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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보았니? - 2022년 칼데콧 영예도서상 수상작 ㅣ 지양어린이의 세계 명작 그림책 73
숀 해리스 지음, 윤지원 옮김 / 지양어린이 / 2021년 5월
평점 :
<꽃을 보았니?>작가의 특이한 프로필에 눈길이 간다. 숀 해리스는 미국 캘리포니아 주 하프 문베이에서 사는 일러스트레이터이자 대중음악가다. 2003년 자신의 밴드 앨범 재킷과 공연 포스터를 그리다가 일러스트를 시작했다고 한다. 첫 번째 그림책 <그녀의 오른 발>은 여러 단체에서 상을 받았다. 인터넷을 통해서 검색해 보니 자신이 그림책을 소개하는 유튜브 채널도 운영하고 있었다.
“꽃을 보았니?”라고 번역된 한국어 제목의 원제는 “Have You Ever Seen a Flower?”인데 영어의 현재완료형 시제의 의미를 살려서 새겨보면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꽃을 한 번이라도 본 적이 있니?’라는 뜻이다.
영어 원문은 운율이 잘 살아있다. 쉬운 영어이니 원문을 몇 줄 읽어보자.
Have you ever seen a flower?(꽃을 본적 있니?)
I mean really....seen a flower?(그러니까 진짜 꽃을 본적 있니?)
I mean way down in the clover(내 말은 클로버 풀밭으로 내려가서)
with your face down in a flower(꽃 속에 얼굴을 묻어 본적 있냐고)
Have you ever seen a flower using nothing but your nose?(오직 코로만 꽃을 본 적 있니?
Breath deep....(숨을 깊게 들이마시면....
what do you see?(뭐가 보이니?)
.................................
Have you ever been a flower?(너는 꽃이 되어본 적 있니?)
I mean really been a flower?(내 말은 진짜 꽃이 되어본 적 있니?)
And if you were.... would you remember?(그렇다면 기억해볼래?)
Try and see. (한번 해보렴)
어떤가? 영어 원문으로 읽으면 더욱 운율이 느껴지고 그 의미가 잘 살아나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작가는 단순하게 꽃구경을 권유하는 것이 아니다. 꽃의 생명을 오감을 열고 느끼고 상상해보라는 것이다. 더 나가서 나 자신이 생명을 지닌 꽃임을 자각해 보라고 한다. 꽃과 나는 생명을 공유한 존재라는 점에서 다르지 않다. 요컨대 꽃을 빗대어 생명을 찬양하는 책이다. 세상에 태어났으면 누구나 생명을 지닌 존재다. 하지만 생명의 충만함을 가슴 절실하게 느끼는 것은 다른 차원의 일이다. 평생 물에서 사는 물고는 물을 잘 의식하지 못하고 공기를 평생 마시며 살지만 사람들이 공기를 잘 의식하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책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본다. 속표지 무지개 색깔로 물결치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서지 사항 옆에 한 소녀가 물뿌리개로 화분에 물을 준다. 다음 장을 펼치면 검은색 톤으로 도시의 빼꼭한 빌딩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데 왼쪽 아래 작은 방에서 소녀가 화분에 물을 주고 있다. 그 소녀는 자동차를 타고 도시를 빠져나온다. 아스팔트길이 꼬불꼬불 이어지다가 산에 다다른다. 소녀는 꽃밭을 달린다. 꽃밭에 엎드린다. 하한 강아지가 뒤를 따라왔다. 눈을 감고 얼굴을 꽃에 대고 촉감을 느끼며 냄새를 맡아본다. ‘안녕’인사도 하며 메아리를 듣는다. 동화의 주인공도 상상해본다. 꽃 밭 가운데 앉아 생명을 느낀다. 바깥에 충일한 생명, 자기 안에서 약동하는 생명을 오감을 열고 느껴본다. 다시 집으로와 보니 집을 나서기 전에 물을 주었던 화분에 꽃이 피었다. 작가가 운영하는 유튜브에 꽃을 그리는 방법을 소개하였다. 포스트잇 같이 작은 종이에 타원 모양의 구멍을 내고 그것을 종이에 댄 다음 여러 가지 색연필로 칠한다. 그런 다음 작은 종이를 떼면 구멍을 따라 색이 칠해진다. 이 기법을 사용하여 작품을 그렸다고 한다.
책을 읽으며 나에게 살아있음을 느끼게 했던 꽃들이 기억난다. 나는 시골출신인지라 어려서부터 꽃을 볼 기회가 많았다. 초봄에는 민들레가 샛노란 얼굴로 봄을 알린다. 아직은 황량한 겨울의 끝자락, 위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고운자태를 뽐낸다. 조금 있으면 연분홍 진달래가 산을 뒤 덮는다. 진달래는 나의 마음을 밝고 황홀하게 물들이곤 했다. 5월이 지나면서 장미가 피고 야산에 난초로 뒤덮인다. 학교의 화단과 예배당 마당에 피던 채송화도 기억난다. 땅에 붙어 피는 작지만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여름 꽃이다. 가을이면 코스모스와 들국화를 빼놓을 수 없다. 그 밖에도 개망초와 할미 꽃, 나팔꽃, 패랭이꽃, 찔레꽃, 동백꽃, 제비꽃, 해바라기, 참깨 꽃, 호박꽃, 박꽃, 클로버도 이름을 불러주고 싶다. 나에게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 준 모든 꽃들에게 감사드린다.
<토론을 위한 발문>
1. 주인공은 꽃을 어떤 마음으로 대하고 있는가?
2. 꽃과 사람이 지닌 공통점은 무엇인가?
3. 오감으로 느끼는 생명은 어떻게 묘사할 수 있을까?
4. 이 책에서 “꽃”은 무엇을 은유적으로 표현하는가?
5. “꽃을 본 적이 있니?”, “꽃이 되어본 적이 있니?”라는 질문의 의미는?
6. 꽃과 관련하여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이나 상황, 사건은?
7. 사람들은 왜 꽃에게 마음이 끌리는 것일까?
8. 우리 문화에서 꽃은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
9. 나와 꽃의 공통점과 차이점은?
10. 식물의 삶에서 꽃은 어떤 기능과 의미를 지니는가?
11. 내가 좋아하는 꽃과 그 이유는?
12.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은?
13. 이 책에 내가 이름을 붙여본다면?
14. 내가 가장 살아있다고 느끼는 때는?
15. 생명이란 무엇일까?
16. 나에게 생명이 있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17. 생명의 속성은 무엇일까?
<독후활동>
1. 이 작품의 작가가 꽃을 그리는 방식으로 꽃그림 그리기
2. 생명탐구 작은 책 만들기
3. ‘꽃에 관한 모든 것’ 책 만들기
4. 가장 인상 깊은 장면 따라 그리기
5. 꽃에 관한 명시 탐구하기
6. 생명에 관한 명시 탐구하기
7. 생명을 충만하게 느끼는 방법 100가지 목록글쓰기
8. “생명이란....”주제로 공동 시 쓰기
9. 우주인의 관점에서 지구의 생명체에 대해서 보고서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