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토요일에 출근했다. 급하게 처리할 일이 있어서였는데, 결과적으로 잘 안 됐다. 할 수 없지, 뭐. 월요일은 아침부터 바쁘겠다. 하려고 애썼지만 안되는 일에는 이제 그닥 마음 졸이지 않는다. 그래서 달라지는 것도 없잖아.
점심을 먹고 신촌의 헌책방엘 갔다. <마쪼라의 이별> <백년보다 긴 하루> <김시습 산문집>을 골라들고 서가를 둘러보다 사라마구의 <수도원의 비망록>을 발견했다. 우앗, 하며 좋아라했는데, 이런, 상권 밖에 없다. 물으니 애초에 상권만 들어왔단다. 누구냐, 책을 팔려면 짝을 맞춰 내 놓아야지, 어떡하라고. 이것도 할 수 없지. 나중에 하권을 구해보는 수 밖에. 김유택의 <보라색 커튼>이 눈에 들어왔다. 전에 로드무비님이 바람구두님에게 추천하신 책. 잠깐 앉아 훑어보니 괜찮다. 어째 외국 작가의 냄새가 난다. 오늘 건진 다섯 권에 또 흐뭇해진다.
친구집에 들렀다가 영화를 보러 갔다. 예매를 하려고 친구에게 <21그램> 볼래, <강호> 볼래 물었더니 친구가 <강호>라고 대답했었다. 영화에 대한 기대는 전혀 없었고 오로지 장학우를 보겠다는 생각이었지만, 좀 심하다. 영화를 보면서 내내 킥킥거리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는 급기야 푸하하 웃고 말았다. 여기저기서 수군거린다. 미안해. 내가 OOO 보자고 그랬지? 이 영화 수입한 사람은 도대체 누구냐. 배우들 이름만 보고 수입을 결정한거냐. 유덕화, 장학우, 여문락, 진관희라는, 나름대로의 호화 캐스팅으로 이런 영화를 만들어내다니. 감독이 대단한건지. 비디오로 빌려보는 것조차 말리겠다. <무간도 3>를 보고도 실망했지만, 최소한 그만큼만 만들었어도 이런 소리 안하겠다.
아구찜으로 맛있는 저녁 먹고, 옆구리 살 삐져나와 큰일이라고 떠들며 아이스크림 먹고, 친구집에서 놀다가 이제 돌아왔다. 피곤하다. 내일은 늦게까지 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