 경주 속에서 누군가를 이기고 싶은 것이 아니라 그저 내 속도대로 완주하고 싶은 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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