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언니 - 언니들 앞에서라면 나는 마냥 철부지가 되어도 괜찮다 아무튼 시리즈 32
원도 지음 / 제철소 / 202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가장 궁금했던 아무튼 시리즈. 언니에 대한 책이라니 어떤 내용일까? <경찰관속으로>의 원도 작가님 책이니 재미야 당연할테고. 수많은 랜선 언니들로부터 어마어마한 영감을 받고 있는 요즘이라 더더욱 이 책이 궁금했다. 저자가 좋아하는 것을 생각하다 닿은 소재가 언니라는게 새삼 다정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역시 관계를 지칭하는 단어들 중 가장 다정한 말은 언니가 아닐까. 내가 언니를 가장 필요로하는 사람이기에 더 그렇게 생각하는 것일테지만.



책 속의 이야기는 저자가 경찰청에서 만난 언니들 이야기부터 학창시절 선망했던 언니, 친언니, 엄마의 언니, 더 나아가 대한민국에서 여자로 살아가는 모든 언니들에게까지 나아간다. 앞에 실린 글들을 읽으면서는 순수하게 ‘나도 저런 언니들이 있었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페이지를 넘길수록 점점 생각이 많아졌다. 특히 저자가 더 이상 여성임을 입증하고 싶지 않고, 상처받는데 지쳐 고수하던 짧은 머리를 포기하기로 결정했다는 대목에서는 정말 울적했다. 마지막 글인 ‘살아남은 언니들에게‘는 정말 천천히 천천히 읽었다. 저자가 경찰관으로 일하며 만난 수많은 여성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할 때. 그녀들이, 그 언니들이, 내가 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2020년에도 여전히 나는 ‘운이 좋아 살아남았다‘.



저자는 언니들을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여준 사람‘, ‘시기나 질투 없이 진심으로 누군가를 축하하는 법‘을 가르쳐준 사람이라고 말한다. 언니들이 있었기에 예전과는 다른 삶을 살게되었노라고. 책장을 덮은 나는, 나도 언니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칭얼거리기 전에, 먼저 좋은 언니가 되기로 결심한다. 내가 더 좋은 사람, 더 의지할만한 사람이 되겠다고. 내가 먼저 노력하겠다고. 대한민국의 모든 언니들을 응원하며.



˝너랑 만나면 한 시간 전에도 만난 느낌인데, 헤어지고 나면 아주 오래전에 헤어진 것 같아.˝(37p)



www.instagram.com/vivian_books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