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가는 추리소설이랑 애들 읽을 이야기를 쓰던 사람인 모양이다. 날개를 보니 '뚱보 뱅'이 나오는 이야기를 쓴 사람이었네. 그는 자신의 저 두 작업(추리+애들)을 묶어 애들이 읽을 만한 추리소설을 쓰고 싶었단다. 애들이 읽어야 하니 잔인한 장면은 드러나지 않도록, 그러면서도 사건은 벌어지고 이야기는 전개되도록 하기 위해 어쩌구 저쩌구 앞머리에 설명을 하는데. 그래, 읽어보니 그렇군.

일 년 전만 해도 난 내가 누구인지 단 몇 마디로 말할 수 있었다. 마르텡 르뫼니에, 열여섯 살, 중학교 3학년, 신경외과 의사인 피에르와 광고 회사 아트디렉터인 나데즈의 아들, 영화학교 연출 전공 2학년 브리스의 동생. 난, 공부 잘하고, 친구 관계 좋고, 커다란 집에 좋은 방을 가졌고, 테니스를 치고, 가끔 영화관에 가고, 겨울엔 스키, 여름엔 해수욕을 가는 복이 좀 많은 평범한 청소년이었다.
12개월 만에 이 모든 낱말들의 의미는 내게서 사라져 버렸다. 난 열일곱 살이 되었지만 여전히 중학교 3학년이고, 친구가 없고, 체중이 12킬로그램 늘었고 잠들면 어떻게 될지 몰라서 밤이 두렵다. 그렇지만 매주 만나는 심리치료사는 내가 좋아지고 있다고 한다.

복이 좀 많은 평범한 마르텡을 그렇지 않게 만든 건 어느 날 저녁, 경찰이 들이닥쳐 형을 연쇄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지목하고 체포했기 때문이다. 너무나 분명한 증거들 앞에 부모조차 형을 범인으로 생각하게 되지만 마르텡은 끝까지 형의 무죄를 믿는다. 뭐... 결국 '믿음'에 대한 이야기였군.
추리소설 읽을 때 승부욕에 불타는-범인을 밝힐 거시야, 책장에서 범인의 이름을 보는 것이 아니라 나의 추리력을 확인하고야 말 거시야-독자에게 이 책은 좀 공정하지 않을 수 있겠다.

추리물이 문학 코너에서 분리된 건 추리물이 매우 많아 따로 자리를 내 준 것은 아닐까...생각해본다. 소설이란 무엇보다도 '이야기'...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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