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도꾜에 많은 것 세 가지.
첫째, 꽃집과 치과. 둘째, 나무. 셋째, 까마귀.
실은 네 가지라고 해야겠지만, ‘꽃집과 치과’를 하나로 묶었다. 운을 맞추기 위해서 좀 억지를 부린 것이기도 하지만, 이걸 알려주신 지인이 도꾜에는 꽃집과 치과가 많다고 말하는 걸 듣고서, 여행 내내 꽃집을 보면 부근의 치과를, 치과를 보면 부근의 꽃집을 찾아 한 패로 인식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아무튼 도꾜에는 정말 꽃집과 치과가 많다. 골목마다 하나 이상씩은 있는 듯.
다음으로 나무. 유럽의 도시에 비해서는 녹지가 부족한 편이라고는 하지만, 확실히 나무가 많다. 곳곳에 공원도 잘 조성되어 있고, 집집마다 나무며 꽃이다. 예전 에도시대부터 도꾜는 인구밀도가 높아 집이 좁은 대신, 도로를 자신의 뜰처럼 가꾸어 왔다더니, 좁다란 집들 사이에도 어김없이 꽃과 나무를 심어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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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까마귀다. 도꾜 시내에는 까치나 비둘기를 보기 어려운 대신 까마귀가 많다. 아무래도 일본 문화에서는 까마귀가 길조인 모양이다. 아침 저녁으로 비둘기 몇 배의 덩치인 까마귀가 까악까악 하며 도꾜를 누비는 모습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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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도꾜에 적은 것 세 가지는,
첫째, 라면집. 둘째, 지하철에서 책 읽는 사람. 셋째, “스미마센”.
라면, 그러니까 일본식으로 라멘은 도꾜 지방의 요리가 아닌 것일까, 의외로 라면집을 찾기 어려웠다. 평소 일본 라면을 좋아해서, 본고장의 라면을 먹어보리라 기대에 부풀었건만, 라면집은 좀처럼 눈에 띄지 않았다. 어쩌다 라면이라고 써 있는건 죄다 중국집 간판 밑이라 어쩐지 수상쩍어 패스. 돌아오는 날에야 겨우 지하철 역 귀퉁이에서 라면집을 발견. 기쁜 마음에 먹어보았으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역시 라멘은 이대 부근에서 먹어야 할까.
‘스테레오 타입’이란 분명 그렇게 보게 된 나름의 연원과 이유가 있는 것이지만, 직접 부딪혀보면 실상과는 다른 경우가 허다하다. 일본인은 지하철에서 책을 읽는다는 이미지 역시 그런 모양이다. 도꾜에서 그렇게 지하철을 타고 다녔지만, 열차 내에서 책 읽는 사람을 보기는 쉽지 않았다. 한 량에 두어 명 정도일까, 나머지는 대개 핸드폰으로 게임이나 인터넷 검색 따위를 하고 있지 않으면 잠을 자고 있다. 책을 읽고 있는 건 대개 노인인 경우가 많다. 그밖에 지하철역 계단의 노숙자들은 대부분이 신문이나 잡지를 들고 있는 걸 보면, 일본의 독서열도 버블경기 붕괴 이후로는 이전 같지는 않은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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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머물던 신쥬쿠 부근이 워낙 붐비는 곳 이어서일까. 길가다가 부딪히거나, 좁은 길에서 마주쳐도 “스미마센”이라 인사하는 건 오히려 내 쪽이었다. 어쩌다가 그렇게 인사하는 건 역시 노인분들.
위의 책 얘기도 그렇고, ‘스미마센’도 그렇지만, 여기서 무슨 ‘일본은 없다’식의 역 스테레오 타입을 말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다만, 타자를 접할 때, 일단은 스테레오 타입에서 출발할 수밖에 없는 한계와 동시에, 스테레오 타입으로만 타자를 바라보는 위험의 문제는 앞으로도 천천히 생각해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