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당신을 위하여 - 철학 범우문고 15
루이제 린저 지음, 곽복록 옮김 / 범우사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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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인스타그램에 이 책의 한 페이지가 올라와있었다. 아무런 정보도 없이 그냥 페이지 사진 한 장만 달랑. 계정주에게 댓글을 달거나 메시지를 보내서 무슨 책인지 물어볼 수도 있었겠지만 어쩐지 실례인 것처럼 느껴져 검색 끝에 찾아냈다. 루이제 린저의 <고독한 당신을 위하여>. 아니 이 제목은 나를 위한 것인가. 게다가 <생의 한가운데>의 루이제 린저? 일단 사자. 그렇게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이 문고본은 독일의 작가 루이제 린저가 인생의 문제들에 대해 나름의 해답을 쓴 글들이다. 인품, 돈, 침묵, 사랑, 순결, 죽음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한 저자의 생각이 적혀 있다. 사실 저자의 생각 중에는 동의할 만한 것도 있고 그렇지 못한 것도 있다. 다소 종교적인 면도 있고. 다만 저자의 인간에 대한 애정과 따뜻한 시선만큼은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그러니까 인생의 복잡함과 타인에게 충고를 한다는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누군가에게 도움이 필요하다면 기꺼이 손을 내밀고자 하는 마음 말이다.



요즘 나는 진짜 내 모습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의도하지 않아도 덧씌워지는 페르소나와 그 이면의 진짜 나 자신에 대해서도 고민이 많다. 내가 나의 결함과 나약함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하기 때문에 괴로운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서였는지 책 속의 ‘스스로를 기만하지 말고(45p)‘, ‘완전히 헌신하며 자유로워짐으로서 자기 자신을 이기는(138p)‘것이 결국 자신을 완전히 얻는 길이라는 저자의 말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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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해서 오늘도 버렸습니다 - 매일의 기분을 취사선택하는 마음 청소법
문보영 지음 / 웨일북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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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버리고 버려도 가지고 있는 물건의 총합은 절대 줄지 않는 것 같다. 무엇인가를 버리면 꼭 무엇인가가 나타나 빈 자리를 대신한다. 그렇다면 무언가를 버릴 때 불안도 같이 치워버리고 그 빈 자리는 행복으로 채우면 어떨까? <불안해서 오늘도 버렸습니다>는 문보영 시인의 ‘버리면서 불안 다이어트하기‘의 기록이다. 저자는 그 날 버린 물건이 무엇인지, 어떤 일이 있었는지, 그리고 왜 그 물건을 버리게 되었는지에 대해 쓴다. 또한 살아있는 한 끊임없이 쓰레기가 나온다는 점에서 이 책은 저자의 ‘살아있는 나 자신 그리고 삶에 대한 관찰(9p)‘이기도 하다.



재미있게 읽었던 글은 ‘인싸와 아싸‘. 취향이 개인의 정체성을 결정하는 시대. 대체 인싸란 무엇이고 아싸란 무엇인가? 저자는 ‘안쪽에 소속되어야 한다는 불안은 내가 오롯이 나 자신으로 존재한다는 것을 방해‘하므로 ‘차라리 아뿔싸에 가까운 사람으로 살아가는 편이 좋을지도 모르겠다(118p)‘고 말한다. 그래 이거다. 나는 종종 ‘나다움‘을 강조하면서도 각종 인증으로 ‘인싸‘가 되기를 종용하는 이 사회가 피곤하게 느껴진다. 하나만 잘 하기도 어려운데 말이다. 그러니 저자의 말대로 어딘가에 속해야한다는 강박을 집어던지고 아뿔싸 인간이 되는 편이 여러모로 더 나을지도 모른다. 적어도 나 자신에게는 더 집중할 수 있을 테니.



삶에 대한 희망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 계속 희망을 생각하다보면 결국 희망에 의존하는 희망의존인간이 되고 만다. 희망의존인간이 되는 것이 무엇이 나쁘냐 싶지만 문제는 ‘우리의 인생에서 희망이 하차할 때도 있다(34p)‘는 것. 저자는 ‘희망 꼴통으로 살아가는 법(35p)‘에 대해 이야기한다. ‘희망 아닌 것을 희망이라 부를 때 희망을 발견할 수 있‘지 않냐며. 그러게. 있다가도 없는게 희망이니까. (행복과 마찬가지로..) 희망이 없으면 없는대로, 있으면 있는대로 ‘희망 부가 서비스 요청‘없는 저자의 글을 다양한 지면에서 더 자주 만나볼 수 있기를 바란다.



거의 반 년만에 새로 만나는 저자의 단행본. 열일 너무 좋고요.. 일기 딜리버리로 이미 받아본 글들도 단행본이 나왔으니 다시 쭉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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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여름 - 내가 그리워한 건 여름이 아니라 여름의 나였다 아무튼 시리즈 30
김신회 지음 / 제철소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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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대로 호오가 분명한 나지만 가장 좋아하는 계절이 무엇이냐는 물음 앞에서는 자주 망설이게 된다. 여름에는 겨울이 좋고, 겨울에는 여름이 좋고, 있는 줄도 모르게 스쳐지나가버리는 봄과 가을은 항상 그립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 책을 읽고 나니 지금 내가 통과하고 있는 계절인 여름에 조금 더 마음을 줘 볼까 싶다.



<아무튼, 여름>에서는 여름의 감각이 담긴 스물 두 편의 글을 만나볼 수 있다. 책 계약을 마치고 백화점에서 당당히 샤인머스캣을 사 온 이야기, 여름 하면 빼놓을 수 없는 편의점 수입 맥주 만 원에 네 캔, 한고은 레몬 소주 레시피까지. 이른 아침 지하철에서 읽었는데 당장 내려서 맥주를 혹은 레몬즙과 소주를 사들고 강변으로 달려나가야 할 것 같았다. 그러니까 ‘여름? 뭐 그냥 그렇지.’ 하는 나 같은 독자도 편의점으로 달리고 싶게 만드는 생생한 글이었다.



지금 이 계절, 여름을 조금 더 사랑하고 싶다면 여름 애호가의 <아무튼, 여름>에서 그 힌트를 찾아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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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기다리는 여행
이동진 지음 / 트래블코드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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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지금 내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이냐 묻는다면 낯선 언어를 사용하는 낯선 도시를 유랑하는 것이라고 답하겠다. 첫번째 이유는 내가 나 자신을 챙겨야만 하는 상황 속에 스스로를 몰아넣기 위해서이고 두번째 이유는 매일 같은 일상에서 벗어나 완전히 새로운 공간에서 번뜩이는 영감을 얻고싶기 때문이다. 당장은 요원한 일이니 아쉬움을 삼키며 여행 책이라고 읽는다. ‘기대할 수 있었지만 계획할 수는 없었던‘ 여행지에서의 발견을 이야기하는 <생각이 기다리는 여행>이다.



저자의 이전 책들인 <퇴사준비생의 도쿄> 및 <퇴사준비생의 런던>에서 해당 지역의 비즈니스 인사이트를 다루고 있다면 이번 책에서는 도쿄, 타이베이, 발리, 런던, 샌프란시스코, 로스앤젤레스 여행에서 얻은 우연한 발견과 생각을 담고 있다. 책 속의 여러 장소들 중 가장 인상깊었던 곳은 타이베이 징성위 플래그쉽 매장이다. 차 브랜드인 징성위는 펑리수 브랜드 써니힐즈와 협업하여 방문객에게 무료로 차 세 잔과 펑리수를 제공한다. 고객에게 아낌없이 경험을 제공하는 것도 놀라웠지만 제품의 패키지 안쪽에 원을 그려 적당한 찻잎의 양을 가늠할 수 있도록한 패키지 디자인은 정말 감탄스러웠다. 그런가하면 로스앤젤레스의 랄프스 매장에서 할인과 할인 이유를 함께 제공하는 전략도 재미있었다. 저자는 물 한 병을 사러 간 마트에서 할인의 이유를 디코딩하다가 한 시간 반이나 머물렀다고 고백하기도 한다.



나는 온전한 쉼을 위한 여행보다는 새로운 것들을 배우기 위한 여행을 더 좋아하는 편이다. 그래서인지 이번 책 또한 각양각색인 여섯 도시에서의 발견들을 읽을 수 있어 재미있었다. 가까운 미래에 이 책에서 소개된 도시 한 두곳 쯤은 갈 수 있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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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러드차일드 (리커버 에디션) 옥타비아 버틀러 리커버 컬렉션
옥타비아 버틀러 지음, 이수현 옮김 / 비채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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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타비아 버틀러의 어둡고 축축하지만 말미에 이르러서는 빛의 온기를 느끼게 되는 소설들. 그의 작품을 읽다보면 인간 중심의 사고방식이 해체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세상에는 백인 남성 뿐만 아니라 다양한 인종과 젠더가 존재하며 심지어는 인간조차 아무것도 아닐 수 있다는 것. 그래서 안도감이 든다. 특히 각 소설들마다 집필 경위를 설명한 작가의 말이 있어 좋았다. 불필요한 오독을 막고 싶다는 작가의 마음일까?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작품은 표제작 ‘블러드 차일드‘다. 외계 생명체의 생명 존속을 위해 숙주가 되는 남성 주인공의 이야기다. 주인공 시점에서 전개되는 소설의 분위기는 조금은 잔인하고 혼란스럽다. 현실 속 가부장제와 여성에게 일임되는 임신과 출산의 경험을 풍자한 소설로 읽히기도 한다. ‘특사‘도 꽤 마음에 들었던 작품이다. 지구를 식민화한 외계 존재와의 중간자적 역할을 맡게된 노아가 일자리를 구하는 인간들 앞에서 자신의 경험을 설명한다. 노아는 인간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인간들을 실험하는 외계 존재와 다 알면서도 같은 인간을 실험 대상으로 삼는 인간종에 대해 말한다. 역시 인간이 가장 잔인한가.



이 책에는 두 편의 에세이가 함께 실려있다. 옥타비아 버틀러가 작가 지망생이었던 시절을 회고하며, 또 출판을 위해 글을 쓴다는 것에 대해 쓴 글들이다. 앞에 수록된 소설들 만큼이나 꼼꼼하게 읽을 가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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