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과거에 ‘올인’할 땐가”…趙 “과거 풀어야 미래 열려”
이문열 "원론 동의하지만 방식·기준·시기 안맞아"
佛과 비교 어불성설…野 말려들지 말길

대표적인 보수논객인 소설가 이문열(56)씨는 20일 문화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지금 시기에 올인하듯 과거사 조사에 매달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한나라당에 대해서도 “(여권의 의도에) 말려들 수 있다. 신중하라”고 조언했다. 다음은 이문열씨가 밝힌 과거사 논란 관련 견해.

“경계해야 할 일 중 하나가 어떤 원론을 정략으로 삼고, 여론조사하는 것이다. 우리가 착하게 살자고 여론조사하면 100% 찬성이 나온다. 문제는 어떻게 사는게 착하게 사느냐는 것이다. 과거사 조사를 누가 반대하겠나. 요는 어떤 방식과 기준으로, 어떤 목적하에 하느냐는 것이다. 명분과 원론으로 사람 죽인다.

예를 들면 통일에 대해 누가 반대하겠나. 그런데 반통일세력이란 말이 나온다. 이는 방법이 다르다는 얘기다. 궁극적으로 통일에 반대하는 사람은 없다. 시장체제를 유지하고 자기가 바라는 방법이라면 반대 안한다. 그런데 일부 세력이 통일을 선점하고 자신들의 방식에 찬성하면 통일세력, 아니면 반통일세력이라고 몰아붙인다.

한나라당은 계속 당하다가 방식과 내용 문제를 들고 나온 것이다. 바람직한 건 아니다. (여권의) 바람몰이에 밀려간 느낌이다. 이런 걸 감안 안하면 또 말려든다. 지금 과거사 조사할 때냐. 문화와 역사에 맡겨두는 게 맞다. 바쁜 의원들이 거기에 모든 것을 쏟아부어야 하느냐.

과거사 조사의 원론에는 동의하지만 방법과 내용 기준 시기 등에서 다 문제가 있다고 본다. 친일의 내용이 뭐냐. 기준이 없다. 프랑스와 비교하는데 말도 안된다. 프랑스는 4년8개월이고, 우리는 36년간이다. 단순히 시기상의 문제만이 아니다. 프랑스는 전시점령이다. 괴뢰정부가 있었지만 바깥에 자유 프랑스 정부가 존재했다. 결국 전시부역한 사람의 문제다. 전시부역은 용서하기 어렵다. 그러나 우리는 36년간 국제법상으로 합법적으로 합방됐다. 합방 당시 태어난 아이는 36살이 되도록 식민지 지배를 받고 살았다. 프랑스와 똑같이 비교하는건 우습다. 시기상으로도 현재 국회가 위원회를 만들어 올인하듯 이 문제에 전부 쏟아붓는 게 옳으냐.”

조정래 "朴대표 요구 '친북-용공 조사' 이미 충분"
유신과 산업화는 별개…처벌은 의미 없어

대하소설 ‘태백산맥’과 ‘한강’ 등 밀리언셀러를 통해 그 누구보다 우리의 아픈 ‘과거’를 밀도있게 관찰해온 작가 조정래(61)씨는 정치권에서 불거진 과거사 논란에 대해 만감이 교차하는 듯했다. 조씨는 “과거사를 규명하지 않으면 미래는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친북·용공도 조사하자고 한 것에 대해 “물귀신 작전”이라고 일축했다. 다음은 20일 문화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과거사 논란과 관련해 조씨가 밝힌 생각이다.

“과거사 진실 규명은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고 역사 필연의 과정이다. 우선 친일파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우리 민족의 미래가 없다. 국가의 정통성도, 사회의 윤리도덕이나 질서도 서지 않는다. 반드시 통과해야 할 역사의 필연이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용공 좌익활동을 함께 조사해야 한다고 하는 것은 완전히 물귀신작전이다. 좌익 활동과 관련해서는 우리가 6·25한국전쟁 이후 무려 40년간이나 색출작업을 해 왔다. 연좌제를 통해 (좌익활동을 한) 장본인은 말할 것 없고 그 자식들까지 못살게 굴었다. 더 이상 무슨 규명이 필요한가. 하지만 친일파의 문제는 이와는 다르다. 그동안 단죄하는 과정이 없었다. 과거에 친일행위 규명을 위한 ‘반민족특별조사위원회’가 강제 해체된 이후 친일파의 명단조차 올바로 전해진 게 없다.

국가권력에 의한 억울한 문제도 풀어야 한다. 유신독재의 폭압에 의해 조작된 간첩사건도 많았다. 박정희 정권이 경제적 측면에서는 공을 세웠지만 유신독재는 이와는 다른 문제다. 공은 공이고 과는 과다. 정치적 과오까지 합리화해서는 안된다. 이를 잊는다는 것은 지식인들이 할 바가 아니다.

처벌은 지금 와서 할 수도 없고 지금 진행하고자 하는 게 무슨 법으로 처단하겠다는 것도 아닌 것으로 안다. 과거사 규명은 특정인을 향한 것이 아니다. 전체 민족의 방향성을 얘기하는 것이다. 박근혜 대표도 결단을 통해 역사 앞에 겸허해져야 한다. 만델라식 방식이 성공하려면 잘못에 대한 철저한 규명과 반성과 뉘우침이 동반돼야 한다. 그때서야 모든 용서가 가능하다.”

천영식 김종태기자 kkac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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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마녀 2004-08-24 1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비교됩니다. 이문열아자씨 양심은 어디다 팔아 먹었는지.

urblue 2004-08-24 2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아저씨, 혹시 우리나라가 해방된 게 아쉬운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그랬으면 월북한 아버지 때문에 고생하는 일은 없었을텐데, 하고 말이죠.

로드무비 2004-08-24 2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으로 이문열스러운 발언이군요. 실망할 것도 발끈할 것도 없습니다.

2004-08-24 22:25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