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 마녀 또는 아그네스
해나 켄트 지음, 고정아 옮김 / 엘릭시르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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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 마녀 또는 아그네스>는 19세기 아이슬란드에서 마지막으로 사형당한 아그네스라는 여성의 실화를 바탕으로한 역사소설이다. 아그네스는 두 사람을 살해한 죄목으로 사형을 선고받은 여자, 어머니에게 버림받고 교구 난민이 되어 아이슬란드 곳곳을 떠돌았던 여자, 글을 읽을 줄 알았고 시를 쓸 줄 알았던 여자, 한 남자를 사랑했던 여자, 비극적 운명의 소용돌이에 빠져 사형으로 생을 마감한 여자.



저자의 첫번째 작품인 이 소설은 19세기 아이슬란드의 문화 역사적 배경과 아이슬란드만의 자연 풍광, 아그네스 내면의 심리가 두드러지는 훌륭한 소설이다. 소설이 진행되는 내내 아그네스의 고독과 슬픔이 계속해서 일렁거린다. 사형 집행 전 어느 농가에 머무르게 된 아그네스는 마을 사람들의 멸시와 두려움을 동시에 받는다. 처음에는 그녀 자신을 영적으로 인도하기 위해 찾아온 부목사 토티와의 대화에서 ‘진실은 없다‘고 단언했던 그녀지만, 점점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기 시작한다. 소설은 여러 사람의 시점으로 구성되어있지만, 역시 아그네스 본인의 심리를 서술한 장면이 가장 매력적이다.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바람을 정면으로 맞는 아그네스, 사랑하는 이들을 모두 떠나보내고 홀로 남은 아그네스.



그녀는 잔혹한 살인마일까, 누명을 쓴 피해자일까? 사건의 전말은 후반부에 밝혀지지만 그럼에도 아그네스를 한 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렵다. 한 인간의 역사를 전부 알게 되면, 그 이야기가 도저히 한 가지 방법으로 풀어낼 수 없는 실타래라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게 된다. 그리하여 연민의 마음을 품을 수밖에 없게 된다. ‘아그네스는 그저 죽고 싶지 않은 인간이었을 뿐이다. 거기에 그녀 인생의 비극성과 고통이 모두 있다.‘(530p)



(*서평단 활동으로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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