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을 거야 - 2021년 케이트 그리너웨이상 수상작 작은 곰자리 42
시드니 스미스 지음, 김지은 옮김 / 책읽는곰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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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갈 집이 있는 사람은 다시 시작할 수 있다.

 

괜찮을 거야/ 시드니 스미스 글그림/김지은 역, 책읽는곰 202001

 

대도시, 한 겨울에 초등학교 저학년 소년이 배낭하나 메고 집을 나선다면 어떻게 될까. 버스를 타고 창밖에 스치는 풍경들을 표정 없이 지나치면서, 딱히 목적지도 아닌데 벨을 누르고 버스에서 내린다. 수많은 사람들이 바삐 오가지만 아무도 소년을 주목하지 않는다. 소방차나 구급차, 경찰차의 사이렌 소리가 고막을 찢고 공사장의 쿵쾅거리는 소음에 귀가 먹먹해진다. 긴 철교를 건너 좁은 골목에 들어선다. 사납게 짖는 개를 기르는 집을 지나쳐 검은 호두나무 위에 올라가 동네를 내려다본다. 어느 식당일까 따뜻한 바람이 나오는 통풍구에서 잠시 몸을 녹이고 생선가게를 지나 철망이 쳐진 공터에 다다른다. 기둥에서 고양이를 찾는 다는 전단지를 뜯어서 배낭에 넣는다.


갑자기 폭설이 내린다. 자동차들과 집과 나무들 위에 눈이 쌓인다. 마침내 공원에 다다르자 소년은 고양이 찾는 전단지를 사람들 눈에 잘 띄는 가로등 기둥에 붙여준다. 눈발은 갈수록 거세지고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다. 소년은 자박자박 걸어서 이제 집으로 돌아가리라 결심한다. 저만치 누군가 소년을 기다리고 있다. 키 차이로 보면 큰 누나나 아니면 엄마일 것 같다. 소년은 그녀의 품에 꼭 안기는데 글은 너는 괜찮을 거야.”라고 말한다. 마지막 장면에는 눈 위에 소년의 발자국이 찍혀있다.


가출과 출가는 똑 같이 집을 벗어나는 행위지만 단어지만 뜻은 매우 다르다. 가출(家出)은 부모나 가족들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집을 나간 것이지만 출가(出家)는 가족들의 동의하에 목적을 이루기 위해 집을 나서는 것이다. 책 속의 주인공은 뜻을 품고 집을 나가기에는 너무 어리니 뭔가 마음 상한 일이 있어서 가출했음에 틀림없으리라. 나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두 번의 가출과 한 번의 출가가 있었다. 열일곱 살과 스물두 살 무렵 두 번의 무작정 상경, 스물여섯에 대학생 신분으로 고향을 떠나 서울에 왔다.


섬에서 태어나 도시는 구경도 해 보지 못한 촌뜨기가 바람이 들어 부모님께 알리지 않고 서울에 처음 왔을 때가 1970년대 중반쯤이다. 기차타고 서울역에 내려서 광장을 나섰을 때 당혹스러움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 매캐한 공기와 끝없이 이어지는 빌딩들, 바쁘게 오가는 구름인파, 자동차의 소음이 섬 소년의 얼을 쏙 빼 놓았다. 아무런 연고가 없는 나는 서울역 광장 건너편 직업알선소를 통해서 시장의 국밥집 점원으로 취직했었다. 가게에 딸린 작은 다락방에서 잠은 자고 식당에서 밥은 해결할 수 있었다. 그런데 사장님께서 시장을 돌면서 식사를 주문받아 오라고 지시하시는 데 워낙 내성적인 나는 낯선 사람에게 말을 붙이는 것조차 힘들었다. 내가 손님을 모아오는 데 별 소질이 없다는 것을 파악하고 사장님은 지인이 경영하는 찹쌀떡 공장을 알선해 주셨다. 마포구 염리동에 있는 작은 공장으로 사장님 내외와 직원들 네댓 명이 함께 일하는 곳이었다.

나의 첫 번째 상경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찹쌀떡 속에 넣는 안고를 만들기 위해 연탄 아홉 장이 들어가는 화덕에다 가마솥을 얹고 주걱으로 부지런히 저어주어야 한다. 그 화덕에서 내 뿜는 연탄가스에 머리가 깨질 듯 아파서 견딜 수 없었다. 서울에 온 지 채 1년을 채우지 못하고 나는 어머니 아버지가 계시는 고향으로 돌아갈 결심을 했다.


소년이 가출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택했을 때 기다려주고 따뜻하게 안아 줄 가족이 있어 정말 다행이다. 예전에 이어령 선생님께서 강의하실 때 얼핏 들은 이야기가 생각난다. 성냥팔이 소녀가 겨울에 얼어 죽은 것은 벌거벗었거나 사람들의 냉대 때문이 아니라 돌아갈 집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말씀이었다. ‘돌아 갈 집이 있다면 어떤 눈보라나 비바람에도 따뜻하게 몸을 녹이고 다시 시작해 볼 수 있다. 내 부모님은 두 번 무작정 상경해서 적응하지 못하고 돌아온 나를 아무 말씀 없이 받아주셨다. 그리하여 세 번째 상경은 가출이 아닌 학업을 위한 출가(出家)가 될 수 있었고 내 나이 스물여섯 살 때이다.

 

 

<토론을 위한 발문>

 

1. 집을 나선 어린 소년은 대 도시에서 무엇을 경험하는가?

2. 집을 나선 소년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3. 가출한 소년의 가정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4. 도시에 사는 사람들과 시골에서 사는 사람들의 특징이 있을까?

5. 겨울이라는 계절과 눈보라가 상징하는 것은 무엇일까?

6. 도시라는 공간에서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곳은?

7. 소년이 고양이를 찾는 전단지를 특별히 챙겨서 잘 보이는 곳에 다시 붙여주는 까닭은 무엇일까? 고양이와 소년은 어떤 점에서 닮았나?

8. 소년은 검은 호두나무 위에 올라가 무엇을 느끼고 무엇을 보았을까?

9. 당신도 가출의 경험이 있는가?

10. 가출 청소년들은 어떤 동기로 집을 나가는 것일까?

11. 가출하여 어른들의 보호를 벗어난 청소년들은 어떤 위험에 노출될까?

12. 가출과 출가의 의미는 어떻게 다른가?

13. 이 책에서 어떤 장면이 가장 인상에 깊은가?

14. 글로 말하지 않는 내용을 그림에서 자세히 관찰하여 이야기를 구성해본다면?

15. 소년이 집으로 돌아갈 결심을 하게 된 동기는 무엇일까?

16. 객지 생활에서 고향생각이 간절하게 날 때는 언제인가?

17. 돌아갈 집이 없다는 것은 사람에게 어떤 의미일까?

18. 성냥팔이 소녀에게는 돌아갈 집이 없다면 그녀에게 겨울과 도시는 어떻게 느껴질까?

19. 내가 괜찮을 거야.’라고 말해주고 싶은 사람은 누구인가?

20. 나에게 소년을 기다리고 안아주는 분 같은 이는 누구인가?

 

<독후활동>

 

1. ‘괜찮을 거야.’라는 말을 해 주고 싶은 사람의 얼굴을 그리고 글을 쓰기

2. 내가 사는 동네나 도시를 묘사해보기

3. 심리적으로 안전기지가 되는 집안 분위기를 만드는 방법100가지 쓰기

4. 행복한 집 만들기 푸드테라피

너는 괜찮을 거야(돌아갈 집이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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