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이

느티나무 둥치에 옹이가 박혀 있네
여린 곁가지에 젖을 물려주던 마음
젖꼭지처럼 붙박여 있네

정이 어머니는
옷을 개거나 쌀을 씻다가도
왼쪽 가슴에 손을 얹어보네
손가락 사이로 더듬어져야 할
꽃봉오리는 만져지지 않네
상추쌈 먹고 젖을 먹이면 초록똥을 쌌지

꽃잎 떨어져나간 자리에 옹이가 박혀 있네
배냇니로 젖을 빨던 정이는 시집을 갔네
감정을 절제해도 절제된 가슴이 우네
암(癌), 이제는 암시랑 안혀
정이야, 무너질 가심이 없응께 참 좋다

거울 속의 가슴을
거울 밖의 어머니가 내리쳤을 때
도려져나간 가슴이 젖을 흘렸네
정이 친정집 목욕탕엔 거울이 없네
움푹 들어간 가슴이 비치지 않네

세상의 상처에는 옹이가 있네

                                            ─  박 성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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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져 2004-11-04 1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지하철에서 읽은 시집...박성우의 "거미"
블루님과 통하였군요 ㅎㅎ 잘 지내셨지요? ^^

urblue 2004-11-04 1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같은 날 같은 책을 보는 것, 어쩌다 만나는 우연인데 무척 반갑지요. 플레져님과 통하여서 기쁩니다. ^^ 퇴근길에 무척 춥더군요. 감기 조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