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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집
이지현 글.그림 / 이야기꽃 / 2018년 3월
평점 :
성냥팔이 소녀는 왜 죽었을까?
이상한 집/이지현 저 | 이야기꽃 | 2018년 03월 19일
집에 대한 작가의 유쾌한 상상력에 미소를 짓는다. 길쭉한 집, 납작한 집, 커다란 집, 쪼그만 집, 높다란 집, 위태로운 집, 거꾸로 선 집, 뜨거운 집, 차가운 집, 투명한 집, 꽉 막힌 집, 풀로 뒤덮인 집, 기울어진 집, 가시 돋친 집, 똑 닮은 집, 끝없는 집, 복잡한 집, 창문이 많은 집, 지붕 없는 집, ?집, 이상해서 이상한 집, 이상하고 이상한 집, 이상하지 않아서 이상하지 않은 집까지 다양한 집들이 등장한다. 아파트로 인해 오늘 날 집들은 모두 비슷해져 가고 있는데 저마다 집들은 고유한 표정이 있음을 일깨워주는 작품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 당신의 집은 어떤 표정인지를 묻는다.
책을 읽으면서 집(house)을 집(home)으로 바꾸어 패러디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소란한 집, 화목한 집, 사랑이 넘치는 집, 욕설이 난무하는 집, 냉기가 솔솔 흐르는 집, 모래알 집, 깨가 쏟아지는 집, 병든 집, 속이 까맣게 타버린 집, 허전한 집, 쓸쓸한 집, 똑똑한 집, 어리석은 집, 잠만 자는 집, 낯 선 집, 독서실 같은 집, 무덤처럼 조용한 집, 노래방 같은 집, 잔칫집 등등. 물리적 공간으로서 하우스와 가족 공동체가 함께 사는 심리적 공간으로서 홈은 서로 연결되어 있으면서도 의미가 다를 수밖에 없다. 이 작품을 읽는 동안 동화 한 편이 떠올랐다.
덴마크의 동화 작가 안데르센이 1845년 12월에 발표한 <성냥팔이 소녀>라는 작품에 등장하는 소녀는 추운 겨울날 얼어서 죽는다. 주인공이 왜 죽음에 이르게 됐는지 갑론을박 의견이 많았다.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어떤 이는 성냥에 함유된 황린중독이라 주장한다. 황린은 연막탄이나 소이탄, 조명탄 등을 만드는 원료로 기체는 맹독성이 있다. 물론 소녀가 오랫동안 성냥을 팔아왔고 마지막 숨을 거둘 때까지 팔려던 성냥에 다 불을 붙이기는 했지만 황린을 직접 손으로 만지지 않았고 개방된 공간이기에 가스를 들이마신 것도 아니기 때문에 이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어떤 이는 소녀가 상품을 잘 못 선택했다고 주장한다. 성냥은 인류문명의 획기적인 발명품이다. 성냥 이전의 시대에는 불을 피우는 데는 많은 노력이 들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새 며느리의 가장 큰 책임은 화롯불의 불씨를 꺼뜨리지 않게 보존하는 일이었다고 한다. 성냥은 손바닥 안에 쏙 들어가는 크기에 수십 개의 개비를 넣어 어디서든지 편리하게 점화할 수 있으니 흡연가는 물론 모든 가정의 필수품이 되었다. 그런데 성냥보다 더 강력한 점화 도구가 발명되었으니 바로 라이터다. 라이터는 가볍고 성냥보다 더 많은 횟수의 불을 붙일 수 있으며 휘발유만 충전하면 오래 사용할 수 있다. 그러니 소녀의 물건에 사람들이 관심조차 두지 않았고 성냥이 팔리지 않으니 그녀는 집에 돌아갈 수 없었다는 것이다. 일리 있는 주장이지만 그녀가 성냥대신 라이터를 팔았다면 얼어 죽지 않았을지 의문이 든다.
동화는 그 시대상을 반영한다. 19세기에 살았던 안데르센 자신도 가난한 구두수선공의 아들이었고 할머니는 병원에서 청소부로 노동을 했다고 한다. 그가 겪은 이런 가난의 경험은 동화 속에 잘 녹아있다. 19세기 유럽은 산업혁명이 한창이어서 복지나 아이들의 인권에는 관심이 별로 없었다. 어린 소녀가 옷도 제대로 갖춰 입지 못하고 성냥팔이로 길거리에 내몰리는 일은 오늘 날 우리나라나 덴마크에서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복지 제도가 아이들의 인권과 생존을 보호하는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모든 아이가 죽음에 이르는 것은 아니다.
<성냥팔이 소녀>를 읽어보면 두 종류의 가정이 선명하게 대비된다. 성냥팔이 소녀의 가정은 억압적이고 착취적이다. 소녀의 어머니는 일찍 돌아가시고 아버지는 추운 겨울 그녀에게 성냥을 팔아오라고 밖으로 내몬다. 성냥은 팔리지 않고 춥고 배가 고파 집에 돌아가고 싶지만 무서운 아버지의 얼굴이 떠올라 포기한다. 집에 술주정뱅이 삼촌이 있다고 되어 있는 버전도 있다. 소녀가 추위에 떨면서 창문으로 들여다보는 또 다른 가정이 있다. 엄마와 아빠, 아이들이 식탁에 성탄 케이크를 올려놓고 따뜻하고 화목하게 웃는 집이다. 안데르센은 이 두 가정의 대비를 통해서 소녀가 진짜 얼어 죽은 이유가 건물로서의 집은 있으되 아이를 사랑으로 보호해주는 가정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것 같다.
이처럼 집과 가정은 서로 연관되어 있으면서도 의미가 사뭇 다르다. 성냥팔이 소녀에게도 분명 집(house)은 있었다. 그러나 그녀에게는 사랑하는 엄마와 아빠, 형제자매들이 기다려주는 집(home)이 없었던 것이다. 그녀의 가정은 파괴되었고 아버지는 잔인했으며 추운 겨울 벌거벗은 그녀를 따뜻하게 받아줄 이모나 고모조차 없었던 것이다. 가난한 아이라고 추운 겨울 결코 얼어 죽는 것은 아니다. 집(house)은 있으니 집(home)이 없는 아이들에게는 한 여름도 엄동설한과 마찬가지다.
<토론을 위한 발문>
1. 이 책에 등장하는 집의 종류는? 그 집은 어떤 유형의 가정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는가?
2. 책 속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집은?
3. 내가 추가해 보고 싶은 집은?
4. 집은 어떤 기능을 하는가?
5. 나에게 있어서 집이란 어떤 의미인가?
6. 가장 특이한 형태의 집은?
7. 내가 장착하고 싶은 집의 기능이 있다면?
8. 이 책에 등장하는 사람들과 특징은?
9. 내가 이웃으로 두고 싶은 집과 사람은?
10. 어린 시절 우리 동네 모습을 묘사해 본다면?
11. 지금 내가 사는 동에를 묘사해 본다면?
12. 물리적 집과 심리적 가정은 어떻게 어떤 관계이며 어떻게 다른가?
13. 실제 존재하는 특이한 집의 사례는?
14. 내가 어린 시절 살던 집을 그려본다면?
15. 인류의 집은 어떻게 변화되어 왔는가?
16. 아파트의 장점과 단점은?
17. 내가 노후에 살고 싶은 마을과 집의 형태는?
18. 동물들의 다양한 집의 형태는?
19 내가 지금까지 살던 집을 차례로 묘사해 본다면?
20. 내가 지금 사는 집에 대한 만족도는?
21. 어떤 건축가는 ‘불편한 집’을 설계했다고 하는데 왜 그랬을까?
<독후활동>
1. 어린 시절 살던 집 그리기
2. 내가 상상하는 가장 이상적인 집 그리기
3. 종이로 집 모형 만들기
4. 집-나무-사람 그리고 설명 붙이기
5. 다양한 집 병풍 책 만들기
6. ‘집’을 주제로 공동 시 쓰기
7. 집이나 가정에 관한 명시 탐색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