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ㅁ 중고샵에 매일 놀러간다. 손가락이 근질거린다. 클릭클릭클릭 다다다다닷~!!! 리스트에 담는다. 그리고 다음 날 어떤 책이 팔려나갔는가를 확인하며 논다. 음, 역시 이건 바로 나갔군. 아니, 어떤 눈밝은이가 이거까지 챙겨갔군. 이럼서...
ㅁ 오전과 저녁엔 매일 티비 앞에서 논다. 다큐영화제 덕분에. 몇 편은 감동적이었고 몇 편은 불편했다. 불편한 건 그것대로 참 좋았다. 왕비와 나, 예술가와 수단 쌍둥이 같은 게 불편한 쪽이었는데 특히 예술가와 수단 쌍둥이는 시종일관. 그게 작가의 의도라면 잘만든 작품이 아니겠는가. 

ㅁ 기다리던 소년야구단이 곧 시작한다. 미리 티비를 켜두고 시간아 흘러라~ 하고 있는데 어쩐지 촌시런 목소리가 들린다. 어이쿠~ 개구리 왕눈이. 이걸 여기서 보여주고 있었던 모양이구나. 그나저나 왕눈이 아부지 목소리는 참 멋지구리~ 이런 목소리였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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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오늘이 시작일이었다.

서둘러 시간표를 확인하고 녹화를 할 생각이었다. 마침 공디비디도 몇 장 여유가 있고. 헌데 나란 놈은 차곡차곡 모아두기만 하지 제대로 소화를 못 시키니 올해는 가능하면 본방사수(?)를 해보기로 작정하고 티비를 켜고 준비...할랬는데.

티비를 켜고 화장실에 잠시 들어갔다가
갑자기 연수기 소금을 갈기 시작했고, 소금물 내려가는 동안 청소기를 돌리기 시작했고, 강냉이는 토끼마냥 내 뒤를 깡총깡총, 연수기를 통해서 내려오는 첫물을 받아서 버리기 아까워 걸레를 적셨고, 코딱지보다 좀 작은 내 방을 슥슥, 딱 코딱지인 거실을 또 쓱쓱. 미쳤지, 왜 이런 월례행사를 티비 켜고 시작한 건지.

그래도 '베를린필과 춤을'은 중반부터 봤다. 음... 역시 다큐는 좋다. 이 작품의 목소리는 '해냈어~!'였다.

시간표 꼼꼼하게 챙겨서 꼭 보고 싶은데 시간이 안 되는 건 디비디에 좀 담아둬야겠다. 플레이어를 하도 안 써서 녹화방법을 또 까먹, 사용설명서 찾아서 함 훑어줘야겠다.
관심작은 '재앙, 그 후'랑 '나는 경제저격수...'랑 '소년야구단' 후후후~ 즐거운 일주일~ 집에 딱 붙어있고 싶은 한 주...근데 추석 전이라 딱 붙어있지만은 못 할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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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4강 본능'은 어디로... 

두꺼운 이불로 바꾸고 긴 옷을 꺼내 입고 한다. 어제까지는 아이스티 혹은 에이드믹스를 얼음물에 빙글빙글 저어 마셨구만 오늘은 따끈한 생강차가 아니면 뜨신 유자차를 마신다. 

얼마 전부터 쓰는 면생리대가 괜찮아 몇 개를 더 살까 알아보느라 웹서핑...이란 걸 하고 댕겼다. 언제부터였을까? 이런 물건을 사기 전에 반드시 따르는 생각, 이거 혹시 다음 달부터 필요없는 물건이 되는 거 아닐까. 지금도 여전히 그런 불안(?)이 어딘가에 둥둥 떠 있을 것이다. 다음 달부터 나는 이런 물건이 필요없는 사람이 되어버리지 않을까. 

운전대만 잡으면 몰려오는 우울의 기운을 어찌하면 좋을까. 너무 싫은데 도저히 어쩔 수가 없구나. 쿵작작~♪ 두구두구♬ 음악 소리를 높여봐도 소용없지. 혹시 나만 이런 게 아니라 혼자 달릴 때는 누구나 그런 걸까. 

꽤 얼마 전(꽤 얼마 전은 뭐니)에 야동을 보면서, 거기 나오는 젊은이들을 보면서 안쓰럽다? 안타깝다? 뭐 그런 생각이 잠깐(정말 잠깐) 들었었지. 그 생각이 정말 잠깐이었던 건 금방 내가 부끄러워졌기(그나마 다행이지 뭐니) 때문이었다. '강가에서'의 마지막 연이 자꾸 목구멍으로 올라오던, 참 서글프고 갑갑한 날이었다.
그렇지만 뭐 어떠랴. 나는 그 때뿐인 놈이니 또 금새 낄낄거리며 야동도 보고 남도 씹고 때때로 내 팔뚝도 질겅거리며 잘 살 테니. I'm a Bitch~~(내가 아니라, 메레디스브룩스가 지금 스피커에서 불러 제끼네) 
 

저이는 나보다 여유가 있다
저이는 나보다도 가난하게 보이는데
저이는 우리집을 찾아와서 산보를 청한다
강가에 가서 돌아갈 차비만 남겨놓고 술을 사준다
아니 돌아갈 차비까지 다 마셨나보다
식구가 나보다도 일곱 식구나 더 많다는데
일요일이면 빼지 않고 강으로 투망을 하러 나온다고 한다
그리고 반드시 4킬로 가량을 걷는다고 한다

죽은 고기처럼 혈색없는 나를 보고
얼마전에는 애 업은 여자하고 오입을 했다고 한다
초저녁에 두번 새벽에 한번
그러니 아직도 늙지 않지 않았느냐고 한다
그래도 추탕을 먹으면서 나보다도 더 땀을 흘리더라만
신문지로 얼굴을 씻으면서 나보고도
산보를 하라고 자꾸 권한다

그는 나보다도 가난해 보이는데
남방셔츠 밑에는 바지에 혁대도 매지 않았는데
그는 나보다도 가난해 보이고
그는 나보다도 짐이 무거워 보이는데
그는 나보다도 훨씬 늙었는데
그는 나보다도 눈이 들어갔는데
그는 나보다도 여유가 있고
그는 나에게 공포를 준다

이런 사람을 보면 세상사람들이 다 그처럼 살고 있는 것같다
나같이 사는 것은 나밖에 없는 것같다
나는 이렇게도 가련한 놈 어느 사이에
자꾸자꾸 소심해져만간다
동요도 없이 반성도 없이
자꾸자꾸 小人이 돼간다
俗돼간다 俗돼간다
끝없이 끝없이 동요도 없이
..................................................김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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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는 추리소설이랑 애들 읽을 이야기를 쓰던 사람인 모양이다. 날개를 보니 '뚱보 뱅'이 나오는 이야기를 쓴 사람이었네. 그는 자신의 저 두 작업(추리+애들)을 묶어 애들이 읽을 만한 추리소설을 쓰고 싶었단다. 애들이 읽어야 하니 잔인한 장면은 드러나지 않도록, 그러면서도 사건은 벌어지고 이야기는 전개되도록 하기 위해 어쩌구 저쩌구 앞머리에 설명을 하는데. 그래, 읽어보니 그렇군.

일 년 전만 해도 난 내가 누구인지 단 몇 마디로 말할 수 있었다. 마르텡 르뫼니에, 열여섯 살, 중학교 3학년, 신경외과 의사인 피에르와 광고 회사 아트디렉터인 나데즈의 아들, 영화학교 연출 전공 2학년 브리스의 동생. 난, 공부 잘하고, 친구 관계 좋고, 커다란 집에 좋은 방을 가졌고, 테니스를 치고, 가끔 영화관에 가고, 겨울엔 스키, 여름엔 해수욕을 가는 복이 좀 많은 평범한 청소년이었다.
12개월 만에 이 모든 낱말들의 의미는 내게서 사라져 버렸다. 난 열일곱 살이 되었지만 여전히 중학교 3학년이고, 친구가 없고, 체중이 12킬로그램 늘었고 잠들면 어떻게 될지 몰라서 밤이 두렵다. 그렇지만 매주 만나는 심리치료사는 내가 좋아지고 있다고 한다.

복이 좀 많은 평범한 마르텡을 그렇지 않게 만든 건 어느 날 저녁, 경찰이 들이닥쳐 형을 연쇄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지목하고 체포했기 때문이다. 너무나 분명한 증거들 앞에 부모조차 형을 범인으로 생각하게 되지만 마르텡은 끝까지 형의 무죄를 믿는다. 뭐... 결국 '믿음'에 대한 이야기였군.
추리소설 읽을 때 승부욕에 불타는-범인을 밝힐 거시야, 책장에서 범인의 이름을 보는 것이 아니라 나의 추리력을 확인하고야 말 거시야-독자에게 이 책은 좀 공정하지 않을 수 있겠다.

추리물이 문학 코너에서 분리된 건 추리물이 매우 많아 따로 자리를 내 준 것은 아닐까...생각해본다. 소설이란 무엇보다도 '이야기'...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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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시'라고 하기엔 뭐하지만 역시... 좀... 피곤한 주인공. 이경이도 그녀 엄마도 너무 예민하고 너무 여성스러웠던 게 아닐까. 전쟁의 시절을 보내기에는 말이다. 남자라고 전쟁을 감당하는 게 여자들보다 더 용이하겠냐마는... 쯧.
하여튼 그런 시절 저런 세상이라는 걸 생각해도-이경이 사는 시절이 그렇고 그녀에게 저런 사정을 만든 건 전쟁이지만 기실 이 이야기는 전쟁 이야기로 읽히지 않는다. 그냥 예민한 한 소녀가 그 날카로움을 어찌할 수 없어 여기 찌르고 저기 긁어대는 이야기. 그 뾰족이는 나이듦에도 완전히 무뎌지진 않은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그녀가 더 피곤하게 읽혔던 듯-이경이를 읽는 건 참 피곤하다.



그러고 보니 나는 오늘 온종일 우리 말을 한번도 못 지껄여본 듯하다. 오늘은 워낙 바빴고, 미숙이도 태수도 나를 찾지 않았고, 옥희도 씨에겐 내가 말을 걸 틈이 없었으니까. 불현듯 나는 우리 말이 해보고 싶어졌다. 아까부터 전차를 기다리는지 그냥 우두커니 서 있는 건지 알 수 없는 중년의 사나이 옆으로 가서 나는 가만히 중얼거렸다.
「당신의 부인은 참 아름답군요?」
「그녀의 눈은 무슨 빛인가요?」
「그녀의 머리색은요?」
다행히 그 말은 아주 작은 웅얼거림에 그쳤다. 아무리 작아도 내가 오늘 입 밖에 낸 최초의 우리 말, 그러나 그것은 우리 말이었을 뿐 결코 내 말은 아니었다. 나의 느낌, 내 의사가 담긴 내 말을 하지 않고는 못 배길 것 같았다. 말이 아니라 외침에라도 몸짓에라도 정말 나를 담고 싶었다.

이 때의 이경이는 평소-나목은 '춥다'가 끝없이 울려퍼지고 퍼지는 이야기-보다 더 추워보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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