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 피카소의 달콤한 복수
현대미술을 보면 확실히, 이 작자들은 그림 그리는 훈련이 아니라 제목 짓기 연습만 하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뭔지 모를 그림에 붙어 있는 알쏭달쏭한 제목들. 아니면 다들 철학자가 되려는 것인지. 하지만 철학자연하는 화가들과 상대하느니 누구 말대로 철학책을 보는 편이 나을 터이다.
탐 울프의 <현대 미술의 상실>도 꽤나 재미있었는데, 이 책은 좀 더 가볍다고 해야 할까. 저자의 이전 저작 <피카소는 야바위꾼이 아니다>에 답지한 독자들의 편지를 섞어가면서 쉽게 접근한다. 본인이 유머리스트라고 밝혔듯이, 엄청 웃긴다. 침대에 누워 보다가 잠깐 구르기도 했다. 고전 작품들과 저자가 꼬집는 현대 미술 작품을 페이지 중간중간에 삽입하여 비교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기도 하다.
현대 미술의 얼토당토않은 가격을 비판하고 있는 책이면서, 170여 페이지의 얇은 분량에 책값은 너무 비싼 거 아닌가 싶었지만, 작으나마 그림이 많이 들어가 있으므로 인정.