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국
도노 하루카 지음, 김지영 옮김 / 시월이일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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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위원들 사이에 격렬한 찬반 논쟁이 벌어졌었다는 화제의 작품, 제163회 아쿠타가와 수상작 <파국>. 대체 어떤 작품이길래 ‘시대의 광기를 그려냈다‘는 평가를 받았을까? 소설의 내용은 간단하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주인공 유스케가 아카리라는 여성을 만나 파국에 이르는 이야기다. 별거 없어 보이는 이 이야기의 어떤 점이 신선하다는 걸까?



건조하고 간결한 문장과 빠른 전개 덕에 쉽게 읽히지만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릴만한 소설이다. 일단 주인공 유스케는 본인만의 주관이나 감정이 전혀 없는 인물이다. 그는 본인이 옳다고 생각하는 대로 행동하지만 정작 그의 행동들에는 감정이랄 것이 없다. 그는 끔찍할 정도로 기계적으로 생각한다. 마치 자기 인생의 주체가 아닌 꼭두각시처럼 말이다. 그렇기에 소설을 읽을수록 주인공에게 공감하게 되기는커녕 위화감이 든다. 또한 이러한 인물이 주인공이라는 사실은 그 자체로 소설 전체에 불안감을 조성한다.



나로서는 유스케라는 인물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지만, 그가 대표하는 ‘시스템에 순응하는 인간 군상‘에 대해서는 계속해서 곱씹어 보게 되었다. 규범에서 벗어나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에 더욱 이중적으로 될 수밖에 없는 인간들 말이다. 사회의 규범을 한치도 벗어나지 않으려 애쓰지만 행동은 부자연스럽고 내면은 텅 비어있는 ‘좀비‘. 어쩌면 이 책이 그토록 논란이 되고 있는 이유는 외면하고 싶은 우리의 모습을 비춰주기 때문이 아닐까. 간결한 문장과 속도감 있는 전개로 쉽게 읽히지만 어딘가 기묘하고 조금은 불쾌하기까지 했던 소설 <파국>. 다른 이들의 평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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