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어릴 때의 친구가 진짜 친구라고 말한다. 말은 사람에 따라서는 옳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다. 경우엔, 지금껏 자주 만나고 가깝게 생각하는 것은 중학교 때의 친구들이다. 이제, 서로 알고 지낸 날이 몰랐던 날들 보다 길어진, 질기고 오래된 우정.

 

어떤 친구는 취향이 비슷해 좋아했고, 어떤 친구는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을 가졌기에 부러워했고, 어떤 친구는 수준이 떨어진다는 생각에 살짝 무시하기도 했다. 누군가는 내게 지워지지 않을 상처를 남겼다. 한때는 그를 원망했다. 다른 누군가를 싫어하기도 했다. 끔찍할 정도로 정나미 떨어진 일도 있었고, 다시는 얼굴 자신이 없다는 생각도 했다.

 

그런데 그들은 지금도 친구들이다. 결혼을 하고, 유학을 가고, 이제 거의 만나지 못하는 이들도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친구라고 하면 그들이 떠오른다. 우리들이 부대낀 수년의 시간, 서로 좋아하고, 미워하고, 다가서고, 밀쳐내고, 상처주고, 위로하면서 보낸 시간이 우리들을 묶어 놓고 있다. 그들과의 관계 속에서 지금의 내가 생겨났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 프렌즈> 제목답게 친구에 관한 이야기들이다. 어린 날의 우리들처럼 서로 싸우고, 상처를 입히고, 미워하기도 하지만 그러면서 자극을 받고, 인정하는 법을 배우고, 닮아가는, 성장을 위한 쓰디쓴 영양제가 되는 친구들.

 

<하얀 , 빨간 > 미카와 유리코, <실크빛 > 카호리와 나나코, <마블 프렌즈> 마코와 야요이 모두 그런 친구들이다. 나머지 단편들에서도 변형된 형태이긴 하나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 친구라고 만한 관계의 사람들이 등장한다.

 

재미있는 , 그리고 마음에 드는 , 작가가 흔히 말하는 우정 그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어려울 도와주고, 좋은 일을 함께 기뻐해주고, 슬픔을 나누는 아니라, 자신이 성장할 있는, 보다 자신에 가깝게 다가갈 있는 길을 보여주는 사람을 친구라고 하는 것이다. 설사 상대가 싫은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야요이는 머리 속에서 번이나 죽였을까…?

상관없어. 죽여도

그러면그렇게 생각하는 자신이 혐오스러워 실망할 테고

그러면서 줄기 빛을 발견하고 앞으로 앞으로 나아가겠지.

그리하여 우리들은 발짝 하늘에 가까워질 것이다.”

 

그래, 그게 친구다.

 


댓글(11)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로드무비 2004-10-07 0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또 다른 관점에서 이 책을 봤군요.
신통방통......
그런데......스미레 이모는?

urblue 2004-10-07 0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미레 이모 너무 귀여워요.
그렇지만 역시 버거운 삶이네요.
외로운 사람들에게 위안이 되어주지만 정작 자신도 불안하고 외롭잖아요.
물론 그 마음 알아주는 우루짱이 있고 조카도 이모를 이해하게 되지만,
우루짱이 없었다면 스미레 이모가 계속 그렇게 살 수 있었을까요.
나이가 들었거나 어리거나 간에 나를 이해해 주는 사람, 위로해 주는 사람을 만나야 한다는 것 같네요.
아, 내가 먼저 그런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얘긴가...뭐, 하여간...

2004-10-07 00: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urblue 2004-10-07 0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루짱이 있어서 스미레가 그렇게 살 수 있다는 게 아닙니다.
그를 만나기 전에도 그렇게 살아왔고, 그를 만나지 못했더라도 스미레의 삶은 바뀌지 않았겠지요.
하지만 위태롭습니다. 느긋하고 신나 보이지만 안으로는 팽팽히 당겨져서 곧 툭 끊어져 버릴 것 같습니다.
스미레가 다른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어 주듯, 스미레에게도 그런 사람이 필요하다, 라는 말이었습니다. 그게 우루짱이든 다른 누구이든.
모두 외로운데, 스미레만 혼자 안간힘 쓰는 건 안타깝잖아요.

로드무비 2004-10-07 08: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00퍼센트 접수!^^
멋져요!

깍두기 2004-10-07 0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더러 다 쓰면 다른 사람 할말 없다더니.....훌륭하게 할 말 많으시구만!^^

chika 2004-10-07 0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그래서 하는 말인데요, 우리 모두가 스미레이모처럼 살면 얼마나 좋을까...생각하다가 한순간 생각이 툭 끊어지면서 아무도 스미레 이모같지는 않아, 라는 생각이 떠올라버려 더 쓸쓸해지곤 합니다. 그래서 난 스미레 이모를 찾지도, 스미레 이모가 되지도 않게 되었어요. 나이를 먹어가고 사회생활이 쌓여가는 것에 대한 유일한(아직까지는) 슬픔이 그런거였지요.
난 이런 생각을 해서 역시 착한사람으로 살아가지 못하는가봐요. 그치요? ㅠ.ㅠ

urblue 2004-10-07 1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스미레 이모처럼 살지는 못하겠다, 라고 생각했습니다. 가끔은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 될 수 있겠지요. 그러나 가끔일 뿐입니다. 항상 그런 모습으로 살아간다는 건 대단한 의지와 노력이 필요할 겁니다.
그래도, 가끔이나마 위로가 되어 줄 수 있다면, 그걸로 기뻐해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다른 누군가도 내게 어느 순간엔가 힘이 될 테니까요.

로드무비 2004-10-07 1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루님, 나의 스미레 이모가 되어주오.
(어딜 도망을!)

urblue 2004-10-07 1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음...뒷덜미 잡힌 건가요?
(아줌마 팔뚝을 설마 뿌리치고 도망갈 수 있겠어요. ^^;)

2004-10-07 12:05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