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만 볼 수 있다면 - 헬렌 켈러 자서전
헬렌 켈러 지음, 이창식.박에스더 옮김 / 산해 / 2005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고 말하지 못하는 소녀. 야만스럽게 생활하던 아이가 훌륭한 선생님을 만나 드디어 사람처럼 살게 되고 글을 배우게 되는 과정은 너무나 유명하다. 그러나 1880년에 태어나 1968년에 죽은 헬렌 켈러에 대해 알려진 것은 장애를 극복해가는 어린 시절에 국한되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간혹 그의 뒷얘기가 나올 때조차 장애인의 복지를 위해 평생을 바쳤다거나 문필가로 활약했다는 정도로 소개될 뿐이다. 그야말로 인간 승리의 대명사라 있는 헬렌 켈러의 나머지 생애가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이유는 바로 그가 사회주의자였다는 사실 때문이다.


자신과 같은 처지의 장애인에게서 시작한 그의 관심은 점차 억압받고 차별받는 소수자(유색인종, 여성, 빈민 )에게로 확장된다. 그리고 사회주의에 심취하여 되어 러시아 혁명을 찬양했으며, 활동가로서 평생을 보낸다. FBI 요주의 인물이 것은 물론이거니와 그를 미화하여 기적의 인간으로 조명했던 주류 언론은 장애로 인해 그의 상황 인식이 불완전하다는 식으로 매도하기도 한다. (제임스 W. 오웬, <선생님이 가르쳐 거짓말> 참조)

 



책은 헬렌 켈러가 50대에 에세이 <사흘만 있다면 Three Days to See> 첫번째 자서전 <내가 살아온 이야기 The Story of My Life> 함께 묶은 것이다. <내가 살아온 이야기> 1902, 대학 2학년 잡지에 연재하기 위해 쓰기 시작해서 1903년에 단행본으로 묶여 나왔다. 20 초반에 자서전을 쓴다는 것이 보통 사람들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일이겠지만, 일반인들이 상상도 없는 특별한 삶을 살아온 그에게는 자신의 삶을 정리하고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일이 하등 이상할 없어 보인다.

 

설리반 선생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언어를 익히게 헬렌 켈러는 책을 좋아하는 소녀가 되었다. 책을 통해 인류가 이루어낸 문명을 이해했고, 그것을 자신만의 생각으로 표현할 알게 된다. 영어뿐만 아니라 독일어, 프랑스어, 라틴어, 수학, 과학까지 배웠으며, 본인의 실력으로 하버드 부속 여대인 래드클리프 대학에 당당하게 합격한다. 다른 사람과 비교할 없는 엄청난 노력이 뒤따랐음은 물론이다. 보지도 듣지도 못하는 상태에서 타인의 입모양과 성대의 울림, 혀의 움직임을 손으로 만져서 말하기를 배우는 그녀의 모습은 그야말로 감동적이다.

 

사실 같은 처지에서 글과 말을 배운 헬렌 켈러가 처음은 아니다. 이미 선례가 있었기에 헬렌에게도 같은 시도를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하필 다른 사람이 아닌 그가 유명해졌을까. 설리반 선생과의 아름다운 우정, 대학 진학도 이유일 테고, 그의 , 특히 자서전이 매우 훌륭했던 것이 다른 이유가 아닐까 짐작해본다.

 

책에서는 헬렌 켈러의 감수성이 얼마나 예민한지, 사고력과 표현력이 얼만큼 뛰어난지를 있다. 어린 시절 펌프가에서 이라는 단어를 인식하는 장면은 영화로 유명해졌지만, 실은 그의 자체가 모습을 정확하고 생기있게 묘사하고 있다. 이런 표현을 보자. 학문의 길에 들어서며 우리는 고독과 책과 상상력,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즐거움들을 몽땅 솔향기 더욱 짙게 하는 산들바람 부는 솔숲에 두고 와야 하는 모양이다.” 대학에서 배우는데 과부하가 걸려 생각하고 즐길 없음을 이토록 재치 있게 푸념하다니.

 

쏟아지는 햇살, 빗줄기, 나뭇잎의 속삭임, 부드러운 바람, 나이애가라 폭포 대자연에 감동하고, 조각품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연극을 통해 표현되는 예술성을 이해하고, 지식의 가치와 참된 목적을 아는 그를 어찌 단순히 장애인이라고 부를 있을까. ‘아름다운 나라 만든 이민자들의 박해 행위에 부끄러워하고, 사회로부터 소외된 빈민의 아픔을 함께 느끼며 대중의 각성을 촉구하는 그가 우리와 다른 점이 무엇일까.

헬렌 켈러의 삶을 들여다보면서 스스로를 부끄러워하거나 반성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다만 그가 없고 들을 없던 것을 모두 누릴 있는데도 그러지 않거나 혹은 못하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일이다. 세상만사 어느 하나 놀랍지 않은 것이 없다. 비록 어둠과 침묵 속에서 만난 것이라 할지라도 분명 그러하다. 어떤 처지에 있게 되더라도 나는 이에 만족하는 법을 배운다.” 세상만사 놀라운 것들을 느껴보자.

이도 저도 아니라면, 그저 아름다운 사람을 만났고 좋은 글을 봤다는 것으로 만족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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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오 2005-06-08 2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멋집니다...

날개 2005-06-08 2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 리뷰입니다.. 추천하고 가요~

urblue 2005-06-09 0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천해주신 분들 감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