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환자
재스퍼 드윗 지음, 서은원 옮김 / 시월이일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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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담없이 읽을만한 여름의 공포소설, <그 환자>. 자신감 넘치는 젊은 엘리트 의사 파커가 새로 부임한 병원에서 30년간 수용중인 ‘그 환자‘를 만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여섯 살에 내원하여 진단 불명 상태로 30년동안 정신 병원에 갇혀있는 ‘그 환자‘. 그를 담당했던 의료진들은 미치거나 죽었다. 대체 ‘그 환자‘는 어떤 병을 앓고 있는 것일까? 갓 부임한 파커는 사명감에 불타 자신이 그를 치료하리라 전의를 다진다. (이런 골치 아픈 인물 꼭 있다..) 과연 파커는 성공할 수 있을까?



일단 소설의 흐름이 주요 사건에만 집중되어있어 군더더기없이 깔끔하다. 미스테리 공포물로 치닫는 반전 덕에 순식간에 읽어치우게 되는 소설이다. 파커의 1인칭 시점에서 진행되는 이야기라 더욱 몰입하게 되는게 아닐까 싶다. 잡생각 없이 순식간에 읽기에 더없이 적합한 소설이다. 중반부를 넘어서면 갑작스러운 전개가 펼쳐지지만 결말에 다다라 그 이유를 알게 된다. 개인적으로는 이 소설에서 결말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그렇지만 역시 ‘그 환자‘의 비밀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는 독자 개개인의 몫이다.



과연 공포 사이트에 올라가 어마어마한 조회수를 기록했다는 소설답다. 굳이 표현하자면 <그 환자> 속의 공포는 몸서리치게하는 극강의 공포라기보다는 <힐 하우스의 유령> 혹은 <검은 사제들>에 가깝다. 그렇다고 잔인한 묘사가 있는 것은 아니고 심리 스릴러와 공포를 적절히 섞은 소설이랄까. 아무튼 이 책을 읽으며 일상이 공포에 가까워서 잊고 있었던 공포를 잠깐이나마 느껴볼 수 있었다. 가끔은 이런 소설도 읽어줘야 재밌다.



(*출판사로부터 도서와 소정의 원고료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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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란 무엇인가
김영민 지음 / 어크로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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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변의 시대다. 지식의 유효기간은 점점 짧아지고 있다. 어렸을 때는 대학 입학과 동시에 공부는 끝이라고 잠깐 착각한 적도 있었지만, 이제는 ‘공부의 끝‘이란 없음을 안다. 공부란 평생, 스스로, 치열하게 해야 하는 것이다. 게다가 우리는 계속해서 배우지 않으면(지식을 업데이트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는 시대에 살고있지 않은가. 공부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김영민 교수의 신작 <공부는 무엇인가>다.



위트 넘치는 문장으로 읽는 기쁨마저 선사해주는 이 책! 평생을 배우는 자로 살아온 저자는 공부란 무엇인지부터 그 필요와 방법까지 이 한 권의 책에 두루 소개하고 있다. 각자도생의 시대에 ‘급행열차같은 삶‘을 살고 있는 우리는 왜 공부를 해야하는 것일까? 공부를 하기 위해 가져야하는 자세는 무엇일까? 관심 영역을 어떻게 확장할 수 있을까? 저자는 두루뭉술한 방법론보다는 실용적인 조언과 함께 독자 스스로 생각해봄직한 질문들을 던진다. 특히 대학에 몸담고 있는 학생들에게 더없이 유용할 꿀팁들이 가득하다. 스스로 공부하는 독학자들에게도 훌륭한 지침서가 되어줄 것임은 물론.



내가 가장 열심히 읽은 부분은 ‘3부 공부의 기초‘다. 특히 능동성과 창의성, 독서에 대한 글은 꼼꼼히 수차례 반복해서 읽었다. 독서에 있어서 다독과 정독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구절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역시 나의 미친 독서는 정독할 책을 찾기 위한 선별작업이다!) 또한 글쓰기와 자료 선별의 중요성에도 구구절절 공감했다. 가끔 공부라는 단어가 고루하게 느껴질 때도 있었는데 이 책을 읽다보니 공부란 끝없는 롤러코스터같다는 생각이 든다.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불쑥 든달까. 글 사이사이에 실린 그림 작품들을 들여다보는 것도 재미있었다. 그중 가장 좋았던 작품은 Harrington Mann의 ‘Lesson Time‘(1908)!



‘배우는 사람은 자포자기하지 않는다‘는 저자의 말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이 말을 뒤집어보면, 지치기 쉬운 날들이지만 자포자기하지 않기 위해서는 배움을 게을리하지 않아야겠다는 결론에 이른다. 역시 지금 필요한 것은 공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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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언니 - 언니들 앞에서라면 나는 마냥 철부지가 되어도 괜찮다 아무튼 시리즈 32
원도 지음 / 제철소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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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궁금했던 아무튼 시리즈. 언니에 대한 책이라니 어떤 내용일까? <경찰관속으로>의 원도 작가님 책이니 재미야 당연할테고. 수많은 랜선 언니들로부터 어마어마한 영감을 받고 있는 요즘이라 더더욱 이 책이 궁금했다. 저자가 좋아하는 것을 생각하다 닿은 소재가 언니라는게 새삼 다정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역시 관계를 지칭하는 단어들 중 가장 다정한 말은 언니가 아닐까. 내가 언니를 가장 필요로하는 사람이기에 더 그렇게 생각하는 것일테지만.



책 속의 이야기는 저자가 경찰청에서 만난 언니들 이야기부터 학창시절 선망했던 언니, 친언니, 엄마의 언니, 더 나아가 대한민국에서 여자로 살아가는 모든 언니들에게까지 나아간다. 앞에 실린 글들을 읽으면서는 순수하게 ‘나도 저런 언니들이 있었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페이지를 넘길수록 점점 생각이 많아졌다. 특히 저자가 더 이상 여성임을 입증하고 싶지 않고, 상처받는데 지쳐 고수하던 짧은 머리를 포기하기로 결정했다는 대목에서는 정말 울적했다. 마지막 글인 ‘살아남은 언니들에게‘는 정말 천천히 천천히 읽었다. 저자가 경찰관으로 일하며 만난 수많은 여성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할 때. 그녀들이, 그 언니들이, 내가 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2020년에도 여전히 나는 ‘운이 좋아 살아남았다‘.



저자는 언니들을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여준 사람‘, ‘시기나 질투 없이 진심으로 누군가를 축하하는 법‘을 가르쳐준 사람이라고 말한다. 언니들이 있었기에 예전과는 다른 삶을 살게되었노라고. 책장을 덮은 나는, 나도 언니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칭얼거리기 전에, 먼저 좋은 언니가 되기로 결심한다. 내가 더 좋은 사람, 더 의지할만한 사람이 되겠다고. 내가 먼저 노력하겠다고. 대한민국의 모든 언니들을 응원하며.



˝너랑 만나면 한 시간 전에도 만난 느낌인데, 헤어지고 나면 아주 오래전에 헤어진 것 같아.˝(3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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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건 여자들뿐이거든요 바통 3
강화길 외 지음 / 은행나무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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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명의 여성 소설가가 참여한 ‘고딕-스릴러‘ 테마 소설집 <사라지는 건 여자들뿐이거든요>. 궁금했다. 여성이 그려내는, 여성이 주인공인 고딕 스릴러란 어떤 이야기일지. 또 여덟 편이 각각 얼마나 비슷하고 또 다를지. 허희정 소설가의 작품 속 한 구절을 따온 제목 ‘사라지는 건 여자들뿐이거든요‘에 계속 눈길이 가기도 했고.



이 소설집 속 작품들은 서늘하고 스산하고 위태롭다. 주로 속을 가늠할 수 없는 여성들이 등장하는데 이들 중 일부는 분열되고 심지어는 파열된 내면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주인공은 어떤 식으로든 다른 여성들과 영향을 주고받는데, 그 주체도 객체도 여성이라는 점이 좋았다. 또한 소설 속에는 여성들로 이루어진 공동체도 등장하고(‘단영‘, ‘카밀라 수녀원의 유산‘), 고딕 풍의 성을 연상시키는 장소(<이전의 여자, 이후의 여자>)도 등장한다. 이토록 다채로운 결의 이야기들을 한 번에 읽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유의미했던 독서 시간.



그중에서도 가장 좋았던 작품은 임솔아의 ‘단영‘, 천희란의 ‘카밀라 수녀원의 유산‘, 최진영의 ‘피스‘다. ‘단영‘은 사람들이 원하는 비구니의 이상적인 모습을 구현하여 절 하은사를 운영하는 효정과 그녀가 설립한 대안학교에 머무르는 여성들의 이야기다. 속세로부터 떨어진 절이라는 공간이 더없이 세속적이라는 모순. 설정부터 독특하고 또 새로웠다. 그런가 하면 ‘카밀라 수녀원의 유산‘은 여성으로만 이루어진 공동체에 라우라와 그녀의 엄마가 머무르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비밀에 싸인 수녀원과 라우라 모녀의 갈등이 그려진 이 소설이야말로 여덟 작품들 중 가장 스릴러에 가깝지 않나 싶다. 믿고 읽는 최진영 작가의 ‘피스‘ 또한 기대 이상이었다. 딸들을 비하하는 방식으로 보호하고자 했던 엄마와 자살을 시도한 언니를 둔 주인공의 이야기다. 어두운 동굴 속에서 들려오는 것만 같은 문장의 리듬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상관없어 보이는 일들이 상관을 하며 굴러간다‘(226p)



결국 이 소설집은 소외된 자들이 가진 파괴적인 욕망을 그려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강지희 문학평론가의 발문도 놓치지 말고 읽어보시길. 소설을 읽음으로써 지독하게 외로운 주인공들을 조금은 이해하게 될지도 모르니까. 이는 곧 나의 외로움 또한 이해될 수 있다는 희망이기도 하다. ‘소외된 자들의 외로움은 지독하게 이어지지만, 그 고립이 정확하게 이해되는 순간에 어떤 연대가 된다.‘(26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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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서 하는 일에도 돈은 필요합니다
이랑 지음 / 창비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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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렸던 금융예술인 이랑의 새 에세이! 제목부터 심금을 울린다. <좋아서 하는 일에도 돈은 필요합니다>!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에서 트로피를 50만원에 판 에피소드부터 보험회사에 들어간 이유, 앨리바바와 30인의 친구친구 프로젝트까지 솔직한 이야기들이 한아름 담겨있다.



어떤 일을 하든 돈 문제는 굉장히 중요하다. 내가 하는 일의 가치와 더 나아가 생존과도 직결되어있는 문제이기 때문. 예술인에게도 마찬가지다. 책 속의 여러 에피소드들중 가장 놀라웠던 것은 인터뷰를 할 때 인터뷰이에게는 비용이 지급되지 않는다는 것! 헤어, 메이크업 아티스트나 사진작가 등 인터뷰에 참여하는 다른 이들과는 달리 말이다.



또, 기능하는 얼굴과 기능하는 몸에 대한 이야기도 정말 좋았다. 다만 깔끔하고 청결하게, ‘여성적으로’ 꾸미든 꾸미지 않든 내가 편하게 느끼는 쪽으로 나를 건강하게 만들어나갈 것! 그동안 당연하다고 여겨졌던 것들을 반문하고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는 여성들의 이야기는 언제나 귀하다.



가장 잘 아는 사람이 자기 자신이기에, 스스로를 재료삼아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 이랑. 보험 설계사를 겸하게 된 예술가가 궁금한 이들, 멋진 여성의 이야기를 듣고싶은 이들, 꾸밈없이 솔직한 에세이를 읽고 싶은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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