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 한자루 달랑 들고 건달농부의 농사 일기 1
장진영 지음 / 행복한만화가게 / 2004년 6월
절판


지겨운 전세살이 청산과 퇴행성관절염으로 고생하시는 어머니와 나쁜 공기 때문에 병원에 들락거리는 아이들을 위해, 그리고 생활비를 줄이기 위해 강화도로 이사가기로 마음먹었다는 만화가 장진영씨. 그가 자리잡은 곳은 '풍부한 느낌'이 나는 강화도 남쪽이다.

직접 흙벽돌을 찍고 돈 안드는 방법을 연구해서 지은 집. '우리들의 고향을 만든 것이다.'

'삽 한자루 들고 농사짓겠데야' '풀약도 안치고 잡초 잡겠대' '그나마 심은 참깨도 구멍을 안 뚫어줘 타 버렸대야'

농사의 ㄴ도 모르고 무작정 덤벼들었다는 저자. 수십년씩 농사지은 동네 어른들 보기 부끄러웠을 법도 하다.

'농사란게 사람 뜻 만으로 되는게 아녜요. 하늘이 돕고 땅이 도와야 되는게지.'
하늘, 땅, 사람. 책으로만 달달 외웠던 전통사상의 핵심구절이 삶속에 녹아 나이드신 한 농민의 입에서 술술 풀어진다.
언제 하늘을 제대로 쳐다봤는가 하늘의 뜻을 생각이나 했었나 늘 사람의 이익만을 생각하고 이기려 싸우고 부대끼고 괴로와하고 오만에 찼던 인생 아닌가? 그날밤 늦도록 잠이 오질 않았다.

이런 식의 깨달음을 얻을 날이 있을까. 지금처럼 사는 한 책으로 아는 것외에 다른 수가 없을 것이다.

저자는 '나'와 '그'로 자아분열을 일으킨다. 만화가로서 창작에 몰두해야한다는 '나'와 쌀농사 지어 굶을 걱정도 없는데 뭐가 문제냐는 '그'. 뭐 결국 '그'의 승리 아니겠어. 뭔가 이루겠다고 아둥바둥 사는 거, 나도 싫다.

동네 두엄더미 위에 핀 채송화 한 송이. '그런 길도 있구나 그렇게 살 수도 있구나'

다른 길이 있다는 걸 알아도 막상 그 길로 들어서는 건 다른 문제다.

제목 : 작은 입 작은 꽃
작은 꽃은 작으면서도 많이많이 햇빛을 먹는다 돼지처럼 먹는다
가루처럼 오는 햇빛을 쉬지 않고 먹는다 작은 꽃은 작은 입으로
엄~청나게 먹는다

작은 꽃 보고 시적 감흥에 젖어 있는 아이 앞에서 냉이회 먹을 생각에 냉큼 냉이를 뽑아버리는 무심한 아버지.

간판도 없지만 아이들은 다 아는 문방구. 코코아 캔디, 뽀또, 맥주사탕, 쫄쫄이가 돈 백원 든 꼬마손님을 기다리는 곳.

동네에 이사 온 출판사 직원들이 마신 술병. 아, 출판사 사람들은 술만 먹고 사나.

청둥오리를 풀어놓고 지은 무농약 쌀을 걷어들이는 손길이 바쁜데, 한 사람은 쌀 백 가마를 파는 꿈을 꿔 놓고 시무룩이다. 만화에 전화 번호까지 등장하는 걸 보면 직접 팔기도 하는 모양.

눈 쌓인 길을 걷고 걸어 친구집에 찾아가면, 연락도 없이 찾아온 친구들을 반갑게 맞이하고, 따끈한 국물과 술 한잔에 겨울밤이 깊어간단다.

언젠가 시골에 가서 농사 짓고 살 수 있을까. 친구들은 내게 체력이 부족해 안된다고 말한다. 좀 뜬금없는 감상이지만, 농사를 짓든 다른 일을 하든 튼튼해야 한다. 건강하게 사는 장진영씨 가족의 모습이 보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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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5-06-01 1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지군요!!!

urblue 2005-06-01 1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편집하다보니 사진이 너무 작아져버렸네요. 에휴..-_- 그림이 멋져요.

▶◀소굼 2005-06-01 1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확실히..튼튼하지 못하면 못해요. 경운기도 못부리고 있는 저를 보면;;

urblue 2005-06-01 1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경운기...음...뒷자리에 타 보기만...^^;

로드무비 2005-06-01 1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님도 드디어 포토리뷰의 세계로!
요즘 내 리뷰 반응이 썰렁해서 포토리뷰만 들입다 올릴까봐요.^^

urblue 2005-06-01 15: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리뷰에 대한 반응이 왜 썰렁해요? 아유, 욕심도 많으셔~ =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