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수 판화전 중 마음에 든 작품 몇 개 옮긴다. 이철수 선생의 홈페이지(www.mokpan.com)에 갔더니 영리 목적이 아니라면 무료로 이용해도 좋다고 써 있다.

 


길이 멀지요

'길이 멀지요?'
'괜찮은데요 뭐...'

가장 마음에 든 작품


서두를 것 없어요. 천천히 걸으세요. 길은 외길입니다. 당신이 가서 이르는 데까지가 길이지요.

서두를 것 없대놓고, 정작 걷는 사람은 힘겨워 보인다는 내 말에 친구가 답한다. "그럼, 사는건데 당연히 힘들지."


물길

작은 물길 내면
절로 흐르고 오래 흘러
제길 가기 마련
배 띄워 한가로운 이가
첫물길 모른다손,
무슨 상관


솜씨

차가
시끄러워
정비소에 다녀오다.
조용해졌다.
솜씨란,
쓸데없는 소리를
지우는 것.

친구는 아무래도 일 때문인지 이 글에 공감. 회사에 걸어놓고 싶다나.


부처님 오신날 문답

당신이 / 오신 까닭을 묻습니다.
- 네가 온 / 까닭을 / 내게 묻느냐? / 네 / 발밑을 보아라.
- 오늘은 / 물장화신고 / 논에 들어 있습니다
- 물빛이 / 어떻더냐? / 볏모는 / 푸르더냐?
- 제 논에 / 제가 / 모심었으니 / 염려놓으시지요

푸하~ "제 논에 제가 모심었으니 염려놓으시지요" 이거 아주 마음에 든다.


오동잎...

오동한잎 뚝!
떨어져 내렸다.
- 아시겠는가?
- ....
  ....
  ....
- 오동잎만
  불쌍하구나!

그래, 오동잎만 불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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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완성 2005-04-16 2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끔 한 걸음 물러나서 이야기하는 듯한 담담한, 그러면서도 일정한 온도를 간직한 뜨뜨미지근한 위로가 필요할 때가 있어요. 이 판화들은 마치 눈물이 그렁그렁한 사람이나 폭 한숨을 짓고 있는 사람에게 얼핏 지나가듯 도인이 건네는 한 마디 위로같아요. 가슴에 낙엽처럼 떨어지는..그런 느낌이랄까. :)

urblue 2005-04-16 2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끔은 사과님이 20대 중반의 풋풋한 처자가 아닌게 아닐까 의심한다니까요. 뜨뜨미지근한 위로라니, 전 이제서야 그걸 느끼는데. 제가 철이 없었던 걸까요. 음...

미완성 2005-04-16 2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뚱맞게, 제 이미지와 블루님 이미지 둘이 커플로 너무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어요 우훗;;
제가 좀..풋풋하다 말하기엔 정신적으로 좀 (많이) 풉풉하지요 험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