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
류시화 지음 / 열림원 / 1997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참 많이 웃었다. 이 책에 적힌 인도인들의 순박한 모습에.

기차를 타고 가다가 자기가 내려야 할 곳이라며 아무 곳에서나 비상 정지 케이블을 당기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영혼을 쳐다 본다며 자신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사람을 버스에서 만날 수 있었다. 3명이 나란히 앉을 수 있는 기차 좌석이지만 굳이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 태연한 척 앉아 있는 사람들 때문에, 좌석 3개에 어른 5명이 앉아서 가는 꼴이란 생각만 해도 웃음이 나온다.   

한번도 인도에 가보지 못한 사람이라도 이 책을 읽고 있으면, 무수히 많은 인도 사람들을 실제로 접하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버스 이야기가 나오면, 남아시아인 특유의 체취로 가득한 만원버스에 내 몸이 실려 왁자지껄 떠들며 달리고 있는 듯하다. 저자가 기차 역에 도착하면, 내 앞에 물건 팔려는 장사꾼들이 물건 사달라고 여기 저기 손을 내밀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저자가 갠지스 강가에 서면, 갠지스 강 근처 시체 화장터에서 나오는 연기로 내 시각과 후각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도 같다.

책을 통한 간접 경험이 이런 것이구나 하는 점을 느끼게 해 준 책이다. 저자가 10년동안 보고 느낀 에피소드를 편안히 방에 앉아 읽고 있자니 이것을 행운이라 해야 할 지, 아니면 직접 가보고 체험하지 못한 채 어쩔수 없이 책에 의존해야 하는 불행인지, 이 책에 나오는 인도 사람들의 말처럼 내 머리 속이 아리송해 졌다. 

이제 꼭 해보고 싶은 게 생겼다. 하나는 아침에 일어나 자연속에서 자연스럽게 볼 일을 보는 것이고, 또하나는 드넓은 땅에 담요 하나 깔고 드러누워서 밤하늘의 수 많은 별들을 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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