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독이나 배우 입장에서 이 영화를 '영화'라고 부르기에는 좀 쑥스러운 감이 있지 않을까 싶다. 스토리도, 캐릭터도, 연기도 필요하지 않으니 말이다. 오로지 주연 배우의 액션 뿐, 다른 건 액션을 보여주기 위한 소품일 따름이다. 오죽하면 주인공이 보여주는 액션 장면을, 앵글을 달리해 세 번씩 보여주겠는가. 무슨 컴퓨터 게임도 아니고. 그런데 이 영화의 평은 상당히 좋다. 처음부터 내용을 기대한 사람은 없으니까, 제대로 된 액션만 있다면 좋아하지 않을 이유도 없다.
일단 토니 쟈의 액션은, 기존의 배우들이 보여준 것과는 상당히 다르다. 이연걸이나 성룡, 심지어 이소룡의 액션도 그것이 연출된 것이라는 게 보인다. 무술 동작은, 각각 특징이 있긴 하지만, 상당히 유연하고 매끄럽게 이어진다. 이들과 싸우는 적들이 이들에게 맞고 쓰러져도, 그 유연함 혹은 과장된 움직임 때문에 별 생각없이 넘어갈 수 있다. 그런데 토니 쟈는, 이 사람의 액션은, 나로서는 무섭다. 영화를 위해 만들어진 동작이 아니라, 실제로 그럴 것이라는, 그토록 무참하게 사람을 때리고 상처입힐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과연 저런 움직임이 가능한가, 하는 감탄과 사람을 죽일 수도 있겠구나, 하는 두려움이 교차한다. 그러니 '리얼 액션'이 맞긴 하다. 액션에도 나름의 철학과 미학이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것도 액션에서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라고 봐야 하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