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 투자자-국가 직접소송제

 한미 FTA에 버젓이 포함돼 있는 투자자-국가 직접소송제. 이 책 읽고 나니까 진짜 무섭다. -_-

 저자의 말대로라면, 어느 순간, 국민들은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도 모르는 채 갑자기 확 오른 세금과 대면해야 할 수도 있다. 투자자-국가 직접소송제에 의해 어느 기업이 한국을 제소해서 이기기라도 하면 그 액수는 대개 천문학적인 금액이 될 테고, 배상금을 만들기 위해 정부는 세금을 올리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소송은 당사자와 중재자 외에 다른 주체(심지어 시민단체나 국민들도!)가 끼어들 여지도 없을 뿐더러 소송 자체를 대외에 공표해야 할 의무도 없으니, 정부가 입 다물면 그만이다. 세금을 올리려면 이유를 밝혀야 하겠지만, 우리 정부가 과연 국민 편에 선 적이 있었던지, 앞으로 그럴 것인지 확신할 수 없다는 점이 문제다.

 

 정부측은 투자자-국가 직접소송제가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방패라고 한다. 하지만 저자는 이것이 현재는 투자자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창으로 변질되었다고 주장한다. 남미에 진출한 미국의 어느 상수도 관련 기업(이름이 기억 안 난다. OTL)은 겨우(!) 100만 달러를 투자하고서는 물값을 국민 평균 월급의 1/3수준으로 인상해버렸다. 폭동이 일어나자 정부가 그 기업의 허가를 취소했는데, 그쪽에서 청구한 배상 금액은 2,600만 달러였다. 이런 일이 우리에게 일어나지 말란 법이 없다, 정도가 아니라 일어날 거라고 각오해야 한다. 환경, 보건 등 몇 개 분야는 제외한다는 문구가 포함되어 있는 걸로 알고 있지만, 그간 알려진 소송 내용을 보면 그런 조항이나 국내법을 무시하는 추세란다. 판결 내리고 돈 받아먹는 중재자의 입장에서는 국내법이든 조항이든 관계없이 모든 사항이 투자자에게 해를 끼치느냐 아니냐만 판단하는 것이므로. 

 

 책에서 읽은 내용을 남편에게 열심히 설명하다가 이런 식의 추측까지 하게 되었다. 우리나라는 EU를 비롯해서 다른 나라들과도 계속 FTA를 체결할 텐데, 이미 아시아와 동유럽의 여러 나라들에 투자를 하고 있는 우리 기업들의 입장에서 보자면 이 투자자-국가 직접소송제를 거꾸로 이용할 수 있다는 것. (우리 기업이 미국 정부를 제소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지만, 과연 미국에 투자하고 있는 기업이 얼마나 되나.) 그래서 배상을 받는다 한들 그 돈은 고스란히 기업의 주머니로 들어가지 정부 혹은 국민들과는 하등의 관계도 없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서구 선진국에 빼앗긴(!) 돈을 아시아, 동유럽의 가난한 나라들에서 벌충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아제국주의 국가로 명성을 드높이게 되는 건 아닌지.

 이런 나라에 살면서 믿을 건 로또, 영어, 금밖에 없다고 남편은 말한다. 농반 진반이라는 사실에 가슴이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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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울 2007-05-17 16: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쵸. 너무 암담하네요. 보관함에 넣어둔 책인데 미리 읽네요. 잘 보고 갑니다.

urblue 2007-05-17 17: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울마당님, 지금 이런 책을 본다고 뭐가 달라질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좀 더 많은 사람이 읽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숨은님, 저희도 마찬가집니다, 영어도 로또도 기댈 수가 있겠어요. ㅠ.ㅜ

2007-06-07 11: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6-07 12:17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