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영화 잡지 <키네마 준보>와 <아사히 신문>에서 2005 베스트 1으로 꼽았다는 작품. (그런데 아사히는 우익 계열 아니었나.)

토요일 오후 3시 40분 상영을 보러 갔는데, 의외로 좌석이 4개 밖에 남지 않았다. 다행이라고 표를 끊고 바로 입장해서야 이유를 알았다. 워낙 상영관이 작기도 하지만, 토요일과 일요일에 감독 이즈츠 카즈유키와 배우 다카오카 소스케의 무대 인사가 있었던 것. 핸드폰으로 몇 컷 사진을 찍긴 했지만 줌을 몰라서 거의 제대로 안 나왔을 것이다.

감독은 일본 메이저 영화사라면 이런 영화는 절대 만들 수 없었을 것이라고, 일본 내부의 문제를 말하고 싶었다고 했다. 재미있지만 뒷부분에 가면 손수건도 필요할 것이라면서 즐겨달라고. 다카오카 소스케는 싸움 장면도 노래하는 장면도, 모든 배우들이 정말 열심히 찍었다고 했다.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정말 웃지 않을 수가 없다. 배경은 68년. 버섯돌이 머리 모양을 한 밴드가 여고생들을 실신시키던 시절의 이야기다.



어쨌거나 68년. 바야흐로 일렉트릭 기타는 저물고 포크 기타의 시대, 프리섹스를 외치는 히피의 시대, 안전모를 쓰고 쇠파이프를 든 전공투의 시대가 시작되는 것이다. 그런 가운데도 조선 여학생의 동정을 잉크로 더럽히고 수작을 거는 일본인 고등학생들이 있고, 그런 일본인을 때리고 버스를 뒤집어 엎는 조선인학교 학생들이 있다.

그러나 영화는 이런 것들을 진지하게 그리지 않는다. 처음에 등장하는 저 밴드부터, "전쟁은 전쟁으로 대체한다."는 마오주석의 말을 학생들에게 떠들면서 조선인 학교와의 친선 축구 시합을 성사시키라고 요구하는 교사, 서로 만나기만 하면 두들겨 패고 싸울 궁리만 하는 일본인 학교 학생들과 조선인 학교 학생들, 히피이고 싶어하는 대학 나온 술집 주인, 소련 무용단이었다가 탈출한 여성, 금지곡 <임진강>을 기어코 방송하고야 마는 라디오 PD까지, 거의 모든 인물들이 가볍게 희화된다. 게다가 배우들의 서툰 한국어까지 가세하니, 영화를 보는 내내 쉴새 없이 웃음바다다.

예상했던 정도의 비극이 있고, 그런 상황에 따라 다소 뜬금없어 보이기도 하는 재일 조선인들의 한 맺힌 성토가 쏟아지기도 하지만, 영화는 해피엔딩이다. 일본인과 재일 조선인의 사랑이 열쇠라는 것은 일견 지나치게 안이한 결말이 아닌가 싶지만, 재일 조선인도 일본 땅에서 일본인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지 않았나, 그렇게 생각해본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장면은, 일본 학생들과 집단 싸움을 벌이고 있던 안성(다카오카 소스케)이 아이가 태어난다는 말을 듣자마자 조금 난처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후다닥 달려가 버린 것.




조선인 친구들로부터 '강개'라는 조선식 이름으로 불리는 코우스케와 경자의 <임진강> 듀엣. 경자에게 반한 코우스케는 한국어를 공부하는데, 재미있게도 이 배우의 한국어 발음이 가장 나았다.




히피를 꿈꾸는 오다기리 조. 여기까지는 멀쩡한데 뒤로 가면.... ㅎㅎ 이 배우도 색깔이 참 다양하다. <메종 드 히미코>에서와는 완전히 딴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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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rblue 2006-03-14 16: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세요. 상영 기간이 꽤 되는 것 같던데요.

물만두 2006-03-14 17: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오다기리 조예요? 전 오기다리 조라고 만순이에게 말했는데 ㅠ.ㅠ

히피드림~ 2006-03-14 1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상영관이 서울 하나뿐이라 못 봤어요. tv에서 우연히 예고편을 봤는데 재밌겠던데요. 비디오로 나오길 기다리는 중입니다.(아참, 아사히는 일본에서는 꽤 양심적인 신문이에요. 전체적으로 한국에 대해 관심이 많은 신문이고, 특히 북한에 대해 보도를 많이 해주죠.원래가 일본인들이 남한보다 북한에 더 관심이 많거든요. 재일작가 유미리가 이 신문에 일제시대 의열단에 관한 소설인 "8월의 저편"을 연재한적도 있어요^^)

Koni 2006-03-14 1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기저기서 이 영화 얘기가 나오더군요. 전 오다기리 죠가 나온대서 관심을 가졌지만서두.

urblue 2006-03-14 2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만두님, 하하, 오다기리에요. 남의 성(이름인가, 뭐 하여간)을 바꾸시네... 저도 가끔 그럽니다만. ㅋㅋ

punk님, 그러게요, 이런 영화 좀 여러군데서 해 주면 좋을텐데 말이에요. 나중에 비디오라도 꼭 보세요. 진짜 재미있습니다. 웃겨 죽는 줄 알았어요.
아사히가 그랬군요. 어디선가 우익 신문이라고 들은 희미한 기억만...헤헤.

냐오님, 이 영화에 등장한 오다기리 조 보시면 아마 확 깰걸요. ㅋㅋ 꽃미남을 저렇게 망가뜨려 놓다니, 했습니다.

2006-03-15 07: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박예진 2006-03-20 1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흐흐~ 재미있을 거 같아요 ^^
아 참 그리고 유아블루님~~유아블루님하고 저는 이벤트로 만났잖아요 ^^
저 이번에 두번째 이벤트를 연답니다 ♥ 꼭 참여해주시면 좋겠어요! [너무 부담드리는 건가요 ㅜ.ㅜ;;]

urblue 2006-03-20 1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있기는 한데, 예진양은 아직 못 볼걸요. 15세 관람가든가. 좀 잔인한 장면이 많아서. ^^;
중학생 된 거 축하해요. 사촌 동생도 이번에 중학교 갔는데.
이벤트 내용이 어떤건지 봐야겠지만, 가급적 참가할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