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Volume 1, No. 1 - Summer 2006, 창간호
아시아 편집부 엮음 / 도서출판 아시아 / 2006년 5월
평점 :
품절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 등 대륙 단위로 지역을 나누어 문화, 예술, 사회를 말하는 것은 시쳇말로 날로 먹는다라는 느낌이 강하다. 아시아라고 해도 동북과 서남 지역은 인류학적 요소부터 사회·문화적 요소까지 어디 하나 비슷한 구석이 없는데 어떻게 한 단위로 묶을 수 있을까. 아프리카 역시 지중해 연안과 중부 사막지역, 남부 지역이 완연히 다르다고 한다. 그러니 아시아의 문화, 아프리카의 예술 이라고 칭하는 것은 옳지 않아 보인다.

 

우리 입장에서 보자면 아시아로 묶인 지역들이 유럽 등 여타 지역에 비해 더 가까운 건 어쨌거나 사실이다. 그러니 조금 더 친밀감을 가진다고 해서 누가 뭐랄 것도 아니다. 유럽 애들이 공동체를 만들어 서로서로 친한 척을 하고 있는 판국에 아시아라고 해서 그러지 말란 법 없다. 아니,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가까이 지내야 한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유럽과 달리 아시아인들이 친밀해지는데 장애가 있으니, 그것은 우리들이 스스로의 눈으로 이웃을 바라보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웃에 어떤 민족이 어떤 문화와 사회를 이루어 살고 있는지 미처 파악하지 못하고 있던 사이 서구 열강은 멋대로 아시아를 쪼개서 식민지로 삼아 버렸다. 세월이 흐르고 아시아 각국의 독립이 이루어졌지만, 대다수 아시아인들은 여전히 이웃을 바라보지 못하거나, 서구의 눈으로 이웃을 보는데 익숙해져 있지 않나 싶다. 우리의 경우, 예로부터 교류가 활발했던 중국과 일본을 제외하면 직접 상대와 소통하기보다 서구라는 필터를 통하는 것을 오히려 자연스럽게 여겨왔다. 베트남, 필리핀, 사우디아라비아 등을 이해하기 위해 그들과 만나는 것이 아니라 프랑스와 미국에서 발행한 책을 찾아보는 식이다.

 

<아시아>라는 잡지는 아시아 각국의 문학과 예술, 사회를 읽어내고 그 가치를 함께 공유하고자 하는 취지를 가지고 창간되었다.(알라딘 책소개) 우리 눈에 남이 씌워놓은 선글래스를 벗어버리고 맨눈으로 상대를 직접 바라보면서 얘기를 해 보자는 말이다. 지극히 당연한 이런 노력이 이제서야 시작되었다는 게 조금 신기할 지경이다. 그러나 이미 시작되어 이렇게 한 권의 잡지로 결실을 보고 있다는 사실은 다행이기도 하다. 물론 한계는 있다. 첫 호를 한국에서 발행하면서 한글과 영어를 병기했다는 것은 결국 영어라는 서구의 언어가 아니면 공통적인 소통 수단이 없다는 것을 인정하는 셈이다. 이런 식으로 발행된 잡지가 과연 아시아의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도 읽힐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의 여지가 있다. 그럼에도 <아시아>의 목적과 의미를 폄하해선 안 될 것이다. 현석 주간의 창간사 「레인보 아시아」에는 이런 모든 고민과 노력이 그대로 드러난다. 조금 감동했다.

 

잡지에 실린 다양한 글들은 아시아 각국의 사정을 단편적으로나마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소설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바오 닌(베트남)의 「물결의 비밀」도, L. 울찌툭스(몽골)의 「수족관」도, 신인 하재영의 「달팽이들」도 좋다. 특히 울찌툭스의 책이 번역된다면 기꺼이 사 볼 마음이 있다. “아시아의 작가라는 섹션에는 오다 마코토, 김지하, 모옌 등 지명도 있는 작가들의 이름이 올라 있는데, 그럴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이해하면서도 좀 더 젊은 작가들을 찾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안그래도 문예지들이 사라지고 있는 마당에 <아시아>가 꾸준히 발행될 수 있을지, 그것이 관심이자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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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lmas 2006-08-01 0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이런 잡지도 있었군요. 반갑네요. :-)

urblue 2006-08-01 0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이런 잡지도 있는데 별로 팔린 것 같지는 않네요. ^^;

blowup 2006-08-02 0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이렇게 찾아 읽는 분들이 있잖아요.(끼사스 님도 리뷰를 올리셨더군요.)^^

urblue 2006-08-02 0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그게 말이죠, 저도 사서 읽은 게 아니라 좀 미안한 마음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