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merced > 캘리포니아

어느 미국인이 그랬다. 미국은 세 부분으로 되어 있다고: 뉴욕시, 캘리포니아주, 그리고 나머지 진짜 미국. --아하!

뉴욕은 그러니까, 미국적이라기보다는 세계 속에 따로 떼어놓고 싱가포르처럼 한 나라라도 해도 좋을 만큼, 뉴욕적이라 해야 할까 그런 독특함이 있다. (뉴욕에 대해서는 나중에 다시 이야기하기로 하자.) 캘리포니아는 <심슨 가족>과 더불어, 가장 미국적이면서 또한 가장 미국적이지 않다. 무슨 말인가 하면...

가장 미국적인

미국은 이민으로 만들어진 나라이다. 다인종 국가로서 인종차별 폐지-평등한 인권을 표면에 내세우지만 여전히 백인 중심적이고 glass ceiling (여성과 유색인종이 승진 또는 권력의 사다리에서 올라갈 수 있는 한계가 있다는 말이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백인 사회에 잘 어울린 것 같지만, 어느 순간 머리 위로 텅 부딪히는 최고강도 유리천장)은 절대로 깨지지 않고 있다.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랐더라도 유색 인종은 비제도적인 (그래서 더욱 견디기 힘든) 억압과 무시를 경험하게 된다.

그렇다고 해도, 백인들만 또는 흑인들만 모여 사는 작은 시골 마을에서는 이처럼 "섬세한" 인종 차별이 일상적으로 경험되는 것은 아니다. (관광객을 대하는 태도는 이민자에 대한 태도와는 또 다르다. 신비함, 신기함, 손님에 대한 예의 등으로 적의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캘리포니아는 20세기 후반 미국 이민사, 그리고 새로운 이민이 만들어내는 미국 문화의 변화에 첨단에 있다. 20세기 초까지의 꾸준한, 그리고 2차 대전 직후의 독일계 유태인을 위주로 한 대량 유럽 이민의 관문이 동부의 항구 도시들이라면 (특히 뉴욕), 지난 반세기 급격하게 늘어난 아시아계와 남아메리카계 이민의 관문은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와 로스앤젤레스, 멕시코-미국 국경)이다. 캘리포니아는 이민으로 이루어진 다인종 국가로서의 미국의 특징을 집약하면서 인종 차별 또는 인종간 대립을 첨예하게 드러낸다.

미국적이지 않은

그러나 20세기 후반 서부의 아시아계와 남아메리카계 이민은 동부의 유럽 이민과는 성격이 다르다. 유럽계 이민들이 백인 중심의 사회에 일조하고 비교적 쉽게 융화될 수 있었고 이민의 역사가 오래된 만큼 이미 어느 정도 정착한 반면, 또 흑인들이 백인과 유색인종 모두를 배제하며 (노예 해방 이후로도 끝없이 인종차별에 맞서야 했고 여전히 경제적 빈곤과 사회적 박탈을 대물림하기에 반작용으로 생성된 "역차별" 태도이기도 하겠지만) 자기들만의 어투와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어쨌거나 미국의 "당당한 구성원"이라는 입지를 차지한 한편, 이민의 역사가 짧은 아시아와 남미의 이민의 문화는 그야말로 마이너리티이며 독특하다.

캘리포니아는 다국적, 다문화적이다. 캘리포니아의 인종 비율은 다른 주와 다르고, 상이한 소수 문화들간 부대낌이 가장 첨예한 곳인가 하면, 미국에서 다양한 문화들이 가장 존중받고 "다름"이 어색하지 않고 열려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주민이 가져온 본국의 다양한 전통, 본국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이민자들만의 문화 (이민자 그룹마다의 미국 문화를 수용하는 방식이 다르므로 이것도 천차만별이다), 이민 1세대와는 또 다른 2세들의 문화 등 다양한 문화가 캘리포니아에는 공존한다.

1990년대 초까지만 하더라도 melting pot 이라는 널리 받아들여졌는데, 한물 갔다. 여러 문화들이 만나 이도저도아닌 어떤 것으로 섞이는 것이 아니라, 다른 색깔들이 공존하며 새롭고 다양한 것들을 만들어낸다는 쪽으로 인식이 바뀌고 있다. 이러한 문화에 대한 반가운 인식의 변화는 민간 영역에서 국제 교류가 큰 폭으로 확장된 지난 20년간의 세계적인 경향이기도 하겠지만, 캘리포니아에서는 일상적으로, 현실적으로 여러 문화의 생명력과 접점을 경험하게 된다.

미국의 초기 이민이 다들 그렇듯이, 시민권을 갖지 못한 캘리포니아의 많은 이민 1세대들은 백인들이 꺼리는 온갖 궂은 일을 도맡아 하며 (뉴욕의 택시 운전사들은 엑센트가 제각각인 여러 유색인종 이민이며 미국 남서부 식당설거지, 청소, 공장, 건설현장의 노동자들은 대부분 영어를 아예 못하는 히스패닉이다) 아메리칸 드림 실현과 정착을 시도하고 있다. 한편, 근래의 아시아계 이민들은 이와는 조금 다르다. 가진 것 없이 몸만 달랑 왔던 초기 이민자들과는 달리, 부유한 한국계와 중국계 투자(또는 투기) 이민들은 미국 땅에 발을 딛는 순간부터 미국의 부동산 경기나 산업관례 등을 빠르게 변화시키며 막강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다시 미국적인

그러나, 캘리포니아의 이러한 특징은 이내 미국 전역으로 확산된다. 영어와 스페인어 공용화는 캘리포니아에서 가장 먼저 시행되었지만 이제는 미국 전역에서 일반화되었다. 아시아계와 히스패닉의 비율이 미국 전역에서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아시안과 히스패닉에 대한 미국 전역의 인식도 전처럼 마냥 타자가 아니다.  

반면, 캘리포니아에서는 다양한 문화들에 열려 있는 태도 이면에 서둘러 정착하고자 하는 욕망에 얼른 돈 벌고 자리잡아 "나와 내 가족만" 잘 먹고 잘 살면 된다는 지극히 미국적인 개인주의와 천박한 상업주의가 이민자들 스스로에 의해 여과없이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이를 테면 "성공한" 이들이 다른 소수민족과 덜 가진 이들을 나서서 차별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단순한 역차별--그러니까 제 민족과 다른 소수를 감싸고 백인들을 차별하는 것--이라면 차라리 이해하기가 쉽겠지만).

캘리포니아에서 어느 정도 충돌과 변형을 경험한 문화들이 이제는 "미국의 일부"로 미국의 다른 지역에서 비교적 유연하게 수용되며 파급되는 반면에, 캘리포니아에서는 "미국적인" 인종차별과 불평등이 재생산, 복제되고 있다.

그나저나, 캘리포니아에 대한 지리적인 이야기

원래 아메리칸 인디언들이 잘 살고 있던 곳을 18세기부터 스페인이 선교사와 병사들을 이끌고 와서 식민지로 만들었다. 1822년 스페인으로부터 멕시코공화국이 독립하면서 멕시코령이 되었는데, 1848년 미국-멕시코 전쟁으로 미국 영토가 되었다. 대부분의 지명이 스페인어이고, 카톨릭 성자 이름이 많다. 뺏어서 잘 개발해서 잘 쓰고 있다. 애리조나에서 끌어다 쓰는 물로 야채, 과일, 유제품, 소고기 생산 미국 1위. 닭고기 칠면조는 미국 2-3위. GNP의 45%는 항공, 우주, 전자 등 첨단산업이 차지한다. 공업은 미전역의 10%. 시멘트 1위, 광업 2위, 석유 4위. 캘리포니아 주만 따로 떼어놓아도 경제적 생산력이 세계 10위 안에 든다.

1920년대에 미국 8위였던 인구수가 쑥쑥 자라 1970년대 이후 줄곧 미국 1위. 미국에서 남아메리칸, 아시안 인구가 가장 많은 주.

북반은 대체로 서안해양성, 남반은 포도가 잘 자라는 사시사철 온화한 기후. 여름이 길고 건조하며 겨울에 비가 내린다. 눈 펑펑 내리는 고산지대가 있는가 하면 사막도 있다. 서부 해안선을 따라 불안정한 지반으로 때때로 화산도 폭발하고 자주 크고 작은 지진이 일어난다. 다양한 기후와 변화가 많은 지형, 태평양 해안 등으로 자연 경관이 뛰어난 곳이 많아 관광객, 휴양객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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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ky 2005-11-02 04: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캘리포냐 주민으로 공감 많이 하며 읽었어요. ^^ 미국 이곳 저곳을 다녀봐도, 캘리포냐만큼 다양한 이민족이 섞인 곳도 없는 것 같더군요. 그만큼 인종차별을 몸으로 느끼진 않고 살 수 있는 것 같아요. (비록 안보이는 인종차별이 있을진 몰라도..)

urblue 2005-11-02 0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 쓴 친구가 미국서 공부하고 직장도 다니고 했는데, 아마 캘리포니아였던가...확실하지는 않지만, 그러니까 썼겠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