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와 독서의 공통점은 자기 마음대로 되지 않는 점이 있는 것이라더니, 여행도 그렇다. 하긴, 자기 아닌 남이 있다는 것, 그래서 자기 자신과 남 사이에 간극이 있다는 점에서는 세상 모든 일이 다 마찬가지 일게다. 제 마음대로 되지 않는 대목이 있기 마련인 것이다.

 

그런 점에서 외국을 여행한다는 것은 말 그대로 순수한 남들이 살고 있는 세계로의 이동이다. 한국어에서 일본어로의 이동이라고나 할까. 뭐, 실제로는 더듬거리는 영어에 의지한 소통이지만.


김포에서 이륙하면서 새삼 비행기라는 탈것에 경이감이 들었다(해외여행이 처음이라고 비행기까지 처음은 아니다. 아니 오히려 비행기와의 인연은 짧지 않은 편이다).

 

자동차도 배도 자연의 한계 안에 붙들려 있는데, 비행기만이 둥실 떠오른다. 바람도 중력도 같은 자연이지만, 역시 보이지 않는 것 이어서일까. 경계를 넘어가는 데는 비행기가 제격인 것인가 따위의 잡감이 들었다.

 


 

 

하네다 공항에 내릴 때 까지만 해도 사실상의 한국이다(정확히는 KAL이나 아시아나를 탄 경우). 한국인이 있고 한국어가 들리고 한국의 제도가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던 것이 한 발짝 내딛어 문하나 통과하면 그때부터 일본이다. 국경은 진작에 넘어왔지만, 심상의 경계는 거기서부터 바뀐다.

 

문 사이로 얇은 막을 뚫고 나가는 느낌. 아마 처음 해외여행의 흥분인 탓이겠지만, 그래서 감각이 더 예민해지는지도 모른다(이 예민함의 동의어는 ‘오버’일 것이다).


일본은 어떤 의미에서는 한국과 가장 닮아있는, 아니 한국이 일본을 닮아 있는 거라 해야 할까, 그런 나라이지만, 그래서 도꾜 시내를 걷거나 지하철을 타다보면 서울 어디쯤 있는 것 같은 느낌마저 들지만, 그래도 기본적으로는 분명 외국이다.

 

가장 유사성이 많은 타자라고 해야 할까. 그 속에서도 가장 낯선 얼굴을 찾아내고, 또 그 얼굴 이면의 공통점까지 볼 수 있다면 일본에 대해서도 무언가 말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지만, 아무래도 잠시 들린 여행자에게는 지나친 욕심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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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1-01 14: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urblue 2006-11-01 14: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 이제 그림 보이나요? 고맙습니다. ^^

바람구두님, 그거야 알고 있는 사실이고. 신혼여행 갔다 와서 인사가 이거냐고 한 마디 하신 분이, 제 글도 아니고 여기다가 댓글을 다십니까? 흥.

로드무비 2006-11-01 16: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복도님 글 멋져요.^^

merced 2006-11-02 1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한표!

urblue 2006-11-02 17: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가 한표냐? ㅡ_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