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바스티앙 살가도(Sebastiao Salgado)사진전
'ESSAYS'
 
2005년 7월 7일 ~ 9월 3일 서울갤러리 (프레스센터 서울신문사)

20세기 최고의 다큐멘터리 사진가로 추앙받는 세바스티앙 살가도의 사진을 한국에서 최초로 기획ㆍ전시한다. 인본주의에 입각한 살가도의 사진은 보도와 기록이라는 다큐멘터리의 본질을 넘어서 지역과 계층을 막론한 모두에게 범인류애를 일깨워준다.

이번 전시는 살가도가 1977년부터 2001년까지 24년간 찍은 일련의 작업 중에서 직접 심혈을 기울여 선택ㆍ사인한 오리지널 프린트 총 173점을 선보이는 전시로 <라틴 아메리카>, <이민ㆍ난민ㆍ망명자>, <노동자>, <기아ㆍ의료> 총 4 섹션으로 나뉘어 선보일 예정이다. 최초의 세바스티앙 살가도 한국전은 현대 다큐멘터리 사진의 진정성과 지향점을 제시할 전시라는 점에서 향후 한국 사진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대규모 기획전이다.
- 라틴 아메리카 -

살가도가 70년대 중반 사진 찍기로 마음먹고 첫 번째 프로젝트의 주제로 자신의 고향인 라틴 아메리카를 선택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살가도는 1977~1983년까지 부유한 북아메리카 미국과는 대조적으로 육체노동으로 삶을 살아가는 인디언 농부들의 모습을 기록하기 위해 7년 동안 중남미 지역을 돌아다녔다.
 
며칠씩 걸어서 벽지의 산속 마을들을 찾아 다니며 작업한 끝에 그는 가난과 고립된 환경 속에서도 금욕적이고, 위엄있고, 힘이 넘치는 인디언 농부를 담은 사진집 ‘다른 아메리카’인 을 출판했다.

사진집 에 담겨진 그들의 삶은 말그대로 전 세계에 걸친 이동 그 자체였다. 어디로 이주하고 정착하였든지 가난한 브라질을 강타한 자본주의 물결에 그들은 정든 집을 버려야했고 정든 고향을 떠나서 빈 몸뚱이만으로 여러 도시로 떠밀려 가야만 했다. 살가도는 자신의 사진의 본질을 절망과 희망의 복잡한 심경을 동반하는 이주의 풍경에서 찾고 있다.

포토 저널리스트로서 살가도의 근본은, 그 실제 풍경을 이제는 찾아 볼 수 없다 해도 여전히 브라질 내 원초적이고 소박한 삶에 놓여 있다. 섬유질 중심에 물을 저장함으로써 가뭄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가시 많은 선인장, 그 등 뒤로 빛을 떨구는 거룩한 아침, 날개달린 하얀 천사 옷을 입고, 첫 번째 성찬식에 참가할 준비가 되어 있는 강한 의지를 보여주는 소녀들의 꼭 다문 입술, 세르탕 황무지에서 생명을 다하고 가혹한 태양에 말라붙은 채 내버려진 당나귀나 들소의 뼈를 블록처럼 가지고 노는 벌거벗은 아이들, 살가도는 이렇게 단순하고 황량한 풍경들을 통해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 노동자들 -
 

살가도의 노동자 시리즈는 150년 전 영국에서 시작된 산업혁명은 끝나고 전형적인 육체노동자들은 사라지게 될 것이므로 그전에 그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는 것이었다. 즉 고대 산업이라고 불리는 대규모 수공업자의 모습, 로봇이나 전자컴퓨터가 이어받기 이전의 생산의 협동작업 등 노동자에 대한 기록이다.

브라질 금광에서 천 한 조각만을 몸에 두르고 금을 캐는 하루 3만명이나 되는 인간군상들은 생존의 치열함을 느끼게 하는 노동자들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진흙 속에서 일 하고 있는 수백 명의 사람뿐만이 아니라, 사탕수수 농장에서 힘들게 일하는 노동자, 제철소에서 위험한 작업을 하는 사람들,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에서 거대한 배를 만들고 있는 노동자들은 사라져가는 다양한 육체 노동현장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살가도는 이 촬영을 위해 1987년부터 1993년까지 7년이란 세월의 열정을 보였으며, 중국,인도,소련,방글라데시,쿠바,프랑스,브라질,미국 등 세계 26개국에 흩어져 있는 40-50개의 작업현장을 방문하여 촬영하였다. 이 사진들을 통해 육체 노동의 신성함과 원초적 삶의 건강함을 보여줌과 동시에 인간이 자신의 근원적 모습인 자급자족의 삶의 방식을 스스로 폐기하고 있다는 것을 상기시키고자 한다. 육체 노동자들은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는 고사하고 자신이 생산한 생산품조차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 살가도는 도대체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이들은 노동을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역사의 저편으로 사라질 육체 노동을 기록함과 동시에 현대 문명이 안고 있는 구조적 모순과 병폐를 고발하고 있다.
- 이민, 난민, 망명자 -

이민,난민,망명자 시리즈는 1993년에 시작하여 7년 동안 세계 43개국을 돌며 매년 9개월 동안 그들과 함께 하며 이 사진들을 완성하였다. 20세기는 전쟁과 피난의 세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특히 마지막 10여년은 더욱 그러했다. 여러 갈등 속에서 피난민이 많이 생길 수밖에 없었고 이로 인해 많은 이민,난민,망명자들이 생겨났다. 전 세계에 걸쳐 난민수는 4억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고슬라비아와 체첸의 독립전쟁, 르완다의 민족분쟁, 이라크 걸프전처럼 강대국들의 이익에 따라 지배되는 아프카니스탄 문제 등 이루 말할 수 없다. 보스니아에서는 이슬람 교도들과 세르비아인 그리고 크로아티아인들이 모두 함께 살고 있다. 세르비아인들은 독립을 넘어 다른 민족들을 깨끗이 제거하기 위해 민족 정화 운동을 시작했고 이로 인해 세 민족 간에 전쟁이 일어남으로써 대량학살이 차례로 이어졌다. 살가도의 사진은 전쟁의 최대 희생자인 민간인들의 참상을 보여준다.

예를 들면, 분쟁이 가득한 아프카니스탄에서 폐허가 된 도시를 목발을 짚은 채 걸어가는 한 남자의 실루엣을 보여주는데 이는 전쟁의 비극을 극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전쟁이 벌어지는 동안 사람들은 고향을 버리고 안전한 은신처를 찾아서 떠나면서 난민이 된다. 베나코 탄자니아 캠프의 아침을 찍은 사진을 보면 비극으로 슬픔에 쌓인 캠프의 모습이 아침 햇살에 비춰져 아름다운 희망이 샘솟는 모습으로 느끼게 한다.

살가도는 자신의 사진은 예술도, 인간의 비극을 기록하는 것도 아니라고 말한다. 자신의 사진으로 단지 최악의 조건에서도 끊임없이 투쟁하는 인간 존재의 존엄성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다시 말하자면 살가도의 사진은 휴머니즘 자체인 것이다.
- 기아, 의료 -

1984년부터 1985년까지 찍은 사헬(Sahel)은 사헬의 기아로 알려진 아프리카의 참혹한 상황을 다루어, 저널리스트로서 그의 지위를 확고히 해주었다. 그곳에서 살가도는 국경 없는 의사회 회원들과 더불어 가뭄이나 홍수 같은 자연재해나 내전으로 고통 받는 아프리카를 촬영하여 책으로 출판하였다.

극심한 가뭄, 식량과 식수의 부족, 청결하지 못한 위생 상태는 아프리카인들의 생존 자체를 위협한다. 살아남기 위해 필사적인 노력을 기울이지만 극심한 가뭄으로 식량을 생산해 낼 수 없고, 찾아냈다 하더라고 청결하지 못한 위생상태에 놓여 있던 물과 식량은 쇠약해질대로 쇠약해진 아이들에게는 치명적인 독약으로 작용한다. 세계적인 구호물자와 대대적인 방역, 예방 접종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프리카의 상황은 악순환을 되풀이하며 점점 더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 놓인 그들은 쉽게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는 가벼운 전염병이나 질병에 고통 받는다.

이런 아프리카의 생활을 몸소 겪으며 그 모습을 촬영한 살가도의 사진은 정치적 혼란과 경제적 어려움, 기아, 질병으로 고통 받는 그들의 모습을 가감없이 전달해 준다. 풀 한 포기 찾아 볼 수 없는 황량한 모래벌판을 지팡이 하나에 의지해 지나가는 한 아이는 손에 쥔 마른 나뭇가지와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로 야위어 있다. 전쟁이나 질병이 아니라 단지 굶주림만으로 죽어가고 있는 아이들은 몸은 앙상하지만 눈망울만은 초롱초롱하게 빛내며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다.

살가도의 사진에서 드러나는 피사체의 존엄성은 이 작업 태도에서 알 수 있다. 다른 매체들은 아프리카의 사헬의 기아를 취재하기 위해 짧게는 두 시간에서 길게는 2일 정도 머물렀던 것에 비해 그는 몇 주씩 그곳에 살면서 현지 사람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단 한 순간의 보도나 잡지 몇 쪽을 장식하는 기사거리 용도로 생각하지 않았고, 그들의 힘든 삶을 피부로 느끼고 체험하는 과정에서 진정한 피사체와의 교감을 통해서 다른 사람을 감동시키는 좋은 사진이 나온 것이다.

살가도의 사진은 한 장의 사진으로 모든 것을 보여주고 승부하는 사진과는 본질적으로 차이가 있다. 살가도는 자신이 직접 필름을 감아서 쓰고, 하루에 16시간 동안 직접 수천 장의 작은 시험 인화지를 만들고, 그렇게 하여 살가도는 사헬지역, 샤드, 에티오피아, 말리, 수단에서 장기간에 걸쳐 촬영하며, 그 지역의 사람들에게 위압감이나 거리감을 주지 않기 위해 자가용이 아닌 대중 교통을 이용하여 언제나 홀로 촬영을 다녔다. 살가도의 사진은 그 지역의 사회, 문화와 역사 전반의 이해를 바탕으로, 그들의 삶을 진정으로 공유하고 이해하고자 하는 부단한 노력으로 탄생한 사진으로 전체가 하나의 메시지를 담고 있는 장엄한 서사시와 같다.

살가도의 사진은 이 땅에서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인가라는 인간 존재의 근원적인 질문을 새삼 떠올리게 한다. 현대화라는 미명하에 우리는 좀 더 안락하고 풍요로운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가난한 자들은 그 이익을 얻지 못하며 그들의 상황은 점점 더 악화 되어만 간다. 이 세상에는 여전히, 어떻게 하면 좀 더 풍요롭게 살 수 있을까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내 생명을 하루만이라도 더 연장할 수 있을까라는 원초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린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이들의 모습은 한없이 비참한 것도 아니며 단순한 동정이나 연민을 불러 일으키지도 않는다. 살가도는 그들과 함께 생활하며 그들 또한 우리와 마찬가지로 존엄한 생명을 가진 인간임을 깨달았고 가장 극한 상황에서도 생존을 위한 투쟁을 벌이는 그들의 숭고한 몸짓을 극적으로 제시하고자 한다. 그런 의미에서 살가도의 사진은 현대 사회의 가장 진실한 보고서임과 동시에 20세기 가장 감동적인 다큐멘터리 사진가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사진은 미국 29회, 프랑스 18회, 독일 14회, 스페인 13회, 브라질 12회, 이탈리아 10회 일본, 중국 등 전 세계 29개국에서 총 154회 전시를 통해 수백만의 관람객을 사로잡았다.

이번 전시는 완벽한 미학적 구도 속에 삶의 모습을 진실하게 기록하고 있는 살가도의 20여년에 걸친 사진세계를 전체적으로 파악하고 감상할 수 있는 특별한 전시가 될 것이다. 또한 살가도의 오리지널 작품 173점을 보여준다는 의미를 넘어, 현재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게 하고 ‘인류애’라는 보편적 감성을 불러 일으켜 어려운 이웃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도록 촉구한다는 점에서 사회, 문화적으로도 의미 있는 사진전이 될 것이다.

휴머니즘에 바탕한 살가도의 사진은 인본주의적 사진에 수여하는 유진 스미스 상을 수상했다. 또한 프랑스, 독일, 영국, 네덜란드, 스페인, 스웨덴, 미국, 일본 등의 여러 사진 협회로부터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중요한 사진상을 모두 수상했다. 그는 올해의 작가상, 올해의 보도 사진작가로 선정되었으며, 다른 나라의 언론 협회에서 수여하는 해외 보도 사진상을 수상했다.

 

- from [사진예술] (http://www.photoa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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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5-08-19 2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재 사진이 끝내주는구만요.
휴가 잘 다녀왔어요?
눈에 띄지도 않게 구석에 댓글 달아놓고...흥=3
뒤늦게 봤어요.^^

urblue 2005-08-20 0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다녀왔습니다. 잘 다녀와서 또 노는 중이어요. ^^
로드무비님 방에는 항상 댓글이 많이 달린다는 거 알고 있지만, 눈에 띄지도 않는 구석이라니...아...

2005-08-20 09: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바람구두 2005-08-20 0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살가도... 찔리네...

urblue 2005-08-20 1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님, 조금만 기다려보세요. 설마 그것 때문이겠어요. 무슨 일이 있는지...이따 전화나 한번 해 보려구요.

바람구두님, 흥입니다, 흥. 오늘 보러 가요.

2005-08-21 13:23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