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탈된 대지>의 엉터리 문장에 질려서 우리말로 제대로 쓴 문장을 읽기 위해 집어든 책.

헌법의 풍경이라니. 제목이 상당히 딱딱하다. '풍경'이라는 말랑한 단어가 들어있는데도 이런 느낌을 준다는 게 신기할 정도다. 심지어 <전쟁의 풍경>보다 더 낯설고 무겁게 느껴지는 건 역시 '헌법'이라는 단어 때문이다. '법'과는 전혀 안 친한 나 같은 사람에게 이 제목은 당연히 어려운 책일거라는 선입견을 갖게 한다. 몇몇 리뷰가 아니었다면 서점에 가서도 절대 들춰보지 않았을 책.

리뷰 때문에 호기심이 생겨 서점에서 펼쳐보니, 이런, 이건 에세이잖아. 헌법에 관한 학술서일거라는 짐작이 완전히 어긋났다. 도대체 제목을 왜 이렇게 지었냐구. 그런데도 알라딘 마이리스트에서 순위에 들어간 걸 보면, 제목에 대한 거부감을 가진 건 나뿐이었나. -_-;

제목 때문에 겁 먹은 게 억울해서 괜히 궁시렁.

정의를 찾아가는 그 과정에 시민이 당당한 주체로서 참여하기 위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하는 것이 국가, 법, 법률가, 인권의 문제입니다. 헌법은 국가를 언제든지 괴물로 변할 수 있는 위험한 존재로 바라봅니다. 헌법과 법률의 목적은 흔히 오해하듯 국민을 통제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며, 오히려 국가 권력의 괴물화로부터 시민들을 보호하는 데 있습니다. 그리고 헌법과 법률이 권력 통제라는 제 기능을 다하도록 돕는 일차적 책임은 변호사, 판사, 검사를 비롯한 법률가에게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법률가들은 청지기라는 본래의 소명을 저버린 채 자기 집단과 권력자를 옹호하는 데 지식과 능력을 악용해온 아픈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 <머리말> 에서

국가가 무엇인지,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힘있는' 법률가들이 어떻게 생겨나게 되었는지, 국민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함에도 알지 못한 채 박탈당해온 기본권이 무엇인지, 헌법의 정신이 무엇인지 알기 쉬운 말로 차근차근 설명한다. 재미있고 유익한 책.

이런 책이 이제서야(2004년) 나왔나 하는 의아함도 생긴다. 사회가 변화해가면서, 국민들의 의식이 바뀌어가면서 이런저런 분야에서 자신들의 잘못된 관행과 특권 의식에 대해 반성하고 비판하는 목소리들이 나오기 시작한 건 이미 몇 년 전부터가 아닌가. '법'과 '법조계'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고 살아왔으니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는 모르겠다만, 아무튼 내부적으로도 어떤 변화가 있었으니 이렇게 책으로 나올 수도 있었겠지 생각하련다. 반갑다고 할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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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5-03-13 2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논리적이면서도 재미있는 책입니다....^^

urblue 2005-03-13 2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우님 리뷰 아니었으면 읽을 생각도 못했을거라니까요. ^^

마냐 2005-03-14 0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으. 여전히 제목에 거부감을 같고 있었는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